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13)
제213화 조언(2015.01.22.)
린과 령은 낚시에서 건져 올린 무언가를 보며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이, 이게 뭐야!”공손아리도 눈앞에 나타난, 족히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그것을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거, 거북이?”[음?]물 위로 올라온 거대한 거북이는 잠시 당황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다.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참, 일이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소.]거북이는 목소리조차도 느릿느릿했다.“히, 히익! 말을 한다! 거북이가 말을 해요!”령이 비명처럼 입을 열자 린이 그녀에게 꿀밤을 때리며 말했다.
“이런 거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아!”그랬다.
토끼도 말을 하는 판에 거북이가 말을 하는 게 대수겠는가?
령이 금세 수긍할 때 공손아리가 입을 열었다.
“왜 우리를 강으로 끌고 가려고 했어요, 거북님?”[으음?]거북이는 특유의 느릿한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공손아리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가 먼저 나를 의식하지 않았소? 진안(眞眼)을 가진 인간이여.]“제가 쳐다보면 안 되는 건가요?”공손아리의 물음에 거북이는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그리고 말했다.
[쳐다보면 안 되는 것이라기보다도, 본래는 보고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이오. 그대와 나는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이니. 게다가 그대처럼 특별한 눈을 지닌 사람이 이쪽 세계의 것을 강하게 의식하면 우리는 힘을 사용하기 어려워지오.]“아, 그런 것이었군요!”막수가 매번 공손아리에게 진안을 가졌다고, 특이한 인간이라고 신기하게 바라봤던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었나 보다. [그대 덕분에 매우 난감해졌소.]거북이는 특유의 지느러미 같은 발을 들어 올려 머리를 긁적였다.곤란한 얼굴.
“왜요?”[내가 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바람에 용궁의 문이 완전히 닫혀 버렸소.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단 말이오.]“그, 그럼 어떻게 하지요?”거북이는 공손아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래 모든 물은 바다로 통하는 법이라 이런 강물에서도 용궁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한번 문이 닫혀 버리면 한동안 열리지 않소. 그러니 용궁으로 직접 걸어가야 하오.]용궁으로 직접 걸어간다?공손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요?”[말하지 않았소? 이렇게 걸어서 바다로 가야 하오.]거북이는 지느러미를 몇 번 허우적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매우 느릿하게.
“……그렇게 해서 바다로 가시겠다구요?”[후후,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놀랐소? 우리 종족은 이렇게 바다와 육지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선택받은 특별한 종족이오.]한껏 거만한 표정을 짓는 거북이.
그것을 바라보는 공손아리 일행의 얼굴에 어색함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인간이랑 이야기해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오. 그대가 비록 날 곤란하게 했지만 진안을 가진 인간은 진귀한 것이니 그리 탓하지는 않겠소. 수고하시오.]거북이는 말을 마치고 느릿느릿하게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턱- 스윽-!
턱- 스윽-!
동작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느릿하여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공손아리가 보기엔 저렇게 해서 바다까지 가려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냥 강물을 통해 가시면 안 되나요?”거북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공손아리를 보며 정색한 후 입을 열었다.
[본래부터 이 몸은 용궁 출신이라 강물같이 더러운 물 속에 오래 머물 수 없소.]거북이는 스스로가 용궁 출신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그 말을 들은 공손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조금 전까지 강물 속에 계셨잖아요?”[그건 용궁의 문을 통해서 강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뿐이오. 그러다 우연히 그대에게 걸린 것이지.]운이 나빴다.
진안을 지닌 인간이 그를 바라보자 거북이는 자신도 모르게 용궁 바깥으로 딸려 나왔던 것이다.
어떻게든 바깥으로 끌려 나가는 힘에 저항하려다 보니 급한 대로 문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버티면서 바깥에 있던 공손아리를 물에 빠뜨리려 한 것인데…….
