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30)
제230화 초류향의 진법(2015.03.23.)
작전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믿어야 한다.’운휘는 진법의 바깥에서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진법 안으로 모습을 감춘 초류향과 태극검황, 그리고 사자검군 유설빈.
그들이 사라진 공간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게 운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뿌득-
운휘는 손에 쥐고 있던 나뭇조각이 으스러져 가루로 변했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초류향을 믿는다, 단순하게 그의 결정을 따른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포장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다.
‘너무 이기적이셨습니다. 주군.’이번 결정을 사실 운휘는 끝까지 납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초류향의 계획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가 너무도 강한 확신에 가득 차 있어서 더 이상 반대해 봐야 소용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분명 진법은 내가 잘 모르는 영역.’초류향이 단순히 무공으로만 이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면 운휘는 끈질기게 반대했을 것이다.
그것이 초류향을 위하는 길이었으니까.
하나 무공이 아니라 진법이었기에 운휘도 결국 초류향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무사하셔야 합니다.’자신이 지금 상황에서 초류향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괴로운 운휘였다.
* * *
어떤 상황에서건, 어떤 장소에서건 진법을 만드는 것은 초류향에게 매우 쉬운 일이다.
‘이 세상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진리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을 깨우친 초류향이 만드는 진법은 세상에 흔하게 알려져 있는 진법과 비교하면 족히 열 배 이상 그 위력이 증폭되었다.
‘이곳에서 승부를 본다.’초류향도 단순히 무력만으로 보았을 때.
스스로가 태극검황 백무량을 넘어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이겠지.’그렇다고 딱히 두렵지는 않은, 조금 모순적인 기분이었지만.
아무튼 초류향은 지금 당장은 무력보다는 자신의 다른 재주로 태극검황의 발을 묶어 둘 생각이었다.
그래서 치밀하게 계산을 한 후 이 장소를 선택했다.
태극검황 백무량.
그의 발을 완벽하게 묶어 둘 장소로 이곳보다 더 효과적인 곳은 없다고 여겼다.
* * *
온통 붉어진 세상.
조금 전과 같은 장소였지만 딱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게 마치 핏빛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
“이건 진법입니다, 사형.”“알고 있다네, 사제.”태극검황 백무량.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라마군이 단순히 무공뿐만이 아니라 진법에도 재주가 있다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알고 있었다.
‘실수했구만.’태극검황은 선선히 인정했다.
놈을 보았을 때 시간을 끌지 말고 바로 끝장을 냈어야 했다.
놈을 단순히 무인이라 판단하고 그것에 따른 움직임만 계산하고 있다가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가?
‘뭐, 별수 없지.’사실 태극검황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진법이라는 것은 예전에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경험해 보았던 진법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잔재주에 불과했다.
‘과연 너는 그들과 다를 것이냐?’최근에 무공보다는 진법같이 특출 난 재주를 지닌 녀석들이 강호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덕분에 그런 잔재주에 혹해서 거기에 연연하는 사람들도 늘어 가고 있었는데 태극검황은 이런 현상을 대단히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뭐든 하나를 깊게 파는 것이 좋다.’제갈세가의 제갈무휘라는 아이도 그러했고, 황실의 주호유라는 자는 단신으로도 정도맹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그 재주가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그들이 죽자고 그 분야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무공 역시 마찬가지다.
깊이 있게 판다면, 진법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한번 시험해 볼까?’턱을 한 번 쓰다듬은 태극검황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가볍게 좌측으로 손짓을 해 보였다.
콰드드득-!
엄청난 소리와 함께 좌측에 있던 집채만 한 크기의 바위가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장풍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잔뜩 기운을 모았다가 뿜어낸 것도 아니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자검군 유설빈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바, 방금 그건 무엇입니까, 사형?”“음? 글쎄,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구먼.”본인이 사용해 놓고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뭔가 아리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사자검군 유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 올라갈수록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깨달음이 있는 법이니까.
‘사형은 이미 극의를 이루셨구나!’유설빈은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검이라는 것은 본래 쉽게 적을 격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한데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태극검황처럼 검을 손에서 내려놓았을 때.
그때야 진정한 검을 얻을 수 있었다.
‘공손천기와의 승부가 사형에게는 분명히 약이 되었다.’유설빈은 백무량을 한없이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손에서 검을 놓자 한없이 자유로워진 백무량이다.
지금의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죽었다고 알려진 공손천기 정도일 터.
“이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는구만. 제법이야.”“그러고 보니 과거에 저놈 스승도 진법을 사용했습니다, 사형.”과거를 떠올리며 유설빈은 낮게 치를 떨었다.
그때 그 노인이 펼친 진법 덕분에 사숙들이 혈음마군 주상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던가?
“진법이란 본디 감각을 현혹시켜 그것을 믿게 만드는 잡술. 진짜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에 불과하지.”감각을 속인 것이라면 힘으로 주변 모든 것을 부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가 막 손끝에 힘을 모아 앞으로 쏘아 버리려 할 때.
그의 앞에 초류향이 유령처럼 등장했다.
“순서는 내가 정한다고 했지?”검황 백무량은 대답 대신 손끝에 잔뜩 모았던 힘을 그대로 초류향을 향해 쏘아 냈다.
그 기운은 아무런 소리도 소음도 없이 그대로 초류향의 가슴을 관통했다.
하나 백무량은 얼굴을 찌푸렸다.
“잔재주를…….”손끝에 걸리는 감각이 마치 빈 허공을 때린 듯 허망했다.
