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요동치는 천하(2014.02.27.)
“천마신교에서 공문이
날아왔소.”사천 지역 문파들의 수뇌부.
그들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거 원, 완전히 초상
집 분위기구먼.’개방.
거지들의 모임인 그곳에서 사천 지역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위걸개는 속으로 낮게 혀를 찼다.
사실 천하 사패 연합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패배할 것이
라고는 개방은 물론, 강호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
다.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건가?’항상 그놈의 욕심이 문제였다.
본래 맨 처음에는 적당히 겁만 주고 천마신교를 사천
지역 바깥으로 쫓아 보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무력으로 정면충돌까지 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어? 어어?’ 하는 사
이에 벌써 천마신교와 제2차 정마대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2차 정마대전의 끝은 천하 사패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
게 잘못된 거지?’한참을 생각해 봐도 도통 알 수가 없
었다.
위걸개는 잠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
라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게 더 급했으니까.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은 차후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
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번 일로 인해서 우리는 가지고 있던 밑천을 바닥까지
탈탈 털리고 말았소. 그렇다고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오.”“후우…….
아미타불.”위걸개는 회의장 내부를 한 번 스윽 둘러보
며 나직하게 말했다.
“몸값을 지불할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시오.”아미파의 장문인.
규민 신니는 답답한지 이마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한숨
을 내쉬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규민 신니와 같은 심정이었다.
‘결국에는 모두 몸값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이것은 위걸개의 생각이었고, 그
역시 여기에 있는 모두의 생각과 동일했다.
문파의 자존심과 명예 때문에 이번 일에 투입된 고수들
의 목숨을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모든 문파가 이번에 있었던 제2차 정마대전에 그만큼
많은 고수들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천마신교에 사로잡힌 그들을 포기하게 되면 문파의 기
본적인 형태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게다가 천마신교가 이번에 제의한 몸값은 저쪽이 전적
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음에도 대단히 합리적이었다.
‘달콤한 유혹이군.’어
떻게 보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하늘에서
한줄기 동아줄이 내려온 셈이었다.
그때 한참을 망설이던 규민 신니가 제일 먼저 입을 열
었다.
“본 아미파는…… 몸값
을 지불하겠소.”위걸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시선을 돌려 옆을 보니 청성파의 임시 장문인 태허 도
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청성파 역시 마찬가지
요.”위걸개는 이곳 회의장에 모인 모두의 의견을 하나
하나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그럼 천마신교에 우리
의 의견을 전달하겠소.”위걸개가 모두에게 수인(手印,
손도장)을 받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설 때.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한데 그 악명 높
은 마교 놈들이 정말로 인질들을 곱게 돌려주겠소이까?
”청성파의 임시 장문인.
태허 도인의 일리 있는 질문에 위걸개는 잠시 멈칫했다
.
그 역시 이 부분을 염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
히려 상대가 천마신교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신용
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럴 것이라면
몸값을 요구하지도 않았을 거요. 그냥 싹 다 죽였겠지.
그편이 훨씬 편하니까.”그랬다.
그게 오히려 더 마교답지 않던가?
한데 왜 이번에는 인질들을 죽이지 않고 굳이 살려 두
고 있는 것일까?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궁금증은 위걸개가 시원하
게 풀어 주었다.
“이유가 궁금하오? 너
무 뻔한 것 아니오.”위걸개는 검지 끝과 엄지 끝을 연
결해서 둥근 원을 만들어 보이며 히죽 웃었다.
“당연히 이놈의 돈 때
문이겠지. 그놈들은 이번에 아주 획기적이고 새로운 돈
벌이 수단을 발견해 낸 거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
다. 끄기“…….”“그
러니 그놈들은 믿지 않아도 되오. 그냥 돈이 가지는 힘
을 믿으시오. 내가 보았을 때 인질들은 분명 무사할 거
요. 오히려 각 문파에 있을 때보다 더 건강하게 돌아올
테니 마음 푹 놓고 계시오.”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위걸개의 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말에 모
두가 얼이 빠져 있을 때.
중년 거지는 음흉하게 웃으며 쉬지 않고 계속 입을 열
었다.
“돈이라는 건 정말 좋
은 거요. 나 같은 거지도 돈이라면 아주 환장을 하지.
