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73)
제173화 반격의 계획(2014.09.04.)
“네놈은 참으로 염치도 없는 놈이구나.”“……미안해요, 영감님.”“어떤 게 더 큰 일인지 파악을 못 하겠느냐? 네놈에게는 소교주님의 목숨보다 네 사부의 목숨이 더 소중하더냐? 응?”노진녕은 우 호법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이,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참아, 원래 이런 놈이야.”노진녕은 우 호법이 게거품을 물며 화를 내자 그제야 아차 싶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주 호법에게 말했다.
“그래도 거짓말은 못 하겠어요, 주 영감님. 정말로 저한테는 제 사부님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 소중했어요.”주 호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했다.
“이해한다. 슬프겠구나.”“…….”노진녕의 얼굴이 흐려졌다.
아직도 사부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는 노진녕이었다.
주 호법은 그런 노진녕을 이해했다.
노진녕은 천마신교의 그 누구와도 친분이 없었다.
그에게는 오로지 사부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부였으니 노진녕으로서도 자신이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그렇다면 어떻게든 혈수광마의 소재를 파악해서 그를 구출했을 텐데…….
이런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는 법이다.
주 호법이 속으로 한숨을 내쉴 때.
우 호법은 길길이 날뛰며 입을 열었다.
“미친 주가야! 네놈은 이걸 어떻게 이해한다는 말이냐?”“이놈아, 그럼 이해해야지 어쩌겠느냐? 이미 지나간 일인 걸.”“그래도 이놈아! 소교주님이 이놈 때문에 지금 크나큰 곤경에 빠진 걸 모르느냐? 생사를 장담할 수가 없단 말이다!”“알아. 그러니까 이제라도 해결하려고 이놈도 반성하고 온 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만해라. 처분은 나중에 소교주님이 하실 거다. 네가 할 일이 아니야.”“그, 그건 그렇지만.”주 호법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노진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에 대한 척살령이 떨어지자마자 엄가 애송이 놈이랑 임가 놈이 본교에서 축출을 당했다.”노진녕은 눈을 깜빡거렸다.
엄 씨랑 임 씨라니 누구를 말하는 걸까?
잠시 생각하던 노진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엄승도랑 임학겸이요?”“그래. 그놈들이 본교에서 쫓겨났지.”“그 형씨들이 왜요? 뭐 잘못했어요?”“아니, 일부러 축출당한 거다. 내가 조금 도와줬지.”일부러 축출을 당한다니? 왜?
노진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 호법은 그가 예전부터 멍청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소교주님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다. 이제는 숨어서 찾을 시간이 없거든. 녀석들은 대놓고 소교주님을 찾아다닐 테니……. 그쪽으로는 능력이 있는 놈들이니까.”“소교주님은…… 아직도 백치예요?”주 호법은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금 초류향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선 백치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소교주님이 정신이 멀쩡했다면 그들도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는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주 호법은 노진녕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소교주님 가족들의 신변만 신경 쓰느라 네 사부는 따로 챙기지 못했다.”“…….”노진녕은 주 호법이 정말로 미안한 얼굴을 해 보이자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저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며 치솟아 오르는 것을 억누르는 게 최선이었다.
“임학겸과 엄승도가 분명 소교주님을 찾을 게다. 그놈들은 그쪽 방면에서는 도가 텄으니까 작정한다면 금세 찾을 거다. 그러니 너는 그놈들과 연락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찾아라.”“다른 사람이요?”“그래.”“누구요?”주 호법은 노진녕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운휘. 그 녀석을 찾아야 한다.”“운휘!”“추격했던 놈들의 말을 들어보니 치명상을 입히긴 했지만 그놈의 시체를 끝내 찾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럼 놈은 분명히 살아있다. 내가 그놈을 지켜봐 왔기에 확신할 수 있다. 그놈은 겨우 이 정도 일로 죽지 않는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 병신이 되어서라도 악착같이 살아남았을 놈이다.”“그렇죠. 그 녀석 생긴 거랑 다르게 지독한 놈이니까.”“그래, 그놈은 그런 놈이다.”주 호법은 운휘에게 약간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운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련을 해 온 사람이 주 호법이었다.
