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중독(2014.06.09.)
초류향을 죽이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인에 대한 전문가들이 몇 날, 몇 주, 아니 몇 달 동안 아무리 궁리를 해 보아도 적당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초류향이 펼치는 진법은 거기에 대체 어떤 신묘한 재주를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즉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발동 속도가 빨랐다.
진법을 발동시키기 전에 죽이려 해도 초류향 스스로가 지닌 무력이 화경의 고수급이라 암습으로 죽일 수도 없었다.
결론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혼자서 죽일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숫자가 많으면 가능할까?
이것도 난감했다.
진법이라는 것 자체가 대량 학살에 아주 유용했기에 숫자로도 밀어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게 사기꾼이지. 다른 게 사기꾼이겠어?”외눈박이의 사내.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문서를 구기며 투덜거렸다.
그동안 가문에 해가 되는 많은 사람들을 어둠 속에서 처리해 왔다.
힘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항상 목표물은 그의 손에 죽어 나갔다.
천마신교의 주축이라 불리는 사대 세가.
그들 중에 천(天)가에 속해 있는 살인마 유운비(流雲飛)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저 꼬맹이는 인간미가 없어, 인간미가.”기회를 엿보다가 방심하는 순간 찌른다.
이것이 바로 암살자들이 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침이었다.
한데 저 꼬맹이 소교주는 심지어 방심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공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지독한 놈.”잠을 잘 때도 진법을 펼쳐 놓고 자는 것은 물론이고, 은밀하게 숨어서 접근하려고 해도 반경 사십 장(대략 백이십 미터) 안에만 들어서면 어떻게 눈치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신같이 그들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았다.
소교주 혼자만 해도 이렇게 힘든 판인데 더욱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소교주의 어둠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운휘의 존재였다.
같은 살수 출신이라 그런지 그는 아무리 뛰어난 은신술이라도 귀신같이 꿰뚫어 보았다.
몇몇은 초류향의 얼굴도 못 보고 조용하게 운휘의 손에 죽어 나갔던 것이다.
“그래도…….”지금이라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휘도 곁에 없고, 항상 무식하게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집 지키는 개. 노진녕이라는 놈도 없었다.
완벽한 혼자.
두 날개가 떨어져 나간 초류향의 곁을 지키는 것은 마라천풍대가 다였다.
하나 그들 정도는 애초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저 조금 거추장스러울 뿐.
정도맹의 고수들을 쓸어버리는 초류향의 압도적인 신위를 지붕 위에서 지켜보던 유운비는 낮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정도맹의 녀석들은 역시 미끼도 되지 못하는데? 이제 어쩔 거야, 그쪽은?”유운비가 바라보는 곳.
반대쪽 지붕 위에서 험상궂은 대머리 중년 사내가 히죽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쩌긴? 죽여야지.”“어떻게?”“왜 그래?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선수들끼리. 정말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지 마. 네놈도 찢어 죽이고 싶어지니까.”유운비는 대머리 중년 사내를 바라보다 슬쩍 웃었다.
저놈은 아마 용씨 세가의 암살자일 것이다.
인도(人屠, 인간 도살자)라는 살벌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놈.
둘 모두 상대방의 이름만 들어 본 사이였지만 서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이놈도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모양인데…….’지금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고뇌해 본 결과.
소교주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정말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니 걸 먼저 쓸래? 아니면 내 걸 먼저 쓸까?”“둘 다 같이 쓰지, 뭐.”“그것도 좋고.”둘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소매에서 꺼낸 물건을 초류향이 있는 곳을 향해 집어 던졌다.
* * *
초류향은 두 손을 들어 올린 상태로 앞뒤를 향해 벽을 밀듯이 밀어냈다.
그러자 덮쳐 오던 정도맹의 무인들이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뒤로 주르륵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 어어?”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인의 손에 떠밀리듯이 압도적인 힘으로 주르륵 뒤로 밀려 버린 것이다.
그렇게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졌을 때.
양쪽으로 길게 뻗었던 손을 천천히 회수한 초류향이 가슴팍 앞에서 두 손바닥을 세차게 부딪쳤다.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다시금 양손을 떼어 내며 앞뒤로 뻗었을 때.
