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내기 바둑(2014.11.06.)
초류향은 허공섭물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가져와 막수 앞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을 해 볼까 하는데, 어때?”초류향이 가져온 것.
그것을 내려다보는 막수의 눈빛에는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애송이 너는 나를 잘못 보았다.]막수는 초류향이 가져온 물건을 보며 그를 비웃었다.네모반듯한 나무판.
그 위에 가로세로로 촘촘히 새겨진 열아홉 개의 줄.
초류향이 가져온 것은 바로 바둑판이었다.
[바둑을 두자는 거냐, 나와?]초류향은 가져온 바둑판을 가볍게 쳐서 먼지를 털어 내며 입을 열었다.“그래. 어차피 무력으로는 너를 제압할 수 없으니까.”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막수는 인간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과거의 힘을 완전하게 회복하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무력으로는 나에게 안 되지만 바둑으로는 자신이 있다, 이 말이냐?]“그런 셈이지.”[푸흐흐. 우습구나, 애송이. 네놈은 바둑의 기원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바둑의 기원?초류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순 황제가 기원이 아니었나?”[인간들은 뭐든 좀 오래됐다 싶으면 그 변변찮은 놈들을 가져다 붙이더군. 어리석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발전이 없는 하찮은 족속들이지.]“…….”막수는 바둑판의 맞은편에 앉으며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막수를 초류향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바둑은 최초에 북두성군(北斗星君, 북두칠성을 다스리는 신선) 영감과 칠원성군(七元星君, 불교에서 말하는 칠성여래)들이 네모난 돌판에 별자리를 새기면서 시작된 것이다. 하찮은 인간들이 다루기엔 그 심오막측함이 광활하지. 천문(天文)의 오묘함이 이 작은 공간에 오롯이 담겨 있으니 쉬울 리가 있겠느냐?]“그런가?”[위대한 선인들이 하늘의 별자리를 논하기 위해 만든 것을 감히 인간 따위가 거론하다니, 네놈이 간이 부었구나.]초류향은 뒷머리를 긁적였다.막수의 설명이 너무 장황하고 길었다.
그가 기대했던 반응은 이런 게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하늘의 월궁에 있었고, 덕분에 북두성군 영감님과 바둑으로 붙을 일이 많았지. 내 바둑 스승이 바로 북두성군과 칠원성군이다!]“…….”막수는 으스대는 얼굴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내 스승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면 이제 알아서 기라는 표정.
하나 초류향은 그저 조금 지루해진 얼굴로 바둑판을 만지작거리며 툭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서? 자신 없나?”너무도 뻔한 도발.
하나 막수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자신의 앙증맞은 앞발로 바둑판을 가볍게 탁탁 치며 말했다.
[돌! 돌을 가져와!]이거였다.역시 이 녀석은 좋게 말을 받아 줄 필요가 없었다.
초류향은 자신의 도발에 쉽게 넘어온 막수에게 검은색 바둑돌을 건네며 말했다.
“하늘의 선인께서 펼쳐 보이는 바둑이라는 게 과연 얼마만큼 대단할지 기대가 되는군.”막수는 자신이 받은 검은 돌을 보며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어째서 내가 검은 돌이지? 네놈이 나보다 하수니까 네놈이 검은 돌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나? 흰색 돌을 나에게 넘겨라, 어리석은 꼬마.]초류향은 피식 웃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검은색 돌을 자신의 앞에 두고 흰색 돌을 막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신감이 정말 상당하군.”[크크크, 나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해 주마. 어리석은 인간.]촤르륵-
막수는 흰색 바둑돌을 만지며 미소 지었다.
그런 막수를 보며 초류향 역시 마주 웃어 주었다.
“가능하다면.”둘은 그렇게 각자 흰 돌과 검은 돌을 쥐고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우 호법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일련의 사태에 황당한 얼굴을 했지만, 곧 흥미진진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바둑이라는 것이 당시에 흔히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이자 유흥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판은 의외로 쉽게 결과가 나왔다.
