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구휘, 야수의 이빨(2014.02.03.)
구휘의 어깨가 가볍게 흔들렸다.
사전에 그 어떤 경고도 예고도 없는 동작.
초류향의 동공이 크게 확장될 때.
운휘의 신형이 그림처럼 움직이며 초류향의 전면을 막
아섰다.
투콰콰콱-!
흙먼지가 일어나며 강렬한 기의 파동이 초류향의 머리
카락을 흩뜨렸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
니군.”“…….”운휘는
구휘의 질문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게 몸이 회복되지 못했다.
“재밌군. 자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
기“…….”운휘는 입을 다물고 필사적으로 내부를 다
스렸다.
공격해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따른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몸속으로 파고드는 기운이 실로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가볍게 내지른 일격이
이 정도라니…….’같은 화경의 고수라도 그 위아래는
분명했다.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상대방은 운휘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인 것이다.
그때 운휘의 뒤에 있던 초류향이 옆으로 걸음을 옮겨
구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거절의 뜻이라고
봐도 되겠지?”구휘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뭐?”저놈은 정말 미
친놈일까?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을 보면
그런 것도 같았다.
그 때 꼬마가 서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의 선택 후회하지
마라.”“…….”씹어
내뱉는 듯한 말.
구휘는 순간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이 꺼림칙한 느낌은 뭐지?
의문이 드는 순간 구휘는 이 불쾌한 감각의 이유를 알
았다.
‘저 눈 때문인가?’지
금 저 꼬맹이의 눈빛은 결코 미치거나 돌아 버린 놈의
눈빛이 아니었다.
‘저건 지극히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관찰하는 눈빛이다.’그것도 상대방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나 보일 수 있는 눈빛인 것
이다.
초류향은 바닥에 그어 놓았던 선에 새롭게 세로의 선을
그었다.
완성된 십자 모양의 선을 본 구휘는 아차 하는 얼굴을
했다.
‘저 꼬마가 진법을 만
든 장본인?’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뜬금없이 소교주라는 녀석이 정면에 나타날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런 거대한 진법 안에서 저렇게 태연할 수 있
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구휘는 움직였다.
진법을 만든 자가 소교주라는 사실을 확신한 순간,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다.
‘죽인다.’구휘의 양손
이 노을빛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운휘가 그 모습을 보며 신중하게 소매 속에 있던 단홍
소검을 꺼내 자세를 낮췄다.
‘막는다.’반드시 막아
야 했다.
뒤에 계신 소교주님은 털끝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살아 있는 한.
그의 시체를 밟고 넘어가지 않는 한 소교주님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
으득-!
운휘는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고 일격을 받아 낼 준비를
했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가?”“…….”감히 너
따위가?
구휘는 처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공을 쓸
생각이었다.
눈앞에 있는 복면 사내의 실력을 재 보고 그것을 즐기
지 못하는 건 못내 아쉽지만, 지금으로선 그것은 사치
였다.
앞을 막아서고 있는 저 녀석을 단숨에 돌파하고 뒤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저 위험한 꼬맹이를 죽여야 하는
것이다.
안 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단천열화권.’양손에
몰려 있던 붉은 기운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구휘의 신형
이 마침내 포탄처럼 초류향을 향해 쏘아져 갔다.
콰우우우웅-!
기나긴 바람 소리.
그와 함께 주변의 대기가 시뻘겋게 타들어 갔다.
구휘의 신형이 마치 거대한 태양이 된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는 것이다.
‘후우우.’운휘는 침착
하게 호흡을 고르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단홍소검을 들고 있는 오른팔로 자신의 앞에 동
그란 원을 그렸다.
작은 원.
그 원을 따라 백색에 가까운 회색빛이 떠올랐다.
운휘가 익히고 있는 최고의 무공.
스스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응집시켜 탄생시킨 세상
에 하나밖에 없는 무공.
‘귀도나락무.’둥근 원
에서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며 운휘의 전신이 거기에
빨려 들어갈 듯 앞으로 크게 쏠렸다.
구휘와 운휘가 막 격돌하기 직전.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만 하셔도 됩
니다.”운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초류향이 끼어든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구휘의 전신에서 타오르고 있는 저 거대한 기운의 파괴
력은 이미 구휘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
기에 아마 본인도 멈출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운휘의
눈가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른 것은 그때쯤이다.
