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역사의 시작(2014.06.05.)
“소교주님이 위험합니다.”화령은 노진녕을 의방에 맡긴 후 곧장 선우조덕을 찾아가서 다급하게 말했다.
평소에 초류향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선우조덕이었으니 무언가 방도를 내놓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나 돌아오는 반응은 굉장히 애매모호했다.
“그래? 알겠다. 사람을 시켜 대비하라 일러 놓으마.”“……!”선우조덕이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줄 알았는데…….
잠시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던 화령은 선우조덕 역시 사대 세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조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교주님을 믿어도 되는 건가…….”화령이 보고하기도 전에 미리 상황을 알고 있었던 선우조덕이었다.
공손천기와 함께 있다가 초류향이 혼자 나가서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를 들었던 것이다.
그때에는 깜짝 놀라서 최대한 빨리 지원 병력을 보내려 했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공손천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잠깐만. 뭔가 이상하지 않아?”“무엇이 말입니까?”“이 녀석…… 왜 일부러 자기를 지키고 있는 호위 병력들을 하나하나 돌려보내는 걸까?”“그거야…….”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선우조덕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뭔가 계획하고 계신 게 있으시겠지요.”“역시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잠시 동안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고민하던 공손천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 이 녀석의 장단을 맞춰 줘야겠어.”선우조덕의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
“그러면 호위 병력을 보내지 않으실 겁니까?”“아니, 보내야지. 안 보내면 오히려 이 녀석의 장단에 맞춰 줄 수가 없으니까.”“그게 무슨…….”공손천기는 야릇하게 웃었다.
초류향이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던 것이다.
‘스스로의 몸을 미끼로 함정을 판 것이냐?’대단히 위험한 도박이었다.
하나 감당할 자신만 있다면 이건 제법 해 볼 만한 도박이 아닌가.
초류향을 죽이고자 하는 녀석들은 분명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 귀찮은 녀석들을 한 방에 일망타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그래…… 네 녀석은 성공할 자신이 있다 이거지?’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초류향을 믿고 장단을 맞춰 줘야 했다.
“병력을 보내 주긴 하되, 되도록 늦게 보내 줘야 해. 너무 빨리 움직이면 적들이 겁을 먹을 수 있거든.”“…….”“사대 세가의 녀석들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천하 사패 세력들도 적으로 등장할 텐데…… 분명 여기까지 계산에 넣어둔 것이겠지, 그 녀석?”“……교주님께도 사전에 언질이 없으셨습니까?”“응. 없었는데?”“그러면 소교주님이 정말로 위기에 빠진 거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공손천기는 선우조덕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옆에서 둘의 대화를 묵묵하게 듣고 있던 전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전 호법. 그쪽이 보기엔 어때? 내 제자가 고작 이 정도에 죽을 만한 놈인가?”전박은 그때까지 열심히 사천 지역 장악에 필요한 자금들을 계산하고 있다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우조덕 저 영감은 여전히 쓸데없는 걱정이 많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선우조덕은 전박의 태도에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걱정도 되지 않느냐? 사대 세가의 암살단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 알잖아?”“알지. 잘 알지.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 거다.”“…….”무심한 태도.
선우조덕이 할 말을 잃었을 때 전박이 문서들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면서 말했다.
“넌 암살단의 힘은 정확하게 알지만 소교주님의 힘에 대해서 모르니 걱정하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너는.”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전박은 선우조덕이 분노로 파르르 떨든 말든 자신의 일만 했다.
공손천기는 둘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다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전 호법이랑 같아. 그러니 약제당주는 알아도 모른 척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알겠습니다.”선우조덕이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하자 공손천기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전 호법도 말을 좀 곱게 해. 수십 년을 봐 왔으면서 왜 항상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하는 거야?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전박은 공손천기의 친근한 말투에 살짝 불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몸에 붙은 버릇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교주님.”“쯧, 맨날 자리에 앉아서 돈 계산만 하니까 그렇지. 영감들끼리 모여서 술이라도 한잔 하고 그래. 주 호법이랑 우 호법도 불러서 같이 놀면 좀 재미있겠어?”“그 무식한 놈들이랑은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얼레? 약제당주랑 같은 이야기를 하네?”“저놈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까?”“그래.”선우조덕은 자신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 공손천기를 보며 무안한 얼굴을 해 보였다.
“아무튼 이번 일에는 나서지 마. 내가 알아서 적절한 시기에 지원병을 보내도록 할 테니까.”“알겠습니다.”공손천기는 초류향의 계획을 염두에 두고 적절하게 움직일 병력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한데 그 대단한 공손천기도 여기에서 한 가지 실수를 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치명적인 변수를 계산하지 않았던 것이다.
* * *
화령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전박을 찾아가 보았고, 주상산 호법도 찾아가 보았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 역시 쉼 없이 찾아다녀 보았지만 다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교주님조차도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반나절 가까이 그렇게 돌아다니고 헤매고 나서야 결국 화령이 혼자서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뜻밖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길거리 노점에서 껄껄 웃으며 호탕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우 호법을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다.
그 큰 덩치는 멀리서 보아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화령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콰아아앙-!
우 호법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사나운 기세에 노점이 풍비박산 나며 사방으로 나뭇조각들이 튀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우호법이 화령에게 말했다.
“소교주님이 뭐 어떻다고?”화령은 우 호법이 뿜어내는 거친 기세에 숨이 막힌 얼굴로 더듬거렸다.
