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78)
제278화 노진녕과 막수(2015.09.07.)
노진녕은 얼굴을 찡그렸다.
“뭐, 뭡니까? 왜 이런 거예요?”초류향의 은밀한 명령을 받고 공손아리를 마중 나온 노진녕이다.
공손아리 곁에 있을 선우초린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서둘러 왔더니 선우초린은 부상당해서 누워있지 않은가?
“나를 지키려다가…… 다쳤어요.”공손아리가 슬픈 얼굴로 입을 열자 침상에 누워 있던 선우초린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일을 한 겁니다, 소군주님.”“미안해, 링링…….”노진녕은 선우초린을 바라보다 문득 그 옆에서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막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막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뭘 보냐? 무식한 놈.]“왜 그쪽이 옆에 있었는데도 내 여자가 이렇게 다쳤는지 궁금해져서.”“내 여자?”침상에 누워 있던 선우초린이 언짢은 얼굴을 해 보였다.이놈이나 저놈이나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지만 불행히도 정신 나간 놈들이 하나같이 무공이 어마어마했다.
‘어서 빨리 화경이 되어야겠다.’선우초린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강해져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생긴 셈이다.
그녀가 아주 강한 동기 부여를 느끼고 있을 무렵.
막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노진녕을 바라보다가 히죽 웃었다.
[그래서 불만이냐?]이놈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안다.과거 지금처럼 ‘완전체’가 아니었을 때.
공손천기와 자신이 붙었던 것을 이놈은 보았다.
당연히 겁이 날 것이다.
한데.
“그래, 불만이다. 토끼.”노진녕은 조금도 눌리는 기색이 없이 분노한 얼굴로 막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 괴물 놈을 믿고 있었는데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 부상을 당했을 줄이야…….
열불이 치솟았다.
이놈은 마땅히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이쯤 되니 네놈이 정말 멍청한 건지…… 아니면 자신감이 있는 건지 모르겠네.]막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노진녕을 바라보며 자신의 두루뭉술한 손을 뻗었다. [그럼 한판 할까?]“좋아.”노진녕은 지극히 단순했다.싸움이 붙는다면 자신이 두들겨 맞으리라는 것을 그도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 저놈을 한 대라도 치지 않으면 이 분노가 풀릴 것 같지 않았다.
‘한 대 때리고 열 대쯤 맞아 주자.’그것이 지금 노진녕의 생각인 것이다.
막수는 노진녕이라는 놈의 무모함에 크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르신도 마침 기분이 꿀꿀했는데 잘됐다. 따라 나와라, 못난이.]막수가 흥얼거리며 문밖으로 나서자 옆방에 있던 척계광과 주호유도 흥미롭다는 얼굴로 슬슬 따라 나왔다.“뭡니까? 비무입니까?”주호유가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가 멋쩍은 얼굴을 해 보일 때.
공손아리가 선우초린을 보면서 물었다.
“어, 어쩌지?”그녀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한데 선우초린은 침상에 누운 채 그저 못마땅한 얼굴로 대답할 뿐이었다.
“저딴 놈 신경 쓰지 마세요, 소군주님. 죽어라 얻어터져 봐야 정신 차릴 거예요.”“그, 그렇지만…….”“소군주님은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저와 있으면 돼요.”선우초린은 공손아리에게 침상에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공손아리가 다가오자 그녀를 자기 옆에 누인 후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강해질 거다.’자신이 강해져야 공손아리를 지켜 줄 수 있었다.
선우초린이 그렇게 다시금 무공에 대해 열망을 불태우고 있을 때.
사락-
객점의 후원.
그곳 중앙에 선 막수는 보송보송한 두 팔을 크게 들어 올려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 작은 날개가 살짝 돋아났다.
작고 귀여운 날개.
주호유가 그 앙증맞은 모습에 새삼 눈을 빛낼 때.
막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 맞아서 죽을 준비는 다 되었느냐? 무식한 인간. 얻어터지기에 참으로 좋은 날씨가 아니냐?]“흥!”노진녕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한 방.’한 대 강하게 치고 몇 대 맞아 줄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가장 처음으로 뻗는 주먹이 강해야 했다.
후회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
드드득-
[호오?]막수는 흥미로운 얼굴을 해 보였다.노진녕이 정말 핏줄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기운을 끌어모았던 것이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척계광도 눈을 빛냈다.
‘일격필살이군.’방어를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거는 한 방.
그리고 그것을 펼치기에 최적의 무공인 듯했다.
‘뭐지, 저것은?’묵직하면서도 강렬한.
그러면서도 굉장히 파괴적인 기운이 아닌가?
척계광이 노진녕의 기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꽈드득-!
오른쪽 주먹에 온 힘을 모으자 뼛소리가 들리며 노진녕의 주먹 끝에 검은색 둥근 고리가 맺혔다.
“강환?”척계광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그가 보았을 때 노진녕은 아직 강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노진녕은 감은 눈을 번쩍 뜨며 손에 모인 강환을 벼락처럼 앞으로 내찔렀다.
‘광극멸천권!’천마신공에 적혀 있는 무공들 중 현재의 노진녕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무공이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막수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막수는 가만히 숨을 멈추고 등에 힘을 줬다.
그러자 그의 등에 돋아 있던 작은 날개가 갑자기 커다란 맹금류의 날개처럼 변했다.
펄럭-
백색의 날개가 막수의 전면을 막아서는 그 순간.
노진녕이 뿜어낸 일격과 날개가 충돌했다.
콰아아앙-!
