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76)
제276화 사룡대(2015.08.31.)
흑월회의 사룡대는 지금 대위기였다.
그들도 설마하니 무당칠성이 들이닥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백무량과 사자검군을 제외하면 무당파 최고의 고수가 그들 아닌가?
한 명 한 명이 절정의 끝에 도달해, 이미 화경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고수들이다.
‘젠장, 젠장!’등사평은 낮게 이를 갈았다.
그들만 해도 무서운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또 있었다.
바로 무당파가 천하에 자랑하는 절대의 검진.
‘태극검진!’그것은 정말 엄청난 진법이었다.
사룡대가 약 세 배가량 병력이 많았지만 그 정도 차이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게 말이 돼?’등사평은 병력을 지휘하며 대주 엽호아를 힐긋 바라보았다.
그쪽 역시 상황이 심각했다.
빈틈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빌어먹을!’무당파 고수들의 피해는 현재까지 전무하다시피 했다.
간간이 부상을 입히더라도 진법의 안쪽으로 도망쳐 버리니 죽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등사평의 얼굴에 절망의 기색이 떠오를 무렵.
‘응?’그의 앞에서 마치 약이라도 올리듯이 검을 휘둘러 대던 무당파 제자 하나가 갑자기 허공에 붕하고 떠올랐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에 잡힌 듯 그대로 진법에서 쑥 뽑혀 나간 것이다.
‘뭐, 뭐지……?’등사평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시선을 옆으로 돌렸을 때.
그는 보았다.
날듯이 허공을 지나 접근해 오는 한 명의 사내를.
그의 전신에서 사납게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
주변의 모든 것을 짓누르는 위압감.
자연스레 누군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수라마군!”등사평이 기쁨에 가득 차 소리치자 무당파의 진영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그것은 너무도 선명한 색깔의 공포.
“느, 능공천상제다…….”천마신교 병력들과의 거리는 상당했다.
한데 그 말도 안 되는 거리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날아왔다는 것.
이게 바로 전설로만 존재한다는 능공천상제가 아닌가?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단어는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탁-
그 와중에 초류향이 절벽 끝에 발을 디디자 주변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그때까지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모두가 초류향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초류향은 천천히 무당파의 고수들을 응시했다.
그러다 누군가를 보며 잠시 멈칫했다.
‘저건…….’초류향의 표정이 당황에서 놀람으로, 놀람에서 기쁨으로 다채롭게 변해 갔다.
마침내 초류향은 입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한동안 호탕하게 웃던 초류향이 웃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기쁘군. 이런 곳에서 너희들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무당칠성.
초류향은 그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과거 조기천 스승님을 죽였던 사자검군.
그와 함께 왔던 자들이 아닌가.
“무량수불…….”무당칠성의 가장 맏형인 풍호자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 역시 초류향을 기억했다.
과거 월인도법을 회수하러 갔을 때.
죽이지 못했던 꼬마 아이.
그가 천마신교의 교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악연이로다…….”풍호자의 말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렇지. 악연. 그건 정말 그대들과 나 사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초류향은 말을 하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정말 기뻤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복수의 대상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적에게는 누구보다도 잔인하게.’초류향은 잠시 각오를 다진 후 하늘을 응시했다.
‘스승님…….’무당파에 복수를 다짐했던 그 날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눈앞에는 그토록 복수심을 불태웠던 무당파가 있지 않은가?
‘망설일 이유가 없다.’초류향은 고개를 내리고 곧장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음 정리는 끝났다.
아니, 애초에 이건 정리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무표정하게 풍호자를 향해 걷는 초류향의 얼굴에 농도 짙은 분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기천 스승님이 죽던 날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우르르-
초류향이 걷는 길을 막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흑월회의 사룡대는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물러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백님을 보호하라!”촤촤창-!
무당파의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앞세우고 길을 막았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문파의 어른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것이다.
초류향은 그 두터운 인간 벽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야릇하게 웃었다.
“벽 뒤에 숨으면 안전할 것 같은가? 풍호자.”“무량수불…….”풍호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말했다.
“모두 물러서라.”“그럴 수 없습니다.”풍호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초류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의미한 죽음일 뿐이다.”더 이상의 희생은 늘리고 싶지 않았다.
풍호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초류향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우습군. 풍호자, 그대 하나의 목숨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가? 웃기지 마라. 오늘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무당파의 제자는 아무도 없다.”“……!”쿠웅-!
초류향은 바닥에 강한 진각을 내디디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이곳에 있는 무당파의 제자들은 모두 죽는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쿠그그극-!
초류향의 몸 주변에 붉은색 기운이 소용돌이처럼 일어났다.
수라환경의 기운을 끌어 올린 것이다.
“크아아악!”단지 기운만 끌어 올렸을 뿐인데 초류향과 가까이 있던 무당파의 제자들은 핏줄이 터져 나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력이 역류해서 죽은 것이다.
초류향은 그들의 시체를 넘어서며 풍호자를 바라보았다.
“그날 내 스승님의 죽음을 나는 아직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오늘은 그 핏값을 받는 날이 되겠지.”초류향은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붉은 강기의 손톱이 생겨나 정면을 사납게 할퀴었다.
촤아아-!
피 보라가 일어나며 풍호자의 바로 앞까지 붉은 길이 생겨났다.
단 한 번에 수십 명을 쓸어버린 것이다.
초류향은 그 조각난 시신들을 타고 넘으며 풍호자를 향해 걸어갔다.
