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초류향은 알고 있다(2013.03.11.)
천마신교의 주인 공손천기.
그는 자신을 찾아온 건장한 체구의 노인을 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우 호법.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우 호법이라 불리는 노인.
그의 본명은 우규호(右揆護)다.
천마신교가 세상에 자랑하는 세 명의 화경의 고수들 중 한 명이자 공손천기를 어린 시절부터 곁에서 모셔왔던 충신 중의 충신이다.
“교주님의 강녕해 보이시는 모습을 보니 속하는 기쁠 따름입니다.”“나야 항상 건강하지. 일단 여기 앉아.”“예.”
우 호법은 공손천기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공손천기는 손수 찻주전자를 들어 그의 찻잔을 채워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오는 동안 일이 있었다며?”“일……이라뇨?”“있었잖아. 괜찮아 말해봐.”“아, 예 뭐…….”“말해 보라니깐.”“그……그게 아미파의 여승들을 말하시는 거군요.”“그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대충 들어서 뭔 말인지 모르겠던데.”긴장한 우 호법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를 뜨거운 줄도 모르고 한입에 꿀꺽 털어 넣고는 입을 열었다.
“그 아해들이 본교의 욕을 하길래 가서 좋게 타일렀습니다, 허허.”“좋게 타일렀다고? 몽땅 때려죽인 게 아니고?”“헉! 무슨 말씀을…….”공손천기의 말에 우 호법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사래를 쳤다.
“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함부로 손에 피를 묻히진 않습니다, 교주님.”공손천기는 가늘게 뱁새눈을 뜨고 우 호법을 노려보았다.
우 호법이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자 공손천기가 입을 열었다.
“겸아.”[예, 교주님.]“지금 이 늙은이가 하는 거짓말이 사실이냐?”우 호법은 당황한 얼굴로 공손천기의 뒤쪽 공간을 쏘아보았다.
그 험악한 시선을 받은 임학겸이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는가?
[……예. 일단은……, 사실입니다.]“호오? 일단은 사실이다? 그럼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구만. 그리고 굳이 전음으로 이야기할 필요 없다. 우 호법 앞에서 네 은신술은 장난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임학겸은 고개를 끄덕이고 모습을 드러냈다.우 호법은 화경의 고수다.
그의 초감각 앞에서 임학겸의 은신술은 잔재주에 불과할 터.
“학겸아. 말을 잘해야 될 거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우 호법이 넌지시 이야기하자 임학겸은 난처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이건 욕만 안 했지 노골적인 협박이 아닌가?
“우 호법, 지금 누구 앞에서 수작질이야? 감이 떨어졌나 보지?”“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교주님. 으허허헛.”우 호법이 어색하게 웃으며 잔뜩 움츠린 얼굴을 할 때 임학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속하가 보고받기론, 말씀대로 죽이지는 않으셨고 팔십 명의 비구니들 단전 모두를 손수 파괴하셨다고 들었습니다.”“뭐? 팔십 명? 그 아이들 단전을 손수 파괴했다고?”“예.”공손천기가 ‘니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우 호법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래로 숙인 채 작게 말했다.
“본교의 욕을 하길래 참지 못하고 그만…….”“욕 좀 한다고 대뜸 단전부터 다 부숴 버리나? 다 큰 어른이 그러면 안 되지. 좀 관대해져 봐. 그러니까 본교가 애들한테 쌍욕을 먹는 거야.”“……죄송합니다, 교주님.”공손천기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데 혈랑대(血狼隊)에 있는 아이들 전부를 데려왔던데, 정도맹이랑 한판 해 볼 생각인가 보지?”우 호법은 공손천기의 질문에 고개를 들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파의 허접 쓰레기들이 감히 교주님의 주변에서 얼쩡거린다는 보고를 받고 데려왔습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이번 기회에 검황의 목을 따다 드리겠습니다.”삼황의 한 명인 태극검황.
정도맹의 주인인 그의 목을 가져다준다는 말에 공손천기는 피식 웃었다.
하긴 가능할지도 모른다.
천마신교의 십대무력단체들 중 최강의 전력이라는 혈랑대가 아닌가?
소속인원 모두가 절정의 고수이거나 일류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고수들.
그들이 무려 오백 명이나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이다.
“자넨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만. 조금 감탄했어.”공손천기는 그제야 자신의 찻잔에도 차를 따르며 말을 했다.
