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새로운 정보(2014.09.08.)
천마신교에서 나온 협조 공문은 무림 전체를 술렁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라마군이 천마신교에서 축출당했다!]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천마신교에서는 수라마군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수라마군이 누군가.
천마신교의 다음 대 주인.
소교주가 아닌가?
그런 그에게 떨어진 척살령은 모두에게 신선한 사건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협조 공문은 곧 전 무림으로 퍼져나갔다.
운휘는 자신에게까지 돌아온 협조 공문을 읽고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빠르다.’게다가 지나치게 공개적인 움직임이 아닌가?
위험했다.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갈 곳이 없다는 것.
이것은 앞으로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운휘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질 때.
흑룡문주가 들어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무슨 일이지?”운휘가 자신이 들고 있던 협조 공문을 구겨 버리면서 묻자 흑룡문주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운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문주는 허락을 받고 나서도 잠시 망설였다.
어쩌면 이 질문을 하게 되었을 때.
운휘가 자신을 죽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알아 둬야 한다.’흑룡문주는 조심스럽게 운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찾고 계신 분이 수라마군입니까?”“…….”운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평소의 담담한 눈빛 그대로 흑룡문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표정으로는 질문의 답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랬기에 흑룡문주는 재차 물었다.
“맞습니까?”“…….”운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죽여야 할까?
이 사실이 초류향에게 피해가 갈 것인가?
운휘는 선뜻 판단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이놈이 더 멍청했다면 좋았을 것을…….’안타까웠다.
만약 이 녀석이 더 영악한 놈이었다면 자신이 수라마군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때, 모르는 척 발을 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놈은 그러지 않았다.
굳이 자신에게 찾아와 확인을 하려 한 것이다.
‘목숨을 걸었느냐?’흑룡문주도 분명 운휘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했다.
질문 하나에 목숨을 건 것이다.
‘멍청이.’운휘는 눈앞에 있는 이 바보 같은 녀석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새 정이라도 들어 버린 거냐?’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운휘는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짧지 않았던 모양이다.
예전이었다면,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망설여졌다.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이 녀석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운휘가 서늘한 눈으로 흑룡문주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흑룡문주가 결심한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이 누구를 찾든, 그것에 어떤 이유가 있건, 저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찾는 사람이 수라마군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운휘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흑룡문주가 한 말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운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은 진짜다.’이놈은 진심으로 그 대상이 수라마군이라 하더라도 찾아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 멍청이가 아닌가?
“……이 일과 연관되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단지 그것만으로도 너는 죽을 수 있다.”흑룡문주는 운휘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운휘가 그를 걱정하는 게 신기했던 것이다.
늘 얼음장같이 냉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이 아닌가?
한데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어도 정이 들긴 들었던 모양이다.
“형님은 제가 죽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실 겁니까?”운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우두커니 흑룡문주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적어도 이 일로 인해 네가 나보다 먼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결국 운휘는 눈앞에 있는 이 아둔한 녀석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흑룡문주 역시 운휘의 말 속에서 그 뜻을 읽었기에 함박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습니다.”운휘는 가타부타 말없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이제 시간이 없다. 천마신교가 직접 움직였다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온다.”천마신교는 결과가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안이 사안인 만큼 척살조가 작정하고 움직일 것이고,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화경의 고수라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보다 더 빠르게 초류향을 찾아야 했다.
‘방법을 바꾼다.’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쓸어 모아서 초류향을 찾아야 할 때였다.
거기에 따라오는 위험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운휘는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가며 속도를 높였다.
얼마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천마신교의 추적자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 * *
초류향은 자신을 찾아온 흑월회의 정보원에게서 황실에 대한 정보를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들은 움직이지 않은 겁니까?”“그렇습니다.”황실이 지금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의아했다.
그동안의 정보들을 조합해 보았을 때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일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신중해지다니?
무언가 일이 생긴 것인가?
“분명 얼마 전에는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예.”“그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만큼 큰 변수가 생긴 겁니까?”초류향의 질문에 흑월회의 정보원은 잠시 멈칫했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하나 그 질문에 정보원은 명확한 대답을 해 줄 수 없었다.
‘곤란해.’수라마군을 쫓기 위해 천마신교가 오랜 봉문을 풀었다.
척살령이 떨어지고, 천마신교의 고수들이 대거 강호에 흘러나왔다.
그것 때문에 황실이 멈추었다.
천마신교라는 거대한 변수 때문에 지금 모든 세력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일시적으로 관망에 들어섰던 것이다.
‘하지만 이걸 말해 줄 순 없지.’아직은 이 사실을 초류향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
그것이 냉하영의 뜻.
냉하영은 천마신교의 넘치는 전력을 이 기회에 상당 부분 소모시키길 원했다.
정보원이 머뭇거리자 그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초류향은 나름대로 고민해 봤다.
‘황실이 보유한 화경의 고수는 최소한 셋.’아니, 지금까지의 정황상 그 이상일 확률이 높았다.
거기에 더해 황실에는 주호유도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전력이 아닌가?
그런데도 멈춰서 관망한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게 뭐지?’정보원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회피하자 초류향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다.’그게 무엇일까?
자신에게 말하기 곤란한 정보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지요.”“예.”정보원은 크게 안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집요하게 추궁했다면 대답할 말이 궁색했던 것이다.
초류향은 정보원이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별다른 말없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감각을 극대화시켜서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에게 숨기는 것이라면 분명 천마신교와 관련된 정보 아니면 운휘의 행방에 관한 것이겠지.”둘 모두 초류향에게 있어서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정보 통로가 필요하다.’초류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돈을 주고서라도 정보를 사야 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흑월회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초류향은 뒷골목으로 스며들었다.
