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의외의 방문자(2014.04.07.)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듯한 얼굴.
자신이 방금 전 무아지경 상태에서 무엇을 겪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지 않은가.
식사를 하러 움직이다 공손천기는 초류향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머리카락을 헝클며 담담하게 웃었다.
“만물은 일념(一念, 하나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땡중들의 말이 있다. 들어 보았느냐?”“예.”“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었는데 막상 그 뜻을 이해하고 보니 별로 어려운 말은 아니더구나.”“무슨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어렵게 생각하면 많은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은 세상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뜻이 가장 적당하겠구나. 지금의 너에게는 말이다.”“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초류향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무언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가 있는 이곳이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하게 아쉬운 얼굴을 해 보였다.
아까 놓쳤던 무언가가 지금도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공손천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워하지 마라. 녀석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예.”초류향과 공손천기는 그렇게 웃으며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던 임학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작게 말했다.
“교주님께 볼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임학겸의 옆.
그곳에는 복잡한 얼굴의 엄승도가 서 있었다.
“있었지. 그래도 지금은 도저히 말을 걸 수가 없잖아? 저렇게 소교주님과 분위기가 좋으신데 가까이 가서 일 이야기를 꺼낼 수가 있겠어? 나 눈치 없는 놈 되기 싫다.”“그건 그렇군.”“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물론.”“사천에서 네가 소교주님을 보필했잖아. 네가 보는 소교주님은 어떤 분인 거 같아?”임학겸은 엄승도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군.”결국 잠시 후 임학겸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엄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네가 나한테 그 질문을 했을 때 내가 그런 기분이었다.”“……그랬었나?”“그래. 아무튼 식사가 끝나면 보고를 드려야겠군.”엄승도는 씁쓸한 얼굴을 해 보였다.
그 얼굴을 보며 임학겸이 물었다.
“급한 볼일인가?”“뭐 조금은……?”애매모호한 대답.
엄승도 답지 않은 대답에 임학겸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 표정을 읽은 엄승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흑월회 쪽에서 접촉을 해 왔거든.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사천 분타로 교주님을 찾아왔지.”“흑월회? 그들이 왜 갑자기?”“거기까지는 모르겠어. 파악하기 곤란한 녀석이 왔거든.”“누구?”“냉하영.”마뜩잖은 표정으로 툭 하고 내뱉는 이름에 임학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흑월회의 마녀가 직접 이곳까지 왔다는 건가?”“그래. 어제부터 기다리고 있지.”“……대담하군. 이곳으로 직접 찾아오다니…….”“그러니까 말이다. 간이 큰 것도 정도가 있지…….”사실 엄승도는 이번에 사천 분타를 습격했던 천하 사패들 가운데 흑월회가 빠져 있는 것에 강한 의문을 품었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소교주님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그들만 소교주님이 펼쳐 놓았던 그 치명적인 함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뒷조사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의외로 그쪽에서 먼저 찾아오는 바람에 지금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엄승도였다.
“젠장, 흑월회에는 냉하영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빼 오기도 정말 쉽지가 않아. 골치 아프단 말이야.”그동안 흑월회의 어둠 속에서만 움직이던 냉하영이 전면에 등장한 그 순간부터 자잘한 정보도 쉽사리 외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일이 힘들어진 것이다.
잠시 혼자서 궁시렁거리던 엄승도는 불현듯 생각났다는 얼굴로 임학겸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 밥은 먹고 일하냐?”임학겸은 피식 웃으며 소매에서 작은 구슬 같은 것을 꺼냈다.
그것을 바라본 엄승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벽곡단으로 매번 끼니를 때우는 거냐? 그 맛없는 걸 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 거야?”“적응되면 나름 먹을 만하다.”“미친놈. 가끔은 밑에 있는 애들한테 일 좀 잠시 맡기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걱정하지 마라.”“젠장. 너나 나나 정말 사서 고생하는 부류야.”엄승도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임학겸은 빙긋 웃었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공손천기는 식사 후 엄승도의 보고를 받고 접견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눈을 빛냈다.
“호오?”공손천기는 턱을 쓰다듬으며 히죽 웃었다.
그 후에 옆에 은신하고 있는 임학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재미있는 녀석이 왔군.”[냉하영 외에 다른 이가 왔습니까?]“그래, 제법 거물이 하나 따라온 모양이다.”공손천기가 웃으며 문을 열자 그곳에는 적갈색 머리의 앳되어 보이는 여인이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냉하영.
흑월회의 군사다.
“날 찾았다고?”“예, 교주님. 제 이름은 냉하영입니다.”공손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 그렇게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구만.”“과찬이십니다, 교주님.”공손천기는 냉하영을 슬쩍 훑어보며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불쑥 물었다.
“할아버지는 잘 계신가?”냉하영의 어깨가 살짝 움찔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공손천기와 냉무기와의 관계를.
세상이 모르는 비밀을.
“……예.”“언제 한번 만나고 싶구만.”“기회가 닿는다면…….”“그런가? 죽기 전에는 볼 수 있으려나.”공손천기는 그렇게 말하며 냉하영의 뒤편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그는 대단한 후계자를 찾았군.”“…….”냉하영은 공손천기의 시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아무리 시엽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동년배 사이에서나 그럴 뿐이었다.
천하의 공손천기의 감각까지 속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공손천기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냉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왕년의 야황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더 정진하거라.”[…….]시엽은 그림자 속에서 머리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공손천기는 스승인 냉무기도 인정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 이쁜 흑월회의 군사님께서는 무슨 볼일이 있어서 나를 찾아온 거지?”냉하영은 공손천기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본론이다.
하루 동안의 기다림이 헛되이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교주님께서는 이번 사건 뒤에 황궁이 있음을 알고 계셨습니까?”직설적인 물음.
냉하영의 질문에 공손천기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황궁이라…….”과연 제법이었다.
이 아이는 이번 제2차 정마대전의 배후를 캐고 다닌 모양이었다.
이 아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냉하영이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척계광. 제가 아는 것은 그자의 존재까지입니다.”“……많이 조사했구나.”“예. 그들의 손은 본 흑월회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더군요. 그것들을 모두 제거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그 과정에서 흑월회는 추혈군 상동하 장로라는 거목을 도려내야만 했다.
하나 냉하영은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그들과 연합해서 오지 않았던 것이겠군. 운이 좋았다.”냉하영은 빙긋 웃었다.
“천마신교의 교주님께 예의가 아닐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천마신교보다 황궁이 더 겁나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들을 등 뒤에 두고 천마신교와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솔직하군.”“예. 그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교주님은.”공손천기는 히죽 웃었다.
이거 제법 당돌한 계집이 아닌가?
자신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기까지 생각하던 공손천기는 문득 약을 올리고 싶어졌다.
“본 교의 후계자를 한번 만나보겠는가? 흑월회의 군사.”냉하영은 눈을 반짝였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기회였다.
그녀로서는 피할 이유가 없었다.
냉하영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공손천기는 웃었다.
둘이 만나면 제법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