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냉하영과 초류향의 재회(2014.04.14.)
그동안 냉하영은 초류향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 가지가 의문이었다.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
“너에 대해서 조사를 좀 했어. 그러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지.”초류향은 잠자코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이렇게 똑똑한 여자가 풀지 못하는 궁금증이 있었던가?
호기심이 생겼다.
“너 정말 무공을 익힌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거야?”진지한 표정.
그런 냉하영을 바라보며 초류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묻고 싶은 건 고작 그게 다인가?”“……고작?”냉하영은 황당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이게 어떻게 고작인가?
자신이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초류향은 정말 무공을 제대로 배운 것은 반년 전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벌써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열다섯 명 중 하나를 꺾은 것이다.
“하나 더 있지만…… 일단은 이게 제일 중요해.”그랬다.
이건 정말 냉하영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알아낸바, 너무도 황당한 결과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힌 지 겨우 반년.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네가 조사한 게 맞아. 난 무공을 배운지 일 년이 되지 않았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강호에서는 지금 초류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고수.
그것도 나이에 비해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고수가 아닌가?
다들 이 비정상적인 강함에 의문을 가졌고, 나름대로 초류향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그리고 도달한 황당무계한 결과.
‘무공을 익힌 지 고작 반년이라…….’그런데 본인이 순순히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순간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결국 냉하영은 믿기로 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제법 재미있네.”대다수가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강호에서는 단순히 무공만 강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머리도 필요했다.
냉하영은 초류향이 무공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아니, 이번에는 내가 질문할 차례야.”초류향의 말에 냉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초류향이 자신의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으니 이쪽 역시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좋아, 질문해.”어떤 것을 물어볼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때 초류향이 안경을 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이곳까지 찾아온 진짜 목적이 뭐지?”냉하영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무엇을 짐작하고 있기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자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찾아온 시점이 조금 묘하지. 그래서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무엇을…… 확실히 알아둘 생각이지?”초류향은 냉하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냉철한 시선을 냉하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러다 냉하영은 직감했다.
어쩌면 평생 동안 자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눈앞에 있는 바로 이 아이가 될 것 같다는 강한 예감.
“적과 아군을 확실하게 해 둬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지.”“…….”“흑월회는 우리의 적이 될 생각인가?”냉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즐거웠다.
정말 진심으로 즐거워졌다.
이 아이는 대체 어디까지 짐작하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이 굳이 입을 열어 설명하지 않아도 이렇게 속내를 잘 짐작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이었다.
“너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이곳에 천마신교와 동맹을 맺기 위해 왔어.”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의아한 일이었으니까.
그녀의 입장에서는 천마신교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위험한 도박에는 항상 막대한 보상이 따르는 법.
그 보상이 무엇일까?
“조건이 뭐지?”“모두 두 가지야.”냉하영은 소매에서 두 가지 문서를 꺼내 들었다.
미리 준비해 온 것이다.
앞의 한 장을 읽은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힘을 합쳐서 천하 사패를 견제하자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천마신교에게 요구하는 점은 둘의 동맹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것.
일종의 비밀 동맹인 셈이다.
이것은 제법 납득이 되었다.
서로 얻는 것이 있었으니까.
천마신교는 상대해야 할 적이 줄어들어서 좋고, 흑월회는 강대한 동맹이 생김과 동시에 모든 적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천하 사패는 흑월회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천마신교가 비밀만 지켜준다면 그 어떤 곳도 흑월회와 적이 되지 않았다.
‘과연 똑똑하군.’흑월회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동맹을 맺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서를 읽어 가던 초류향은 피식 웃었다.
“이건 무리한 조건이군. 우리가 그쪽의 사천 지역 사업 확장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어째서?”“흑월회의 도움이 없어도 사천 지역은 본교가 장악할 수 있어. 실제로 거의 끝났지. 정도맹은 이미 힘을 잃었으니까.”냉하영은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천하 사패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황궁은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천마신교는 황궁을 막을 수 없어. 그렇게 되면 군(軍)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테니까.”황실에서는 마교의 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외부로 그 세력을 크게 확장한다면 정말로 군대가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군대가 움직이면 제아무리 천마신교라 하더라도 풀뿌리조차 남기지 못했다.
“황궁은 움직이지 않아.”“……!”냉하영의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황궁이 움직이지 않는다니?
그걸 어떻게 확신한다는 말인가?
혼란스러워하던 냉하영이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건 본래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할아버지에게 얼마 전에 척계광이 다녀갔어.”“냉무기, 그 친구에게 척계광이 찾아갔다는 말이냐?”“예, 교주님.”갑작스럽게 불쑥 끼어든 공손천기를 보며 냉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공손천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놈은 헛걸음을 했겠군.”“네. 할아버지는 그의 제의를 거절하셨지요.”“현명한 판단이었다.”무슨 제의를 한 것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초류향 역시 그 제의 내용을 짐작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설령 제의를 수락했어도 마찬가지다.”“……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거야?”초류향은 빙긋 웃었다.
