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68)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68화(68/82)
페르세포네의 이야기 – (3)
황급히 전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하자 곧 님프들을 학살하는 기간테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명과 함께 죽어나가는 님프들, 그리고 힘겹게 저항하는 금발 머리의 여신 하나.
콰지직!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데메테르 님!”
“으흑… 죽기 싫어…!”
저번에 올림포스에서 열린 연회에서 못 보던 여신인데다,
느껴지는 힘과 외모, 전투 경험등을 보았을 때…
태어난지 200년도 안 된 어린 여신으로 보였다.
부모가 강력한 신인지 느껴지는 신력은 올림포스 12신의 바로 아랫단계 정도는 되어보였지만.
두두두두-
조금 먼 거리지만 유령마가 빠르게 대지를 질주하니 금방 도착했다.
보이는 것은 가학심 가득한 미소와 함께 여신의 목을 잡고 들어올리는 기가스 지휘 개체.
“보아하니 어린 신 같은데, 네 운명을 원망해라.”
놈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아폴론이나 아레스의 조금 아래, 올림포스 12신 정도쯤 되어보였다.
그리고 그 놈에 못지않은 힘을 가진 놈들이 셋.
에트나 산에 달라붙어 티폰의 몸뚱이를 파헤치는 기가스들은 하급신 정도.
대략 수백에서 수천 정도 되어 보이는 괴물의 군세.
버러지들이 많이도 몰려왔군.
푸확-
바이던트를 소환해 강하게 내질렀다.
단번에 기가스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혈흔이 대지에 뿌려진다.
유령마를 몰아 탈진한 여신을 가볍게 안아 올리고 전차 뒤에 태웠다.
이 하데스의 전차야말로 전장에서 제일 안전한 곳.
“괜찮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몸에서 흥건하게 흘러내리는 이코르로 보았을 때,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게 틀림없었으니.
“웬 놈이냐!”
“올림포스 신이라 해도 하나가 늘어났을 뿐! 덮쳐라!”
“네놈 혼자서 뭘…”
수많은 버러지들이 동료의 죽음을 눈치채고 몰려온다.
에트나 산은 보통의 산과 조금 다르다.
일정 이상의 힘을 가진 신이라면 산 하나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다.
하물며 그게 티폰의 몸뚱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어째서 그를 가둔 봉인이 유지되고 있냐면…
에트나 산의 엄청난 크기, 제우스의 신력, 신들이 직접 만든 봉인진 등.
여러가지 대비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에트나 산의 상태를 대충 보아하니…
“받아라-”
“혼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콰아아아앙!!!
어디까지 생각했더라? 그래, 에트나 산의 상태였지.
저 끔찍한 괴물, 기가스들에게 잠깐의 시간만 주어지면 산을 충분히 파낼 능력이 되어보였다.
하지만 내가 방해하고 있으니 지휘 개체는 나를 막기 위해 몰려들 것이고…
하급신과 비등한 놈들은…
“에우리토스! 협공하자!”
“네가 빈틈을 만들어라, 토아스!”
다른 기가스들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가진 놈들 셋이 내 전차를 에워싼다.
그래봐야 디오니소스와 아레스. 이 둘만 있어도 정리될 놈들이지만.
내가 이곳에 도착한 이상, 상황은 이미 정리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죽여볼까.
바이던트를 대지에 박아넣고 신력을 이용해 저승과의 길을 만들었다.
쩌저적-
데메테르의 영역인 대지에 너무 큰 피해를 끼치는 것 같지만,
기가스가 습격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저승은 그저 지하 세계가 아니다.
이승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또다른 세상.
그저 땅을 파고 내려간다고 해서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
“이런 빌어먹을! 저승의 신, 하데스잖아!”
“으아아! 죽어라!”
“3주신이라고 해도 혼자다!”
“이미 뒤진 놈들이 이승으로!”
이렇게, 내 힘으로 세계를 이어버리면 모를까.
반투명한 망자들의 물결이 대지로 기어올라오고, 기가스들에게 달라붙었다.
이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 군세. 저승을 통째로 날려버리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부활한다.
사실상 올림포스의 눈을 피해 속전속결로 티폰을 탈취하려는 계획이 실패했음에도,
내 눈앞의 기가스 세 마리는 아직도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받- 아라!!!!”
머리 위로 휘둘러지는 거대한 나무 몽둥이.
오. 힘 좀 쓰는데? 허리춤에 있는 스틱스 검을 뽑아 내밀며 드는 생각이였다.
쩌어어엉!
그렇게 이를 악물고 양 손으로 내리쳐봐야 소용없지만 말이지.
제우스나 포세이돈이 휘두른 것도 아니고…
다른 놈의 눈길이 내 입가에 향하더니 극도로 광분하며 뛰어들었다.
거대화, 괴력, 급속 재생, 대지의 신성 부여 등등.
“젠장! 우릴 얕보지 마라, 하데스!”
“잠깐…!에우리토스!!흥분해서 달려들지…”
이런, 전쟁터에서 웃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였던가?
