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63)
제263화 해결책(2015.07.16.)
“저에게 이렇게까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겠습니까?”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해 두고 싶었다.
초류향이 진지하게 묻자 냉무기는 무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손천기에게 빚이 있다. 지금은 그걸 갚는 중이지.”초류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뜻 말이 되는 듯했지만 어딘가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
“제 스승님에게 말씀이십니까?”“그래.”냉무기의 말에서 초류향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게 뭔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움직였다.
피윳-
초류향은 자신의 귓불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심검을 느끼고 제자리에서 화석처럼 굳어 버렸다.
냉무기가 움직이지 못하는 초류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너는 심검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아니다. 무언가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모양이군.”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필요는 없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이쪽도 상대방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사전에 감각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지요.”심연술을 발휘해서 전신의 감각을 깨운다.
그런 이후에야 심검이 겨우겨우 보일 뿐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동작도 예고도 없이 이루어진다면 그냥 당할 수도 있었다.
“머리가 차가워지니 어디가 이상한지 보이는군요.”초류향은 귓불을 만지작거리다 냉무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질문했다.
“사부님과 만나신 적이 있었습니까?”삼황의 둘.
암흑마황과 흑월야황은 만난 적이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지.’그런데 지금 냉무기의 말을 들어보면 만난 적이 있는 느낌이 아닌가?
현시대 최강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삼황이다.
그들이 만났다면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만난 적이 있지.”역시 예상대로였다.
공손천기는 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해 주지 않았을까?
초류향이 안타까워할 때 냉무기가 무덤덤한 시선으로 말했다.
“그때 생긴 빚을 갚는 중이다.”초류향은 궁금했다.
과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야말로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당장이라도 당시의 이야기를 묻고 싶은 호기심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었지만 초류향은 가까스로 그 감정을 억눌렀다.
하나의 확정적인 결과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부님이 지셨을 리가 없다.’당연한 일이다.
그의 사부인 공손천기.
그는 역사상 그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괴물이다.
냉무기가 강한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두 사람이 맞부딪쳤을 때의 결과는 너무도 뻔했다.
‘그랬군.’어느 정도 결과를 이끌어 낸 후 초류향은 신중한 얼굴로 냉무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공손하게 자세를 잡고 그에게 입을 열었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냉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만히 초류향을 살펴보았다.
두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는 무공의 종류가 너무나도 달랐다.
말로 조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럴 때는 직접 부딪치면서 몸으로 체득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럼 일단…….’초류향은 집중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냉무기도 조금 전보다 더욱 진지한 얼굴로 집중했다.
‘궁금하군.’초류향이 펼치는 무공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 역시 궁금했다.
심검을 막아서는 무공.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아마 무인이 아닐 것이다.
그때 초류향의 이마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눈?’붉은 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냉무기는 심검을 발현해서 초류향을 공격해 보았다.
거의 동시에 초류향이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여 심검을 피했다.
아마도 저 붉은 눈이 바로 초류향이 심검을 피할 수 있는 비결인 모양이다.
‘저거였군.’냉무기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일 때.
초류향이 양손을 가슴께에 모은 채 조용히 앞으로 내밀었다.
파스스-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뜨겁게 번쩍이는 빛의 덩어리가 서서히 생겨났다.
‘저거다.’냉무기는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보였다.
초류향의 양손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중간에서 뭉쳐들어 가고 있는 것이.
냉무기는 그것을 한참 살펴보다가 그 힘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벼락처럼 심검을 휘둘렀다.
초류향이 손을 뻗은 것도 거의 같은 순간이었다.
번쩍-
엄청난 열기의 폭풍과 함께 초류향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쿠콰콰쾅-!
벽을 부수고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초류향을 이번에도 운휘가 나타나 받아 내었다.
냉무기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복잡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운휘가 응급처치를 마치고 초류향을 데리고 급하게 사라지고 나서야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냉무기는 멀쩡했다.
처음과는 달리 대비가 되어 있었기에 부상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가볍게 서서 운기조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완치가 되었다.
‘보였다.’냉무기는 초류향이 어떤 형식으로 무공을 펼치는지 한눈에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그러나 너무도 위험한 무공이었다.
‘기운과 기운이 반발하는 힘을 사용한다?’저래서야 주화입마에 걸려서 폐인이 되어도 할 말 없는 무공이 아닌가?
‘하지만…….’냉무기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자신이 본 것들을 마음속으로 차분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초류향이 멀쩡한 모습으로 그를 다시 찾아오자 냉무기가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의 의술이 제법이군.”“예. 약제당주가 실력이 좋습니다.”“몸은 괜찮나?”“예.”초류향이 오른팔을 휘둘러 보이며 웃음 짓자, 냉무기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두 개의 큰 기운…… 하나는 수라환경이겠고, 다른 하나는 월인도법인가?”“……!”“두 힘을 부딪쳐서 그때 생긴 파괴력으로 심검을 막는 것 같군.”초류향은 냉무기를 가만히 응시했다.