“이, 이노옴!”무당칠성.
풍호자를 비롯한 그들 모두가 일제히 분노한 얼굴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초류향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당파가 자랑하는 태극검진이었다.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초류향.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서두르지 마라. 너희들은 가장 마지막이다.”타타탁-
초류향의 몸이 일순간 흐려진다 싶었는데 어느새 무당칠성 전원이 굳어서 멈춰 있었다.
한순간에 무당칠성의 혈도를 제압한 것이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초류향은 천천히 제압당한 풍호자의 정면에 가서 섰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가까이 잡아당기며 으스스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두 눈을 뜨고 잘 보고 있어라. 멀쩡히 살아서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라는 말이다.”“……!”또각-
초류향은 풍호자의 검을 잡아 부러뜨린 후 다시 한 번 뼛골이 시릴 듯한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소중한 사람들의 핏물을 뒤집어써 보아라. 그게 내가 너희에게 내리는 벌이다.”초류향은 어느새 붉게 충혈된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공포에 질려 있는 적들을 바라보며 양손에 기운을 모았다.
“도망갈 생각은 버려라.”쿠콰콰콰쾅-!
하늘에서 내리치는 붉은색 벼락.
그것은 무당파 제자들 사이를 헤집으며 그들을 산산이 부숴 놓기 시작했다.
“어, 엄청나군…….”멀찍한 곳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엽호아가 질린 얼굴로 말하자 곁에 있던 등사평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가 엄청난 고수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강호에 퍼진 소문도 있거니와 조금 전에는 실제로 하늘을 날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실제로 목격한 교주의 무공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건 거의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이 아닌가?’무당파의 제자들이 간간이 공격해 왔지만,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압도적인 위용.
‘게다가…….’등사평은 마른침을 삼키며 초류향을 응시했다.
사실 자신들도 이쪽 세계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몸이었지만 지금 초류향이 보여 주는 복수의 형태는 정말로 처절했다.
‘아마 원한이라는 감정이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된다면 지금의 교주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그만큼 초류향은 분노하고 있었다.
무당파의 고수들을 쓸어버리며 그 핏물을 뒤집어쓰고 악귀처럼 날뛰고 있었다.
흑월회의 고수들이 질린 표정을 하고 있을 때.
퍼뜩 정신을 차린 등사평이 입을 열었다.
“모두 움직일 준비를 해.”“예?”“포위를 해서 무당파 놈들이 도망 못 가게 해야지. 안 그래?”“아……!”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등사평은 병력을 움직였다.
‘저 살벌한 곳에는 죽어도 끼어들기 싫어.’괜히 잘못 엮여서 죽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넓게 무당파의 고수들을 포위해 놓고 지켜보았다.
교주 혼자서 무당파의 고수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삼황급의 고수가 대단하긴 하구만…….’사룡대의 인원들이 한 명도 죽이지 못했던 무당파의 고수들이다.
그런 잘 훈련된 병력을 단신으로 쥐 잡듯이 잡고 있는 것이다.
‘저런 괴물이 우리 편이라 다행이다.’등사평은 안도했다.
그리고 부디 흑월회와 천마신교의 동맹이 오래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 * *
“후으…….”초류향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숨 막힐 정도의 비릿한 피 냄새가 초류향의 시야를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어떤가?”초류향은 풍호자의 앞에 가서 입을 열었다.
풍호자는 혈도가 짚여 있는 상태에서 허허로운 눈으로 초류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시선.
그 눈을 바라보던 초류향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그렸다.
‘적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마라.’이건 공손천기가 내려 준 가르침이다.
적이라 판단되면 단 한 톨의 자비심이나 동정심을 보일 필요가 없다.
이건 초류향 스스로가 체득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쉽게 죽여 줄 것이라 기대하는가? 착각하지 마라.”초류향은 말을 하며 풍호자의 단전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뿌드득-
내력을 끌어 올려 풍호자의 단전을 파괴해 버린 초류향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살아서 두 눈으로 지켜봐라. 너희들이 만들어 놓았던 무림이 뿌리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너희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괴물인 내가 철저하게 부숴 줄 테니.”초류향은 풍호자의 뒤에 서 있는 다른 무당칠성들의 단전도 박살 낸 후 그들을 기절시켰다.
털썩-
마지막 무당칠성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바라보던 초류향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누가 이곳의 책임자입니까?”“……?”곧장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가 굳어 있었던 것이다.
초류향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흑월회의 고수들을 바라본 후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가 이곳의 책임자입니까?”등사평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엽호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렇게 옆구리를 찔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엽호아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저, 저입니다. 교주님.”“저는 지금 당장 이동해야 하니 뒷수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자들은 죽이지 마십시오.”“예옙!”엽호아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자 초류향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절벽의 끝에 가서 섰다.
저 멀리, 천마신교의 고수들이 망자곡을 통과하여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계획은 성공했다.’약간 무모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하나 성공했다.
그게 중요했다.
거기에 더해 생각지도 못했던 복수도 할 수 있었다.
초류향은 지금 무척 지쳐 있었지만 기분만은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어떻게 나올 것이냐, 상관중달.’분명 상관중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정도맹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백무량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 이제 정도맹의 멸망은 시간문제였다.
초류향은 천마신교의 고수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웃었다.
‘마도천하.’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의 질서가 완전히 새롭게 잡힐 것이다.
초류향이 새롭게 질서를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오늘의 사건이 그 거대한 흐름의 첫걸음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