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균열(2014.07.17.)
소소는 맨 처음 자신의 몸뚱이에 박히는 침을 보며 신기하다는 눈빛을 해 보였다.
하나 그것도 잠시뿐.
곧 어마어마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흘러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컥!’입을 열어 비명을 토해 내고 싶었지만 소소는 그러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분명히 가만히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소소가 고통을 참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이상한 영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어떤 노인이었다.
‘누구지?’아는 사람일까?
고개를 갸웃거려 보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표정하고 무덤덤한 얼굴.
언뜻 보기에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인상의 노인이었다.
하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차츰 따스한 눈길로 변해 갔다.
‘아는 사람이야.’소소는 확신했다.
노인을 보자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노인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소소의 몸뚱이가 잉어처럼 펄떡이며 부들부들 떨렸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움이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왔던 것이다.
[반드시 살아남거라.]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말과 동시에 소소는 전신을 가늘게 떨며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소소의 상태를 가만히 지켜보던 곽운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순간적으로 대법이 깨어질 뻔했다.
그 정도로 소소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덧없음을 깨닫고 가만히 흘려보내야 한다. 거기에 휩쓸리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어, 이놈아.”곽운벽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쉽지가 않은 일임은 본인이 가장 잘 알았던 것이다.
다시 소소의 몸에 침을 박아 넣으며 곽운벽이 말했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과거에 불과하다. 바꿀 수가 없는 일이니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아라.”소소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 영상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장난기 가득한 중년인이 등장했다.
이번에도 아는 사람이 분명했다.
중년인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속이 따스해졌으니까.
시종일관 악동 같은 웃음을 짓고 있던 중년인의 얼굴에 차츰 슬픔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는 소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힘들면 나를 원망해도 좋다. 제자야.]머리 위에 놓인 중년인의 손에서 따스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그 기운은 머릿속에 거대하고 단단한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함부로 넘어설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높은 벽.
소소는 그 벽 너머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등바등 매달려 벽을 넘어가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벽의 높이가 너무나 높아서, 소소가 넘어가기에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겨우 중간 넘게 왔을 뿐이다.
아직도 절망적으로 많이 남았지만 소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눈앞에 있는 이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난 할 수 있어.’소소는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러다 잠시 고개를 들고 자신이 매달려 있는 벽을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벽을 바라보던 소소는 갑자기 한쪽 주먹을 움켜쥐고 벽을 세차게 내려쳤다.
퍼석-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대신 주먹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하지만 소소는 개의치 않았다.
‘넘지 말고 부숴야 해.’이 거대하고 높은 벽은 애초에 아무도 넘어설 수 없었다.
처음부터 넘지 못하는 벽이었던 것이다.
이 벽은 넘는 것이 아니라 때려서 부숴야만 했다.
그래야 벽 너머의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퍼억-! 뻐억-!
주먹을 휘두르는 소소의 동작이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만큼 벽의 균열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소소는 갈등했다.
그러다 결국 벽에 매달려 있던 나머지 한쪽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 순간 몸이 급격하게 아래로 추락했다.
하지만 소소는 웃었다.
‘이거야.’그동안 바랐던 것.
바로 이거였다.
쿠웅-
지면에 발이 닿자마자 소소는 벽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 댔다.
벽에 차츰차츰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 사이로 소소의 주먹과 발이 파고들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소소의 귓가에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제 모든 시간을 소교주님께 드리겠습니다.]복면을 하고 있는 사내.그가 소소를 향해 절을 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자 소소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하나의 이름.
‘……운휘?’복면을 한 사내의 이름은 운휘였다.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운휘는 복면을 벗으며 그를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적어도 저보다 먼저 죽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주군.]소소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쫓기며 벽을 후려치고 있는 손과 발에 힘을 더했다.급했다.
운휘가 죽는다.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더 늦어 버리면 그렇게 된다.
‘나 때문이야.’전력을 쥐어짜 벽을 후려치던 소소는 갑자기 눈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벽이 진흙처럼 물렁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소는 망설이지 않고 그 물렁해진 벽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러자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며 엄청나게 밝은 빛이 소소의 전신을 덮쳐 왔다.
* * *
곽운벽은 지친 얼굴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 있는 멍청이의 몸뚱이에는 이미 수백 개의 침이 박혀 있었고, 그곳에서는 시커멓게 죽은피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곽운벽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눈을 빛냈다.
‘지금쯤 과거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겠지?’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들춰내어 처음부터 새롭게 보여 주는 작업.
본인조차 잊어버렸을 기억을 끄집어내서 강제로 반추(反芻,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생각함)하게 만드는 것.
곽운벽이 소소에게 한 일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것은 실로 쉽지가 않은 작업이었고, 실패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은 일이었다.
‘하지만 성공했지.’보통의 경우는 고통 때문에 참지 못해서 실패하거나 집중력이 깨져 버리곤 했다.
성공하는 경우가 좀처럼 없었던 것이다.
그 드문 경우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멍청이였다.
‘깨어나면 어떻게 될까?’이놈이 깨어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깨어날 수 있을까?
