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31)
제231화 복수(2015.03.26.)
사자검군은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
뒤쪽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그의 입과 코를 틀어막고 혈도를 제압할 때.
순간적으로 심장에 차가운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전신이 뻣뻣해지고, 그의 사형이 그를 보면서 절망적으로 손을 뻗는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망막에 맺혔다.
그리고.
그 순간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무섭게 들리던 음성.
“이제야 비로소 너와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구나, 유설빈.”“……!”뒷목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만족에 찬 놈의 음성에 유설빈은 속으로 낮게 이를 갈았다.
‘겁을 먹었다? 내가?’단순히 방심했을 뿐이다.
그뿐이다.
어쩌다가 뒤를 잡혀서 놈에게 기회를 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겁먹지 마라, 유설빈. 이놈은 그때의 그 애송이야.’유설빈은 급격하게 흔들리며 무너지려는 마음을 필사적으로 다잡았다.
확실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애송이에게 뒤를 내어 줬고 전신의 자유를 완벽하게 제압당한 상황.
하지만 그래, 단지 그것뿐이다.
‘최악의 경우 죽으면 그만이다.’어떤 상황에서건 죽음은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 겁을 집어먹고 비를 맞은 강아지처럼 공포에 떨 순 없었다.
그것은 본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그런 식으로 유설빈이 스스로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그를 안고 끌고 가던 녀석이 작게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까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유설빈.”초류향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열망이 가득 느껴졌다.
유설빈은 초류향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며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애송이, 너무 즐거워하지 마라. 그리고 나를 죽이고 바로 꼬리를 내린 개새끼처럼 도망치는 것이 너의 신상에 좋을 것이다. 내 사형을 언제까지 이런 허접한 진법 안에 가둬 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초류향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우뚝 멈춰 서서 유설빈의 몸뚱이를 뒤집은 다음 그의 멱살을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맞다. 그를 이곳에 너무 오래 가둬 놓을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 네 사형은 염려하지 마라, 유설빈. 너는 지금부터 네 파리 같은 목숨을 염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호랑이처럼 분노에 가득 찬 눈.
초류향의 그런 눈과 마주하는 순간 유설빈은 전신의 힘이 맥없이 탁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새끼…….”유설빈은 낮게 이를 갈았다.
죽는다.
이놈은 진정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지금 초류향의 눈동자에는 너무도 순수한 분노와 원한이 가득했다.
한데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놈은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원하던 기회를 손에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흥분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런 부류가 가장 위험하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놈들이니까.
‘내가 죽는다고?’유설빈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순간적이었지만 오싹하는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숨길 수가 없었다.
본능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떠한 고수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부분이다.
‘이게 진짜 내 모습이라는 말인가?’자신에게 화가 났다.
오래전에 경계를 넘어서서 화경이라는 엄청난 경지를 이루었을 때.
이미 생과 사.
죽음과 삶에 대해서 완벽하게 초연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정말로 죽음이라는 것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자 그때의 초연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두려움에 떨고 있지 않은가?
“죽음이라는 것이 막상 눈앞에 현실로 닥쳐오면 모두가 두려운 법이다. 내 스승님 역시 그러셨겠지.”초류향은 분노와 공포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유설빈을 바라보다 그의 멱살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뿌드드-
“하나 아느냐? 내 스승님께서는 나를 구하기 위해 돌아가셨다. 죽음의 공포에 맞서서 나를 지키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던지신 것이다. 네놈의 검 앞에.”“…….”그때 조기천 스승님의 눈빛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죽음에 초연했을 뿐만 아니라 죽어 가던 와중에도 그는 오로지 제자의 안위만을 염려하지 않았던가?
“네놈이 여태껏 무사하게 살아 있어 줘서 나는 무척이나 기뻤다. 하늘이 나에게 직접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초류향은 유설빈의 멱살을 쥔 채 그를 옆으로 휙 집어 던졌다.
그러자 유설빈은 온몸의 감각이 갑자기 크게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깊은 물속에 잠겨 있다가 바깥으로 나온 듯 사방이 일시적으로 넓어진 기분을 느낀 것이다.
‘진법 밖으로 나왔다.’유설빈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바닥에 내팽개쳐진 그의 머리 위로 복면을 쓴 사내가 다가왔다.
“주군.”운휘였다.
초류향은 그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운휘 님?”“아닙니다. ……한데 괜찮으십니까?”“물론 보시는 것처럼 저는 괜찮습니다.”초류향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는 정말 멀쩡했다.
게다가 기분도 무척이나 좋았다.
“검황은 아직 안에 있는 겁니까?”“예. 아직 안에 있지요. 아마 진법을 부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을 겁니다.”초류향의 말을 듣자 운휘의 눈빛이 한층 신중해졌다.
“그렇다면 서둘러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예. 아무래도 진법의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검황 정도의 고수를 가둬 두려면 유지 시간이 긴 진법은 너무 위험했다.
진법은 금방 허점을 보이고 결국에는 부서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수명은 짧아도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진법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 기준이 된 것은 바로 나다.’검황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초류향도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류향은 스스로의 무력을 계산 안에 넣고 진법을 만들었다.
자신이 단순히 힘으로만 진법을 돌파하려고 할 때 어느 정도의 시간과 힘이 필요할지 계산해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진법이다.
태극검황이 초류향보다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지 시간은 엄청나게 짧아졌지만 그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앞으로 최소한 반 시진(한 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습니다.”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 시진이면 충분했다.
‘한 명의 목숨을 거두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게다가 지켜보고 있자니 유설빈은 아예 아무런 저항도 못 하는 상태가 아닌가?
