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82)
제282화 신승 공야 대사
신승 공야 대사는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상관중달에게 고요하게 말했다.
“일의 우선순위 말이네.”이게 무슨 말일까?
모두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할 때.
상관중달만은 설마 하는 얼굴로 신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승을 바라보는 상관중달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뀔 때쯤.
그가 내뱉은 말이 정도맹 수뇌부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미타불……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네. 이곳에서 죽을 자와 살 자를 가려야 할 때라는 말일세.”“……!”“검황이 돌아왔을 때, 그와 함께 교주를 죽일 사람들을 가려 놔야 하네, 바로 지금.”차후에 ‘옥석 가리기’라 불리는 정도맹 최후의 도박이 지금 이렇게 시작되었다.
* * *
산 자와 죽을 자를 정하는 것.
그것은 신이 아닌 한낱 인간이 하기엔 너무도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신승 공야 대사의 제안.
비록 충격적인 발언이긴 했지만, 그는 지금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상관중달조차도 감히 하지 못한 어려운 결단을 그가 해 주었다.
‘천마신교의 눈을 속이면서 검황 백무량을 도울 만한 자들로 골라야 한다.’너무 강한 고수들이 뒤로 빠져 버린다면 천마신교가 속아 주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강한, 그러면서도 백무량을 도울 정도의 고수를 골라내야 했다.
‘이게 가장 어렵지.’상관중달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천마신교는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더 이상 피할 수도 없었고, 막을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정도맹이 최후에 내린 결정.
‘검황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교주를 죽일 고수들을 뒤로 빼놓는다.’천마신교는 교주 단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기형적인 형태의 단체였다.
이것은 제일 위에 있는 교주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기 가장 이상적인 구조였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다.
‘교주만 죽이고 나면 나머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형태이기도 하지.’톡톡-
상관중달은 검지로 탁자를 가볍게 치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확실히 지금 정도맹이 기댈 만한 구석은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도박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이판사판식의 도박이었지만 상관중달은 의외로 성공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보고 있었다.
검황 백무량.
그는 분명 교주를 죽일 수 있는 절대 고수였으니까.
‘검황과 교주가 일대일로 마주할 수만 있다면 그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교주에게 검황이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고수.
시간을 벌어 줄 만한, 그런 고수들을 골라야 했다.
상관중달은 빠르게 명단을 작성해 갔다.
잠시 후 완성된 그 명단이 수뇌부들에게 공개되었고, 수뇌부들의 얼굴에는 너무도 분명한 희비가 엇갈렸다.
그렇게 결전의 밤이 다가왔다.
* * *
초류향은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종이에 써 내려가던 수없이 많은 복잡한 계산식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해 가며 초류향은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운휘가 입을 열었다.
“이제 움직이실 시간입니다. 주군.”밤이 온 것이다.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일으켰다.
‘정리는 끝났다.’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마다 초류향은 이렇게 산법들을 종이에 정리하곤 했다.
이렇게 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을 되찾았던 것이다.
“약속 시간이군요.”“예. 주군.”“가 볼까요?”초류향은 몸을 일으켜 문밖을 나섰다.
먹물을 잔뜩 풀어놓은 듯한 밤하늘에는 아직도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이것은 천마신교에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징조였다.
“이제 나오는 거야?”“응.”빗속에 냉하영이 우의를 입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낮과는 달리 무척이나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 냉하영은 어딘가 무척 불안정해 보였다.
한데 지금은 아니다.
불과 한나절 만에 감정을 추스르고 초류향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가자.”초류향은 짧게 말하고 움직였다.
그 뒤를 냉하영이 따라 움직였고, 이윽고 천마신교도 움직였다.
검은 물결이 되어 이동하던 그들은 두 시진 만에 정도맹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정도맹 총본타.
하남성과 호북성 사이에 있는 그 절대의 요새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내 생애 여기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우 호법이 예전 일을 생각하며 아련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뒤에 있던 주 호법도 히죽 웃었다.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지. 우리는 지금 여길 부수러 온 거니까.”“크크, 그렇지…… 우리는 이 빌어먹을 곳을 부수러 온 거지.”굴욕적인 과거지만 예전에는 이곳을 보고 도망치기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당하게 정문으로 이곳을 부수러 온 거니까.
우 호법이 초류향을 바라보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교주님, 속하가 가서 대문을 부수고 오겠습니다.”호쾌하고 패기에 찬 음성.
초류향은 잔뜩 흥분해 있는 우 호법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정도맹의 대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수고롭게 문을 열지 않아도 조만간 저절로 열릴 겁니다.”과연 그 말대로였다.
초류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도맹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거대한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우 호법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게 충혈되어 갔다.
“땡중…….”공야 대사.
그는 현재 정도맹의 상징이자, 소림사의 방장이었다.
그를 필두로 소림사의 최고 정예들인 백팔나한과 무당파의 고수들, 그 외 정도맹에 속해 있는 구파일방의 고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교주님! 속하가 선봉에 서겠습니다.”우 호법은 초류향에게 말하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둥그렇게 빗물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치 투명한 막이 그의 주변에 덮여 있는 것처럼 빗물이 튕겨 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초류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봉을 허락합니다. 단, 신승은 제게 양보해 주세요.”“우 호법, 교주님의 명을 받듭니다!”우 호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낮게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쿠콰콰콰-!
빗속을 폭풍처럼 가르는 그의 모습은 화가 난 한 마리의 사자와도 같았다.
