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55)
제255화 궁금증(2015.06.18.)
엄승도는 성문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얼굴을 해 보였다.
혈뢰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함부로 열 수 없었다.
특히 상대가 외부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해야 할까?’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흑월회 무리의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냉하영이 죽립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흑월회는 천마신교의 아군입니다. 이미 교주님께도 이야기가 되었지요.”“그런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만…….”“물론 그렇겠지요. 하나 조만간 알게 될 겁니다.”이 말을 그냥 믿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엄승도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냉하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함께 온 병력들은 이곳에 두겠습니다. 그렇다면 안에 들어가게 해 주시겠습니까?”엄승도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양옆을 바라보았다.
신마대주와 흑풍대주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냉하영 혼자 들어오는 것이라면 괜찮지 않겠습니까?”엄승도가 묻자 신마대주와 흑풍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냉하영이 유명한 것은 무공보다도 머리를 쓰는 것이 비상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무력은 기껏해야 일류에서 이제 막 절정으로 접어든 수준.
무력만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그럼 혈뢰문을 열겠습니다.”“그렇게 하시오.”흑풍대주가 말하자 엄승도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그그긍-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냉하영이 걸어 들어갔다.
천마신교의 천 년 역사상 단 한 번도 부서진 적이 없다고 알려진 혈뢰문이다.
천마신교의 고고한 자존심 그 자체인 것이다.
‘뭐, 그것도 내가 오지 않았으면 부서졌겠지만…….’어찌 되었건 그녀는 천마신교를 돕기로 약속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혈뢰문은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혈뢰문이 다시금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닫혔다.
엄승도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냉하영을 맞이하며 흐릿하게 웃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자신감이 대단하십니다. 본 교에 이렇게 혼자서 걸어 들어온 외부인은 손에 꼽습니다.”“그래요?”“예.”“영광이네요.”냉하영은 빙긋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으니 걸어가면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예?”“황실의 고수를 막아야 할 거 아니에요?”“그건 그렇지만…….”그녀가 데려온 고수들은 기껏해야 백 명이다.
저 정도면 화경의 고수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벅찼다.
냉하영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현재 천마신교의 전력은 어떻게 되죠? 절정 고수의 숫자만 말하는 거예요. 최대한으로 끌어모았을 때의 숫자를 말해 주세요.”엄승도는 흑풍대주와 신마대주를 힐긋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에서 전력을 곧이곧대로 다 알려 주는 게 옳은 일일까?
약간의 갈등과 함께 엄승도는 입을 열었다.
“신마대와 흑풍대의 전력을 다 모으면 절정 고수의 숫자는 대략 백오십 명 정도 될 겁니다. 거기에 원로원의 손을 빌린다면 아마 삼백에서 사백 명이 되겠죠.”“넉넉하군요.”“예?”냉하영은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그리며 길가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저는 최악의 경우 혼자서라도 황실을 막아 낼 생각을 하고 왔거든요.”“그게 무슨…….”고작해야 백 명이다.
그것으로 뭐 어쩌겠다는 말인가?
상대방은 황실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들.
절정 고수가 오백 명 이상에 화경의 고수가 네 명인데?
이 정도 병력 차이면 전략과 전술이 무의미했다.
“제가 이곳에 혼자 들어온 게 이상하지 않으세요?”“…….”엄승도는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히 이상했다.
이쪽을 어떻게 믿고 이렇게 태연하게 혼자서 안으로 들어온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한 엄승도는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과거에 당신을 죽일까 말까 고민했을 때 어둠 속에서 저를 막아섰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설마 지금도 같이 온 겁니까?”냉하영은 미소 지었다.
엄승도가 말하는 사람은 분명 시엽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에는 시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분도 계시지만 다른 분도 이곳에 있지요.”신마대주와 흑풍대주는 긴장했다.
그들의 감각을 속일 정도의 은신술.
그렇다면 최소한 자신들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말이었다.
“할아버지, 이제 모습을 드러내셔도 될 것 같아요.”“하, 할아버지?”엄승도는 눈을 부릅떴다.
냉하영의 할아버지가 누군가?
삼황 중 하나.
흑월야황 냉무기가 아닌가?
‘농담이겠지.’장난이 지나치다.
그는 이미 은퇴하지 않았던가?
하나 엄승도는 냉하영의 오른쪽에서 불쑥 등장한 노인을 보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리쳤다.
“흐, 흑월야황 냉무기!”삼황의 한 명.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고수.
그가 이곳에 있다니?
“이제 제가 혼자서라도 황궁을 상대하려고 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지요?”
엄승도도, 신마대주도, 흑풍대주도.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적과 아군을 떠나서 흑월야황 냉무기라는 위대한 무인을 마주하자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유일하게 공손천기 교주님과 비견되는 고수.’삼황의 하나인 검황은 공손천기가 공식적으로 무참하게 박살 내 버렸지만, 야황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도 살아 있는 전설인 것이다.
다행히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엄승도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야황 어르신 말고도 이곳에 한 분 더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그들의 감각을 속인 사람은 야황만이 아니었다.
야황만 해도 전력 면에서는 이미 충분하고도 넘쳤지만, 한 명이 더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그의 얼굴도 확인해 둘 참이었다.
엄승도는 여기까지 생각한 자신이 너무도 기특했다.
냉하영은 그런 엄승도의 흐뭇한 표정을 읽고 나서 피식 웃었다.
“좋아요. 서로의 믿음을 위해 보여 드리죠.”냉하영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모습을 보여 주시겠어요, 시엽 님?”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왼쪽에서 어떤 잘생긴 미남자가 등장했다.
그를 바라보던 엄승도와 흑풍대주, 신마대주는 동시에 깜짝 놀랐다.