* * *
“의외로구만.”“그러게.”“사대 세가 놈들이 이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텐데?”“나도 그게 의문이다.”전박은 주 호법과 마주 앉은 상태로 얼굴을 찡그렸다.
사대 가문.
그 수뇌부들이 예상보다 순순하게 초류향과의 면담에 응해 왔기 때문이다.
주 호법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투덜거렸다.
“끙, 찜찜하구먼.”“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니까.”사대 가문의 수뇌부들은 절대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들이 이렇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소교주와 마주친다?
초류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들 모두를 도륙할 수도 있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은 이상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잘된 일이지.”주 호법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건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 낭비인 것이다.
전박 역시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탁자에 놓인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소교주님께 갈 생각인가?”“그래야지. 소교주님도 하루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실 테니까.”초류향은 정신없이 어지러운 천마신교를 하루바삐 안정시키고 교주가 되어야 했다.
그래야 이 모든 거지 같은 상황들이 안정될 테니까.
내부에서 서로 제 살 깎아 먹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멈출 때가 된 것이다.
주 호법이 초류향에게 보고하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전박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앞으로 내밀었다.
“가는 길에 전해 드리게.”“무슨 내용이지?”“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이 정도맹과 치고받고 싸우는 중이라더구만.”전박의 말에 주 호법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거 간만에 아주 좋은 소식이군.”“좋은 소식이지.”“내가 소교주님께 전해 드리지.”주 호법이 발걸음도 가볍게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자 전박이 홀로 중얼거렸다.
“사대 가문이 이렇게 쉽게 교주 자리를 양보할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그렇습니다.]어둠 속에 숨어서 전박을 호위하는 그림자.
그가 대답하자 전박이 입을 열었다.
“찾아라. 그 녀석들이 무얼 믿고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나오는지 알아야겠구나.”[명을 받듭니다.]그림자의 기척이 주변에서 사라지자 전박은 주판을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가 먼저 사대 세가의 꿍꿍이를 발견할지 아니면 사대 세가가 먼저 계획을 실행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대 세가가 분명히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판을 튕기는 전박의 손길이 신중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변수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하, 한 번만 물리자.]막수는 자신의 귀여운 앞발을 부들부들 떨며 초류향에게 사정했다.하지만 초류향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바둑알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더 이상은 곤란하지.”[저,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한 수만 물러 줘라, 애송이.]“애송이?”막수는 초류향의 불쾌한 듯한 반문에 움찔하며 코끝을 몇 번 찡그리다가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물러 다오, 인간.]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막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초류향.”[응?]“내 이름은 초류향이다. 앞으로 정확하게 이름으로 부르도록.”굴욕적인 주문이었지만 막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초류향은 순순하게 바둑알을 뒤로 무르며 중얼거렸다.
“그냥 이쯤에서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좋아 보이는데…….”[누, 누가 졌다는 거냐? 나는 아직 할 수 있다!]“그래?”초류향은 시큰둥한 얼굴로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했고, 위기는 금세 또 막수를 찾아왔다.
탁-
검은색 돌이 바둑판 위에 놓이자마자 막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바둑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명처럼 소리쳤다.
[이, 이이……! 이런 변이 있나!]“오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 호법이 낮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터트렸다.흰색 돌을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는 검은 돌.
그야말로 완벽한 한 수이지 않은가?
그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던 막수는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어째서? 왜 내가 저걸 보지 못했지?’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었다.
차마 다시금 뒤로 물러 달라고 말은 못 하고 막수는 초류향을 애절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초류향은 흔들림 없이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바둑을 두시는 위대한 선인께서는 어디 가신 건가? 아니면 더 이상 두실 마음이 없으신가?”[…….]이놈은 지극히 냉정했고, 또 잔인했다.
“패배를 인정하나?”막수는 자신의 앞발로 얼굴을 가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이건 말도 안 된다.]“말은 안 되지만 현실이지. 어떻게 할 건가?”초류향의 재촉에 막수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다가 곧 손에 앙증맞게 쥐고 있던 바둑돌을 아무렇게나 던졌다.포기한 것이다.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바둑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고 막수의 흰색 돌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막수는 그 잔인무도한 모습을 두 손 놓고 지켜봐야만했다.