저 상태라면 반 시진도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때 초류향이 천천히 유설빈을 향해 움직였다.
“죽음이 두렵나, 유설빈?”“…….”유설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초류향을 노려보았을 뿐이다.
운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묵묵히 걸음을 옮겨 조금 멀찍이 떨어졌다.
주군께서 그토록 원하고 기다리던 복수의 시간이었다.
그것을 방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궁금하다.’주군이 어릴 때부터 계획해 왔던 복수가 아닌가?
어떤 방식으로 복수를 할 것인지, 그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운휘도 궁금했기에 말없이 자리를 비켜 준 것이다.
“죽음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너는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는다.”“나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웃기지 마라. 개소리 집어치우고 어서 죽여.”조금 전에 초류향이 보였던 순도 높은 분노는 자신의 몸뚱이를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버려도 시원치 않을 정도가 아니었던가?
그것은 과거에 월인도법을 회수하러 갔다가 노인을 죽였을 때.
그때 노인의 시신을 안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던 그 꼬마의 눈빛이었다.
유설빈은 더 이상 추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 유설빈을 보며 초류향이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이 아니다, 유설빈. 나는 정말 너를 죽이지 않는다.”하나 초류향은 말을 하며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나는 과거에 무림인이 되기 전에는 죽음이 가장 무서운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강호에 뛰어들고 직접 이 세계를 경험해 보고 나서는 죽음보다 무섭고 두려운 게 있음을 알게 되었지.”초류향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는 지금 내 분노를 받아야만 한다.”“네놈 설마…….”유설빈이 더듬거리며 겁에 질린 얼굴을 해 보였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표정 관리를 하고 억지로 버티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초류향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챘으니까.
그가 들어 올렸던 손을 아주 천천히 유설빈의 단전에 올렸다.
“이, 이 개새끼!”악에 받친 유설빈의 고함에 초류향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살아서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지켜봐라. 네가 있는 세상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 평생을 지켜보는 거다.”퍼억-!
초류향의 손끝에 모여 있던 기운이 유설빈의 단전을 헤집으며 지나갔다.
동시에 유설빈의 눈이 부릅뜨여지고 그의 입에서 지옥의 악귀가 내지르는 듯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유설빈이 산천초목이 떠나갈 듯 악을 썼다.
목에 굵은 핏대를 빳빳하게 세우며 소리를 질러 대던 그는 결국 꺽꺽거리며 입과 코에서 검붉은 피를 계속 토해 내기 시작했다.
단전이 완벽하게 부서진 것이다.
“너는 이제 무공을 잃고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하나 그것으로는 내 스승님의 죽음에 대한 원금도 되지 않는다. 네 사형인 태극검황의 말처럼 이자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이자?
평생 동안 연마한 무공을 잃은 지금, 아직도 잃을 게 더 남아 있단 말인가?
유설빈은 무려 화경의 고수였다.
이 세상천지에 무서울 것이 없었으며 어딜 가도 대우를 받았던 그가 아니었던가?
한데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을 잃었다.
유설빈이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도 원독에 가득 찬 눈빛으로 초류향을 쏘아볼 때.
초류향은 그의 양쪽 팔을 움켜쥐며 말했다.
“앞으로 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다.”유설빈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단지 눈앞에 있는 이놈을 갈아 마시고 싶을 뿐.
“너 이 잔인한 새끼…… 그냥 죽여라. 그냥 나를 죽이라고! 이만하면 충분하잖아!”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절대 없다, 유설빈.”오히려 살려 둘 것이다.
초류향은 그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상처도 곧장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은 할 생각이지만.
쫘아악-!
초류향이 내력을 유설빈의 몸 안으로 집어넣어 그의 팔 근육을 완전히 부숴 버렸다.
다시 한 번 유설빈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초류향은 그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과거 공손천기가 수도 없이,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법이다. 땡중들이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실제로도 그렇거든. 너무 복수라는 것에 매달리지 마라. 그때는 모르지만 끝에 가면 결국 허망해질 뿐이다.]복수라는 것은 초류향이 무공을 연마하게 되는 가장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그가 강함에 집착하고, 무공으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했던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복수였다.
그리고 공손천기는 그 점을 염려했다.
[차후에 네가 힘을 얻어서 그놈에게 복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단지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다. 고작해야 그런 복수를 위해 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도 아깝지 않으냐? 그런 놈에게 네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공손천기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하나 그 대단한 공손천기도 결국 초류향의 결심을 꺾지 못하고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결국 네가 모든 것을 직접 겪어 보아야 알게 될 일이겠지. 하면 한 가지만 말해 두마. 네가 복수를 할 때 절대로 그놈에게서 눈을 돌리지 마라. 고개도 돌리지 말고 숨도 쉬지 말고, 복수라는 놈을 똑똑히 지켜보아라. 그것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놈인지, 놈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절대로 외면하지 말라는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이제야 그때 그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스승님.’복수라는 놈은 확실히 공손천기 스승님의 말처럼 정말 추악하고 더러웠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고 비정해질 수 있다니 초류향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마음이 번잡하고 괴로웠다.
하나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복수다.’각오했던 일이었다.
수십 번, 수백 번 오늘의 이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가며 무공을 연마해 왔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유설빈이 천천히 정신을 잃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초류향은 그의 입에 불사호심단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 갑시다.”“…….”초류향이 앞장서고 운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몇 년 동안 준비했던 복수를 드디어 이루었다.
하나 걸어가는 초류향의 표정은 괴로움과 후련함이 한데 섞여 무척이나 복잡해 보였다.
만든이 한 마디
아놔 단 한 화만에 복수 끝나네 유설빈만 졸라 깝치고 이게 뭐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