초류향의 손에서는 붉은색 핏빛 강기가 파도처럼 뻗어 나갔다.
파괴의 극치라 불리는 수라환경.
그 악마의 무공이 세상에 다시금 나타난 것이다.
콰르릉-!
“으아아악!”“크하악!”애초에 저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초류향과 같은 화경의 고수뿐이다.
어설프게 팔다리로, 혹은 무기로 저것을 막으려 든 자는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깨어지고 터져 나갔다.
초류향은 그 험악한 광경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 오신 분들은 모두 절 죽이러 오신 것이니 저 역시 손에 사정을 두지 않겠습니다.”“으으…….”단 일격이었다.
그것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 떡이 되어 나뒹굴었다.
압도적인 무력 차이.
화경의 고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도군 임제학을 꺾은 초류향이다.
그 무력이 약하다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정도맹은 초류향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엄청나다.’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감녕조차도 마른침을 삼키며 소교주의 신위를 멍하니 감상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초류향이 움직이기 편하게 길을 터놓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스윽-
그때 초류향은 앞뒤로 뻗었던 손을 부드럽게 회수하며 다시금 가슴팍 앞에 모았다.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초류향은 두 손을 빠르게 비비며 손끝에 기운을 모았다.
우우웅-
음울한 소리와 함께 시뻘겋게 일렁거리는 기운이 손톱처럼 길게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한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떠오를 때.
초류향이 선언하듯이 짧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모두 이곳에서 죽습니다.”이들은 모두 적.
자비도, 동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적에게 베풀 아량은 더 이상 초류향에게 없었다.
초류향은 손끝에 예리하게 맺혀 있는 강기의 손톱을 앞뒤로 크게 휘둘렀다.
빈 허공을 날카롭게 할퀴어 버린 것이다.
수라환경에 포함되어 있는 강력한 초식들 중에서도 광범위한 학살력만 보면 능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식.
하늘을 찢어 버리는 아수라의 발톱.
‘참혼수라.’콰지지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앞뒤로 뻗어 나간 다섯 줄기의 강기가 공포로 굳어 있던 정도맹의 고수들을 휩쓸었다.
“크아아악!”“끄, 끄으으…….”궤적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이들을 난도질하며 지나간 아수라의 발톱은 사람들을 도륙한 것도 모자라 양쪽 길을 막고 있던 돌벽마저 무너뜨렸다.
쿠르릉-!
“커헉!”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돌벽 밑에 깔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초류향은 마차 지붕 위로 몸을 옮긴 후 사방에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때.
피이잉-
무언가가 초류향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져 왔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마라천풍대원 하나가 재빨리 검을 뽑아 그것을 잘라 냈다.
암기로부터 소교주를 보호하려 한 것이다.
파팍-
양쪽으로 베어진 물체에서 푸른빛의 안개.
아니, 푸른빛의 가루가 사방에 퍼졌다.
그것을 지켜본 감녕의 얼굴이 대번에 변했다.
“독이다!”멀리 떨어져 있던 감녕이 호흡을 멈추고 내력을 뿜어내 가루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초류향 역시 소매를 크게 휘두르며 도왔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
“크윽!”최초로 독주머니를 잘라 냈던 마라천풍대원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중독된 것이다.
단 한 모금.
한 모금뿐이었는데 절정 고수를 중독시킬 만큼 치명적이었다.
마라천풍대원은 금세 코와 입에서 시커먼 피가 흘러나오며 천천히 바닥에 무너졌다.
감녕의 얼굴이 일그러질 때.
초류향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준비하세요. 이제부터 진짜가 옵니다.”감녕은 소교주의 말을 듣고 옆을 보았다.
무너진 벽 너머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그들은 거의 궤멸되다시피 한 정도맹의 고수들을 베어 넘기며 무심하게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대머리 중년 사내.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정도맹 고수들의 머리통을 마치 무 뽑듯 뽑아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촤아아악-!
고통으로 일그러진 머리통을 들어서 흔들어 보이며 대머리 중년인이 웃었다.