동시에 백무량의 얼굴 위로 흥미진진함이 떠올랐다.
그가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서 또 다른 초류향이 불쑥 등장했다.
“내 첫 번째 스승님은 무공을 전혀 모르시는 평범한 학자셨다. 무림과는 관계가 전혀 없으셨지. 한데 그는 단지 천마신교를 도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 제자 앞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야만 했다.”두 명의 초류향.
사자검군이 눈을 부릅뜰 때.
검황 백무량은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입을 열었다.
“하찮은 사술로 나를 농락하려 하는구나, 교주. 이것은 나를 대단히 우습게 본 것이다.”“내가 그쪽을 우습게 보았다 여기나?”“그렇지. 네 스승 공손천기 역시 그랬었다. 하나 그는 그대와는 다르게 그럴 자격이 있었지. 이런 잡술이 아니라 진짜 힘이 있었으니.”초류향은 서늘하게 웃어 보였다.
태극검황은 진법이라는 것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평생 무공만을 연마하고 오로지 그것만으로 극의를 이룬 사람답게 진법을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부술 수 있겠나? 이 진법을.”“교주는 역시 아직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구만. 내 오늘 큰 교훈을 내려 주지.”태극검황은 두 손을 내리고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저 둘 모두 허상.’인정하긴 해야 했다.
자신의 감각마저 속일 수 있을 정도이니 교주가 펼친 진법은 정말 일류의 솜씨였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허상으로는 진짜를 해칠 수 없는 법.
‘모든 진법을 부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세상의 모든 진법은 튼튼한 바닥이 있어야 존재한다.
그러니 진법을 부수기 위해서는 반대로 그 근본인 땅바닥을 부숴 버리면 그뿐이다.
태극검황은 발끝에 기운을 모으고 그것으로 대지를 강하게 내디뎠다.
쿠우우웅-!
묵직한 진각이 진법에 꽂히며 엄청난 진동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쩌어어억-!
바닥의 땅거죽이 크게 일어나고 백무량이 발을 디뎠던 부분이 마치 거인이 주먹질이라도 한 듯 움푹 파였다.
정면에 있던 초류향의 신형이 불안한 듯 크게 일렁거렸다.
마치 진법이 당장이라도 깨질 듯 천지사방이 요동친 것이다.
“이것은 내가 그대에게 주는 경고일세, 교주.”“…….”“내가 정말 이번에 모든 힘을 다한 것 같은가? 지금이라도 나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치게. 아마도 지금의 그대라면 도망칠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겠군.”검황 백무량이 여유롭게 말하자 초류향은 담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슬쩍 웃었다.
“진법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고작해야 이거였나? 부술 수 있을 것 같아서?”“이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먼. 굳이 현실을 봐야 믿겠다면 보여 줌세.”백무량이 낮게 혀를 차며 전신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검황 백무량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전신의 기운을 발끝에 몽땅 몰아 박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초류향이 그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던 절호의 순간이었다.
‘어?’백무량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뒤쪽으로 홱 돌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표정.
백무량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자검군과 눈이 마주쳤다.
“무슨……?”사자검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할 때.
백무량은 발끝에 모았던 기운을 재빨리 주변으로 뿌려 대며 바로 뒤에 서 있던 사자검군의 소매를 잡아채려 했다.
한데…….
“반응이 너무 늦었다, 검황.”뒤에서 유령처럼 아무런 기척도 없이 등장한 초류향은 자신의 앞에 멍청하게 서 있던 사자검군의 입과 코를 손으로 단단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의 혈도를 제압했다.
그를 뒤에서 끌어안은 그 상태 그대로 초류향은 한 걸음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네 이노옴!”백무량은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여유를 벗어던지며 초류향을 향해 길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초류향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그릴 뿐이었다.
콰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초류향과 사자검군이 서 있던 자리에 어마어마한 기운의 덩어리가 내리꽂혔지만 백무량은 그의 사제를 찾을 수 없었다.
연기처럼 둘의 기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이이!”처음부터 저놈이 노린 것은 자신의 사제였다.
애초부터 그와 정면 승부 할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초류향은 결국 이 진법 안에서 그의 감각을 속인 채 움직이고 있을 터.
‘놈은 아직 근처에 있다.’이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이 요망한 진법 자체를 부숴 버리는 것.
조금 전에 깜짝 놀라서 모아 놓았던 기운을 흩어 버린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제발 무사해라, 사제.’사제 유설빈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뒤쪽에서 누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완벽하게 제압까지 당한 상태였으니 이건 정말 시간이 없었다.
쿠그그극-
새하얗게 백열하는 기운이 백무량의 전신에 가득해졌다.
백무량은 침착하게 그것을 발끝에 응집시키고 호흡을 골랐다.
‘모든 진법은 단단한 바닥을 중심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지.’힘이 절정에 달하는 바로 그 순간.
백무량은 바닥을 힘껏 내려찍었다.
쿠우우우웅-!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백무량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이 미칠 듯이 물결쳤다.
하지만 백무량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째서…….”놀랍게도 진법은 그의 힘에도 깨어지지 않았다.
그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이 생겨난 것처럼 한동안 물결치듯 요란하기만 할 뿐.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초류향…….”백무량은 절망적인 얼굴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사제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시간은 더 이상 백무량의 편이 아닌 것이다.
만든이 한 마디
아놔 유설빈 입만 졸라게 살아서 zzzzzzzzz
실력도 안 되는데 분량만 졸라게 잡아먹네 사제가 쌍으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