“본교는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면 안 돼. 그건 잘못된 과거의 반복일 뿐이야. 악순환이지.”공손천기는 역대 교주들 중에서도 그러한 생각이 가장 확고한 온건파에 속했다. 힘을 숭상하고 피의 율법이 지배하는 천마신교에서 그의 그런 견해는 전례가 없을 만큼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해가 안 된다.’우 호법은 사실 교주의 그런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전력을 가늠해 보면 지금의 천마신교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손천기는 강호로 나가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주님. 그들이 조용히 지내려는 저희를 계속해서 먼저 도발하지 않았습니까? 본교는 방어 차원에서 독하게 손을 썼을 뿐입니다.”공손천기는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 솔직히 몇 번을 빼면 놈들이 항상 먼저 우리를 건드려 왔지.”“이번 기회에 본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곳 기련산에 몰린 인원들을 몰살시킨 후에 곧장 사천으로 내려가 정파 놈들의 씨를 말려 버릴 생각입니다.”우 호법의 살기 가득한 말에 공손천기는 이번에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근데 그렇게 되면 균형이 무너져.”“균형 말씀이십니까?”“그래. 본교와 흑월회, 그리고 정도맹의 균형. 지금의 이 완벽한 균형이 무너지면 그때는 서로가 아귀처럼 싸우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정도맹과 흑월회는 물론 본교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될 꺼야.”“그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큰 것?”“천하일통! 본교가 중원으로 나가는 것 말씀입니다.”공손천기는 이 혈기를 주체 못하는 노인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불쑥 말했다.
“자네는 좋겠구만, 아직도 혈기가 왕성해서.”“중원 진출은 본교의 오랜 숙원이 아니겠습니까?”“자네는 본교의 아이들이 몰살되는 것도 각오하겠다는 말인가? 중원에 나가려면 최소한 수천 명은 죽을 거야. 어쩌면 더 죽을 수도 있지.”“본교의 아이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교주님. 강호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키워왔습니다.”공손천기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나치게 건강한 놈들이 대부분이지. 그래서 나는 더 걱정이다.”우 호법은 이번이 기회라 생각했다.
지나치게 중원 진출에 조심스러운 교주님을 설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에 본교에서 데려온 아이들은 그동안 교주님께서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키운 아이들 아닙니까? 이럴 때 써먹기 위해 키운 것이 아니었습니까?”써먹지 않으려는데 대체 왜 혈랑대라는 역대 최강의 무력단체를 손수 키웠던 것일까? 우 호법의 머리로는 도무지 교주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힘이 없는 정의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지. 그래서 키운 거야. 뭐, 자네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자는 의미도 있었고.”“허면 이번에 놈들이 공격해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소한 반격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공손천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나도 지금 그게 고민이야. 그래도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더니 결론이 나왔지.”“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속하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교주는 분명 소극적으로 방어만 하자고 할 것이다.
그건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지만 교주님의 명령은 우 호법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다.
‘방어를 하면서 적들을 박살내는 것까지 말리시진 않겠지?’물론 그 참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정파의 고수라는 놈들을 겸사겸사 죄다 쓸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우 호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명령이 떨어졌다.
“놈들이 만약에 공격을 해온다면 우리는 도망을 치자.”“……?”우 호법은 자기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기…….”“우리 애들 빠르잖아? “…….”재차 이어지는 교주의 말에 우 호법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뻘뻘 흘러내린다.
“지, 진심……?”“자네는 내가 언제 농담하는 것 봤나?”꿀꺽.
그랬다.
매사에 장난스럽고 건성건성인 듯 보이는 교주였지만, 중요한 사안을 놓고 이런 묵직한 농담을 던질 사람은 아니었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해주시지…….’도망이라니?
역대 최강의 무력단체인 천마신교가 적을 눈앞에 두고도 등을 보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게다가 교주도 이 자리에 있는데?
만약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우 호법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본교에게 함부로 덤비진 않을 거야. 내 말은 어디까지나 최악을 염두에 두란 말이야, 우 호법.”‘도망치는 것보다 최악이 어디 있답니까?’차라리 떼 몰살을 당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우 호법은 넋 나간 얼굴로 이어지는 교주의 명령을 듣고 앉아 있었다.
***
달리는 마차 안.
그 안에서 초류향은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냉하영이라 했었나.’마차를 타기 전에 그녀가 말했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나가 충고 하나 할게.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강호야. 그리고 강호는 힘이 전부인 세상이지. 네가 어떻게 해서 그 사람의 기척을 찾은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힘이 없으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어. 그러니까 행동 조심해. 명 단축할 일 함부로 하지 말고.]그녀의 말이 옳다.그래서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스승님의 물음에 초류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했습니다.”“이제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고 하더구나. 기대되지 않더냐?”스승님은 그답지 않게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모습이었기에 초류향은 스승님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천하제일진법.
그것 때문에 저렇게 흥분되시는 걸까?
그런데 이어지는 조기천의 말은 초류향에게 있어서 정말 의외였다.
“도착하게 되면 곧장 천마신교의 교주를 만난다고 하더구나.”천마신교의 교주?
단지 그를 만난다는 것이 저토록 흥분이 되는 일이었던가?
“그는 여태껏 외부에 그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던 자다. 어떤 인물일지 기대가 되지 않느냐?”천마신교의 교주는 신의 대리자다.
그리고 강호에서는 엄청난 고수로 통했고, 최강의 무력단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었다.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평소에 늘 침착하시던 조기천 스승님이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흥분할 정도였던가?
