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63)
제163화 이별과 만남(2014.07.31.)
초류향은 댕기 머리 소녀가 건네는 물건을 받고 잠시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부러진 안경과 거무튀튀한 팔찌 한 쌍.
둘 모두 자신의 물건이 맞았다.
“정말 떠나는 거야, 소소 오빠? 아빠가 또 거짓말을 하는 거지? 응?”초류향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 필사적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윽-
손을 뻗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류향이 말했다.
“미안해. 늦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담백하면서도 묵직한 저음.
주근깨 가득한 소녀는 처음으로 듣는 초류향의 목소리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이었구나.”“응.”“다시 돌아오는 거야?”초류향은 소녀의 질문에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던 초류향은 소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내며 씁쓸하게 말했다.
“돌아와도…… 예전의 내가 아닐 거야.”“괜찮아, 기다릴게. 나 기다릴 수 있어. 그런 거 잘하니까.”“…….”“엄마가 그랬는데 오빠 같은 사람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래. 나도 공감했어.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오빠 주변의 공기만 달랐거든. 기억을 잃어서 매일 바보처럼 웃고 있었어도 그런 건 숨길 수가 없었으니까.”“…….”“그때부터 오빠가 나 같이 평범한 아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그런 거 아니야, 하월아.”초류향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소녀.
춘하월(春夏月)은 초류향의 소매를 놓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는 소소 오빠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알고 있어? 그거 진심이었어. 헤헤.”하월은 민망한 듯 웃다가 불쑥 초류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위험한 일을 하러 가는 거지, 오빠는?”초류향은 잠시 멈칫했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 누가 자신의 적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누가 적이 되었든 위험한 일을 하게 되리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무사해야 해, 소소 오빠.”“……!”초류향은 잠시 멍청한 얼굴로 춘하월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하월이 한 말이 기억 속의 무언가와 겹쳐서 들렸던 것이다.
-반드시 무사하셔야 합니다, 주인님.어느 단편적인 장면과 함께 떠오른 음성.
어딘가 매우 익숙한 울림이었다.
그것의 누구의 음성인지 깨닫자 초류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화령…….”“응? 왜 그래?”춘하월이 물어보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방금 전에 떠오른 기억들을 억지로라도 붙잡아 그것들을 연결해 보려 한 것이다.
하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주 작은 단편적인 기억.
아마도 대단히 강하게 인상에 남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떠오른 모양인데…….
이상하게도 그것과 연결되는 다른 기억들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초류향은 절망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단 하나의 장면만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분명 죽어 가고 있었다.’기억 속의 화령은 엄청난 부상을 당한 상태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비릿한 피 내음과 함께 화령의 걱정스러운 눈빛만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초류향은 미칠 듯한 기분이 되었다.
‘왜 이런 것만 떠오르는 거지?’자신이 이렇게 멀쩡하게 있을 수 있던 이유.
그것이 그를 지켜 주던 사람들의 희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니 문득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이거였군요. 스승님.’초류향은 공손천기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그 말뜻을 이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아직은 아닙니다.’지금은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았다.
두 눈으로 직접 진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했다.
초류향이 그렇게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힐 때.
춘하월이 입을 열었다.
“밥은 먹고 갈 거지, 오빠?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초류향의 이마에 송골송골한 땀을 까치발을 한 채로 닦아 주던 춘하월.
소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 가서 아프지 말고, 밥은 항상 제때 챙겨 먹고. 알겠지?”초류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춘하월이 하는 말은 다행히도 기억 속에 있었다.
백치처럼 헤실헤실 웃고만 다니던 지난 오 년간.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항상 해 주었던 말이었으니까.
“알겠어.”“말로 대답하니까 되게 이상하다, 오빠.”“그런가?”초류향은 어색한 듯 목덜미를 가볍게 긁으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해 놓은 밥 식겠다. 이번에 엄마가 엄청나게 준비했을 거야. 그러니까 어서 가자, 오빠.”“그래.”초류향과 소녀는 다락방에서 내려와 아래로 향했다.
소녀의 예상처럼 식탁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춘삼과 그의 부인이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끝났니?”“응, 엄마.”“그래. 그럼 먹자.”초류향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식사 시간은 조용하게 끝이 났다.
평소와 다름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도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초류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가만히 앉아서 춘삼의 가족들을 지켜보았다.
춘삼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식사가 끝난 뒤로도 한동안 모두가 젓가락만 깨작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초류향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온다고 확실하게 장담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저음.
그것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 기억은 잊지 않겠습니다.”소중한 기억들이었다.
사라진 오 년 동안의 기억들 중 억지로 겨우겨우 붙잡아 놓은 따스한 추억들.
절대 잊어선 안 될 기억이었다.
초류향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운데로 모아 읍을 해 보인 후 약간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보중하세요.”“……돌아온다고 장담할 순 없어도, 네가 건강할 거라는 건 확신해도 되겠니?”춘하월의 엄마.
그녀의 물음에 초류향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그럼 됐다.”초류향은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결국 속으로 삼킨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미친 듯이 내달렸다.
쐐애애애액-
그의 몸이 하나의 화살이라도 된 듯 질풍처럼 쏘아져서 사라져 갔다.
초류향이 사라진 빈자리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춘삼이 가볍게 중얼거렸다.