그곳에 있는 작은 정보 단체를 목표로 향한 것이다.
그런 초류향의 뒤를 따르며 막수가 귀찮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인간들은 참으로 피곤하게 산다.]“치열하게 사는 거다.”막수에게 대충 대답하며 초류향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그리고 흐릿하게 웃으며 어딘가로 걸어갔다.
소매에서 은전 한 냥을 꺼낸 후 길바닥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중년 거지에게 다가가 그의 바가지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개방의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중년 거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바가지에 들어가 있는 은자 한 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떤 정보?”“현재 강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정보가 필요합니다.”초류향의 말을 듣던 중년 거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정보를 고작해야 은자 한 냥으로 사려고? 이거 완전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가 따로 없네. 누굴 거지로 보나.”“…….”‘거지 맞잖아?’라는 말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의 열변을 듣고 나서 초류향은 입을 열었다.
“숨겨진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공개적인 정보들 중에서도 강호에 영향을 끼칠 만큼 거대한 것들이 있을 텐데요?”“아무리 공개된 정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싸. 양심이 있냐, 너? 완전 날로 먹으려 드네. 누군 땅 파서 장사해?”덜그럭-
바가지를 거칠게 흔들며 중년 거지가 입을 열자 초류향은 한숨을 내쉬며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중년 거지의 시선에 욕심이 떠올랐다.
그것을 보며 초류향은 소매에서 다시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중년 거지가 ‘어째서?’라는 눈빛으로 초류향을 응시했다.
초류향은 그 시선을 받고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돈이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초류향이 아쉬운 얼굴로 슬그머니 바가지에 던져 놓았던 은자를 되찾아 가려 하자 중년 거지가 재빨리 바가지를 뒤로 빼며 말했다.
“열 냥. 열 냥에 합의 보자. 그리고 거지에게 줬던 거 다시 뺏어 가면 재수 없다는데 넌 그런 것도 모르냐? 강호에 처음 나와?”초류향은 중년 거지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처음 나온다고 해야 하나?
혼자서 처음 나온 것은 맞았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까지 굳이 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닷 냥으로 합의 보죠.”중년 거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라이, 날강도 같은 놈아! 고작 닷 냥으로 정보를 사가겠다는 거냐? 그것도 개방의 최고급 정보를? 멀쩡하게 생긴 놈이 아주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있네? 가격을 후려쳐도 적당히 쳐야지!”중년 거지가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초류향은 개의치 않았다.
초류향은 다시 슬그머니 바가지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그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보려는 건데…… 단순한 호기심에 닷 냥을 투자하는 것도 크죠. 안 되면 하오문에 가 봐야겠습니다. 은자 이리 주십시오.”“안 돼! 못 줘! 거지새끼한테 적선한 돈 돌려받는 거 본 적 있어? 절대 못 줘! 가져가려면 날 죽여라!”초류향은 난감한 얼굴을 해 보였다.
중년 거지는 필사적인 자세로 돈을 움켜쥐고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걸 뺏자니 힘을 써야겠는데, 그러면 정체가 드러날 우려가 있었다.
초류향이 얼굴을 찡그린 채로 서 있는데 중년 거지가 조심스럽게 초류향의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여덟 냥에 합의 보자. 이 근방에서 나보다 정보에 빠삭한 거지는 없어. 나보다 말을 잘하는 거지도 없지.”초류향은 잠시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일곱 냥.”“이런 개…… 후우, 알겠다. 네놈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으니 어른인 내가 양보하마.”초류향은 중년 거지가 슬그머니 앞으로 내미는 바가지를 보다가 은자 세 개를 거기에 던져 넣었다.
중년 거지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초류향이 웃으며 말했다.
“나머지 반은 이야기를 들어 보고 드리겠습니다.”“……신중한 놈이구만.”“무서운 세상이니까요.”“좋아, 아주 좋은 태도다. 강호에 처음 나오는 놈치고 그 정도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겠어.”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중년 거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정확하게 어떤 정보가 필요한 거냐?”이놈이 원하는 정보는 너무 두루뭉술하지 않은가?
그저 강호에 대해 알고 싶다고만 해서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초류향이 가만히 생각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최근에 강호를 들썩일 만한 일들이나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최근의 정보만 알고 싶다?”“예.”“그럼 쉽지.”공개되어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들은 솔직히 술집에 앉아서 하루 종일 귀만 기울여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는 매우 가치가 낮았다.
중년 거지는 속으로 호구 하나 물었다고 기뻐하며 하나하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현재 강호의 정세와 천마신교의 척살령, 황실과 정도맹의 움직임 등등.
크기가 굵직굵직한 것들만 풀었던 것이다.
웃는 낯으로 중년 거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초류향은 바가지에 은자 세 개를 마저 던져 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그래? 호기심은 충족이 좀 되었나?”“예.”중년 거지는 바가지에 들어온 은자를 마저 소매에 챙겨 넣으며 입을 열었다.
“험험, 강호에 나왔으면 여자와 노인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지. 네놈도 오래 살아남으려면 항상 긴장을 하면서 살아.”“조언 감사합니다.”초류향은 웃으며 중년 거지에게 읍을 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터벅터벅 걸어갔다.
뒤를 돌아서 걷던 초류향의 얼굴은 조금 전의 웃음기는 이미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천마신교가 나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흑월회가 숨기려고 했던 정보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아챘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걷는 초류향의 얼굴은 점차 딱딱하게 굳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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