과연 벽을 돌파했을까?
곽운벽이 흥분한 얼굴로 소소를 살펴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곽유환과 춘삼이 들어왔다.
“헛!”춘삼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소소의 전신에 빽빽이 박혀 있는 침을 보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놀란 것이다.
놀란 것은 옆에 있던 곽유환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곽유환은 방 안에 있는 누군가 때문에 춘삼보다 사태 파악을 빨리 끝냈을 뿐이다.
“아버지!”곽운벽은 반응하지 않았다.
단지 광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소소를 뚫어져라 살펴보고 있을 뿐이다.
곽유환은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분명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저것은 대체 무엇을 해 놓은 것일까?
멀쩡하던 아이의 상체에 저렇게 많은 침을 박아 놓다니?
“……실험을 해 보았다.”“예?”“과연 화경의 고수는 다르구만. 클클클.”곽운벽은 음흉하게 웃으며 그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웃음에 섞여 있는 만족감을 읽은 곽유환은 얼굴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신 겁니까? 저 청년은 괜찮은 겁니까?”소소라는 청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그의 상체에는 빽빽하게 침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침이 꽂혀 있는 자리마다 검붉은 피가 흘러나와 굳어 있었다.
‘혹시 어딘가 잘못되는 게 아닐까?’몹시 불안했다.
아들의 그런 기색을 읽었음인지 곽운벽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저놈은 깨어날 거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지겠지. 그건 장담하마.”“…….”“화경의 고수가 다르긴 달라.”곽운벽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버렸다.
지친 것이다.
그가 소소에게 펼친 대법은 엄청난 체력과 심력이 필요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더 이상 곽운벽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나머지는 저놈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곽운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코까지 골며 잠이 든 것이다.
그 모습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곽유환은 자신만큼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는 춘삼에게 곧장 다가갔다.
“치료를 하신 모양입니다.”“치료요? 저게?”“……예.”“애 하나를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고 지금 치료라고 하는 겁니까?”곽유환은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시며 입을 열었다.
“저희 성심원에서 최고로 의술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그분이 행하신 일이니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 겁니다.”춘삼은 분노했다.
아픈 것을 낫게 하려고 찾아온 것인데, 이건 아예 생사람 하나를 잡게 생긴 것이다.
춘삼은 씩씩거리며 퍼질러 자고 있던 곽운벽을 옆으로 멀찍이 밀었다.
그래도 곽운벽은 깨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었다.
‘망할 영감탱이.’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소소가 저렇게 고통스러운 얼굴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걸까?
곽유환을 바라보자, 그가 찔끔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저놈도 모른다, 이거지?’춘삼은 부득부득 이를 갈며 기다렸다.
일단은 소소가 깨어나 봐야 알 수 있는 일인 것이다.
* * *
소소가 깨어난 것은 꼬박 하루가 지나서였다.
맨 처음 그가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곽운벽이었다.
“일어났느냐?”“…….”“그래, 벽 너머는 어떻더냐?”소소는 곽운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복잡했다.
무언가 뿌옇게 일어나서 머릿속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정리해야만 했다.
소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춘삼이 그새 일어나 그의 앞을 막아섰다.
“정신이 돌아왔느냐? 몸은 좀 괜찮고?”소소는 잠시 멈칫하더니 춘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춘삼은 안도한 얼굴을 해 보였다.
다행히도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때 소소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춘삼이 소소의 말에 깜짝 놀란 얼굴을 할 때.
소소가 그 곁을 스쳐 지나가며 입을 열었다.
“저 잠시…… 생각합니다.”춘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아마도 잠시 혼자서 생각하겠다는 뜻 같았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말도 못 하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하루아침에 말문이 트여 버리니 춘삼은 너무 놀랐다.
비록 그것이 제대로 된, 유창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뜻은 확실하게 전달이 되었다.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과연 이것이 좋은 일일까?
저 녀석이 훌쩍 떠나 버린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춘삼이 복잡미묘한 얼굴로 앉아 있을 때.
곽운벽이 뒤에서 중얼거렸다.
“아직 상태가 완전하진 않구만.”“예?”“너도 지금 봐서 알겠지만 저 녀석, 아직 불안정해. 벽을 완전하게 돌파한 건 아닌 모양이다.”그게 무슨 말일까?
춘삼이 의아한 얼굴을 할 때.
곽운벽이 소소를 뒤에서 지켜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것도 얼마 안 가겠지. 벽을 완벽하게 돌파하진 못했어도 저 정도면 곧 모든 기억을 되찾을 거다.”“그 말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해 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어르신?”“그렇지. 누가 강제적으로 막아 놨던 것을 열었으니까. 약간의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모든 것을 다 기억할 거야.”춘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게 된다면 소소가 떠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멀어져 가는 소소를 춘삼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만든이 한 마디
자꾸 써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텍본 만드는 이유가 내 소장용으로 만든거여서 zzz
자, 갑자기 너무 먼치킨으로 가면 안 되니 불완전하게 벽을 깨뜨렸다고하네.
내 생각에는 조금 지나면 그냥 완전하게 날로 먹을 것 같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