‘납득할 수 없다.’바둑이라면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막수의 곁에는 좋은 스승도 있었고, 스승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바둑을 두었기에 실력은 날로 일취월장했다.
그런데 고작 백 년도 못 사는 인간 따위에게 지다니?
분했다.
말로는 어떻게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분한 것이다.
촤르륵-
하나 정작 초류향은 막수를 이긴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모양이었다.
무덤덤한 얼굴로 바둑판에 놓여 있던 바둑돌을 하나씩하나씩 분류하며 중얼거렸다.
“역시 재미가 없군, 바둑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분한가?”[건방 떨지 마라, 애송…… 아니, 초류향. 네놈은 고작 한 번 이겼을 뿐이다.]“그건 그렇지. 세 번이나 물러 주면서 겨우 한 번 이겼을 뿐이지.”초류향이 비꼬며 고개를 끄덕이자 막수가 분노에 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한 번 더 해 보자. 내가 아무래도 너무 방심한 것 같다, 초류향. 이 어르신께서 진지하게 상대해 주마.]막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하자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초류향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그냥 해 주면 재미가 없지.”[…….]“어때? 내기를 하는 건?”[내기?]“네가 이기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지. 반대로 내가 이기면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한다. 이기는 쪽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다.”막수는 고민했다.
이 작은 악마 놈은 정말이지 보통이 아니었다.
바둑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막수는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방금 전의 바둑도 솔직히 한 끗 차이로 지지 않았던가?
처음부터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쉽사리 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막수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해 주길 원하지, 인간?]초류향은 빙긋 웃었다.“초류향이다, 내 이름은.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하지 않았던가?”[……소원이 뭐냐, 초류향.]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막수 이 녀석은 지나칠 정도로 다루기가 쉬웠다.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왜 벌써부터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기면 되지 않나?”촤르륵-
정리한 바둑돌을 통에 쓸어 담으며 초류향이 묻자 막수는 고개를 저었다.
[만에 하나 내가 졌을 경우 네 입에서 터무니없는 개소리가 나올까 봐 그러는 거다. 나는 인과율을 어길 수 없는 위대한 존재니까.]초류향은 바둑돌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인과율이라……. 좋다. 그럼 내 소원은 인과율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라고 한정 짓도록 하지. 어때? 이 정도면 할 만한가?”막수는 신중한 얼굴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초류향 역시 그런 막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다 막수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응? 그러고 보니 나는 인간 따위에게 빌 소원이 없는데? 그러면 내가 이겨도 얻을 것이 없잖아?]초류향은 조금쯤은 똑똑해진 막수의 질문에 속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은 바보가 아니라면 당연히 떠오를 법한 의문이었으니까.
다행히 막수는 바보가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진다면 너와 바둑을 계속해서 두도록 하지.”촤르륵-
[뭐? 그게 끝이냐?]“넌 이 재미없는 바둑을 미칠 듯이 좋아하지? 만약 내가 진다면 네가 앞으로 원하는 만큼, 질리도록 바둑을 두어 주겠다.”[그게 내 소원이라고?]막수는 황당한 얼굴을 해 보였다.하지만 초류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에게서 얻어 갈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나와 바둑을 더 하고 싶다면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된다.”[…….]막수는 초류향의 이 뻔뻔하고 황당한 제안에 잠시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대체 뭘 믿고 이런 제안을 한 걸까?
정말 이런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자신이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걸까?
막수는 무덤덤한 얼굴의 초류향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좋다, 망할 놈. 한 판 더 해보자.]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놈은 정말 정확하게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막수는 바둑을 하기 직전까지 초류향의 교묘한 언변에 속으로 혀를 내둘러야 했다.
만든이 한 마디
와…씨발 진짜 쓸모없는 내용으로 또 한 화를 날로 처먹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