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운휘, 검을 뽑다.(2014.09.25.)
망할! 대체 왜 온 거야?’엄승도는 은신해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서는 운휘를 보자 열불이 치솟은 것이다.
어째서 이곳으로 온 걸까?
잘만하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는데 대체 왜?
‘빌어먹을.’맨 처음.
척살조의 고수들의 목표가 초류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엄승도는 크게 안도했다.
최악의 경우 운휘를 잃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소교주님을 잃는 것보다 백배는 나았다.
‘그랬는데…….’그래도 운휘가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 역시 초류향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존재가 아닌가?
이런 곳에서 잃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다행히도 흑룡문이라는 허접스러운 삼류 문파의 녀석들이 삼류치고는 제법 쓸 만한 마지막 의리를 보여 주었다.
엄승도는 불타오르는 장원을 보며 녀석들에게 적잖이 감동했다.
그리고 조용히 녀석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운휘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젠장! 젠장!’근본도 없는 삼류 문파의 녀석들이 의리를 지키는 것은 몇 번을 다시 봐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하나 그놈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운휘의 모습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악몽 같은 장면이었다.
‘어쩌지?’척살조 녀석들은 전부 다 절정의 고수였고, 살인에 이골이 날 만큼 전문가들이었다.
제아무리 화경의 고수라 한들 저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단신으로 살아남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엄승도는 어금니를 깨물고 기다렸다.
일단은 기다리다가 최대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
은밀하게 개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봐야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엄승도는 우울한 눈빛으로 운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운휘는 뚜벅뚜벅 걸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적색 복면의 사내에게 다가가 그의 목줄을 아무렇지도 않게 움켜쥐었다.
“컥!”미처 반응도 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
적색 복면 사내의 눈가가 붉게 충혈될 때.
운휘는 그런 사내에게서 시선을 떼어 바닥에 누워 있는 흑룡문주를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놈.”뇌한적은 비참한 모습이었다.
양쪽 팔이 절단되었고, 다리도 하나가 잘려 나가 있었다.
그래도 출혈이 생각보다 적었다.
적색 복면의 사내는 지독하게도 지혈을 해 가며 그의 전신을 해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한적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던 운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건 가망이 없었던 것이다.
“…….”운휘는 갑자기 적색 복면 사내의 목줄을 쥐고 있던 손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뿌드득-
적색 복면 사내의 목이 힘없이 꺾이고 운휘는 그 시체를 저 멀리 집어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바닥에서 전신을 덜덜 떨고 있는 뇌한적의 상체를 받쳐 올렸다.
“멍청한 녀석.”뇌한적은 고통으로 전신을 떨면서도 시선을 돌려 운휘를 바라보았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가에는 온통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형님.”“…….”운휘는 주위에 둘러앉은 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만을 보고 있는 흑룡문의 형제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분명 너에게 나보다 먼저 죽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뇌한적은 입가에서 피를 게워 내며 툴툴 웃었다.
“……그래도 형님은 이곳에 오지 않으셨어야 했습니다.”띄엄띄엄 힘겹게 말하는 뇌한적의 말을 끝까지 들은 운휘는 무감각하게 말했다.
“그건 내가 판단한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빨리 도망을…….”뇌한적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더니 곧장 그의 전신에서 힘이 풀렸다.
운휘는 심장이 뛰지 않는 뇌한적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쉬어라. 금방 끝내고 오마.”운휘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멈추며 옆에 있던 청년에게 입을 열었다.
“마풍.”“예, 형님.”“이 녀석은 네가 잠시 맡아 둬라.”“예.”마풍은 뇌한적을 조심스럽게 받아서 안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휘가 복면을 벗어 그것으로 뇌한적의 얼굴을 가려 주며 말했다.
“이제부터 보여 줄 것은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보지 않는 게 좋겠지.”“…….”운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했지만 그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소매에서 자신의 애검인 단홍소검을 꺼내 든 운휘는 완전히 포위망을 형성한 척살조의 고수들을 보며 냉혹하게 미소 지었다.
“너희들은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랐다.
그것의 정체가 분노라는 것을 알았지만 운휘는 애써 마주 보지 않았다.
지금은 침착해야 했다.
저놈들은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때 포위하고 있던 자들 중 녹색 복면을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정말 용케 살아 있었구나.”“…….”“초류향은 찾지 못한 모양이지?”운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노려보았다.
녹색 복면의 사내는 음침한 눈으로 그런 운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냥 도망쳤으면 살았을 것을……. 멍청한 놈이구나.”녹색 복면인이 손을 까딱거리자 척살조의 고수 마흔 명이 짝을 이루어 둥글게 포진했다.
“그럼 화경의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경험해 볼까?”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흔 명의 고수들이 일제히 운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운휘는 그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한 번에 하나씩.’확실하게 죽여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운휘는 척살조의 고수들이 지척에 다가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러다 제일 먼저 다가온 녀석에게 재빠르게 단홍소검을 휘둘렀다.
우웅-
기운이 모이고 붉은색 핏빛 강기가 뿜어져 나가며 선두에 있던 놈의 얼굴을 쪼개려 했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운휘는 어깨가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여덟 명.’운휘의 강기가 쏘아지기 무섭게 여덟 명이 힘을 모아 그것을 함께 받아 냈다.
동시에 양옆에서 그물 같은 검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공격과 방어.
그것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콰아앙-!
운휘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양쪽에서 덮쳐 오는 공격을 막았다.