그놈들은 여태껏 고고한 척하며 확실한 돈벌이 수단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가 이번에 아주 현실적으로 변했소.
”“현실적으로 변했다
라…….”사천당가의 가주인 당문협이 허탈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위걸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은 스스로가 가지
고 있는 돈벌이 수단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거요.”태허 도인이 침음을 삼킬 때.
위걸개는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남들은 이번 일을 어
떻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 일로 놈들을 아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소.”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 끄기“다른 시선?”당문협이 궁금한 얼굴을 하자 위
걸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다
죽이고 보던 놈들이 이젠 살려 두고 돈을 요구하고 있
소. 이건 우리 쪽에서 보자면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지.
”대체 어디가 긍정적인 변화라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좌중을 한 차례 둘러본
위걸개는 스스로의 누런 이를 활짝 드러내 보이며 웃었
다.
“본래 죽을 목숨, 이젠
돈을 주면 살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되니까.”그건 그랬
다.
태허 도인이 그 부분은 수긍하고 있을 때.
위걸개가 마지막 말을 남기며 회의장을 나섰다.
“아무튼 놈들은 변했소
. 나는 사실 그 점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
도 하오.”왜 무서운지는 굳이 입을 열어 말해 주지 않
았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위걸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래침을 바닥에 탁 하고 뱉어내며 투덜거렸다.
“거참, 날씨 한번 더럽
게 맑네.”천마신교가 변했다.
그 사실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위걸개에게는 왠지 모르
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 * *
쾅쾅쾅-!
“대사형, 문 좀 열어
봐요.”“……귀찮게 하
지 말고 그냥 가.”“그
러지 말고 나와 봐요. 밥 먹어야죠.”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밥 생각 없어.”아이콘을 끌 수 있습
니다. 끄기“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그만
튕기고 나와서 좀 먹어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고기가
아주 야들야들하니 맛있다니까?”아이콘을 끌 수 있습
니다. 끄기“…….”묵묵부답.
주다혜는 볼을 몇 번 씰룩거리다가 천천히 호흡을 골랐
다.
그리고 자신 앞을 막고 있는 문을 노려보다가 기합을
내질렀다.
“아쵸!”콰아앙-!
장난스러운 기합과 함께 뻗어 나간 그녀의 주먹질 한
방에 문이 완전히 작살났다.
환히 드러난 방 안.
그곳에는 대단히 우울한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는 사내
가 있었다.
적혈명.
그는 박살 난 문을 넘어서며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걸
어오는 주다혜를 보곤 잠시 황당하다는 얼굴을 해 보였
다.
그러다 고개를 돌렸다.
“보지 마.”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흐응. 왜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나가. 나 피곤해.”아이콘을 끌 수 있
습니다. 끄기“이렇게 생생하시면서 피곤한 척하시기는
.”주다혜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시선을 피하는 적혈
명을 보며 눈가를 씰룩거렸다.
“나가서 밥 먹어요. 고
기 식겠다.”“나 피곤
하다니까? 내 말 안 들려, 사매?”적혈명의 말에 점점
표정이 미묘해지던 주다혜가 결국은 완전히 어처구니없
다는 얼굴로 적혈명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
자는 거예요, 대사형?”
“나 지금 누구랑 장난할 기분 아니야.”우울한 적혈명
을 보던 주다혜는 결국 폭발했다.
“아니, 사내자식이 그
깟 머리카락 조금 그슬렸다고 이러기예요, 지금? 계집
애도 아니고.”“그깟
머리카락……?”적혈명의 우울했던 눈가에 차츰 분노의
기운이 이글거렸다.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길러온 머리카락인데 감히 그깟이라고?”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그깟이지! 그 지옥에서 살아
나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인 주제에, 머리카락 조금 태
운 걸로 지금 이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잖아!”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뭐? 죽을상? 그리고 사매, 지금
말이 지나치게 짧은데?”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
기“이런, 젠장! 누가 보면 부모님 상이라도 치르는 줄
알겠네요!”결국 끝에 존댓말을 붙인 주다혜를 보며 적
혈명은 주먹을 움켜쥐고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이 계집애가 그동안
오냐오냐했더니…….”
“흥! 웃겨. 언제 오냐오냐했어요? 맨날 괴롭혔으면서.
”때릴 테면 한번 때려 보라는 말투.
주다혜는 콧김을 내뿜으며 적혈명을 쏘아보았다.
