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허전함(2014.12.08.)
초류향은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습니다.”“예?”“이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천자후와 천태악의 얼굴이 일순간 기묘하게 변했다.
그러다 초류향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만면에 화색을 띄웠다.
“그, 그 말씀은……?”초류향이 약간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했으니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여기서 덮어 드리지요.”쿵-!
천자후는 바닥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 크게 절을 하며 말했다.
“소교주님이 베푸신 태산과 같은 은혜, 천씨 가문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초류향이 천자후의 말을 듣곤 씁쓸한 얼굴을 해 보였다.
그렇게 사대 세가를 다 박살낼 것처럼 열을 내 놓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꼴이 우습게 된 것이다.
하나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
“전 은혜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그저 약속을 지켰을 뿐.”하지만 천자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것은 분명히 은혜입니다. 힘 있는 자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니까요.”제법 뼈가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초류향은 공감했다.
힘을 지닌 자가 횡포를 부린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천태악 역시 초류향에게 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천씨 세가는 앞으로 소교주님의 충실한 심복이 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일어나십시오.”초류향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아무래도 이번 일을 너무 일을 쉽게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영감은 저희 가문에서 빠르게 찾아서 대령하겠습니다.”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초류향이 심연술을 너무 신용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천자후의 마음에다가 심연술로 직접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거짓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천자후조차 모르는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설마 도망친 건가?’초류향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허탈한 웃음을 입가에 그렸다.
아마도 그 기술자라는 사람은 이곳에 있는 것도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천자후도 모르게 어딘가로 도망을 친 것 같았다.
그러니 이곳에서 그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너무 성급했다.’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너무 늦었다.
매번 겸손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식으로 예상치도 못한 허점이 생기곤 했다.
초류향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걸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번 일은 초류향에게 꽤나 뼈아픈 교훈을 남겨 주었다.
‘스승님이 존경스러워지는군.’그의 스승님이었던 공손천기도 이러한 일들을 겪었을까?
그라면 어떻게 이 모든 난관들을 극복했을까?
잠시 스승님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떠올리며 초류향은 입가에 쓴웃음을 그렸다.
‘스승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자신은 아직 부족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앞뒤 상황과 여러 가지 주변 정황들을 고려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에 미숙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더 많은 경험과 연륜이 쌓여야 할 것 같았다.
초류향이 그렇게 허허로운 느낌으로 숙소로 돌아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주호유?’무슨 일일까?
주호유의 곁에 동행하고 있는 자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선우초린?’초류향이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몇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자신과 가까워질수록 환하게 웃는 주호유에게 초류향은 알은체를 해 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자네를 만나려고 왔지.”“저를요?”“그렇지? 여기 계신 이 아름다운 분이 친절하게 여기까지 안내해 주셨네.”초류향이 주호유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선우초린에게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얼마 만에 보는 것일까?
그녀는 여전히 도도하면서도 길들여지지 않은 오만한 눈빛으로 초류향을 바라보다 정중하게 읍을 해 보였다.
“이화궁주 대리가 소교주님을 뵙니다.”“이화궁주 대리?”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천마신교를 비운 사이 내부에서 무언가 자리 이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예. 백소천 궁주님께서는 지금 은퇴를 준비 중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과분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아마도 궁주 자리를 물려받는 모양이었다.
초류향이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선우초린을 바라볼 때.
주호유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나를 대체 어떻게 써먹을 생각인가?”“……그걸 물어보려 절 찾아오신 겁니까?”“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세.”주호유는 정말 진지한 얼굴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백면서생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중요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초류향은 주호유를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주 학사님의 실력은 돌아가신 조기천 스승님께서도 인정하셨던 적이 있지요. 그런 사람이 제 적이 아닌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합니다.”“나에게는 충분하지가 않네.”“그렇다고 제 수하가 되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물론이지. 하지만 힘을 보태 줄 수는 있네.”초류향은 주호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마도 저는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게 될 겁니다. 제가 가진 이기적인 정의를 위해서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겠지요. 그래도 저를 도우시겠습니까?”주호유는 초류향의 스산한 음성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초류향을 바라보며 약간 애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누가 죽는 것을 별로 원하지는 않지만…… 자네가 하겠다면 돕겠네. 기본적으로 그대가 악인이 아니라는 나의 판단을 믿기 때문이지. 자네가 바라는 세상이 많은 피를 흘려야 얻을 수 있다면 그리하게. 나는 단지 그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피가 흐를 일을 줄여 보도록 할 테니.”초류향은 주호유의 말에 잠시 동안 그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주호유라는 사람이 함께해 준다면 앞으로의 일에 상당히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그는 황실에서 많은 숫자의 무인들을 다루어 본 경험이 있고, 전략 전술은 물론 진법에도 일가견이 있지 않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자가 한 손을 거들어 준다는데 사양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가 지닌 능력에 대한 의심은 없다.
‘단지…….’지금의 초류향이 주호유의 제안을 단숨에 받아들이지 않고 망설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사람에게는 필요할 때 잔인해질 수 있는 그런 비정함이 없다.’과거에 주호유는 천하 사패와의 싸움에 천마신교를 이용하려 했었다.