“지, 지금 생명에 위협을 받고 계실 겁니다.”“위치는?”“이곳에서 대략 동쪽으로 반나절 가까이 가시면 주포(州浦)라는 곳이 나옵니다. 거기에서…….”화령은 우 호법에게 초류향의 위치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때려죽일 놈들, 내 이놈들을 당장 갈아 마셔 버리겠다!”화령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우 호법은 노점상 주인에게 금화를 몇 개 던져 주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괴성과 함께 사라지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령이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있는 자리로 누군가가 바람처럼 다가왔다.
빠르게 다가온 그는 잠시 주변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화령을 발견하고 작게 탄식했다.
“이런……! 늦었구나.”주상산. 주 호법이었다.
그는 교주 공손천기의 은밀한 명령을 받고 우규호. 우 호법에게도 그 말을 전하려 했는데…….
너무 늦어 버린 것이다.
아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주상산은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쩝 하고 다신 후 화령에게 말했다.
“소교주님이 걱정되느냐?”“예.”본래는 소교주님을 암살하려던 암살자라고 들었다.
그런 주제에 꽤나 열심히 소교주님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던가.
비록 주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일을 그르칠 뻔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제법 기특하게 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네 주인님은 무사하실 거다.”“…….”이건 아까 전에 그렇게 냉담하게 말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가 아닌가?
주상산은 당황한 화령의 어깨를 툭툭 치며 흐뭇하게 웃었다.
자세한 상황은 설명해 줄 수 없었지만 주상산은 초류향이 이번 일로 크게 성장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주상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휘적휘적 분타로 다시 돌아갔다.
우규호를 말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가 도착할 쯤에는 이미 모든 일에 대한 결과가 나왔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했던 것이다.
* * *
마차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길 위에 거대한 나무와 바위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웅- 쿵쿵-!
마차의 진입로가 완전히 막히자 감녕은 마차를 멈춰 세우며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도 노골적인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인원이 많았다.
“무슨 볼일이지?”적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자가 감녕의 질문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질문이 필요해? 이 상황에서?”“……하긴 그것도 그렇겠군.”감녕은 최대한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그리려 했다.
하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
상대방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숫자가 너무 많아.’불리했다.
장소가 좁아서 그나마 방어할 면적은 줄어들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열 번을 막아도 한 번 뚫리게 되면 그것으로 끝이니까.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때.
마차 문이 열리고 초류향이 태연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감녕이 화들짝 놀라서 초류향에게 말했다.
“위험합니다. 이놈들은 저희들끼리 처리할 테니 마차 안에 들어가 계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괜찮습니다.”감녕은 입맛을 다시며 전음으로 속삭였다.
[놈들이 암기나 화살을 사용한다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예상 범위 안이었으니까.
잠시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초류향이 미소 지었다.
“저들은 오늘 찾아올 손님들 중 제일 약체입니다. 아마도 정도맹의 잔당들이겠지요.”“어린놈의 혀가 요망하기 그지없구나. 죽어서야 정신을 차리겠느냐?”초류향은 제일 전면에 서 있는 중년인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쪽에게는 볼일이 없습니다. 뒤에 중요하신 손님들이 남아 있으니 시간 낭비입니다.”“뭐? 시간 낭비?”다가오던 적들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초류향의 도발에 분노한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적들이 전면과 후면, 양쪽에서 동시에 몰아친 것이다.
“설마 이걸 믿고 큰소리친 겁니까?”“허세 부리지 마라, 꼬마야.”하나 그들을 바라보는 초류향의 시선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조금의 걱정도 근심도 없는 편안한 눈빛.
‘뭐야? 설마 습격을 미리 알고 있었나?’천마신교를 급습하던 정도맹의 무리들.
그들 중에 가장 전면에 서 있던 청성파의 태허 도인은 순간 불길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나 곧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뒤따르는 동료가 성공하면 된다.
어찌 되었건 저 어린놈의 목만 따면 이기는 승부인 것이다.
이곳에 모인 인원만 무려 사백 명이었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인원까지 하면 그 숫자는 더 많았다.
‘도군을 꺾었다고? 저런 어린놈이?’소문에는 항상 과장이나 허풍이 붙는 법이다.
태허 도인은 초류향을 보는 순간 소문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교의 소교주니까 제법 한가락 할 것은 분명할 터.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급하지만 최대한 고르고 고른 정예들만 추려 왔고, 정말 저놈이 소문대로 화경의 고수라 하더라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포위망을 구축했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좁은 골목이었으니 떼로 달려들면 눈먼 검에라도 맞아 죽을 것이다.
마차 주위를 호위하고 있던 마교의 졸개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꺼내 들었다.
막 충돌하기 직전.
초류향이 태허 도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선은 가볍게 한 방.”말과 동시에 초류향이 주먹을 가볍게 끊어 쳤다.
뻐엉-!
압축된 내력이 터져 나가며 전면의 좁은 골목으로 달려들던 인원을 덮쳐갔다.
태허 도인을 비롯해서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전면을 막아섰다.
하지만…….
콰아아앙-!
“크아악!”“커헉!”폭음과 함께 피 떡이 된 사람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며 초류향이 말했다.
“저에게 자비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무정하다 욕해도 좋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제가 갈 길이 보였으니.”가야 할 길은 명확했다.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전진만 하면 그뿐.
초류향은 양손을 들어 올리고 뒤쪽에서 덮쳐드는 사람들을 고요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입을 열었다.
“강한 것은 그 형태가 어떠했든 언제나 옳다는 스승님의 말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초류향.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인 강호의 첫 행보.
그 역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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