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화령의 상태(2014.11.24.)
운휘는 초류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맥박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에 살아 있는 사람의 맥박이 아닙니다.”“그게 무슨 말입니까?”맥박이 뛴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의 맥박이 아니라니?
무언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운휘는 초류향의 이런 의문을 예상했는지 곧장 설명을 덧붙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맥박이 뛰고는 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뛰는 것이 아닙니다.”“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다?”“예. 저로서도 처음 보는 현상이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여기에 개입해 있습니다.”운휘가 난감한 얼굴을 해 보였다.
나름대로 의술에 조예가 있기는 하지만 그 방면의 경험은 사실상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가 가진 지식으로는 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초류향은 그런 운휘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화령을 안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선우조덕님을 뵈어야겠습니다.”“예. 아무래도 그편이 가장 확실할 듯합니다.”초류향은 바로 몸을 날렸다.
시간이 지체되어 봐야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초류향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 일 뒤에는 분명 사대 세가가 있다.’본래는 사대 세가를 안고 가려고 했었다.
과거는 잊고 큰 목적을 위해서 함께 손을 잡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중원에 나가기 위해서,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하 통일을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계획을 수정한다.’이번 사건은 누가 봐도 노골적인 살해 의도가 깔려 있지 않은가?
그래도 단순한 암살 시도였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초류향이 분노한 것은 그 암살을 시도한 사람 때문이었다.
‘화령…….’사대 세가가 그녀를 이용하려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쉬이이익-
초류향은 빠르게 몸을 날리면서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분노를 터트릴 때가 아니다.
화령의 안위를 우선해야 할 때였으니까.
그들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움직여서 선우조덕이 있는 약제당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식경(30분)에 불과했다.
약제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서는 선우조덕이 병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초류향이 들어섬과 동시에 그는 눈을 끔뻑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소교주님?”“급하게 봐 주셔야 할 환자입니다.”초류향이 말과 함께 화령을 앞으로 내밀자 선우조덕은 그녀를 잠깐 훑어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헉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이, 이리로 오시지요.”선우조덕은 화령을 안아 들고 곧장 약제당의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그는 이동하는 내내 화령을 살펴보며 무언가 고민하는 기색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초류향은 입을 열어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지금은 일단 선우조덕에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초류향 일행은 묵묵히 선우조덕의 뒤를 따라갔다.
탁-
약제당에서 정제된 약물들을 보관하는 창고에 도착한 선우조덕은 그곳에 있는 침상에 화령을 조심스럽게 누이며 입을 열었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소교주님.”이동하는 동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것인지 선우조덕의 태도는 침착했고, 그제야 초류향도 입을 열었다.
“사고가 있었습니다.”“대충 짐작이 갑니다.”초류향이 오늘 사대 세가의 주인들을 만나러 간다는 정보는 선우조덕도 이미 들었다.
그런데 저런 낭패스러운 몰골로, 죽은 줄 알았던 화령을 안고 갑작스럽게 이곳에 나타났다.
‘게다가…….’선우조덕은 화령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거의 정확하게 짚어 내었다.
그랬기에 초류향이 어떤 일을 당했을지도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독인입니다.”“독인이요?”약간은 생소한 이름이었다.
하나 그게 무엇인지, 이름을 듣자마자 초류향은 이해할 수 있었다.
화령이 자신에게 사용했던 것이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지독한 독이었지 않은가?
“예. 독을 배우고, 다루는 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경지지요. 몸 안에 흐르는 피는 물론이고 가볍게 내뱉는 숨결조차도 지독한 독기를 품고 있는 신체를 말합니다.”“……치료 방법은 있는 겁니까?”이게 가장 중요했다.
화령이 독인이든 뭐든 그것은 상관없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깨어나 본래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게 가장 급했다.
‘화령은 분명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화령은 자신을 전혀 몰라보지 않았던가?
그때 잠시 곤란한 얼굴을 하던 선우조덕이 다시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저도 독인을 문헌상으로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접하는 건 처음입니다.”선우조덕은 화령을 한차례 살펴본 뒤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건 병이 아닙니다, 소교주님. 때문에 치료법도 없습니다.”“…….”가장 우려하던 말이었다.
초류향의 얼굴이 흐려질 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운휘가 입을 열었다.
“몸 안에 있는 독기를 완전하게 제거하면 어떻습니까?”“그럼 죽겠지.”선우조덕이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하자 운휘는 재차 물었다.
“영약으로 치료하면 어떻습니까?”“그래도 역시 죽는다. 너도 짐작하고 있지 않으냐?”운휘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나서서 물어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초류향이 지금 괴로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놓아야 했다.
그때 선우조덕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놈입니다. 이런 괴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적어도 이쪽 방면에 완전히 통달했다는 뜻이겠지요. 본 교에 이런 자가 있었다니 금시초문입니다.”선우조덕은 사실 초류향이나 운휘, 노진녕과는 입장이 조금 달랐다.
그는 화령과 별로 접점이 없었던 만큼 그녀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 순수하게 독인을 만든 자에 대해서 비난에 가까운 감탄을 한 것이다.
