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21)
제221화 풍혈마군(2015.02.19.)
‘그’는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다는 무공의 천재였다.
남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배울 무공을 단 일 년 만에 배웠고, 손에 잡히는 모든 무기를 제 몸처럼 다룰 수 있었다.
하늘은 ‘그’에게 뛰어난 재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스승과 만나는 최고의 기연도 준비해 주었다.
‘그’의 앞길에는 그 어떤 것도 부족함이 없었다.
“네가 화경에 들어가면 너에게 수라환경을 전수하마.”지옥마제.
그는 자신의 첫째 제자이자 강호에서 풍혈마군이라 불리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라환경을 전수한다는 것.
그것은 차세대 천마신교를 이끌고 나갈 후계자를 그로 정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는 흥분했다.
천마신교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 중의 영광이었다.
때문에 ‘그’는 화경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무공에 정진했다.
하나 천재라 불리는 ‘그’에게도 화경의 경지는 진정으로 쉽지 않았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만 가고, 초조함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모든 것을 잊고 수련에만 전념하기 위해 폐관 수련에 들어가게 되었다.
폐관 수련을 한 지 일 년이 지나가고, 이 년이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삼 년이 되는 날.
폐관을 위해 입구를 막아 놓았던 바위가 부서지며 ‘그’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화경의 단계에 도달했던 것이다.
당시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 살.
‘그’는 진정 천재 중의 천재였다.
기쁜 마음으로 스승님인 지옥마제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보았다.
똘망똘망한 표정의 꼬마아이가 스승님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을.
스승님은 그 꼬마아이의 이름을 공손천기라 말했다.
“결국 네가 화경에 도달했구나.”“예, 스승님. 너무 기다리게 해 드렸습니다.”젊은 사내.
풍혈마군의 본명은 전윤수였다.
현재 지옥마제의 첫 번째 제자이자 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예정인 후계자.
그것이 바로 사내였다.
“옆에 있는 그 아이는…….”“아? 내 정신 좀 보게. 그러고 보니 이놈을 소개하지 않았구만.”지옥마제는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을 앞으로 슬쩍 밀며 말했다.
“공손천기라 한다. 네 막내 사제가 되겠지.”“……이 꼬마가…… 제 막내 사제라는 말씀이십니까?”“그래.”풍혈마군의 얼굴이 순간 묘하게 바뀌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자를 거둔 것은 무슨 뜻일까?
‘이건 의미 없는 일이 아닌가?’스승님이 원하는 대로 화경의 고수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수라환경을 전수받을 일만 남은 것이다.
수라환경을 완전히 물려받는 그 순간.
그때부터 전윤수는 공식적으로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한번 소교주로 결정이 되면 ‘특별한’, 정말 아주아주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번복되지 않는다.
때문에 후계자가 되지 못한 다른 제자들은 이미 정해진 소교주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영원히 외부로 추방되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천마신교 피의 율법이다.
“이상할 게다. 확실히 너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녀석의 존재가 납득이 되지 않겠지.”“……예.”전윤수의 얼굴에 순간 떨떠름함이 떠올랐다.
스승님께서는 대체 어쩌자고 이 아이를 제자로 맞은 걸까?
이런 꼬맹이, 아니 핏덩이를 제 손으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건 차마 못 할 짓인 것이다.
그러면 교에서 쫓아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꼬마가 교에서 쫓겨나면 과연 갈 곳이나 있을까?
‘욕심이 과하셨다.’어린 공손천기를 바라보는 전윤수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떠올랐다.
그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던 어린 공손천기가 갑자기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사형! 제가 이제부터 대사형이라 불러도 되는 거지요?”“응? 으응. 그렇지.”덥석-
어린 공손천기는 활짝 웃으며 쫄래쫄래 다가와 전윤수의 소매를 꼬옥 잡고 말했다.
“헤헤, 그럼 우리 친하게 지내요, 대사형.”너무나도 해맑은 웃음.
그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전윤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린 공손천기에게는 자신과 너무도 다른 밝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전윤수는 공손천기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공손천기의 티 없이 맑은 웃음과 마주하는 순간 결심한 것이다.
자기가 정식으로 소교주가 된다면 이 작은 녀석의 뒤는 반드시 책임져 주겠다고.
공손천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전윤수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 * *
삼 년 후.
전윤수는 무척이나 어두운 얼굴로 그의 스승인 지옥마제와 마주 앉아 있었다.
지옥마제 역시 그답지 않게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기에 방 안의 공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어째서 수라환경의 전수를 미루시는지 그 연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스승님과의 약속을 다 지켰습니다.”“킁, 알지. 네 녀석이 열심히 한 것. 나도 잘 알고 있다.”“한데 어찌하여…… 저와의 약속을 지켜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그게 말이다…….”지옥마제는 애매모호한 얼굴로 잠시 그의 대제자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정말 우직하고 성실했다.
무공에 대한 엄청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는 법 없이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 온 노력파였다.
굉장히 어린 나이에 화경의 단계에 오른 것도 그러했고, 그런 절대적인 강함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태해지지 않은 점도 그러했다.
이런 녀석이 천마신교를 이끌어 간다면 장래 천마신교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번성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지옥마제는 볼을 가볍게 긁적였다.