과연 삼황의 하나이자 전설적인 고수다웠다.
초류향이 펼친 무공이 어떤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단번에 읽어 낸 것이다.
“그 무공이 위험하다는 것쯤이야 너도 잘 알고 있겠고,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는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봐야겠다.”냉무기가 말을 하며 자세를 잡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류향도 마찬가지로 어제 냉무기와의 부딪침으로 얻은 것이 있었다.
‘문제는 그것 역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초류향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심검과 부딪치면 내장이 뒤집어지는 고통과 함께 정신이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그 정도쯤이야 얻어 내는 것에 비하면 싼 대가였다.
그렇게 억지로 위로하며 초류향은 내력을 끌어 올렸다.
‘간다.’그가 심연술을 발동하고 양손에 기운을 응집시키자 냉무기가 심검을 날렸다.
피윳-
둘 사이의 기운이 부딪치고 초류향의 의식은 또 거기에서 끊어졌다.
“역시 그랬군.”냉무기는 쓰러진 초류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벽에 부딪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벽을 뚫고 저 멀리 튕겨 나가지 않은 것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도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군.”자신이 느낀 것을 이놈도 느낀 모양이다.
냉무기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초류향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제보다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다. 잘 치료해서 데려와라.”“…….”운휘는 초류향을 업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운휘가 초류향을 업은 채 사라지자 냉무기가 입을 열었다.
“엽아.”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 뒤쪽에서 시엽이 그림자처럼 등장하며 대답했다.
“예, 스승님.”“보았느냐?”“예. 보았습니다.”냉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초류향에게 이렇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와 초류향의 비무를 지켜보며 시엽이 성장하기를 바란 것이다.
“아마 저놈은 내일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 갈 것이다. 훔쳐 가는 것이지.”“…….”“네가 보았을 때는 저놈이 나에게서 무엇을 훔쳐 갈 것 같으냐?”시엽은 잠시 머뭇거렸다.
솔직히 뒤에서 쭉 지켜보았지만 그의 수준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엽이 입을 다문 채 난감한 얼굴로 서 있자 냉무기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균형이다.”“……균형 말씀이십니까?”“그래.”냉무기는 초류향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놈은 지금 굉장히 위태로운 상태다. 수라환경의 기운이 월인도법의 힘을 잡아먹고 있지. 평소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지금과 같은 괴상한 무공을 쓰려면 그래선 곤란하다.”냉무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부딪침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 손.
“두 개의 무공이 완벽하게 균형이 맞을 때, 저놈은 심검을 부서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깨달음이 미치지 못했는데 단순히 무공의 힘만으로 심검을 부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
“공손천기가 저 아이를 괴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맞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놈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도 맞지.”냉무기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공짜로 가르침을 줄 수는 없다. 너는 앞으로 저 아이의 무공을 우리 방식으로 응용할 방법을 찾거라. 그렇다면 이건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닐 것이다.”초류향의 무공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본인에 맞게 변형해서 가져올 수만 있다면 냉무기의 말처럼 크게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럼 놈이 어디까지 눈치챘을지 기다려 보도록 하지.”시엽은 놀란 얼굴을 애써 감추며 냉무기를 바라보았다.
평소 지독할 정도로 무덤덤하고 무미건조한 냉무기였다.
한데 지금의 냉무기는 너무도 즐거워보였다.
초류향이라는 존재가 냉무기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 * *
“방법을…… 찾았다.”다음 날 아침.
초류향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마지막에 냉무기의 심검과 부딪쳤을 때, 초류향은 예상했던 것처럼 심검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월인도법의 힘을 더욱 키워야만 한다.’지금은 수라환경이 월인도법의 기운을 너무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힘이 불균형한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힘이 터져나갈 때, 위력이 죽어 버린다.
‘문제는…….’월인도법의 힘을 어떻게 단기간에 키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초류향이 그대로 침상에 누워서 고민하고 있을 때.
선우조덕이 안으로 들어와 입을 열었다.
“몸은 어떠십니까?”“괜찮습니다, 선우 호법님.”초류향이 상체를 일으키며 미소 짓자 선우조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매번 이런 식이면 몸이 견뎌 내질 못할 겁니다.”탕약과 침으로 내상을 조절하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워낙에 초류향의 무공 경지가 높아서 그것이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이런 식으로 내상이 누적되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선우조덕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오늘은 머릿속에 정리된 것에 대해서 이야기만 하고 올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정말이십니까?”“예, 선우 호법님.”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냉무기를 찾아갔다.
그러나.
일이 초류향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