“지금 이 아이는 독 기운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독 기운이 이 아이를 살려 준 것이죠. 그러니 전신에서 독 기운이 없어진다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선우조덕이 초류향에게 부연 설명을 하자 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초류향은 화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고통도 괴로움도 모르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저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초류향의 말에 선우조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이 아이는 지금 뇌수까지 독에 완전히 절여져 있으니까요.”“본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겁니까?”선우조덕은 약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늙은이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선우조덕의 말에 초류향은 눈을 감았다.
그녀와의 기억이 뇌리에 떠오르며 화령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도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무슨 일이든 해결책은 존재한다.
지금은 단지 그게 무엇인지를 모를 뿐이다.
초류향은 화령을 원래대로 만들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선우조덕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아이는 독을 다루는 사람이 최고로 갈망하는 그런 경지에 도달한 겁니다. 불로불사의 절대 무적이라 불리는 경지가 바로 독인이거든요.”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선우조덕은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로불사라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는 사실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때 화령의 전신을 이곳저곳 살펴보던 선우조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이런 경지가 있다는 것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게다가 전해져 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 아이의 몸 상태는 딱 하나만 빼놓고 생강시와 다름이 없습니다.”강시와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런데 하나가 다르다?
초류향은 눈을 빛냈다.
“딱 하나가 다르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선우조덕은 초류향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령의 배꼽 바로 아랫부분.
즉 단전이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곳에 독단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부위 자체도 단전이라 아주 치명적이고 위험하지요. 게다가 여기에 있는 그것이 지금 이 아이의 심장을 강제로 뛰게 하고 있고, 억지로 숨을 쉬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덕분에 이 아이는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가 없는 상태지요.”초류향은 얼굴을 찡그렸다.
단전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이건 직접 보여 드리는 게 설명이 빠르겠습니다.”선우조덕은 무언가를 말을 하려다 멈춘 채 소매에서 예리한 단도 한 자루를 꺼내어 화령의 심장이 있는 부위에 떨어뜨려 보았다.
초류향이 그 예고도 없는 위험한 행동에 깜짝 놀랄 때.
텅-
약간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단도가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아무런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도검을 막아 낸 것이다.
“금강불괴!”뒤에서 지켜보던 노진녕이 감탄을 터트릴 때.
선우조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금강불괴에 가까운 신체가 되었습니다.”“…….”운휘를 비롯해서 초류향, 노진녕은 모두 어이없는 얼굴을 해 보였다.
금강불괴가 어떤 것인가?
칼과 검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물과 불에도 상하지 않는 최강의 육체.
그 무엇도 해할 수 없는 완전한 육체가 바로 금강불괴가 아닌가?
선우조덕이 입을 열었다.
“내부의 독단이 신체를 보호하는 겁니다. 아마도 화경의 고수가 전력을 다해서 뿜어내는 강기가 아니면 몸에 생채기도 못 낼 겁니다. 설혹 낸다고 하더라도 회복력이 워낙에 빠르니까 금세 회복이 될 테고…….”초류향은 턱을 쓰다듬었다.
이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이 세상에서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억이 있든 없든,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이 경지까지 육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화령이 정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야 했을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뿌드득-
누가 어떤 의도로 화령을 이렇게 만들었든 상관없었다.
놈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테니까.
“어떻게 하실 겁니까?”초류향은 고민했다.
그러다 무엇이 생각났는지 선우조덕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깨어나면 아마도 위험할 겁니다. 누가 누구인지 못 알아보니까요.”선우조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재워 두는 것뿐이라면 이 늙은이가 할 수 있습니다, 소교주님.”문제는 재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거였지만.
선우조덕이 뒷말을 속으로 삼키고 있을 때.
초류향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다녀와야 할 곳이 있습니다.”“어디를 가실 생각이신지 여쭈어 봐도 괜찮겠습니까?”선우조덕의 질문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사대 세가의 수뇌부들을 만나러 갑니다.”초류향이 서늘한 음성으로 말하자 선우조덕은 불안한 얼굴을 해 보였다.
그리고 운휘와 노진녕에게 눈짓으로 어서 좀 말려 보라고 재촉했다.
노진녕은 그 시선을 고개를 슬쩍 돌려 외면했고, 운휘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을 뿐이다.
운휘 역시 지금 초류향이 보이는 사대 세가에 대한 분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초류향은 분명 자신에게 천하를 얻고자 한다고 했었다.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사대 세가와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다.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는 문제인 것이다.
막 그 점을 조심스럽게 말하려는데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우선 화령을 이렇게 만든 자를 데려오겠습니다. 그자가 만들었다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도 알겠지요.”선우조덕은 초류향의 말에 급하게 수긍했다.
“혀,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확실히 이쪽 방면에서는 그자가 저보다 나을 겁니다, 소교주님.”초류향은 선우조덕의 불안한 얼굴을 보며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사대 세가는 이번 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누군가는 이번 일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냥 묻어 두려 했던 것을 먼저 꺼낸 것은 저쪽이었으니까.
바깥으로 나가는 초류향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