“화경의 고수?”“예. 다행히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엄승도는 마른침을 삼켰다.
냉하영은 정말로 천마신교의 도움 없이도 황궁을 막을 만한 전력을 데려온 것이다.
이렇게까지 확실한 전력을 보여 주니 엄승도는 오히려 의심이 생겼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순수한 호의라고 하면 믿지 않겠죠?”“당연합니다.”그녀가 그저 시엽이라는 화경의 고수만 데려왔다고 해도 못 믿을 판이었다.
한데 야황 냉무기라는 최강의 고수까지 데려오다니…….
이건 그만큼 얻어 갈 것이 많다는 소리가 아닌가?
“저는 이번 싸움에서 크게 두 가지를 얻어 갈 수 있어요.”“그게 무엇입니까?”“일단 천마신교 교주님의 신뢰겠지요. 이건 당연히 신뢰에 따라오는 보상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거예요.”엄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그녀가 무엇을 요구할지, 천마신교가 어떤 보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절대 은혜를 잊지 않는다.
‘물론 원한도 잊지 않지만…….’어찌 되었든 흑월회의 도움으로 이런 큰 위기를 극복한다면 그 보상 역시 엄청날 터.
여기까지는 우선 납득이 되었다.
“다른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냉하영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전 이번 일을 계기로 황실이 다시는 강호를 넘보지 못하게 할 생각이에요.”“……!”“그들이 강호의 일 하나하나에 간섭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어렵고 힘든 것은 없어요. 이번 기회에 그 싹을 확실히 자르는 게 제 두 번째 목표예요.”엄승도는 순간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대의인가?’개인적인 이득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일.
그런 것을 소위 대의라고 부른다.
설마 냉하영의 입에서 그런 의미의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엄승도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 정도면 납득하기에 부족하지 않겠지요?”엄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가 무엇을 의도했건 지금은 따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냉하영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곳에 온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선 안 돼요. 그러니까 어서 병력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싶은데, 괜찮겠어요?”“음…… 그건 잠시 고민을…….”엄승도는 흑풍대주와 신마대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잠시 서로의 눈을 보며 생각을 교환하다가 곧 한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월야황 냉무기를 바라본 것이다.
냉무기를 바라보던 엄승도의 입가에 헛웃음이 떠올랐다.
“들어오도록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야황 어르신이 이곳에 있는 이상, 흑월회 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저희들을 모조리 다 죽일 수도 있겠지요.”이왕 이렇게 된 이상, 그깟 절정 고수 백여 명쯤이야 언제 들어와도 상황은 똑같았다.
“그럼 제 계획을 들을 준비가 되셨다고 봐도 좋겠지요?”냉하영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가 짜 놓은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엄승도와 흑풍대주, 신마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 * *
초류향은 적혈명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적혈명은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닌 것이다.
그의 깊은 잠재력이 전해져 오자 초류향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군.”“어? 그거 내가 할 말인데?”적혈명은 초류향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이거 정면으로 마주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괴물이 아닌가?
강자를 마주하자 심장이 두근거리며 흥분으로 크게 달아올랐지만 적혈명은 최대한 그 기분을 억눌렀다.
지금은 흥분하기보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 교주님은 의외로 여유가 넘치는데? 우리가 예상하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남만야수문과 북해빙궁은 천마신교가 격렬하게 달려들 것이라 예상했을 터.
‘그래서 저런 식으로 진형을 꾸며 놓았겠지.’초류향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이 정면에 펼쳐 놓은 그물망 같은 진형이.
천마신교가 급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더라면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력을 보존하면서 후퇴한다는 판단은 현명했다.’이렇게 잘 준비하고 있는 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을 지쳐 있는 상태에서 상대하려 했다면 아마도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후퇴하며 체력을 비축한 것은 정말로 적절한 판단이었다.
“정도맹과 거래를 했겠지?”적혈명은 초류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움찔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초류향도 냉하영에게 들은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오는 동안 초류향 나름대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둔 것이 있었기에 그는 적혈명을 계속 압박할 수 있었다.
“이곳, 사천 땅을 선물로 받기로 했겠지. 어차피 이 땅은 본 교가 점령했던 땅일 테니까. 정도맹 입장에서는 여길 줘도 크게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었겠지.”“정확해.”적혈명은 부정하지 않았다.
초류향의 말 그대로였으니까.
“그런데 대단히 무모하군. 본래 정도맹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이건 너희들이 대단히 손해 보는 거래였다.”“글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적혈명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해 보이자 초류향이 말을 이었다.
“우리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그때 너희들이 입을 피해는 고작 사천성 하나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 될 테니까.”“흐음…….”적혈명은 이번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구휘와 적혈명은 천마신교가 매우 지쳐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들과 마주치는 순간 아무런 작전도 망설임도 없이 무식하게 달려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실제로 마주하니 전혀 아니지 않은가?
초류향은 지나칠 정도로 여유로웠고, 뒤에 있는 병력들 역시 팔팔해 보였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사흘 가까이 늦는 동안 천마신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모양이다.
이런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우리 교주님께서는 전혀 급하지 않은 모양이지? 아니면 십만대산에 있는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황실을 막아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가?”“그래, 자신한다. 그러니 굳이 우리가 서두를 이유가 없지.”적혈명은 볼을 씰룩거렸다.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불쾌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걸 물어보지.”적혈명의 손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순간.
그의 전신에서 사나운 기운이 터져 나왔다.
“우리 교주님은 지금 이곳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초류향은 웃었다.
이게 본론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적혈명의 손에서 사나운 빛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작가의 말
냉무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만든이 한 마디
토끼로 분량 좀 먹었으니까 이제는 냉무기로 300화 완결인데 날로먹게? 이미 50화도 채 안 남았서 똥망인거는 아는데 대체 어떤 똥망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