분명 구휘가 덮쳐들고도 남을 거리였고, 그럴 만한 시
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둘은 격돌하지 않았던 것이
다.
마주 보고 있던 구휘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표정도 운
휘와 마찬가지였다.
‘이건…….’아무리 달
려들어도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구휘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미묘하게 찡그렸다.
등골을 스치는 불길한 느낌.
‘설마…….’천천히 뒤
를 돌아보자 함께 왔던 남만야수문의 수하들이 사라져
있었다.
진법이 어느새 수하들을 집어삼켜 버린 것이다.
잠깐.
아주 잠깐 통제를 벗어났을 뿐인데 그 사이에 자신과
수하들을 찢어 놓았다.
허탈함이 전신에 가득해졌다.
후욱-!
구휘의 전신에서 용암처럼 들끓던 어마어마한 기운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건가…….’저 꼬마는 일부러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
그를 움직이려고 도발했다.
그리고 거기에 넘어가 자신이 성급하게 움직이는 그 순
간, 그 찰나에 수하들과 그를 완벽하게 분리시킨 것이
다.
‘무서운 놈이다.’잠시
구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진법에는 빈틈이 없었다.
저 꼬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고 완벽하게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심하군.’뿌득-
구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섣부른 판단에 화가 치밀어 오르
는 것이다.
너무도 분명한 실수.
잠시 동안 전신에서 들끓던 감정들이 활화산처럼 분출
되다가 차갑게 식어갔다.
구휘는 지금 크게 분노했다.
저런 꼬맹이에게 농락당한 자신이 너무 한심했던 것이
다.
분노를 한구석으로 밀어놓고 구휘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했다.
그러자 금새 결론이 나왔다.
‘진법으로는 저 꼬마를
상대할 수가 없다.’그럼 어떻게 해야될까?
방법은 하나다.
‘헌데 시간이 별로 없
군.’그가 데려온 수하들은 남만야수문에서 가리고 가
려 뽑아 엄선해서 데려온 정예들이다.
그들의 실력은 확실하지만, 과연 진법 안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저 정도로 용의주도한 녀석이 만든 진법이라면 분명 버
텨 내기가 쉽지 않을 터.
“……어디로 보냈지?”
초류향은 소매에서 안경을 꺼내 쓰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곳저곳.”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전부 다 흩어 놓은 건가?”아이
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래.”아이콘을 끌 수 있
습니다. 끄기“나는 어쩔 생각이지?”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안 그래도 고민 중이다.”초류향은 솔
직히 말했다.
저 정도의 고수는 지금의 진법 안에서 어떻게 손을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겨우겨우 묶어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제압할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참 난감했
다.
“한데 무모하군. 지금
이라도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은가?”초류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휘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방법이 있는지, 그런 예
상치 못한 경우의 수가 있는지 계산해 본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결론.
“물론.”초류향은 안경
을 고쳐 쓰며 확신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지금의 구휘가 자신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수는 없었다.
구휘가 진법에 대해서 안다고는 하나 초류향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수준에 불과하다.
초류향 스스로의 집중력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현재로
서는 구휘가 초류향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네놈은…… 무인이 아
니군.”“……?”뜬금없
는 소리.
‘도발하려는 건가?’이
정도 도발에 흔들릴 초류향이 아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구휘는 침착해진 눈으로 초류향
을 살펴보다 슬쩍 비웃음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머릿속으로 끊
임없이 이득과 손해를 따지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계산해 보는 유형이군. 네놈은 무인보다
는 장사치에 더 어울린다.”구휘의 말에 초류향은 자신
도 모르게 움찔했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초류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그쪽 말대로 나는 장사치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지. 그
게 뭐 어쨌다는 거지? 거기에 지금 상황을 바꿀 만한
단서가 있나?”“…….
”무림인이라면 대단히 모욕적으로 여길 만한 말을 듣
고도 초류향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되레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물어 오자
이번에는 구휘가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처음 접해 보는 탓이다.
잠시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구휘는 곧 결심한 얼
굴로 말했다.
“네놈의 그 꽉 막힌 머
리를 한 번쯤은 깨부숴 줄 필요가 있겠군.”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가능할 거라 생각하나?”구휘는
너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류향은 그런 구휘를 보며 다시 한 번 현재 상황을 검
토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그때 구휘가 말했다.