교주 공손천기에게 운휘를 보일 때까지 주 호법은 그를 차기 소교주로 만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가 결국 소교주가 되지 못하고 밀려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누구보다도 아쉬워했던 사람 역시 주 호법이었다.
‘하지만…….’초류향을 보고, 그 넘치는 재능을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아낀 사람도 주 호법이었다.
운휘와 초류향.
그 둘 모두, 제자가 없는 주 호법에게는 진정으로 각별한 느낌이 있었다.
“네가 강호에 나가서 꼭 해야만 할 일이 있다.”“뭡니까, 영감님.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당연히 시키는 대로 해야지, 이놈아.”우 호법이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핀잔을 주자 노진녕은 매정한 영감탱이라고 속으로 우 호법을 욕했다.
“분골쇄신해라. 네놈이 한 짓은 소교주님이 용서한다 하더라도 내가 용서 못 해!”“그만해라. 애 기죽이지 말고, 이놈이 온 덕택에 한결 계획이 쉬워지지 않았느냐?”“그건 그렇지만…….”주 호법은 노진녕에게 눈짓으로 우 호법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다음 입을 열었다.
“강호에 나가서 한바탕 실컷 휘저어 줘라. 네 이름을 강호 전체에 알려야 한다.”“그러면 돼요?”주 호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된다. 그럼 녀석이 알아서 너를 찾아올 거다.”“……이건 근데 만약인데요, 영감님. 정말로 그놈이 죽었으면 어떻게 해요?”노진녕의 질문에 주상산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으스스한 눈빛으로 노진녕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그놈은 귀신이 되어서라도 널 찾아올 거다.”“으억!”“헛소리하지 말고 나가서 시키는 대로 해라. 운휘가 너를 찾아올 수 있게. 그래서 함께 합류해서 다시 본교로 찾아오거라. 너희들과 함께 소교주님이 돌아오신다면 모든 결과를 다시 뒤엎을 수 있을 테니까.”주 호법과 우 호법이 그래도 제법 순순히 사대 세가의 조건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사대 세가는 이제부터 각자 교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어둠 속에서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그들의 세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것이고, 그 틈에 모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괜히 늙은 생강이 무서운 게 아니지.’주 호법은 흐릿하게 웃었다.
사대 세가는 그들을 너무 얕봤다.
그들도 강호에서 오랜 시간 굴러먹은 노강호가 아닌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인 것이다.
주상산을 비롯하여 보수파의 전력들은 그렇게 은밀하게 반격의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 * *
“찾았습니다.”“그래요? 생각보다 금방 찾았네요?”냉하영은 수하가 건네는 보고서를 받아 읽으며 흡족한 얼굴을 해 보였다.
찾아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찾아낸 것이다.
흑월회의 정보력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것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그녀를 보던 수하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의외의 변수 때문에 찾기 쉬웠습니다.”“변수요?”“예. 그들이 본 흑월회 소속 문파인 구룡문을 건드렸더군요.”냉하영은 멈칫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구룡문이요? 얼마 전에 멸문을 당했다던 거기?”“예. 그 흉수가 바로 수라마군이 찾고 있던 그자였습니다. 범인을 조사하다가 우연하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당혹스럽군요.”냉하영은 눈썹을 모으며 곤란하다는 듯 혀를 찼다.
구룡문의 멸문은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아무 문제도 없던 문파가 아닌가?
그것도 흑월회에 소속된 거대 문파 중 하나였는데 뜬금없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너무도 큰일이었기 때문에 흑월회에서도 보복을 위해 이를 갈면서 그 흉수를 찾고 있었다.
