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진짜와 가짜(2015.04.06.)
멀리 사라지는 전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 호법이 입을 열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떠냐?”“뭐가?”“교주님께서 지금 괜찮으실 거 같으냐?”“멍청한 늙은이.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느냐?”주 호법은 자신의 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복잡한 얼굴을 해 보였다.
“교주님은 소군주님을 다시 본 교로 데려오기 위해서 먼저 강호로 나오셨다. 그런데 일이 꼬였으니 아마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실 게야.”“그럼 어쩌지?”“어쩌긴? 우리는 교주님이 명령하신 대로만 하면 된다. 너 괜히 허튼짓할 생각하지 마라.”주 호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우 호법을 바라보자 그가 어색한 얼굴로 딴청을 피우며 어깨를 주물럭거렸다.
“네놈 지금 혼자 황실로 찾아가서 소군주님을 데려오겠다 어쩐다 하는 생각 했지? 그치?”“헛, 흠흠. 그것참, 눈치 한번 기가 막히게 빠르구나.”“제발 나이 처먹고 그런 얼토당토않은 괴상한 짓 좀 하지 마라. 교주님이 설마 바보라서 그 생각을 안 해 보셨겠느냐? 다 무언가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무리하지 않으신 거 아니겠느냐?”“그, 그런가?”“아무튼 조만간 교주님이 복귀하시면 그때부터 시작이니 기다리기나 해라.”“응…….”우 호법이 시무룩한 얼굴을 해 보일 때.
주 호법 역시 마음이 복잡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역시 우 호법과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그들이 아는 교주 초류향은 생각 없이 움직이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 * *
초류향은 최대한 빠르게 천마신교의 병력들과 합류하고자 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마 닷새 후쯤 무난하게 합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별일이 없었으면 그랬겠지.’초류향은 자신의 마차를 가로막은 엄청난 수의 병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정도맹의 대규모 병력이 그가 돌아가는 길목을 차단한 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마두 초류향은 거기 있느냐? 있으면 썩 나와라!”“저것들이 미쳤나?”불쾌한 표정을 짓는 운휘와 노진녕을 보며 초류향은 가볍게 고개를 저은 후 마차 바깥으로 나갔다.
적들 중에 걱정할 만큼 대단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무슨 자신감이지?’초류향이 의아한 얼굴로 밖으로 나서자 그의 눈에 제법 안면이 있는 자가 보였다.
그를 보고서야 초류향은 이들이 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갈무휘…….”“네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류향.”초류향이 사자검군을 반병신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은 벌써 날개 돋친 듯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소문의 특성상 나중에는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져서, 태극검황조차도 초류향에게 낭패를 당했다는 식으로 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도 가로막은 건가?”“물론이지. 다른 겁쟁이들과 나를 똑같이 취급하지 마.”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초류향이 이 길로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감히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제갈세가는 달랐다.
그들에게는 무공 말고 절대적인 무기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그것 하나만 믿고 가문의 전력을 몽땅 이끌고 나와 초류향의 앞을 막아섰다.
‘과연 그런 건가…….’초류향은 고개를 기울이며 마차 벽에 비스듬하게 기대섰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웃음을 그렸다.
“무공은 힘들겠지만 진법으로는 나를 잡을 자신이 있다, 이건가?”“그래. 저번처럼 요행을 바라지 마라. 대마두!”“대마두라…….”초류향의 입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제법 나쁘지 않은 단어였다.
확실히 저들이 보기엔 지금의 초류향은 악당 그 자체일 테니까.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힘이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세상이 바로 강호다.
그런 강호에서 절대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초류향이 그 힘을 이용해서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일이었다.
“나는 지금 대단히 바쁘다, 제갈무휘. 하지만 너라면 나를 막을 자격이 있지. 잠깐 정도는 기다려 주마.”제갈무휘의 눈동자에 흥분의 기색이 떠올랐다.
천마신교의 교주가 그를 인정해 준 것이다.
‘작은 할아버지의 말씀이 옳았습니다.’무공 말고 진법으로 천하를 종횡하라던 제갈유성의 말을 떠올리며 제갈무휘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맑은 빛무리와 함께 초류향과 그가 타고 있던 마차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진법이 발동한 것이다.
제갈무휘는 그것을 확인한 후 망설이지 않고 자신 역시 만들어진 진법 안으로 몸을 날렸다.
* * *
초류향이 제갈무휘에게 자격이 있다고 한 것은 그의 명성이나 능력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가 익히고 있는 진법.
그것이 초류향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월인삼라산법술해.
‘한 번은 확인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어떤 것이 진짜인지는 이미 명확했다.
하나 초류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제갈무휘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려 줄 필요가 있다.
‘보고 계십니까? 승상. 이것이 당신의 후예가 펼치는 진법입니다.’주변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며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사방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초류향이 마치 명화를 감상하듯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배운 것치곤 제법이다만 아직도 어설픈 녀석이군.]초류향은 눈을 반짝였다.오랜 시간 동안 말이 없었던 제갈량이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그동안 무얼 하고 지내신 겁니까? 저는 승천하신 줄 알았습니다.’[네놈이 저질러 놓은 실수를 덮어 놓느라 고생을 좀 했지.]‘제가 저지른 실수요?’초류향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갈량이 피식 웃었다.
과거 초류향이 화령의 독에 중독되었을 때.
그의 몸뚱이를 천마 홍순원에게 완전히 빼앗겼던 적이 있었다.