그러기엔 힘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거북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다가 입을 열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면 되오. 잘 가시오.]거북이는 굉장히 담담한 얼굴로 기어가기 시작했다.그 느릿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공손아리는 결국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제가 도와 드릴 일은 없을까요?”“소군주님!”그때까지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조금 전까지 우리를 무척이나 곤란하게 했던 요괴예요. 왜 굳이 친절을 베풀려고 하세요?”“그렇지만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하니까…….”“조금 전에 물에 빠졌으면 소군주님이 무슨 꼴을 당했을지 알고서 그러시는 거예요?”[그건 오해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소. 이 몸은 바다의 귀족. 인간에게 굳이 해를 끼치지 않소.]“그걸 어떻게 믿어?”린이 눈꼬리를 위로 올리며 사납게 말했다.
하마터면 소군주님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낚시에 정신이 팔려서 잠시나마 본분을 망각했던 것이다.
공손아리가 물에 빠질 수도 있었던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자 린은 손끝이 덜덜 떨려 왔다.
‘당장에라도 껍데기를 분리시키고 싶지만…….’그래도 공손아리 앞이니 그럴 수는 없었다.
분통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으며 린이 거북이에게 진정으로 분노한 얼굴을 해 보일 때.
공손아리가 그녀를 말렸다.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잖아, 린.”“사람이 좋은 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예요, 소군주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지나치셨어요.”자신에게 위해를 끼치려던 존재에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에 난도질을 해도 모자랄 판인 것이다.
린이 그렇게 흉흉한 생각을 하는 동안 옆에서 령도 조심스럽게 허리춤을 매만졌다.
여차하면 칼을 꺼내서 저 수상한 거북이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거북이는 그녀들의 태도에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육지라고 이 몸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소, 그대들은. 내 비록 바다에 속한 몸이지만 이 상태로도 그대들 정도는 아주 곤란하게 만들 힘이 있소.]“그 전에 네놈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될걸?”지척이었다.린과 령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칼을 뽑고도 남는 거리.
그때.
그녀들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놈은 또 뭐냐?]린과 령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막수가 서 있었다.* * *
초류향은 즉위식이 끝난 후 초혜정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정자에 앉아 인공 호수를 바라보던 초류향이 작게 입을 열었다.
“운휘 님.”[예. 주군.]“이제부터 잠시 동안 저 혼자 중얼거릴 생각인데…… 모르는 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꽤나 이상한 명령이었다.
하지만 운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천천히 초류향과 거리를 벌려 주었다.초류향의 몸속에 초류향이 아닌 자가 있다는 것은 운휘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초류향이 가끔씩 보이는 묘한 태도와 행동들이 전혀 다른 사람의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자와 대화를 하실 생각이시구나.’초류향의 몸속에 있는 괴상한 존재.
그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사실 운휘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한 가지.
그자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신했다.
그자가 초류향의 몸을 완벽하게 제어했을 때.
그를 마주하는 순간 공손천기를 정면으로 마주 봤을 때처럼 큰 충격을 느꼈던 것이다.
초류향은 그런 존재와 대화를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방해해선 안 되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운휘가 조용히 침묵을 지키자 초류향이 인공 호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승상께서 늘 조용히 계시지만 제 이야기나 행동들을 모두 보고 계신 것, 이미 알고 있습니다.”[…….]초류향은 혼자 떠드는 게 어색한지 잠시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제가 갑자기 이렇게 말을 걸어서 마뜩지 않으시겠지만, 이번에는 꼭 승상의 조언이 필요하기에 이런 것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초류향은 조용히 기다렸다.
제갈량이 자신의 부름에 응할지 아닐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라면 나타나 줄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과연 잠시 후.
[너의 일에 되도록 개입하지 않으려 했거늘…… 어찌해서 나를 찾느냐?]초류향은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에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리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지켜보셨으니 지금 제 상황을 알고 계시지요?”[네 녀석의 사랑 놀음이라면 잘 지켜보고 있다. 웃기지도 않더구나. 겨우 그 문제 때문에 나를 찾는 것이냐?]초류향은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그를 이렇게 부른 이유는 그 문제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그 문제는 제가 제 힘으로 해결할 겁니다. 승상을 찾게 된 이유는 다른 것 때문입니다.”[다른 것?]“예.”초류향은 잠시 동안 말을 잇지 않다가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각오하고 있는 대업 때문입니다. 승상.”[대업이라……. 참으로 건방진 단어다.]약간의 비웃음.
