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74)
제274화 가능성(2015.08.24.)
초류향에게 냉무기는 매우 묘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분명 스승은 아니었지만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그와 함께 지내는 동안 여러 가지 좋은 영향도 받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갑작스레 냉하영이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를 듣자 기분이 몹시 이상해졌다.
“다시 한 번 말해 줄 수 있겠어?”냉하영은 초류향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을 읽었기에 조심스럽게 호흡을 골랐다.
“할아버지가 정도맹으로 떠나셨어. 그쪽에서 우리 아버지를 납치했거든. 이건 정도맹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내 불찰로 벌어진 일이야.”초류향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건 누가 봐도 너무 뻔한 함정이었다.
냉무기라는 절대 고수를 노리고 백무량이 짜 놓은 함정.
그곳에 가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다.
‘백무량…….’그자는 분명 강했다.
냉무기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절대 고수인 것이다.
정면으로 붙으면 둘의 싸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백무량이 짜 놓은 방식으로 싸우는 거다.
당연히 어느 정도 냉무기에게 불리할 수 있었다.
“야황 어르신이 정도맹을 향해 단독으로 움직인 것은…… 현재로썬 대단히 좋지 않은 판단이다.”“그래. 좋지 않은 판단이고, 좋지 않은 움직임이지만…… 나는 할아버지를 막을 수 없었어.”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냉무기가 왜 움직였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냉하영이 막지 못한 이유도 대강은 짐작이 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확실히 일을 서둘러야겠다.”“그래. 지금도 그다지 여유는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속도전이야. 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으니까.”초류향은 냉하영이 내뱉은 최악의 경우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반대일지도 모르지.”“무슨 소리야?”“야황 어르신께서 놈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냉하영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어째서 냉무기가 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그가 백무량을 죽이고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할아버지라면 가능해.’게다가 초류향은 백무량과 냉무기, 두 사람을 다 경험해 보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가 내리는 결론이 가장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네가 보기엔 어떤데? 솔직하게 말해 줘.”초류향은 냉하영의 진지한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신중한 얼굴로 고민했다.
태극검황 백무량.
그는 자신과 싸울 때는 분명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승부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반대로 냉무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확한 견적이 나왔다.
냉무기는 현재의 초류향이 감히 어쩌지 못하는 경지였다.
그 둘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상황을 그려 보자 언뜻 결과가 보였다.
‘야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백무량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것이다.’냉무기는 백무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초류향을 통해 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보았을 때는 야황 어르신이 백무량을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그래? 정말이지?”냉하영이 반색하며 물었다.
그러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그리될 확률이 높다.”“변수…….”냉하영은 얼굴을 찡그렸다.
정도맹에는 상관중달이 있다.
그의 빠른 두뇌 회전과 거기에서 나오는 계략은 충분히 경계할 만한 대상이다.
‘그의 계략이 과연 할아버지에게도 통할까?’이 부분은 천하의 냉하영조차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초류향이 입을 열었다.
“삼황급의 고수에게는 그 어떤 암습이나 함정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르신을 믿어라.”냉하영은 초류향의 위안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누가 누굴 위로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는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만큼 확신하고 있어.”“그렇다면 다행이군. 어르신은 분명 무사히 돌아오실 거다.”현재 백무량과 냉무기의 무력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이것은 냉하영에게 솔직한 위로가 되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하영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어. 백무량이 할아버지 손에 죽으면 그건 그것대로 서둘러서 정도맹을 무너뜨려야 하고, 만약 아니더라도 놈이 부상을 입었을 때 정도맹을 박살 내야 해.”초류향은 동의했다.
그리고 야황 냉무기의 결단이 옳기를 빌었다.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던 초류향이 냉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동할 경로를 바꾸도록 하지.”“어디로?”초류향은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어떤 하나의 길을 가리켰다.
그러자 냉하영은 말없이 눈만 깜빡이며 그곳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괜찮을까? 이 길로 가게 되면 갑작스레 기습이 들어왔을 때 우리 위치가 대단히 불리해져.”“정도맹 쪽도 그리 생각하겠지. 그래서 우리가 그쪽으로 올 리가 없다고 여길 거다. 그들 역시 우리가 지금까지 이동한 경로를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냉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톱을 깨물며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렇지. 적들도 거기까지 바보는 아니니까.”“그러니 우리는 적들이 대응하기도 전, 최대한 빠르게 이 협곡을 넘는다. 그러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겠지. 충분히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하다.”이건 분명 대단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초류향이 가리키는 곳.
그곳을 지난다면 시간은 확실히 단축되겠지만, 지형이 험하고 길도 좁아서 미리 복병이 대기하고 있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잠시 이것저것 고민하던 냉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좋아, 그 길로 가자. 그런데 이렇게 큰 위험을 지고 가는 건 내키지가 않아.”초류향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 약속대로 방법을 강구해 보겠나? 흑월회의 군사.”본래의 약속.