풍혈마군 전윤수.
이 녀석이 차기 교주가 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데에는 그도 동감했다.
하나 지옥마제가 망설이며 뜸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윤수도 알았기에 진지한 얼굴로 지옥마제를 바라보았다.
“차기 후계자로 공손천기, 그 아이를 염두에 두시는 겁니까?”“……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지.”“그 아이에게서 저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를 보셨습니까?”지옥마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확실하지 않아서 지금 고민 중이다.”“하면 스승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내가 여기서 너에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면 너무 염치없는 게냐?”전윤수는 아무 말도 없이 지옥마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 아이가 그 정도입니까? 아니면 제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입니까?”“너에게는……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지옥마제는 정말 미안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이건 평소의 그답지 않은 일이었기에 전윤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스승님께서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그래도 미안하다.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목을 긁적거리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 지옥마제를 보며 전윤수가 입을 열었다.
“……차후에 제가 정식 후계자가 되었을 때…… 지금 느낀 이 서운함을 어찌 감당하려 하십니까?”“그때는 지금 받은 것의 두 배로 쳐서 갚거라. 묵묵히 감당하마.”지옥마제가 호탕하게 말하자 전윤수는 피식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땐 두 배로 갚아 드리지요.”“잘 생각했다. 역시 내 제자구나.”흐뭇하게 웃는 지옥마제를 보던 전윤수가 불쑥 말했다.
“한데 마냥 기다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기한을 정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기한 말이냐?”“예.”지옥마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윤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법 정당한 요구였던 것이다.
“좋다. 하면 너는 기한을 얼마로 생각하느냐?”전윤수는 흐릿하게 웃었다.
삼 년 전, 당시에는 그 꼬맹이가 이렇게 강적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나 지금은 인정해야 했다.
그 아이의 재능은 스승님이 감탄할 정도로 정말 무시무시했고, 아직은 모자랄지언정 조만간 그의 턱밑까지 따라올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견제가 필요했다. 조금은 비겁한 행동이지만 확실하게 싹을 밟아 둘 필요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줄 순 없습니다. 제가 삼 년이 걸렸으니 그 아이에게도 삼 년을 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설마 화경까지 도달하는 데 삼 년을 주라는 말이냐?”“예.”지옥마제는 굳은 표정을 해 보였다.
그 얼굴을 전윤수는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양보는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은 무리다.
“……삼 년 뒤면 그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겠군.”“예.”“조금 빠른데?”지옥마제는 목을 긁적거렸다.
그러다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기로 하자. 무르기 없기다?”“알겠습니다. 녀석이 그때까지 화경에 도달하면 저도 녀석을 인정하겠습니다.”지옥마제와 그의 대제자 전윤수.
둘은 그렇게 은밀하게 거래를 했고, 그 승부에서 지옥마제가 이겼다.
그 승부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겨우 이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손천기는 불과 이 년 만에 화경의 고수가 되었던 것이다.
* * *
[진짜 괴물이었지, 그놈은.]초류향은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영혼을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그의 본명을 듣고,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제 사백님이 되시는군요. 제가 몰라서 실수를 했습니다.”스승의 사형이면 초류향도 예의를 갖춰야 옳았다.
그랬기에 초류향이 정중하게 읍을 하며 사과하자 전윤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교주는 그 누구에게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어디 가서 동정심이 아닌 한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마라.]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공손천기에게도 들은 적이 있었다.그들은 한결같이 교주라는 자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것을 알았기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지요.”전윤수에게 대답한 초류향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과거 공손천기 스승님이 살아 계셨을 때.
바로 위의 사형이라는 혈수광마 권광민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들은 바가 많았다.
하나 또 다른 한 명의 사형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화제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단지 소교주가 결정되자마자 천마신교를 떠난 것이 전부라고만 했었다.’그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가 없었다.
공손천기가 은근히 말하기를 꺼렸던 것이다.
스승님께서 감추려는 걸 굳이 캐묻기도 어려워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제 스승님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스승님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과거의 그도 초류향이 알고 있는 모습처럼 강하고 멋졌을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전윤수가 입을 열었다.
[……그놈은 교주가 될 자격이 충분했지. 강했고, 똑똑했다. 그것만 알면 되지 않겠나?]이상한 일이었다.공손천기 스승님도 그렇고, 눈앞에 있는 이 영혼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과거의 일을 꺼내는 것을 머뭇거렸다.
더 캐볼까 싶었지만 관두었다.
둘 사이에 묻어 두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묻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초류향은 시선을 옆으로 돌려 전윤수의 옆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서문현아라고 했던가?’사실 이 여자도 그렇고, 눈앞에 있는 이 영혼도 그렇고 둘 다 초류향에게는 굉장히 신기한 존재들이었다.
‘전윤수의 수치가…… 팔십삼이고…… 저 여자는…….’팔십삼만 되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잠재력이었으니까.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초류향은 서문현아를 바라보며 잠시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팔십오.’초류향은 서문현아의 막강한 잠재력에 잠시 질린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그녀의 수치는 그 엄청난 구휘와 동급이었던 것이다.
만든이 한 마디
뜬금없이 여자 나와서는 85짜리 고수 한 명 길가다가 주었네 이로써 사제 컬렉션 완성인가? zzzz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