하나 초류향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과거 천하를 휩쓸었던 영웅 중의 영웅이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스스로의 힘으로 천하를 쥐락펴락하지 않았던가?
그가 보았을 때 지금의 초류향이 생각하는 대업이라는 것은 정말로 우습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대업이라는 단어는 확실히 사내의 피를 끓게 만들기에 충분하겠지.]탁-머릿속에 있던 제갈량이 갑자기 초류향의 눈앞으로 튀어나왔다.
희끄무레한 잔상이 생기더니 그가 불쑥 현실로 걸어 나온 것이다.
초류향이 그 신묘한 재주에 감탄을 터트릴 때.
제갈량이 정자의 난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야기하기가 편하겠지, 아무래도.]“예. 배려에 감사합니다. 승상.”제갈량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섭선을 만지작거렸다.그러며 초류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교주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네가 있는 이쪽 세상이 생각보다 재미있음을 알았지.]“예. 생각보다 좋은 곳입니다, 이곳은.”힘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진솔하고 파격적인 세상인가?
예전에는 무뢰배들의 세상이라 오해했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강호에는 분명히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힘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세상이지만 완전한 무질서는 아닌 것이다.
[네가 꿈꾸는 대업을 위해서는 지금 네가 누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그건 알고 있느냐?]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어쩌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지. 그것도 아느냐?]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을 희생할 각오가 필요하다.
등가교환(等價交換,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을 서로 교환함)인 것이다.
제갈량의 질문에 담긴 속뜻을 파악한 초류향은 씨익 웃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그 정도의 각오는 필수였다.
초류향의 마음에 새겨진 각오라는 게 결코 거짓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제갈량이기에 그는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네놈 욕심이 과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제 스승보다도 더한 놈이구나. 흥미가 생기긴 한다.]“저에게는 조언이 필요합니다, 승상.”[우습구나. 이미 각오를 다졌으면 그만이지 무슨 조언이 더 필요하더냐?]“천하를 상대로 싸워야 하기에 적으로 삼아야 할 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저는 그 순서를 정하고 싶습니다.”[순서라…….]제갈량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초류향을 바라보았다.맨 처음에는 이 녀석이 단순히 젊은 혈기에 휘둘려서 천하 통일을 외치는 줄 알았다.
원래 인간이라는 게 쥐뿔만 한 힘이 생기면 큰 욕심을 부리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이놈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그리고 무섭도록 정확하게 판단해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려 하고 있지 않은가?
‘하긴 원래부터 그런 놈이었지.’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로 대단한 놈이긴 했다.
그런 놈이 각오를 다지고 마음에 하나의 기준을 세웠으니, 목표를 향해 무섭도록 치고 나갈 것은 당연한 일.
‘순서라…….’과거 제갈량 역시 천하를 상대로 싸웠을 때.
초류향처럼 일의 순서를 먼저 정하고 움직였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아무리 절대적인 힘이 있더라도 개인이 홀로 세상 모두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차근차근 밟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제갈량이 입을 열었다.
[너는 순서를 정하기에 앞서 우선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무엇을 말입니까?”[지금 시점에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너를 죽이려는 자와 두려워하는 자, 그리고 이용하려는 자를 정확하게 나눌 필요가 있지.]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죽이려는 자와 두려워하는 자. 그리고 이용하려는 자를 분간할 수 있다면 일의 순서를 정하는 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나 그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단순히 생각해 보자면 모두가 그를 죽이려 할 것이다.
두려워하는 자는 그것을 숨기려 할 것이고, 이용하려는 자도 본래의 욕심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접근할 게 분명했다.
그런 사람이나 집단을 어떻게 미리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류향은 차분한 얼굴로 물었다.
“승상께서는 제가 궁금해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계시겠지요? 제가 가장 먼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제갈량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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