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결과(2014.11.27.)
“지금쯤 슬슬 결과가 나왔을 것 같군.”사대 세가.
수뇌부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자 모두가 동의했다.
소교주가 죽었든 살았든 그 결과가 나올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가 빠르게 접근해 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결과가 나왔나 보군.”용씨 세가의 가주.
용무화가 말하자 다들 일제히 천씨 세가의 가주.
천태악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까부터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다른 세가의 주인들 역시 그런 그를 굳이 자극하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도박.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가주님들께 보고드립니다.”“해라.”그림자처럼 나타난 단리 세가의 식솔 중 하나가 눈치를 살피다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소교주는 부상을 입었지만 그다지 큰 부상이 아닌지 자기 스스로 약제당으로 갔습니다. 부상을 치료하러 간 듯합니다.”“……!”모두의 얼굴에 복잡함이 떠오를 때.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천태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거기서 살아남았다? 허허, 소교주는 정말 괴물이로구만.”그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후 천천히 말했다.
“본래 계획대로 본 가에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시면 되겠소. 모든 것은 내가 지고 가리다.”“안타깝게 되었소.”단리 세가의 주인 단리무한이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그것은 다른 세가의 수뇌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냉철하게 판단했다.
여기까지다.
‘서둘러 이 자리를 떠야 한다.’이번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져선 곤란했다.
정통성을 지닌 후계자를 불러다 노골적으로 함정에 빠뜨린 것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명분이 초류향에게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발을 빼야 했다.
그들이 막 그런 계산을 하고 있을 무렵.
빠르게 접근하는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 식솔이군.”천태악이 작게 중얼거릴 때.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주의 말도 기다리지 않고 겁에 질린 얼굴로 바로 입을 열었다.
“소, 소교주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그런가.”“예.”선우 세가의 가주.
선우강진은 자신의 턱을 한 번 쓰다듬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소교주님께서는 어떻게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전박과 엄승도. 그들이라면 알아낼 수 있었겠지.”단리 세가의 단리무한이 작게 대답하자 수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엄승도가 보고한 것 같습니다.”수하의 보고를 들은 사대 세가의 가주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천태악을 제외한 이들이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약속은 지킬 것이라 믿겠소, 천태악.”천태악은 그들을 바라보며 허허롭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약속은 지킬 테니.”“그럼 그렇게 믿고 우리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소.”가주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자 홀로 남은 천태악은 느릿한 동작으로 탁자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입가로 가져가며 천태악이 입을 열었다.
“너도 이만 가 보도록 해라.”“하지만…….”“괜히 휩쓸려서 죽을 필요는 없지.”천씨 세가의 식솔이 머뭇거렸다.
그도 죽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가주가 여기서 죽을 게 확실한데 자리를 뜨는 것도 무언가 부끄러운 행동이 아닌가?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왔다.
“할아버님.”천자후.
천씨 세가의 후계자가 아닌가?
그를 돌아본 천태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리석구나. 이야기 못 들었느냐? 지금 놈이 이곳으로 오는 중이다.”“들었습니다.”“빨리 빠져나가라. 괜히 너까지 휘말릴 필요가 없다.”“어차피 다 끝났습니다.”천태악이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해 보일 때.
천자후가 조용히 걸어와 비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소교주는 단지 할아버님의 죽음만으로 이 일을 끝낼 생각이 없을 겁니다.”“어째서?”“할아버님께 보고하지 않은 게 있거든요.”천태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불길한 느낌이었다.
일이 잘못된 지금에 와서야 말하는 ‘보고하지 않은 게’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냐?”“독비에 관한 것입니다.”“독비?”독비가 대체 왜?
점점 더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점박이 놈이 무언가 개수작이라도 부렸다는 말이냐?”“영감은 죄가 없지요. 제가 정보를 차단했으니까요.”“그게 무슨 말이냐? 제대로 말을 해 보아라.”“독비는 독인이 되기 전에 화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화령?”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저희 쪽에서 기른 사냥개입니다. 제가 관리하고 있었죠.”“설마…… 소교주의 암살에 실패하고 하녀로 들어갔다는 그 계집을 말하는 것이냐?”“예, 그렇습니다.”천태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천자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 네 말은 소교주의 사람을 독비로 만들었다는 것이더냐?”“예. 그 계집이 그 정도로 가치가 있을 줄 몰랐습니다.”천태악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자후의 뺨을 날렸다.
쫘아악-
입술이 터지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천자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는 자기의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소교주는 이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이, 이이 멍청한 놈!”천태악은 일이 어렵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소교주는 아직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그의 사람을 건드린 것.
이것은 분명 소교주에게 크나큰 명분을 줄 것이다.
이제 가문 전체가 화를 입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일이 너무 커졌다.”“제 선에서 어떻게 끝내 봐야죠. 제가 다 짊어지고 가겠습니다.”천태악은 천자후의 말에 복잡한 얼굴을 해 보였다.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내가 가는 게 가문을 위해 옳다.”“아니오. 놈이 이번 일에 대해서 조사하게 되면 바로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냥 제가 짊어지고 가는 게 맞죠.”천자후의 무덤덤한 얼굴을 보며 천태악이 입을 열었다.
“놈이 고작 네 목숨 하나로 만족할 것 같으냐?”“욕심이 있다면 만족할 겁니다.”“욕심?”천자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천하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 놈에게 제발 그런 욕심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입에 고여 있던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 내며 천자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초류향을 위시한 엄승도와 운휘, 노진녕이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태악이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별장의 문을 조용하게 열고 들어오더니,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다.