거기에는 흑월회가 직접적으로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 대신에 냉하영이 천마신교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여 정도맹과 싸우게 해 주겠다는 조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잠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생각하던 냉하영은 곧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안전장치를 마련해야지. 그런데 이건 예측 범위 밖이라서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어.”“좋아. 그거면 돼.”초류향이 고개를 끄덕이자 냉하영은 하나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막수는 인간들이 참으로 성가셨다.
귀찮고 번거로웠다.
힘도 각성하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일에 허비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빨리 끝내 볼까.]막수의 귀에서 나온 절굿공이.처음에는 바늘만 한 크기였던 절굿공이가 순식간에 거대한 기둥처럼 변하더니 대포를 향해 쏘아져 갔다.
그레고리는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고, 그 사이에 절굿공이가 자기 멋대로 날아다니며 대포들을 신나게 박살 냈다.
콰가가각-!
콰콰쾅-!
그야말로 한순간에 벌어진 일.
“괴, 괴물……!”안토니오가 두려움이 가득한 음성으로 입을 열며 그레고리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언가 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하나 그레고리 역시 경악과 공포에 물든 시선으로 막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애당초 대책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때.
모든 대포를 순식간에 박살 낸 막수가 음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크크, 역시 못된 아이에게는 주먹이 약이지.]막수는 절굿공이를 다시 귀에 집어넣고 빠르게 이동했다.그리고 자신의 짧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색목인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컥, 커헉!”“으아악!”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지는 색목인들.
그레고리만 제외하고 모든 인원이 바닥에 드러눕는 데에 걸리는 시각은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막수는 자신의 솜뭉치 같은 주먹에 묻어 있는 피를 탁탁 털어 내며 그레고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라!”그레고리가 검을 앞으로 세운 채 엉덩이를 빼며 말하자 막수는 피식 웃었다.
[푸흐흐, 인간들이란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는 생물이구나.]정말 간혹, 초류향이나 공손천기 같은 괴물이 있을 뿐.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무능했다.
막수는 천천히 그레고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공포에 굳어 있는 놈에게 앞니를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이 정도로 끝내 주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면 인간 고기를 맛보는 것도 고려해 볼 생각이니까.]딱딱-막수는 앞니를 장난스럽게 부딪치며 일부러 소리를 낸 후 갑작스럽게 그레고리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컥!”그렇게 복부에 직격을 맞은 그레고리까지 바닥에 쓰러지고 나자 막수가 입을 열었다.
[성가시다, 정말.]막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천천히 몸을 돌려 마차로 향했다.마차에 도착하자 린과 령이 평소보다 더욱 공손한 태도로 막수를 맞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막수 님.”“안으로 드시지요.”그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마차 안에 들어서니 공손아리가 선우초린을 부둥켜안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막수 님…….”마차에 들어서자마자 선우초린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막수는 곧 퉁명스러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그 지독한 계집애는 고작 이 정도로 안 죽는다, 걱정 마라.]“정말요?”[그래. 이 정도로 죽어 줬다면 고맙겠지만 그러기엔 목숨줄이 참으로 질긴 계집이다. 너나 걱정해라.]막수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천천히 마차의 푹신한 비단 좌석에 올라가 눈을 감았다.그런 그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던 거북이.
무천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우님의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아 보이는구먼.]막수는 무천의 말에 히죽 웃었다.그리고 눈을 뜨고 무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겉으로 봤을 때 그의 꼬리는 그저 평범한 토끼 꼬리로 보인다.
그것의 정체를 정확하게 꿰뚫어본 것은 아마 이놈이 처음일 것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정체가 뭐야? 우리 형님께서는 정말 용왕보다 약한 거 맞아? 용왕도 내 진짜 모습을 못 알아 봤는데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이건.]막수의 질문에 무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현재의 용왕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시다. 그러니 나는 그분에게 충성을 다할 뿐.]막수의 얼굴이 이상해졌다.그는 입가에 그려져 있던 웃음기를 지우며 무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그 말은 진짜 ‘본체’를 드러내면 용왕보다 급이 높다 이거야? 그거야말로 재미있는 농담이네. 물에 사는 존재들 중에서 감히 용왕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놈이 어디 있다는 거지?]뭍의 요괴들 중에서는 야차왕이 최강이고 그의 존재감이 세상을 지배하지만, 바다에서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물에서는 용왕의 권능이 세계를 지배했던 것이다.
[아마 지금의 아우님이라면 보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못 볼 수도 있지만.][그게 무슨 개소리야?]막수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볼 때.무천이 고개를 다시 등껍질 안으로 밀어 넣으며 입을 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지 말고, 가끔은 보기 싫은 것도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아우님.]막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과거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좋아. 한번 진지하게 봐 주지.]막수는 눈에 힘을 모았다.그의 눈이 붉게 달아오르고, 한참 무천을 바라보던 막수는 점점 얼굴을 찡그렸다.
자연스럽게 그의 고개가 위로 들어 올려졌기 때문이다.
[너…….]엄청나게 거대한 존재.막수가 막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는데 누군가가 마차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막수가 마차의 문으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어? 다들 괜찮으십니까?”주호유와 척계광.
그들이 그제야 도착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