초류향의 기색을 읽은 것인지 조기천이 재차 입을 열었다.
“종교라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것이다. 생각해 보거라. 단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당금 황실에 계신 황제폐하께서도 쉽게 하지 못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게 종교 아니더냐?”확실히 그랬다.
단 한 사람에게 너무나도 엄청난 힘이 쥐어져 있는 비현실적인 형태.
그것이 종교였고, 현재 천마신교의 모습이었다.
“지금 마차를 몰고 있는 엄승도를 잘 보았느냐?”“예?”무슨 말일까?
초류향이 의아한 얼굴을 하자 조기천은 약간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아마 대단한 고수일 게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고수겠지.”엄승도가 대단한 고수라는 사실.
그의 진면목은 초류향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고수가 지금 마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수발을 다 들어주기도 했지. 이건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생각해 보니 스승님의 말씀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교주가 가진 지배력이라는 게 그만큼 대단하다는 소리겠지. 이래서 종교가 무서운 것이다.”사실 조기천이 천마신교의 교주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외에도 더 있었다. 오래 전 과거부터 황실에서는 천마신교를 마교로 규정하여 정말 무시무시한 탄압을 해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 적이 없었다. 성공은커녕 교주의 그림자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교주라는 자를 보게 된 것이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지요.”엄승도가 마차를 세운 후 마차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차 밖으로 커다란 장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천마신교의 감숙분타이자, 교주 공손천기가 임시로 묵고 있는 장소였다.
‘이곳에 교주가 있다.’초류향 역시 흥분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강함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갔던 엄승도가 왠지 애매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그는 조기천과 초류향을 보더니 서둘러 표정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노사. 교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엄승도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자 그곳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조기천과 초류향을 대전 안에 데려다 준 엄승도는 곧장 바깥으로 나갔다.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 여긴 탓이다.
‘저자가 교주인가?’입고 있는 의복이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듯한 우락부락한 근육의 노인. 큰 체구에 이글거리는 호목(虎目:호랑이 눈)이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교주의 상징인 흑룡포(黑龍布)를 입고 대전의 중심부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근엄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 평범한 인상의 중년인이 그들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흑룡포를 입고 있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교주 공손천기외다. 그대들이 이번에 본교의 행사를 도울 사람들인가?”초류향은 눈을 빛냈다.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초류향은 본인도 모르게 정관법을 사용해서 교주를 응시하게 되었다.
***
우 호법은 지금 죽을 맛이었다.
팔자에도 없는 흑룡포를 입고 교주 행세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냥 정체를 드러내시지 왜 나한테…….’교주가 왜 번거롭게 이런 일을 꾸미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껏 진법이나 파훼하러 온 사람들이 아닌가? 강호인들도 아니니 굳이 정체를 숨기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
[표정 관리하자, 우 호법. 지금 와서 들키면 개망신이잖아?]우 호법은 교주의 전음에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늙은 놈 하나와 어린 놈 하나.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데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 호법은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려야만 했다.
‘어라?’어린놈의 시선이 자기가 아닌 뒤에 서 있는 교주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시선에 당황스러운 건 우 호법만이 아니었다.
‘어쭈?’눈치 챘다고는 보기는 어려운데 뭔가 이상하다.
누가 봐도 지금의 공손천기에게선 교주의 위엄이나 무인의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평범함 그 자체.
있는 듯 없는 듯한 희미한 존재감만이 전부였다.
그에 비해 앞에 있는 우 호법은 정말 교주에 잘 어울렸다. 그는 외모와 풍채뿐 아니라 가만있어도 전신에 넘치는 박력과 패왕의 기운이 느껴졌다.
[교주님…….][일단 티내지 마라. 눈치 챘을 리는 없잖아?]우 호법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일단 자리에 앉으시오. 간단하게 다과를 준비했으니 이야기는 다과를 나누면서 하도록 합시다.”우 호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서 있던 공손천기가 앞으로 나가며 손수 찻주전자와 다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 호법은 그 모습을 보며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공손천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미리 준비한 그것들을 조기천과 초류향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막 돌아서려는데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저기 이분은…….”“아, 그분, 아니 그 사람 말인가? 허허, 우 호법이라 하네. 내가 소개하는 것을 깜빡 잊었구만. 내 일을 도와주는 아주 성실한 사람이지.”“우 호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공손천기는 우 호법인 척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읍을 해 보였다.
조기천은 그런 공손천기를 향해 담담히 마주 읍을 해 보였지만 초류향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전신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공손천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기천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을 때.
읍을 하고 있던 공손천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우 호법, 이거 아주 재미있는 물건이 들어왔구만.”공손천기는 당황해 하는 우 호법을 쳐다보고는 곧 의뭉스런 시선으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초류향의 얼굴이 해쓱하게 질렸다.
“꼬마야, 신안(神眼)은 대체 언제부터 트였느냐?”그 질문이 끝나는 순간 초류향은 결국 정신을 잃고 혼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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