“제가 여기 찾아온 이유를 아십니까?”초류향이 입을 열자 천태악과 천자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야기하기가 한결 편하겠군요.”천태악은 초류향을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내 목숨 하나로 끝내 주시오, 소교주.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소.”초류향은 웃었다.
“스스로의 목숨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제가 거절하리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그럼 소교주님께서는 대체 어디까지 생각을 하고 계시오?”초류향은 무감각한 얼굴로 천태악을 바라보다가 그 옆에 있는 천자후를 응시했다.
“그쪽이 천씨 세가의 후계자입니까?”“……예. 천자후라고 합니다, 소교주님.”“그쪽이 보기엔 제가 어디까지 손을 댈 것 같습니까?”천자후는 신중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일은 어차피 실패했고, 더 이상 살아 나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말이라도 잘해야 한다.
가문에 미칠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되겠습니까, 소교주님?”“해 보세요.”“저 같았으면 사대 가문이고 뭐고 다 쓸어버렸을 겁니다. 그 정도의 목숨값은 지불해야지요.”“…….”초류향은 눈을 깜빡거렸다.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이런 과감한 말을 내뱉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천자후가 슬쩍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소교주님은 그렇게 안 하실 겁니다.”“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천마신교의 주인이 되면 소교주께서는 당연히 천하로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대 가문의 힘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그들의 힘이 있어야 천하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초류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자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자가 무언가를 알고 말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대충 넘겨짚은 게 확실했다.
한데도 제법 정확하게 핵심을 찔러 오지 않는가?
초류향은 그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천자후는 본능적으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방은 이쪽이 내보인 이야기에 충분히 흥미를 보이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지금 기술자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소교주님?”“기술자라……. 그런 자는 필요 없습니다.”천자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반드시 필요하실 겁니다. 독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초류향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이 걷혔다.
천자후가 말하는 기술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눈치챘기 때문이다.
드드득-
초류향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치솟아오르는 분노를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본래의 그라면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고 원하는 것을 얻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독비, 아니 화령을 치료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쪽은 화령의 목숨을 쥐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천자후는 초류향이 뿜어내는 기운에 손이 떨려 왔지만 그것을 억지로 억눌렀다.
‘정말 괴물이로군.’지금 여기서 밀리면 자신들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가 위험하다.
“독비를 치료할 수 있는 자를 넘겨 드리고 제 목숨도 드리겠습니다. 저희 천씨 가문의 미래를 드린다는 겁니다. 거기에서 이번 일을 덮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건 최후의 협상이었다.
물론 지금의 초류향에게는 그저 협박으로 들렸지만.
“제가 지금 이곳에서 당신들을 다 죽이고 그자를 잡아갈 것이란 생각은 안 해 보았습니까?”천자후는 웃었다.
어찌 거기까지 생각을 안 해 보았겠는가?
소교주는 자신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제가 입을 다물면 소교주님께서는 그자의 행방을 영원히 찾지 못할 겁니다.”“…….”초류향은 침묵했다.
그러다 잠시 후 피식 웃으며 천자후를 바라보았다.
“자신할 수 있습니까?”“예?”“제가 그자의 행방을 절대로 찾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시는 겁니까?”“……물론입니다. 그자의 행방은 저밖에 모르거든요.”천자후의 대답에 초류향의 입가에 그려져 있던 웃음이 한층 더 진해졌다.
천자후는 불안했다.
분명히 자신밖에 모를 것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초류향이 보이는 웃음이 허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애초에 한두 사람의 목숨으로 이번 일을 끝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니 아주 제대로 보여 줄 생각이었지요.”“제대로라면……?”초류향은 천자후를 바라보다 덤덤하게 말했다.
“짐작하시는 대로, 그대의 가문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앨 생각이었습니다.”“…….”초류향의 담담한 말에 천자후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지금의 초류향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 저도 일이 커지는 것은 달갑지 않으니 한 가지 제안을 하지요.”“어떤 제안을 말씀하십니까?”“그 기술자라는 사람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면 천씨 세가에서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럼 기껏해야 백 명 안쪽이겠군요. 하나 거절한다면 천씨 세가 전부가 몰살당할 겁니다.”어떻게 해야 할까?
천자후는 고민했다.
자신이 마지막까지 영감의 행방을 감춰 온 것은 맞다.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 놓고 온 것이다.
엄승도와 전박의 정보력이 아무리 엄청나다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도 절대로 찾을 수 없을 터였다.
‘중요한 건 지금 소교주가 보이고 있는 저게 허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거로군.’천자후는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힐긋 시선을 돌려 그의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할아버지인 천태악은 그냥 여기에서 끝내자는 눈빛을 해 보였지만, 그것이 천자후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래서 천자후는 본래의 계획을 엎어 버리고 초류향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찾을 수 있다면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한데 못 찾는다면 어쩌시겠습니까?”초류향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잔인했다.
“제가 오늘 안에 그 자의 행방을 찾지 못한다면 당신은 물론이고, 천태악 가주도 살려 드리지요. 이번 일은 그냥 여기서 덮겠습니다. 하나 찾게 된다면 당신은 지금의 선택에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이것은 도박이다.
도박은 쫄면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요.”“제가 찾는다면 천씨 세가는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겁니다.”천자후가 약간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때, 그때까지 조마조마하게 듣고 있던 천태악이 급하게 나섰다.
“이놈! 그냥 말씀해 드리거라.”천태악이 판단하기에 이번 건 대단히 위험했다.
그냥 몇 명의 목숨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조용하고 깔끔하지 않은가?
소교주는 어렸지만 그 능력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괴물이었다.
‘이놈아…… 이 어리석은 놈아, 네놈의 혈기가 모든 것을 망쳤다.’뒤늦게 천태악이 나서 보려 했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초류향의 눈빛이 차갑게 변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