냉하영은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황실을 움직이는 사람이 척계광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관해서만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주호유.
그가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황실을 견제하고자 했다면 주호유를 먼저 경계해야 했다.
그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그의 생각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 주호유의 존재는 지금 완벽하게 숨겨져 있었다.
대장군 척계광이 본인의 존재를 사방에 드러내고 다니는 이유도 주호유의 존재를 자신의 그림자 속에 안전하게 숨기기 위함일 터.
“이유는 말해줄 수 없어. 현재 너는 그 정보를 대신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냉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황실이 움직이지 않을 확실한 근거.
‘그게 과연 뭐지?’만약 정말 그런 고급 정보가 존재한다면, 초류향의 말대로 그것과 교환할 만한 무언가를 냉하영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힐긋 공손천기의 표정을 살펴보던 냉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냥 단순한 짐작이지만 공손천기도 초류향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초류향이 아는 것을 공손천기가 모를 리가 없었다.
냉하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아쉽지만 두 번째 제의는 포기할게.”“잘 생각했다.”초류향은 빙긋 웃으며 한 장의 문서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남은 한 장은 공손천기에게 내밀었다.
공손천기 역시 그 문서를 검토해 본 후 희미하게 웃었다.
“이건 확실히 쓸 만한 제의로구나. 받아들이겠다.”공손천기는 제자의 안목이 쓸 만하다는 것이 기뻤고, 저 똑똑한 냉하영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든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정말로 황실의 움직임을 막을 방도가 제자에게 있는 것일까?
일단은 잠자코 문서에 교주의 직인(職印, 일종의 도장)을 찍고 냉하영에게 넘겨주었다.
냉하영 역시 한 장의 문서를 공손천기에게 건넨 다음 초류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노파심에 묻는 거지만 진짜 확실한 거지?”“물론. 이것을 거짓으로 말할 이유가 없지.”“……그건 그래.”냉하영은 그녀답지 않게 약간 떨떠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의외로 상대방이 가진 패가 자신보다 많았던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번 거래는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싶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초류향이 그녀의 뒤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지?”“……!”
냉하영의 동공이 순간 크게 확장됐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공손천기를 바라보았다.
공손천기 역시 냉하영을 바라보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내가 말해준 거 아니다. 오해하지 마.”“…….”그럼 대체 어떻게?
공손천기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시엽의 존재를 눈치챈 것일까?
시엽 역시 초류향을 바라보며 의혹에 찬 표정을 지었다.
‘분명 나는 영역 바깥에 서 있다.’저 아이의 영역.
그 바깥에 서 있었기에 절대로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본 것일까?
초류향의 시선은 정확하게 그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초류향이 모르는 상황에서 공손천기가 말해 주었다면 저렇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을 터.
시엽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며 스스로의 기둔술을 한번 점검해 보았다.
분명 적혈명조차도 자신의 존재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었다.
시엽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워질 때 초류향은 시엽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다.’시엽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투기는 도군 못지않았다.
아니, 저 정도라면 도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아래는 아니었다.
“내 안전을 책임져 주시는 분이셔.”“그래?”그렇다면 호위 무사라는 소리인가?
하지만 단순히 호위 무사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결코 호위 무사로 남아 있을 사람이 아니다.’초류향의 정관법으로 본 시엽의 수치는 무려 팔십일.
운휘보다도 윗줄이었던 것이다.
“난 가 볼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에는 이미 초류향의 시선은 냉하영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시엽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자와 싸워 보고 싶다.’얼마 전 도군과의 싸움에서 얻은 것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여태까지처럼 단순히 머리로 깨닫는 것이 아닌, 몸으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부숴버리고 싶다.’순간 파괴적인 열망이 몸 안에서 강하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초류향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너무도 선명한 투쟁심이었다.
어느새 초류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사람의 무림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보며 공손천기는 흐릿하게 웃었다.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직은 더욱더 성장해야겠지.’한창 힘에 자신감이 붙을 때였다.
여기서 그것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정말로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있었다.
외부의 자극은 받지만 결코 그것에 휘둘리지 않을 절제심이 필요했다.
공손천기는 멀어지는 시엽을 아쉬운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초류향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언젠가 붙어 볼 기회가 생길 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라.”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흑월회와 손을 잡았지만 영원한 친구는 없었다.
언젠가 분명 손을 섞을 기회가 생길 터.
‘기대된다.’초류향은 아직도 흥분으로 부르르 떨리고 있는 두 손을 꽉 움켜쥐며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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