적혈명 역시 지지 않고 그 시선을 마주 보았다.
둘의 시선이 그렇게 허공중에 불꽃을 튀며 엉켜들어 가
더니, 어느 순간 적혈명이 바람 빠진 것처럼 기세를 죽
이면서 곧 흐물흐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난 망했어, 사매.”아
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뭐가 망해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거울을 봐도 예전 같은 감동이
없어.”“……감동까지
하셨던 거예요, 여태?”고개를 끄덕이며 거울을 바라보
는 적혈명의 시선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주다혜는 평소
적혈명이 스스로의 외모에 얼마나 대단한 자부심을 가
지고 있었는지 알기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났어
요, 대사형은.”“그건
그렇지. 그래도 완벽했던 외모에 흠집이 생겼잖아.”천
마신교에서 마지막에 변형된 진법.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 나올 때.
적혈명은 주다혜를 보호하며 나오느라 자기 머리카락의
일부를 태워 먹어야만 했다.
그때의 광경을 떠올리고 있던 주다혜는 살짝 붉어지려
는 얼굴을 좌우로 급하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보통 정상
적인 후계자라면 궁에서 함께 나왔다가 허무하게 죽은
삭풍대의 인원들을 애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적혈
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그놈들이 약해서
죽은 걸 내가 왜 애도해야 해?”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
다. 끄기“보통의 경우는 그렇다 이거죠.”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후후, 약하면 죽어도 별수 없지.
적어도 나는 사부에게 그렇게 배웠어.”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예예. 어련하시겠어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까부터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사매?”“그럴
리가요? 이렇게나 공손한데.”적혈명이 뱁새눈을 뜨고
주다혜를 노려본 그때.
꼬르륵-
하루 넘게 쫄딱 굶은 적혈명의 뱃속에서 배고픔을 알리
는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주다혜는 그 소리를 듣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고프시죠? 내려가요
, 대사형. 소화 잘 되는 고기 구워 놨어요.”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새, 생각 없다니까?”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에이, 몸뚱이는 그렇게 솔직하
시면서 왜 이렇게 숨기려고 해요? 잔말 말고 빨리 따라
와요.”적혈명은 약간 저항하다가 곧 주다혜의 이끌림
에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어렵게 방을 나서는 적혈명은 양팔과 목 뒷부분에 붕대
를 감아 놓고 있었다.
그 지옥의 업화 속을 빠져나오다 자잘한 화상과 상처들
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얼굴은 지켜
냈으니 진 건 아니지.’적혈명은 문을 빠져나가기 직전
멀리 보이는 거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단발머리로 변한 자신의 머리카락이 너무도 아쉬웠기
때문이다.
* * *
“네가 나에게 아주 못
난 꼴을 보이는구나.”
“…….”구휘는 전신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채로 침상
에 누워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사실 그다지 깊지 않았다.
다만 내상이 심각할 뿐이다.
내력 소모가 극심한 상태에서 무리해서 움직이는 바람
에 온몸의 근육들이 심하게 손상되었고, 단전도 아직
날카로운 칼로 헤집는 것처럼 아파 왔다.
하나 그러한 고통들도 지금 구휘의 앞에 있는 중년인이
보이는 시선보다는 덜 아플 것이다.
구마벽.
현재 남만야수문의 문주이자 당대의 야수왕이라 불리는
남자.
그는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을 한동안 실망스럽게 바라
보다가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기 직전 입을 열었다.
“몸이 완쾌되면 그대로
남만으로 돌아가라. 가서 몸이나 추슬러라.”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구휘는 끝까지 아무 말
도 못 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일을 꾸밈에 있어 실수나 실패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고, 항상 모든
일에 완벽하다고 믿고 있었다.
‘한심하군.’일이 이
지경이 된 것에는 자신의 책임이 컸다.
그때, 마교의 후계자를 만났던 그 순간 자신이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이러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뿌득-!
‘초류향…….’구휘는
자신도 모르게 낮게 이를 갈았다.
녀석의 이름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구휘는 눈을 감은 그 상태로 서서히 잠에 빠져들어 갔
다.
지금은 그저 회복하는 것.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복수는 몸이 완전히 회복된 다음이었다.
이대로 꼬리 내린 개처럼 남만으로 갈 마음이 전혀 없
는 구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