“컥……!”엄청난 반발력에 노진녕이 피를 울컥 토해 냈을 때.
막수는 오만한 표정으로 백색의 뽀송뽀송한 날개를 펄럭거렸다.
[후후후, 어떠냐? 이것이 완전체인 내 모습이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고작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미개한 인간일 뿐이지.]서방 세계의 야차왕이었던 알타이르.그를 잡아먹은 막수였다.
그래서 그가 가지고 있던 하늘을 지배할 수 있는 권능.
그것을 온전히 흡수했던 것이다.
덕분에 막수는 토끼의 몸이면서도 등에 날개가 생겼다.
막수는 한동안 허공을 퍼덕퍼덕 날아다니며 자신의 모습을 감상했다.
[괜찮군.]이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아니, 실제로 꺼내 보니 날개라는 것이 꽤나 훌륭하지 않은가?
한층 강해진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포옥-
토실토실한 두 손을 곱게 모은 상태로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막수는 한동안 날개의 감각을 즐기다가 노진녕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복슬거리는 볼 한쪽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
[이제는 벌 받을 시간이다, 무식한 인간.]빠르게 노진녕에게 다가간 막수는 그 작은 손으로 노진녕의 턱을 올려쳤다. [반성해라!]퍼억-“컥!”노진녕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이 망할 괴물 놈은 힘 조절 따위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막수는 한 방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반성해! 반성해!]퍼퍼퍼퍽-!엄청난 구타.
막수가 그 짧고 작은 팔다리를 열심히 휘둘러 노진녕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약하게.
‘아니,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강하게지.’막수가 그렇게 신나게 노진녕을 두들길 때.
노진녕은 무자비하게 얻어터지는 와중에도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한 방만…….’자신은 애초에 딱 한 방이 목표였다.
그랬기에 엉망이 되도록 얻어터지면서도 노진녕은 빈틈을 발견하고 주먹을 뻗었다.
툭-
막수는 순간 노진녕의 주먹이 자신의 보드라운 복부에 가볍게 닿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헤헤.”고개를 들자 노진녕이 죽어 터진 얼굴로 헤벌쭉 웃으며 막수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눈빛.
막수의 볼이 푸들거렸다.
[이 미친…….]막수는 빡쳤다.말 그대로 뚜껑이 열린 것이다.
막수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노진녕을 허공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날개를 퍼덕여 노진녕에게 달려들었다.
[뒈져! 뒈져라, 인간!]퍼퍼퍼퍽-!가죽 북 두들기는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려 퍼지고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척계광과 주호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둘 다 미쳤군.’자신보다 강한 상대임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상대를 도발한 노진녕도 정상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 지나칠 정도로 분노하는 저 토끼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상관없이 막수와 노진녕은 진지했다.
그렇게 노진녕은 선우초린 일행과 합류했다.
* * *
초류향은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목적지인 정도맹과는 정말 지척거리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까지 왔으면 적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곧 끝난다.’천하를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그리고 이번 싸움의 결과에 따라서 향후 백 년 무림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편안한 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 있던 초류향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야황 어르신은 검황을 만나셨을까?’야황 냉무기.
아무리 천마신교가 서둘렀다고는 하지만, 그는 혼자 이동했을 테니 분명 그들보다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지금쯤이려나…….’야황과 검황.
둘은 이미 만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초류향은 그 역사에 남을 만한 승부를 곁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마황 공손천기와 검황 백무량의 승부처럼 모두에게 공개된 곳에서 승부가 벌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나 그건 정도맹이 원하지 않는 그림이겠지.’검황 백무량이 야황 냉무기에게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초류향은 완전히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고수가 아무도 없었다.
초류향 하나 때문에 전황이 정도맹 측에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나올까?’급한 마음에 냉파천을 인질로 잡아 야황을 유인한 것은 사실 정도맹 측 입장에서 보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백무량은 이제 당분간 움직이지 못한다.’이기든 지든.
그가 한동안 행동불능이 된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었다.
‘분명 정도맹이 무너지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일 터.’이제 정도맹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벽돌 하나, 나무 기둥 하나도 남겨 줄 마음이 없었다.
철저하게 짓밟을 생각이었다.
초류향이 그렇게 밤하늘을 보며 다짐하고 있을 무렵.
냉무기는 냉파천이 인질로 잡혀 있는 장원에 도착했다.
끼이익-!
소리도 없이 대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당당히 걸어오는 노인.
무덤덤하고 냉막한 표정의 노인은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쐐애애액-!
장원의 중심부에 이르자 엄청난 숫자의 화살과 암기들이 쏟아져 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냉무기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다.
투두두둑-
정확하게 그의 발치 앞에서 힘을 잃고 떨어져 내린 것이다.
냉무기는 장원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치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장원의 제일 깊숙한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한참을 내려가 도달한 지하의 가장 구석.
그곳에 도착해서 야황 냉무기가 본 것은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 그의 친아들이었다.
“으우우! 아으우!”냉파천은 쇠사슬에 묶여 있는 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어서 정확한 단어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냉무기는 침착한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냉파천의 눈빛이 간절하게 바뀌며 전신이 크게 요동쳤다.
촤르륵-
그 격렬한 태도에 냉무기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는 우선 제자리에 멈춰 서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이곳에 무언가 함정이 있음을. 하지만 걱정 마라. 너는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겁을 먹지도 두려워하지도 마라. 내가 네 곁에 있다.”냉무기는 동요하는 냉파천을 안정시킨 후 다시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냉파천의 전신을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을 끊었다.
촤라락-!
쇠사슬이 끊어짐과 동시에 바닥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