많이 화난 모양이네. 하지만…
서걱- 푸확!
“크아아악!”
너희들이 이길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 것이 워낙 우스워야지.
당장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나를 이기려 들어?
투명 투구, 퀴네에가 없다고 너희에게 당할 줄 알았나?
이것이 전면전이라면 내가 패배하겠지.
하지만 이건 그저 전초전, 예언은 발동하지 않는다.
* * *
기가스의 잔당을 죽이는 망자들을 지켜보는데 빠르게 다가오는 신의 기척이 느껴졌다.
하늘에서부터 이곳에 날아오는 건… 헤르메스?
카두케우스를 든 헤르메스가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약간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전령신.
“하데스 큰아버지! 기가스가 습격한 것입니까?”
“그래, 아마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에서 말한 가이아의 일격인 것 같다.”
“놈들이 티폰의 몸뚱이를 탈취하러 왔었군요. 큰아버지가 없었다면 정말 위험했었습니다.”
주변을 조금 더 살피던 헤르메스가 에트나 산의 봉우리를 보며 놀란다.
아까 싸우다가 조금 날려버렸긴 했지…
“헉…! 산봉우리가 통째로… 설마 큰아버지가 하신 겁니까?!”
“…실수였다.”
“…하마터면 티폰의 몸뚱이가 풀려날 뻔했군요.”
최대한 티폰의 봉인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절했지만,
저놈들도 제법 강한 놈들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이 고작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아까 저승의 병력을 불러냈는데, 난 그게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면 승리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으음…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저는 뭔가 찜찜합니다.”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헤르메스.
정말로 이게 예언에서 말한 공격이 아닐까?
“일단 너는 저승으로 가서 에트나 산의 현황을 전달해라. 그리고 적들은 전부 죽였으니 지원은 필요 없다는 것도 함께.”
“티폰의 봉인을 점검하실 생각입니까?”
“잠시 동안 내가 점검할 테니 올림포스에는 걱정하지 말고 다른 곳을 대비하라 이르고…”
가이아의 추가적인 공격이 있거나 숨겨둔 매복, 기가스의 잔당이 더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
내가 직접 봉인을 수습하는 게 낫겠지.
티폰의 봉인지인 이곳은 중요한 요충지.
그렇기에 에트나 산의 상태도 점검하고, 신력을 불어넣어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겠고…
“그리고 데메테르에게도 들려서 기가스의 본거지를 알아냈냐고 물어봐라.”
“예. 알겠습니…”
“제가 물어볼게요! 저희 어머니시거든요!”
나와 헤르메스의 대화를 듣던 금발 머리의 여신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가…
“네가 데메테르의 딸이냐?”
“네! 그리고 아버지는 제우스 님이에요!”
데메테르와 제우스의 딸이라고?
* * *
헤르메스가 돌아가고, 나는 금발 머리의 여신과 마주 보았다.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 질문하라는 것만 같은 미소를 보고 있자니 누군가 생각나는데…
“전령신인 헤르메스가 다녀오면 되니… 굳이 네가 데메테르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하데스 님. 그래도 제가 엄마한테 말하는 게…”
“됐고,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딸이라니 그냥 편하게 삼촌이라 불러도 좋다.”
“네에! 하데스 삼촌!”
마치 따사로운 봄날을 연상시키는 금발의 여신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지.
하기야, 나도 지위가 있으니…
“그래서 내가 널 뭐라 부르면 되겠니, 조카야.”
“코레(Kore)라고 불러주세요! 저랑 친하면 다 그렇게 불러요!”
애칭? 왜 네 애칭을 나한테 부르라고 하는 거냐.
우리는 오늘 처음 봤는데.
“네 이름이 뭐지?”
“코레라고 불러주세요!”
“…애칭 말고 이름을 말하는 거다.”
그녀가 잠시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곧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페르세포네(Persephone)에요! 하데스 삼촌!”
“뭐… 라고?”
순간,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만 같았다.
민트와 함께 잊고 있었던 아주 오래된… 전생의 기억.
둑을 넘어 범람하는 강처럼 밀려오는 지식.
분명히 전생의 기억으로는… 하데스의 부인이 아니였던가?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Eros).
그가 활쏘기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하데스에게 사랑에 빠뜨리는 화살을 맞추게 되고,
마침 페르세포네를 본 하데스가 그녀에게 반해저승에 납치를 했었던…
“하데스 삼촌? 무슨 생각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그렇다면, 설마 이 주변에도 에로스가 화살 연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신력을 운용해 주변의 기척을 탐지했고…
슈우우-
곧 가까운 거리에서 내게 날아오는 화살을 뒤늦게 발견했다.
뜨겁고 열렬한 감정인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
그 때문에 에로스의 화살도 빠르고 은밀했다.
하지만 미리 경계하고 있으면 맞을 수준은 아니였고,
나는 황급히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슈우웅-
잠깐, 내가 화살을 피한다면 이쪽 방향에는…!
폭.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