강기로 받아 내도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녀석들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운휘는 빠르게 움직여 적들과 거리를 벌리며 적들의 형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어렵다.’진법의 형태가 치밀하고 촘촘했다.
단번에 부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게 그 유명한 도살진인가?’천마신교의 척살조가 유명해진 이유.
그것은 바로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펼치는 도살진(屠殺陣) 때문이었다.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그 시체를 밟고 달려든다.
진법을 이루고 있는 인원 전부가 목숨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공격 하나하나를 허투루 볼 수 없었다.
게다가 힘의 집중이 뛰어나서 정면으로 받아 내기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파훼법은 있었다.
단지 실행이 어려울 뿐.
운휘는 호흡을 고르며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더 늦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운휘가 차분하게 그들을 노려보고 있을 때.
두 번째 공격이 날아왔다.
뒤쪽에서부터 덮쳐드는 공격.
살벌한 기운이 느껴지자 운휘는 뒤쪽의 공격을 무시하며 앞으로 내달렸다.
‘멍청한…….’멀찍한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녹색 복면인은 운휘의 행동을 보고 입가에 비웃음을 그렸다.
살을 주고 뼈를 친다.
운휘의 작전은 매우 단순했다.
다음 공격의 순간적인 빈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가려는 모양인데…… 저것은 도살진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짓거리이다.
‘공격하고 있지 않을 때는 오로지 방어만 하지.’절정 고수가 무려 마흔 명이다.
강기를 받아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인원은 여덟 명.
그들이 공격에 들어가면 나머지는 다음 공격 직전까지 방어 태세로 기다렸다.
그들의 단단한 방어는 화경의 고수로도 뚫을 수 없다.
‘너는 지금 판단을 잘못했다.’녹색 복면인이 입가에 미소를 지을 때.
앞으로 달려들던 운휘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러자 뒤쪽에서 공격해 들어가던 인원과 앞쪽에서 운휘의 공격에 대비해 기운을 끌어모으던 인원들이 양쪽에서 마주했다.
둘이 순간적으로 아주 가까워진 것이다.
‘어?’녹색 복면인의 얼굴이 찡그려질 때.
운휘의 단홍소검에서 맑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사방을 휩쓰는 폭발적인 기운.
‘귀도나락무.’운휘의 성명절기.
비장의 공격이 터져 나온 것이다.
쿠아아악-!
강기의 폭풍.
운휘의 몸을 중심으로 수십 다발의 강기가 뭉텅이째 뿜어져 나갔다.
“망할!”녹색 복면인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저놈이 노렸던 것은 단순히 공격과 공격 사이의 빈틈이 아니었다.
한순간에 뿜어낼 기운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척살조의 인원들을 한곳으로 모아 놓은 것이었다.
스스로의 몸을 미끼로 던진 일격.
그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한순간에 마흔 명의 고수를 다진 고깃덩이로 만들었으니까.
“놈은 지쳤다. 죽여 버려!”저 정도 기운이면 마흔 명의 인원들 중 살아남은 놈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인정한다.
하나 그게 끝이다.
녹색 복면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 역시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운휘는 극심한 내력 소모로 텅 빈 단전을 느끼며 소매에서 작은 환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그러자 내부에서 들끓던 내력이 빠르게 진정되며 일시적으로 안정이 찾아왔다.
‘불사호심단.’약효는 확실히 좋았다.
과거 공손천기의 말을 빌자면 비싼 만큼 약값을 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게 운휘를 살렸다.
‘한 번만 더.’운휘는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녹색 복면인이 움찔거렸다.
‘설마 그걸 한 번 더?’그럴 리가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무공을 한 번 더 쓸 수 있다니?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했다.
하나 불안했다.
녹색 복면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운휘에게 달려들던 인원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운휘가 노리는 순간이 온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달려들던 운휘의 속도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순간적으로 빨라졌다.
촤아아악-!
녹색 복면인이 미처 다음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세 명의 목이 날아갔다.
운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엿가락처럼 그의 몸이 길게 늘어나며 다음 먹이를 찾아 움직인 것이다.
녹색 복면인은 이를 갈았다.
뭉치면 방금 전의 일격이 걱정이었고, 그렇다고 흩어지자니 각개격파의 먹잇감이 되기에 딱 좋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녹색 복면인의 선택은 한 가지뿐이었다.
“저 개자식을 죽여!”모두가 아까처럼 우르르 몰려들자 운휘는 몸을 돌리더니 뭉텅이로 뭉쳐 있는 다른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은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던가?
녹색 복면인은 붉어진 얼굴로 명령했다.
“공격 들어가지 마! 다들 방어해!”뒤쪽에서 사납게 몰려들던 인원들이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그 사이에 운휘는 정면에 있던 인원들을 향해 단홍소검을 뽑아서 달려들다가 우뚝 자리에서 멈춰 섰다.
‘온다!’아까 전의 그 무시무시한 무공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한 모두가 뒤로 빠르게 물러설 때.
운휘는 손에 들고 있던 단홍소검을 불쑥 집어 던졌다.
쐐애애액-!
운휘의 손을 떠난 단홍소검이 붉은색 뇌전과 함께 한줄기 선이 되어 정면에서 물러서고 있던 적들의 목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런 미친!”이기어검술이었다.
녹색 복면인의 입에서 욕지기가 터져 나올 때.
운휘가 단홍소검을 회수하며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
그 차분하고도 무감각한 시선을 받은 녹색 복면인의 얼굴에 차츰 경련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