그의 전신에서 숨 막힐 듯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과연 벽력마군이로군.”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신승 공야 대사는 앞으로 뛰어 나오고 있는 벽력마군을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뒤쪽에 서 있는 초류향만을 고요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미타불……. 벽력마군은 군사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 믿겠네. 나는 아무래도 교주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니…….”상관중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창천검군께서 나서 주셔야겠습니다.”창천검군 남궁윤호.
그가 상관중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가볍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그의 몸은 귀신처럼 미끄러지며 벽력마군에게 쏘아져 가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벽력마군 우규호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남궁 영감탱이! 네놈이 감히 날 막겠다는 거냐?”“…….”남궁윤호는 굳이 입을 열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고 계산적으로 검을 움직였을 뿐이다.
큐릿-
그의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에서 검강이 불을 내뿜었고, 벽력마군 우규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정권을 마주 내질렀다.
콰콰콰쾅-!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빗속을 뚫고 두 명의 거인이 맞부딪쳤다.
그들 뒤로 움직인 것은 신승 공야 대사였다.
그가 먼저 앞으로 나서자 초류향 역시 그를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신승에게 접근하던 초류향은 상당히 흥미롭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실력을 감추고 있었나?’신승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삼황오제칠군.
전대의 최고 고수라 불리는 구주십오객.
그들 중 삼황에 가장 근접한 고수라 불리던 것이 바로 신승 공야 대사였다.
‘그가 삼황급의 고수가 되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겠지.’이건 퍽이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검황 백무량이 없어져서 손쉽게 일이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초류향은 공야 대사를 향해 다가가다 검지로 허공을 찍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족히 삼백 장(900미터).
한데 그 거리가 무색하게 빗줄기를 뚫고 무언가가 공야 대사의 이마를 꿰뚫으려 했다.
“아미타불…….”불호와 함께 신승의 몸이 가볍게 흐려진다 싶은 순간, 초류향이 뿜어냈던 기운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초류향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연대구품…….”연대구품.
금강부동신법과 더불어 소림 최강의 보법이라 평가받는 무공이다.
아홉 걸음 안에 우주를 담아 놓았다는 전설상의 보법이 아닌가.
그것을 저토록 자유자재로 쓰는 것을 보니 그동안 실력을 숨겨 놓았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실력을 보여 봐라.’소림사의 무공은 천하를 덮는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 말이 과하지 않았다.
앞으로 달려가는 초류향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신승 공야 대사 역시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스으으-
초류향을 향해 달려드는 공야 대사의 몸이 갑자기 바닥에서 한 치가량 떠오르며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정도맹 측 사람들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오! 저것은 금강부동신법?”“금강부동신법이다!”이 세상 모든 사마를 척결하고, 마귀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소림사 최강의 신법이 아닌가.
공야 대사를 마주하고 있던 초류향의 몸에서 붉은색 기운이 넘실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곧장 아수라의 형상처럼 초류향의 전신을 감싸 버렸다.
공야 대사의 신성한 모습과 반대되는 진정 아수라의 화신과도 같은 모습.
‘수라환경.’초류향은 그 상태에서 주먹으로 허공을 짧게 끊어 쳤다.
콰우우웅-!
‘패력수라권.’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주먹질.
그리고 그에 맞서 공야 대사도 망설이지 않고 정면으로 정권을 내질렀다.
소림사를 세상에 알렸던, 단 하나의 주먹.
‘백보신권.’천하에 이름 높은 두 정권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콰르르르릉-!
때마침 번개가 내려치며 주변이 일시적으로 밝아졌다.
두 정권이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바닥이 비명을 지르며 갈라져 내렸다.
콰드드득-!
땅거죽이 벌어지며 시커먼 구멍이 드러났다.
하나 둘은 바닥의 구멍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구멍을 훌쩍 뛰어넘으며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공격을 한 것은 초류향이었다.
그가 공야 대사의 정수리를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붉은색 호선이 그려지고 공야 대사는 침착한 얼굴로 황금빛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콰칵-!
초류향의 일격을 받아낸 공야 대사의 몸이 일순간 바닥으로 푹 꺼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엄청난 힘에 짓눌려 버린 것이다.
하나 초류향 역시 연속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공야 대사가 뿜어낸 힘에 의해 튕기듯 허공으로 밀려나 버렸다.
‘굉장하다.’초류향은 허공에 뜬 상태로 눈을 반짝였다.
상대방의 힘은 자신보다 분명 부족했다.
한데도 압도하지 못한 것이다.
“아미타불…….”낮은 불호와 함께 바닥에 있던 공야 대사의 몸에서 우윳빛 맑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공야 대사의 팔이 순간적으로 수십, 수백 개로 분화하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초류향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이것 역시 소림사의 비전절예 중의 하나였다.
공야 대사는 그야말로 소림사의 정수를 아낌없이 쏟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투콰콰콰-
발아래에서부터 그물처럼 덮쳐오는 수백 개의 손 그림자.
그것을 바라보던 초류향은 조용하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침착하게 발끝에 내력을 모았다.
‘무공이라면 이쪽 역시 아쉽지 않다.’천마신교 역시 천 년이라는 역사가 있는 단체다.
천마신교의 무궁무진한 무공 중에서도 가장 최강의 무공을 초류향은 익히고 있지 않았던가?
지금은 이 장소에서 무엇이 최강인지 사람들 앞에 증명해 보일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