“직접 보여 주마.”아
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좋을 대로.”초류향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구휘는 자신을 볼 수는 있지만 절대
로 가까이 다가올 수 없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눈으로 보기엔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로는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이 거주하는 사천 분타.
그 전체를 크게 한 번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거리가
실제 둘 사이의 거리였던 것이다.
그러니 구휘가 초류향에게 접근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
능했다.
‘그런데도 가능하다고?
’가능하다면 한번 보고 싶었다.
계산 외의 변수라는 게 정말로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구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초류향을 보며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고 고요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
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휘는 고민했다.
‘이건 쓸데없는 짓이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그냥 자신 쪽에 초류향의 발을
묶어 놓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구휘로서는 불리할
것이 전혀 없는 싸움이었다.
이 진법 안에는 자신 말고도 다른 자들이 들어와 있었
으니까.
특히 구휘는 앞서 들어갔던 적혈명이라는 존재를 믿고
있었다.
그 녀석이라면 분명 무언가를 해 줄 터.
자신이 굳이 무리해서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역시 수
하들이 걱정되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모르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별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변수가 생겼으니 별 수 없었다.
구휘는 오른팔을 가만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기운을 모았다.
그러자 조금 전처럼 붉은 태양과도 같은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다가 곧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웅웅웅-
불길한 소리와 함께 사방의 공간이 찢어질 듯 떨려 왔
다.
‘침착해라.’초류향은
구휘의 행동을 보면서도 겁먹지 않았다.
스스로의 진법을 믿었던 것이다.
저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절대로 이곳까지
는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구휘와 초류향의 시선이 거리를 두고 맞부딪쳤다.
둘 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무기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
했고, 곧 상대방에게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게 해 줄
생각이었다.
구휘는 천천히, 전신에 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오른손
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오른손에 모여 있던 붉은 기운이 곧장 허공에
모여들며 동그란 구슬을 만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붉은 구슬.
그것을 지켜보던 운휘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저 구슬의 정체는 강기 무공의 극한에 다다르면 쓸 수
있다는 강환이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구휘는 삼황에 비견될 정도의 고수였다.
“받아라.”초류향은 구
휘가 던지는 붉은 구슬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강환의 본래 속도는 찰나와도 같았다.
실제로는 눈으로 감히 쫓을 수가 없는 속도여야 정상이
다.
하지만 지금 초류향을 향해 다가오는 강환은 거북이처
럼 느릿느릿했다.
‘위험하다.’초류향은
얼굴을 찡그린 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계산을 하고 있
었다.
그리고 쉼 없이 주변의 진법들을 움직여 가며 저 위험
한 것과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환은 느릿하지만 분
명하게 초류향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초류향의 이마에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혔다.
둘 사이의 거리는 눈으로 보는 것처럼 가깝지 않았다.
한데 그 무시무시한 거리를 강환이 착실하게 돌파해 오
고 있었다.
초류향의 동공이 흔들릴 때쯤.
어느새 강환은 초류향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윽고.
빠직- 빠지직-!
유리 조각 같은 것이 박살 나듯이 초류향의 전면에 있
던 무언가가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환의 이동 속도가 갑자기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것을 본 초류향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감
정이 떠올랐다.
지척까지 다가온 저것을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것
이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초류향은 뒤로 멀찍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잠깐 의아한 얼굴을 했다.
자신이 너무도 멀쩡했던 것이다.
고개를 들자 정면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음
을 알게 되었다.
초류향의 호위 무사인 운휘였다.
최후의 순간에 운휘가 초류향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그의 개입에 초류향은 크게 고마워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최강의 호위무사가 있지 않았던
가?
그의 적절한 개입에 초류향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감사합니다. 운휘님.
”“…….”고마움을 담
아 말을 했는데 곧장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동시에 불길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뒷골을 강타했다.
초류향은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나 운휘의 팔을 잡아챘
다.
그리고…… 다음 순간 초류향은 눈을 크게 떴다.
작가의 말
최근 새벽쯤에 야식을 많이 먹게 됩니다. 비축분을 만
들려다가 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네요 -_ㅜ) 운동도
가야하는데… 하루하루 몸이 망가지는게 보입니다. 큰
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