초류향이 조기천 선생님의 제자라는 사실을 모를 때 그랬었다.
한데 천마신교에 조기천 선생님의 제자가 있다는 것을 알자 그는 모든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은연중에 천마신교를 보호해 왔다.
이것은 주호유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였다.
‘받아들여야 할까?’그를 전적으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까?
앞으로 초류향이 교주가 된 후 강호에 펼쳐질 길은 피로 얼룩진 험한 길이 될 것이다.
초류향은 자신의 정의를 위해 천하 통일을 이루어 나갈 테고, 그 과정은 조금만 삐끗해도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위태로운 길일 테니까.
‘잔인할 때는 충분히 잔인해져야 한다.’그런 상황에서 내부의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린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다면 일을 맡기기 어려웠다.
잠시 초류향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지켜보고 있던 엄승도가 조심스럽게 전음을 날렸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자를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아무래도 이유가 있을 듯싶어 초류향이 그를 슬쩍 바라보자 엄승도가 다시 전음을 보냈다. [앞으로 소교주님께서 정말 천하 통일에 나서실 계획이시라면 우리 쪽에도 뛰어난 군사가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군사?책략을 내고, 전략을 수정하는 그런 직책이 굳이 필요할까?
초류향은 의문을 가졌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분명 묻지 않아도 설명해 줄 테니까.
과연 엄승도는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림인의 시각이 아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는 자가 해 주는 조언이 분명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엄승도의 마지막 말에 초류향은 결국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은 꽤나 결정적인 조언이었다.
“피를 적게 흘리기 위해 노력해도 좋습니다. 단지 제 목적을 분명하게 아셔야 할 겁니다.”주호유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미 초류향이 고민하고 있을 때부터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대의 목적은 무림 통일이 아닌가?”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업적이다.
지나간 과거의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것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무림이라는 세계에 완벽한 하나의 질서를 만들 생각입니다. 단 한 가지의 색깔만이 있는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가장 확고한 흐름으로 평화를 만들 생각입니다만…….”초류향은 슬쩍 웃었다.
“확실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주호유는 초류향의 말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것을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자네를 돕지 않았을 거야. 충분히 어려운 일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 그러니 그걸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오히려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지금 무림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다.
끊임없이 다툼이 있을 것이고, 끊임없이 싸울 것이다.
그게 무림이니까.
초류향이 하려는 일은 그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라도…….’초류향은 굳이 그 말은 바깥으로 꺼내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까.
그때.
옆에서 줄곧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선우초린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녀는 조용하게 초류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군주님이 없어졌습니다.”선우초린은 곧장 본론부터 꺼냈다.
사실 그녀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지금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고, 자신의 직위에 따른 책임을 잊지 않았다.
때문에 보고를 하러 온 것이다.
“소군주님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만, 제가 직접 찾으러 가도 되겠습니까?”초류향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어, 어째서 그렇습니까?”왜 막는 것일까?
설마 막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선우초린이 당황한 얼굴을 할 때.
초류향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화궁은 본 교의 핵심 전력입니다. 당연히 이화궁주도 핵심 전력이지요. 함부로 외부에 내보내 위험하게 둘 순 없습니다.”“그렇지만 이건 소군주님의 일입니다!”그녀는 특별하지 않은가?
공손천기의 혈육이니까.
선우초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해 보일 때.
초류향이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소군주의 상징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숨이 당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가 벌어진다면 즉각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우 궁주의 목숨이 저에게는 더 소중합니다.”“……!”선우초린이 놀란 눈으로 말을 내뱉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릴 때.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소군주의 목숨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역시 손을 써 두었으니.”“……하면 소군주님이 천마신교를 떠날 것을 미리 알고 계셨다는 말입니까?”이번에는 초류향이 입을 다물었다.
사실 공손아리가 떠날 것이라고 정확하게 짐작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신경이 쓰였고, 그녀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 사람은 내 약점이다.’초류향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공손아리를 바라볼 때마다 확실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며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는 깊게 생각해 보고 싶지 않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외면한 것이다.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릴 때가 아니라 판단했으니까.
그래서 최대한 그녀에게서 신경을 끄려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했다.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더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잘 지내고 있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계속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과 걱정이 초류향을 쉴 새 없이 건드리고 들쑤셨다.
‘그래서 막수를 보냈다.’막수는 지금의 초류향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패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서도 지켜 줄 수 있는 든든한 방어막이 바로 막수였다.
그래서 초류향은 자신의 곁에 있던 막수를 그녀에게 보낸 것이다.
녀석을 공손아리에게 보내고 나자 어느 정도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에 허전함과 함께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초류향이었다.
작가의 말
200화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구요. 축전을 보내주신 분(이지선 님, kk 님, Cierra 님) 다들 복 받으세요!! 그리고 300화도 조만간이니 그때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0^[음?!] 조만간 맛난 거(혹은 술?) 먹으러 가요!
만든이 한 마디
와….졸라게 지루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