“이유가 뭐래요? 그가 구룡문을 친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런 고수가,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도 모자랄 고수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수하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것이…… 조금 애매합니다.”“애매하다?”“예. 먼저 시작은 구룡문이 했습니다. 지금 그 운휘라는 자가 몸을 숨기고 있던 흑룡문을 쳤더군요. 자기 영역에서 갑자기 세력을 넓히는 흑룡문이 못마땅했던 거지요. 이쪽 세계에서는 상당히 흔한 일입니다. 단지 그들의 실수는 그런 조그마한 곳에 그렇게 엄청난 고수가 있었는지 몰랐던 것뿐이지요.”냉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어도 나머지는 대략 짐작이 갔던 것이다.
“보복 차원에서 움직인 거군요.”“예. 보복 차원이긴 한데…… 너무 사안이 커져서…… 아시겠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그랬다.
이 문제는 대충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흉수를 알았는데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흑월회가 우습게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 바닥에서 장사는 포기해야 한다.
‘난감하네.’흑월회는 사파의 여러 문파들이 힘을 합친, 연합의 성격이 강했다.
사파의 거대 문파들은 오로지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고, 흑월회는 그들에게 안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 주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여태껏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흑월회의 지시대로 움직여 줬던 것이다.
한데 방패막이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한다면?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냉하영은 고민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제아무리 운휘가 화경의 고수라 하더라도 흑월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처리하기 쉬운 존재였다.
손바닥 하나로 하늘을 가리긴 어려운 법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냉하영은 입을 열었다.
“지금 수라마군은 어디 있죠?”“안휘성에 있습니다. 남궁세가 측과 협력해서 황실을 묶어 둘 모양입니다.”“그가 우리와 약속했던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까요?”수하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예. 그가 정말 군사님께서 말씀하셨던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어 줄 겁니다.”한 달.
약속했던 기간은 딱 한 달이었다.
한 달이면 냉하영이 계획했던 큰 그림에 대한 결과물이 어느 정도 나온다.
“황실에 대한 공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그것도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저희 쪽에서 밀어주고 있는 관리들의 입김이 생각보다 빨리 거세지고 있어서 아마 척계광은 실각당할 겁니다.”냉하영은 화색을 띠었다.
이건 좋은 소식이었다.
그 악마 같은 척계광만 떨어져 나가 준다면 더 이상 무서워할 존재는 없었다.
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은 냉하영이 보기엔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는 곳일 뿐이었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냉하영은 작게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에 연락하세요.”“무엇을 말입니까?”“운휘의 행방을 찾았다고. 그에 대한 정보를 천마신교 측에 넘겨주세요.”수하는 냉하영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눈을 반짝였다.
‘차도살인.’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타인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이는 계책).
훌륭한 방법이었다.
자신들이 나서기엔 애매한 일이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일을 처리할 속셈인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천마신교가 운휘의 행방을 알게 된다면 전력을 투입해서라도 죽이려 들 것이다.
“아, 그리고 군사님께서 흥미를 가지실 만한 정보가 있습니다.”“뭔가요?”“안 그래도 천마신교에서 저희 측에 공문을 보내왔습니다.”수하가 건네는 보고서를 받아 읽으며 냉하영은 눈을 빛냈다.
“정보의 출처는 확인해 보았나요?”“예. 그 작업을 진행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척살령이라……. 이거 정말 재미있군요.”냉하영은 입가에 비웃음을 그렸다.
천마신교에서 보낸 협조 공문.
수라마군 초류향에 대한 척살 문서였다.
아마도 이 문서는 정도맹과, 북해빙궁, 남만야수문에도 보내졌을 것이다.
“그들은 수라마군이 백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재미있었다.
일이 너무 재미있게 돌아가서 냉하영은 입가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에 바빴다.
이런 재미있는 일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군사의 자격이 없었다.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냉하영은 당금 강호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그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역시 이빨이 빠지긴 했어도 천마신교였다.
천마신교는 지금도 그렇지만 차후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들의 힘을 조금 줄여 볼까?’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줘야 했다.
그들의 전력을 확실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치명상.
냉하영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운휘와 수라마군이라는 확실한 패를 들여다보며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