물론 제갈량이 곧장 홍순원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다시 봉인시켜 놓았지만, 그를 완전히 얌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제갈량 역시 상당히 애를 써야만 했던 것이다.
[네놈은 기억이 나지 않을 게다. 아무튼 네놈은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만 한다.]초류향은 제갈량의 막무가내식 발언에 의아해했지만 곧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승상의 후예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염려 마십시오. 저도 적당히 위협만 하고 쫓아 보낼 생각입니다.’목숨을 빼앗을 생각은 애초에 전혀 없었다.
제갈무휘는 아마 평생토록 모르겠지만, 그는 단지 ‘제갈’이라는 성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초류향의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한데 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두들겨 줘라. 다시는 어디 가서 진법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저놈의 기를 완전히 죽여 달라는 말이다.]‘……그래도 정말 괜찮겠습니까?’초류향은 떨떠름한 얼굴을 해 보였다.제갈량의 얼굴을 봐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심하게 해 달라고 주문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내가 가문에 진법을 남겨 놓은 것은 그것으로 집을 지키라는 뜻이었지 저렇게 어설픈 재주를 가지고 세상에 나오라는 뜻이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여 주거라.]초류향은 제갈량의 말에서 진심을 읽었다.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제갈량은 그것을 끝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진법 안에 들어서는 제갈무휘를 바라보며 초류향이 미소 지었다.
‘미안하게 되었다.’적당히 하고 못 이기는 척 도망칠 생각을 했던 초류향이다.
아무래도 제갈량의 후예에게는 함부로 손을 쓰기 어려웠으니까.
한데 이제는 계획이 바뀌었다.
그게 제갈무휘에게는 불행이었다.
“저번에는 네놈의 개수작에 당해 줬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각오해라.”제갈무휘가 섭선을 펄럭이며 말했지만 초류향은 그저 묘한 웃음을 입가에 그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건 쥐가 고양이를 걱정해 주는 꼴이 아닌가?
나름대로 기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때.
제갈무휘가 섭선 끝을 움직였다.
그러자 붉은 하늘이 갑자기 세로로 쪼개지며 그곳에서 사람만 한 얼음 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렸다.
“부서져라!”쿠콰콰콰-!
엄청나게 사나운 기세였다.
하지만 초류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게 발끝을 움직여서 바닥에 무언가를 그렸을 뿐이다.
그러자 주변의 기운이 묘하게 흔들렸다.
“어?”제갈무휘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던 얼음덩어리가 빗물로 변하여 주변에 쏟아졌다.
쏴아아아-!
주변에 가득했던 불덩어리들이 그 빗물에 맞아 매캐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초류향은 빗물을 맞아 젖어 버린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제갈무휘를 응시했다.
“너는 이번에는 나를 찾아오면 안 되는 거였다, 제갈무휘.”“……너 방금 뭘 한 거지? 뭘 대체 어떻게 한 거야?”“나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제갈량의 후예.”초류향은 제갈무휘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하늘을 가리켰다.
제갈무휘는 눈을 부릅뜨고 초류향이 가리키는 방향을 응시했다.
그리고 입을 쩍 하고 벌리며 비명처럼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어떻게 진법을 이루는 핵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가 있는 거지? 이건 말이 안 돼!”“애초부터 진법이라는 것은 인간이 천지조화를 인위적인 공간에 억지로 가둔 것. 그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그렇지 않나?”쿠쿠쿠쿠-
초류향이 가리키는 구멍 뚫린 하늘.
그 위로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회색이 너무 짙어서 까맣게 보이는 구름은 자기들끼리 뭉치더니 곧장 위험한 불빛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벼락이 제갈무휘의 바로 지척에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퍼지는 엄청난 전류에 제갈무휘가 전신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초류향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월인삼라산법술해를 얻고 나서 천하가 네 것 같았나? 진법으로 천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나?”제갈무휘는 이를 갈며 말했다.
“전부터 묻고 싶었다. 네놈은 대체 어떻게 본 가의 비전 절예를 알고 있는 거냐? 그것은 본 가에서도 고작 세 사람밖에 알지 못한다! 어째서 마교의 교주가 그것을 알고 있는 거냐?”궁금할 것이다.
제갈무휘의 궁금증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자 초류향은 빙긋 웃었다.
“알고 싶나? 그렇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텐데?”초류향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제갈무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목숨을 걸고서라도 알아야겠다. 가문의 비전이 어떻게 외부에 흘러나간 것인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초류향은 그 진중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문 세가의 책임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갈무휘가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선선히 말해 주었다.
“나 역시 월인삼라산법술해를 보았다. 그래서 잘 알고 있지.”“뭐? 그것을 보았다고?”이해할 수 없었다.
가문의 창고에서 썩어 가고 있던 것을 저놈이 어떻게 읽어 봤다는 이야기인가?
제갈무휘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할 때.
초류향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네가 본 것은 아마 월인삼라산법술해의 하권이겠지?”초류향이 말하자 제갈무휘는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말했다.
“네, 네놈 설마……?”믿을 수 없다는 얼굴.
하나 제갈무휘는 초류향을 보며 확신했다.
“사, 상권을 봤어? 월인삼라산법술해의? 그건 이미 오래전에 유실되었다고 들었는데…….”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읽은 것은 분명 월인삼라산법술해의 상권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네가 가진 것과는 달리 진짜배기였지.”초류향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그의 손가락이 제갈무휘를 가리켰다.
“진짜와 가짜가 만나면 가짜는 부서지기 마련이다.”번쩍-
초류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하얀 빛이 제갈무휘의 전신을 덮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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