“갔네.”“응.”“소소가 정말 가 버렸어.”“정신 차리고 내일 일 나갈 준비나 해요. 아빠.”춘삼이 세상 다 산 듯한 얼굴로 늘어져 있을 때.
춘하월은 초류향이 앉아 있던 의자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오빠는 돌아올 거예요. 일이 다 끝나면.”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녀는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기다리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 * *
초류향은 미친 듯이 내달리다가 눈앞에 거대한 호수가 나타나자 멈칫했다.
그리고 달빛 아래 일렁거리는 호수를 잠시 멍하게 바라보았다.
호수의 내부는 시커먼 밤하늘처럼 어두웠지만 그 수면만큼은 달빛이 은은하게 부서져서 고요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부터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 가야 한다.’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혼자서 무언가를 완전하게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던 것 같았다.
항상 주변에서 누군가 도와주었고, 그 보이지 않는 도움들이 그동안 그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야 해.’감상에 빠지는 건 나중으로 미뤄 두어야 했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초류향은 울렁거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제하며 일단 소매의 물건들을 꺼내 보았다.
오른쪽 유리가 완전히 부서진 안경과 한 쌍의 팔찌.
초류향은 팔찌를 양손 팔목에 끼운 후 잠시 기다렸다.
전신의 기운들 중 일정량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멈추자 초류향은 마른땅에 앉아서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 듯 오른쪽 안경 부분을 완전히 부숴 버렸다.
빠직-
부서진 부분은 바닥에 묻었고, 왼쪽의 멀쩡한 부분만 조심스럽게 소매에 챙겨 넣었다.
그 상태로 잠시 호수를 바라보던 초류향은 일의 순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차분하게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정리가 끝나자 초류향은 입을 열었다.
“나와라.”아무도 없는 텅 빈 산속의 호수.
그곳에서 초류향의 말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초류향은 기다렸다.
그러고도 대답이 없자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애초에 내 곁에서 멀리 떠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숨어 있지 말고 나와.”[…….]저 멀리.
호수의 반대편에서 무언가 작은 생물체가 불쑥 나타났다.
달빛을 받아 은은한 흰빛을 띠고 있는 작은 생물체.
막수였다.
초류향이 호수 반대편에 있는 흰색 토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기억이 돌아온 게 확실한가 보네?]무언가 불만으로 가득한 음성이었다.
조금 더 고생하기를 바란 것일까?
“네가 인간의 일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막수는 멀찍한 곳에 떨어져서 앞발로 턱을 긁으며 대꾸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비웃음이 새어 나왔다.하등한 인간의 일 따위, 막수 입장에서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도와줘.”[…….]막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초류향을 응시했다.
그 오만방자하던 놈의 입에서 저런 말이 흘러나오자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저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애송이, 너는 그럼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이냐?]“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고 했지?”[그래, 있지.]묵룡의 여의주.확실히 탐나는 물건이긴 했다.
“그것을 주마.”[…….]이거면 막수가 환장하고 덤벼들 것이라 초류향은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별 필요가 없는 물건이지만 저 녀석은 그 쓰임새와 활용법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힘을 회복하는 것에 목숨 걸고 있는 저 녀석이라면 분명 욕심을 낼 만한 물건이었다.
한데 막수는 초류향의 예상과는 달리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그게 다냐?]초류향은 살짝 당황했다.하나 그 당황함을 숨기고 마른침을 삼킨 후에 입을 열었다.
“……그게 가장 필요한 거 아니었나? 그것 때문에 내 곁에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젠장, 그랬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확실히 그랬다.]“그 외에 무언가를 더 바라는 거라면…….”초류향은 빈손을 보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너도 알겠지만 지금은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군.”막수는 탐색하는 눈으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초류향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막수다.
그동안 쭈욱.
초류향이 기억을 잃고 백치가 되어서 멍청한 짓을 하고 다닐 때부터 줄곧 곁에서 지켜보아 왔으니까.
“여의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필요해.]“그걸 준다니까?”[…….]막수는 초류향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낮게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 망할 자식아! 그걸 처먹고 아귀처럼 다 소화시킨 주제에 어떻게 토해 내겠다는 거냐?]“뭐?”여의주를 다 소화시켰다니?그게 무슨 말일까?
[이 튀겨 죽여도 시원치 않을 자식!]막수는 억울하고 분한 듯 한동안 씩씩거리다가 결국 호수 위를 깡충깡충 뛰어왔다.빠르게 다가오는 막수를 보던 초류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막수의 전신에서 엄청난 힘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과거에 보았을 때보다 힘의 크기가 월등히 커져 있었던 것이다.
초류향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을 때.
막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망할 인간아. 난 이미 힘을 회복했다.]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걸까?달에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뭐지?
초류향이 그런 의문 섞인 표정을 하자 막수가 입을 열었다.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막수는 초류향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자신의 토실토실하고 복슬복슬한 앞발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이 굴욕적인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야 한단 말이다!]“…….”‘귀여운데 그게 왜?’라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한 초류향이었다.만든이 한 마디
자, 여의주도 소화 시키고 수라환경에 월인도법에 진법에 불완전하지만 공손천기의 깨달음도 기연으로 먹었다.
제대로 먼치킨 시작이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