“낄낄낄. 과연 제법이야, 소교주. 가문의 콧대 높은 어르신들이 밤잠을 설칠 만해.”“…….”“근데 말이야…….”살기로 희번덕거리는 눈을 들어 초류향을 바라보던 대머리 중년인은 헤벌쭉 웃으며 허리춤에 매여 있던 식도를 꺼내 들었다.
“너 중독됐지? 그치?”“…….”초류향은 아무 말도 없이 대머리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머리는 식도를 흔들다 그 칼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이건 주방에서 고기를 해체할 때 쓰는 거야. 이걸로 네 살코기를 발라 줄게. 그러면 어르신들이 좋아하겠지. 낄낄낄.”“…….”한마디 쏘아줄 법도 한데 초류향은 아무 말도 없이 특유의 덤덤한 눈으로 중년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나 초류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그의 전신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감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로 중독되셨다.’큰일 난 것이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내력을 운용해서 독 가루를 밀어낼 때 중독된 모양이었다.
한데 화경의 고수도 중독시킬 정도의 독이라니…….
감녕이 사대 세가의 치밀한 준비성에 이를 갈 때.
사방에서 은신하고 있던 무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에는 선우세옥도 있었다.
“사대 세가의 그림자들이 한곳에 모인 것은 처음이네.”선우세옥은 빙그레 웃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항상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등장한 것을 보며 감녕은 낮게 말했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교주님이 너희들을 끝까지 찾아내 복수해 주실 것이다.”“지금 네놈 목숨이나 걱정해, 멍청아. 살지도 죽을지도 모르는 놈이 남 걱정이나 하고 있어.”감녕은 어금니를 깨물며 놈을 노려보았다.
외눈박이 살인마.
유운비는 자신을 쏘아보는 감녕을 비웃어 주며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당장에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 같은 비루한 노인 하나가 골골거리며 서 있었다.
“그나저나 단리세가도 급하긴 했나 보네? 은퇴한 살수 단리경까지 여기에 보낸 걸 보니까.”“흘흘…….”노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으며 그저 지팡이로 바닥을 가볍게 몇 번 탁탁 튕겼다.
그러자 단단한 암석덩이로 이루어진 바닥에 깊숙한 구멍이 생겼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 것이다.
“귀여운 영감탱이. 지금 재롱부리는 거야? 응?”유운비가 단리경의 행동에 농담을 하고 있을 때.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초류향은 천천히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저들의 눈은 정확했다.
초류향은 확실히 중독되었던 것이다.
내력이 흩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대체 어떤 종류의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안에 파고들어 아귀처럼 내력을 잡아먹으며 흩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초류향이 예상했던 범위 바깥의 일이었다.
“근데 누가 저 꼬맹이의 목을 딸 거야?”외눈박이가 말하자 사대 가문의 암살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꺼림칙한 얼굴.
막상 죽이려니 여러 가지 걸리는 점이 많았던 것이다.
감녕은 그들의 태도를 보다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라. 너희들이 감히 교주님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여기서 더 일을 진행시키다간 너희 소속 가문은 멸문을 당할 것이다.”사대 가문의 암살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충고하는 감녕을 재미있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 병신이 지금 뭐라는 거야?”대머리 중년인이 말하자 외눈박이가 대꾸했다.
“저 멍청이는 아직 모르나 봐.”감녕은 자신의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자 의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아무리 사대 가문이 막 나간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면 소문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소교주님을 상하게 했다가는 그 뒷감당을 대체 어찌할 생각인 걸까?
교주님의 분노를 피할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감녕이 혼란스러워할 때.
외눈박이가 그를 비웃으며 말해주었다.
“우리 친절하신 교주님께서 직접 사대 가문에 공문을 보낸 걸 아직 몰랐나 보네? 비공식적으로 소교주를 암살하려 하는 건 자기의 이름을 걸고 묵인해 준다고 하셨지.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낸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 같으신 교주님께서 직접 저 꼬맹이를 죽이는 걸 허락하셨다 이거야.”“……!”충격적인 말이었다.
감녕이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때 눈을 감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초류향이 눈을 떴다.
그리고 멈춰 있던 두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