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창천무애검법(2014.08.28.)
초류향은 여전히 남궁옥빈 곁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남궁옥빈은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세가의 방비를 확인하고 다녔다.
단 한 곳이라도 소홀함이 없는지 꾸준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남궁옥빈을 지켜보며 초류향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은밀하게 남궁세가를 돕는다.’초류향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남궁세가를 돕는 이유는 간단했다.
황실의 시선을 이쪽에 묶어 두기로 한 흑월회와의 거래 때문이다.
하나 현재의 초류향으로서는 스스로의 정체를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기에 그를 대신해서 황실과 전면에서 싸워 줄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남궁세가는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이다.’초류향은 마음을 굳히고 나서 새삼스럽게 남궁세가의 저력을 떠올려 보았다.
단일 세력으로는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무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 남궁세가였다.
무력도 무력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혈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집단이기에 남궁세가의 단결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니 초류향이 보았을 때 남궁세가는 여러모로 최적의 방패인 셈이다.
‘황실로서도 안휘성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다음의 행보가 무척 어려워지겠지.’때문에 그들도 이번에 전력을 다 투입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초류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누구지?’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좌측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윤호.’창천검군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엄청난 기세.
그가 기세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자 검 끝처럼 벼려진 그의 몸 주변에 거친 검풍이 휘몰아쳤다.
초류향은 그런 창천검군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평가했다.
‘최소한 도군 정도의 고수.’도군 임제학과 맞먹는 기세였다.
하나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창천검군을 응시하던 초류향은 이윽고 자신의 판단을 조금 수정했다.
‘어쩌면 도군보다 조금 윗줄일지도 모르겠군.’삼황의 바로 아랫줄.
저 정도면 오제와 맞먹는 실력이 아닌가?
힘을 억누르고 있을 때는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기운을 끌어 올리니 명확히 보였다.
그때, 남궁옥빈에게 다가온 창천검군이 우뚝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시선에서 초류향은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초류향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그랬기에 최대한 기척을 억누르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거리를 벌리는 것이다.
창천검군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없다?’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있을 텐데?
남궁윤호는 자신에게 다가와 안부 인사를 하는 남궁옥빈을 보며 입을 열었다.
“별일 없었느냐?”“예, 할아버님.”“흠…….”남궁옥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천검군이자 그의 할아버지인 남궁윤호가 어째서 이렇게 사나운 얼굴로 이곳까지 달려왔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창천검군의 뒤쪽으로 남궁세가의 수뇌부들이 몰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지.”“……별일 아니다.”남궁윤호가 기세를 끌어올리고 어딘가로 뛰어나가자 모두가 영문도 모르고 뒤쫓아 온 상황이었다.
위급 상황이라도 발생한 줄 알고 다들 당혹스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 때.
남궁윤호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기세를 서서히 죽였다.
‘놈은 분명 이곳에 있다.’보이지는 않았지만 남궁윤호는 확신했다.
놈은 아직 이곳에 있다.
그리고 숨죽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잡아낸다.’남궁윤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주변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초류향은 갑자기 남궁윤호가 장악하고 있던 영역이 확 쪼그라들자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초류향이 고민하고 있을 때, 남궁윤호는 마음속에서 한 자루의 검을 불쑥 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주변으로 빠르게 휘두르며 먹잇감을 찾기 시작했다.
초류향은 대경실색했다.
‘영역의 밀도를 좁혔다?’넓은 범위를 한 번에 탐색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아예 밀도를 좁힌 후에 그것을 휘둘러 주변을 꼼꼼하게 탐색하는 게 아닌가?
‘이런 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했구나.’이렇게 영역을 다루는 방법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초류향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리려 할 때.
갑자기 창천검군의 좁아진 영역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분명 창천검군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초류향의 은신술은 완벽했다.
시엽에게서 본 것을 응용해서 자신의 몸에 맞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간파가 된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해결해도 될 문제였다.
우우웅-
갑자기 창천검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운이 초류향을 향해 똑바로 쏘아져 왔다.
‘헛!’이건 피할 순 없었다.
피하려고 큰 동작을 취하면 걸려드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초류향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자신에게 뿜어져 오는 기운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창천검군이 눈을 번쩍 뜨며 검집을 세차게 때렸다.
촤앙-!
창천검군의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이 벼락같은 기세로 초류향을 향해 쏘아져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궁옥빈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뢰격세!”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절대검법.
창천무애검법 중 가장 강력한 비검술(飛劍術, 검을 뽑아서 날리는 검술)이 바로 뢰격세다.
전설상의 이기 어검술과 비슷한 수준의 검술인 것이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빈 허공이 깨어지며 누군가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났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청년.
그는 놀랍게도 지척에서 창천검군의 검을 막아 낸 것이다.
창천검군은 튕겨 나온 검을 재빠르게 회수하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누구냐?”“…….”촤촤촤촹-!
남궁세가의 무인들 모두가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청년을 포위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적에 당황했지만 모두가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초류향은 대답하지 않고 난감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도와주려다가 도리어 봉변을 당하게 될 판이었다.
‘누구지?’
남궁옥빈은 상대방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언뜻 보기에도 대단히 젊어 보이는 사내였다.
어떤 은신술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겹겹이 펼쳐진 포위망을 뚫고 이곳까지 온 것을 보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모두가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초류향은 잠시 고민하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의 소매를 거칠게 뜯어냈다.
부우욱-
그 후 그것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린 후 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그를 포위한 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남궁옥빈도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초류향은 마음을 굳혔다.
‘피해야겠군.’괜한 다툼은 피해야 한다.
남궁세가를 도우러 온 것이지 상하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초류향이 그렇게 마음먹고 슬쩍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이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똑같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포위망을 유지했다.
다시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이자 그들 역시 똑같이 딱 한 걸음만큼만 움직였다.
그 꼼꼼한 움직임에 초류향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그렸다.
‘진법인가?’초류향은 몰랐지만 지금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진법인 제왕검진을 펼쳐 놓고 있었다.
쉽게 빠져나갈 수도, 부술 수도 없는 강력한 병영진법.
‘하지만…….’초류향 앞에서 진법을 펼친 것은 실수였다.
주변을 꼼꼼하게 둘러보던 초류향은 가볍게 몸을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불쑥 미끄러지듯이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헛!”남궁세가의 고수 중 하나가 빠르게 접근한 초류향을 향해 다급하게 검을 휘둘렀다.
초류향은 그것을 손바닥으로 비껴 흘리며 가볍게 그를 뛰어넘으려 했다.
하나…….
콰콰콰콰-!
초류향은 좌측에서 뻗어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느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창천검군이 기회를 엿보다 일격을 날린 것이다.
‘검해(劍海, 검의 바다).’창천무애검법이 궁극에 달하면 한 자루의 검으로 수십, 수백 개의 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검의 바다가 되어 적을 완벽하게 격살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창천무애검법의 궁극.
‘창천무애검법은 변검(變劍)의 극치.’일단 한번 펼쳐지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알려진 남궁세가 제왕검의 최고봉이었다.
초류향은 얼굴을 찡그렸다.
저걸 그대로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릴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초류향은 회피를 포기하고 신중한 얼굴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눈을 빛냈다.
‘미쳤군.’검해는 강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무공이다.
같은 강기가 아니면 막을 수조차 없는 것이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은 통째로 난자당할 뿐이다.
다들 그렇게 예상하고 있을 때, 느릿하게 뻗어 나간 초류향의 손에서 우윳빛처럼 맑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수강!”손에 강기를 덧씌우는 것.
놀랍게도 저 젊은 청년은 화경의 고수였다.
남궁세가 무인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지켜보는 사이, 검의 바다 속을 파고든 청년의 손이 파도를 헤집는 잉어처럼 사방으로 움직였다.
그 화려한 움직임에 모두가 경악할 때.
갑자기 청년의 손이 검해의 한복판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푸슛-!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청년의 손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나 청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더욱 깊숙이 손을 밀어 넣었던 것이다.
창천검군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그 순간 청년이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촤아악-!
피가 튀고 청년은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거칠게 밀려들어 오던 파도도 멈춰 섰다.
주변에 있던 남궁세가 무인들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저, 저저!”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세옥이 탄성을 내지르며 놀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청년의 손은 비록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창천검군의 검날을 쥐고 있었고, 그 검날은 마치 거인의 손에 잡힌 것처럼 옴짝달싹하지도 못했다.
청년과 마주한 창천검군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침중한 음성.
아무리 힘을 주어 봐도 그의 검을 쥐고 있는 청년의 손은 요지부동,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실로 엄청난 힘.
“…….”초류향은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윽고 차분하게 움직여서 포위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화경의 고수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모두 목숨을 걸고 일전을 벌일 생각인 것이다.
‘곤란하게 되었다.’이들과 싸워선 안 된다.
황실과 싸워야 할 이 시점에서 치명적인 전력손실은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법을 생각해라.’만약 창천검군이 남궁세가의 고수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이들 모두를 죽이지 않는 이상 포위망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들은 설혹 자신들이 모두 죽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 점이 바로 초류향을 힘들게 만들었다.
‘죽일 순 없다. 그렇다고 포위망을 돌파할 수도 없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초류향의 귓가에 누군가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별 재미있는 짓거리를 다 하고 다니는구나, 애송이.]막수였다.초류향은 눈을 깜빡이며 저 멀리 떨어진 지붕 위에 있는 하얀 토끼를 바라보았다.
토끼는 아래를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어떻게 거기에서 빠져나올 생각이냐? 모두 죽일 테냐?]초류향이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그는 이미 그 정도의 실력이었으니까.
하나 초류향은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말 최악의 경우였다.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초류향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피투성이가 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모두가 그 행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
스으으으-
초류향은 갑자기 허공에 둥근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느릿하게 원을 그리던 초류향은 잠시 멈칫하더니, 원이 있던 부분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내려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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