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88)
제288화 행복의 조건
주호유는 바빴다.
초류향의 혼례식을 챙기느라 정말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천마신교에 입교하자마자 그가 맡게 된 막중한 임무.
하나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무척이나 행복했다.
지금 주호유는 막수가 누워서 쉬고 있는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든 채 어딘가로 바쁘게 이동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나를 끌고 다닐 참이냐, 귀찮은 인간? 또 네가 호언장담했던 최고의 진법이라는 것은 대체 언제 보여 줄 거고?]막수가 분노한 듯 앞니를 드러내며 사납게 말하자 주호유는 잠시 움찔했다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이왕 기다리신 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어르신. 조만간 준비가 될 겁니다.”[네놈이 그 최고의 진법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나를 꼬드겨서 여기까지 따라와 줬다만…… 이건 그냥 그 애송이 놈의 혼례식 준비에 불과하지 않으냐? 이 몸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다니…… 뒈지고 싶으냐? 엉?]탕탕-
막수가 날개를 파르르 떨며 앞발로 바구니 끄트머리를 내려치자 주호유는 움찔했다.
겁에 질려서?
아니다.
오히려 눈을 더 크게 뜨고 그를 지켜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 역시 미칠 듯이 귀엽다.’주호유는 막수가 좋았다.
이렇게 바락바락 화를 내는 모습도 좋았고, 조용히 자고 있을 때도 좋았다.
그냥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는데도 막수가 좋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 처음 겪어 보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그래서 잠시 멍하게 막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막수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바구니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놈이 정신을 못 차렸구만?]역시 한 번쯤 훈계를 해야 했다.인간이라는 족속들은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실하게 몸으로 깨닫게 해 주지 않으면 이렇게 헛된 망상을 하곤 했으니까.
오늘은 크게 한번 혼내 주리라 다짐하며 막수가 몸을 일으킨 순간.
주호유가 재빠르게 소매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들었다.
[뭐냐, 그건?]“어르신의 흥미를 자극할 물건입니다.”주호유는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막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르신께서는 제가 평소에 펼치는 진법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하셨지요?”[그렇지. 너는 그것 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주호유는 히죽 웃었다.
막수가 저렇게 냉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데도 상대방이 밉기는커녕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정말 자신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었다.
“그럼 보여 드리겠습니다.”슬슬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정도는 풀어 줄 때이긴 했다.
고작 이런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물건이었지만, 막수를 자신의 곁에 묶어 두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막수가 어느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작은 나무상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럼 갑니다?”주호유는 막수가 있던 바구니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작은 상자를 힘껏 던졌다.
그 순간.
번쩍-
밝은 빛과 함께 막수와 바구니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주호유가 머리를 쥐어짜 내서 만들어 놓은 휴대용 진법 생성기.
그것이 발동된 것이다.
‘아깝긴 하지만…….’자그마한 상자에 불과하지만 하나가 얼마나 막대한 가치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는 주호유였다.
잠시 마음이 쓰라렸지만 주호유는 서둘러 움직였다.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가서 교묘하게 발끝을 비틀자 그의 눈앞에 막수가 나타났다.
[확실히 희한한 놈이군. 이런 식으로 결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놈이 초류향, 그 애송이 말고도 또 있을 줄이야…….]막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쇠사슬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인간 세상이 험악하게 변하긴 했다.
자신을 놀라게 하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아진 것이다.
변화를 인정해야 했다.
‘이건 분명 초류향 그놈이 순간적으로 펼치는 규진법과는 다르지만…… 미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군.’근데 어디가 어떻게 다른 걸까?
막수는 고민하다가 눈앞에 있는 주호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인간치곤 네놈의 능력이 제법이다. 좋다, 참고 기다려 주지.]“감사합니다, 어르신.”막수는 피식 웃으며 몸에 살짝 힘을 주었다.그러자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막수에게 얽혀 있던 쇠사슬이 속절없이 끊겨 나갔다.
동시에 진법이 파괴되고 다시 밖으로 나온 막수는 조용히 바구니에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최고의 진법이라는 것을 보여 봐라. 기대하겠다, 귀찮은 인간.]“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어르신.”바구니를 다시 조심스럽게 들며 주호유는 기쁜 얼굴로 이동했다.사실 주호유가 천마신교에 입교한 것도 전부 다 막수 때문이었다.
그가 막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은 본인도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산법을 계산할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행복함을 맛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호유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찾은 진정한 행복에 들뜬 걸음으로 이동했다.
다시금 초류향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서두른 것이다.
* * *
공손아리는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찾아와서 축하를 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사대 가문의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빈손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모두가 두 손에 진귀한 예물들을 가지고 찾아와 공손아리에게 건네주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애를 썼다.
“참 신기한 일이지.”“그러게요.”값비싼 예물들에 시선도 주지 않으며 공손아리는 어리숙하게 웃어 보였다.
“얼마 전까지 나를 이용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던 사람들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예물들을 한곳에 차곡차곡 정리하던 린이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단순해요, 소군주님. 강호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니까요. 강한 자에게 붙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죠.”공손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마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쌓여 가는 예물을 보니 기쁘다기보다도 서글픈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린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 무공을 다시 한 번 익혀 볼까 해.”“무공을요?”“응.”공손아리는 일류 고수의 실력이었다.
취미로 익혔다지만 단순히 취미라고 보기엔 지금 이 정도도 살짝 과한 수준이다.
하나 이 이상부터는 분명 취미라고 부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린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령이 무언가 말하려는 것을 눈짓으로 말리며 린이 입을 열었다.
“소군주님의 뜻이 그렇다면 저희야 좋죠. 호법님들께 부탁드려 볼까요?”“응.”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것이 무공이라면 더더욱 좋다.
‘우 호법님이 좋으려나……?’령에게 소군주님을 맡긴 린은 우 호법을 찾아가다가 중간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우악스럽고 거친 우 호법보다는 편안하고 세심한 주 호법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주 호법을 찾아가는 길에 린은 바짝 얼어 버리고 말았다.
‘이화궁주!’이화궁주 선우초린.
그녀가 앞에서 수하들도 없이 혼자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린이 마치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얼어 있을 때.
다가오던 선우초린이 말했다.
“어딜 가는 거냐? 우리 소군주님은 어쩌고 네년 혼자서 쥐새끼처럼 이렇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죽고 싶어?”짙게 풍겨 나오는 살기에 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재빨리 대답했다.
“리, 린이 이화궁주님을 뵙니다. 주 호법님을 만나 뵈러 가고 있습니다.”“주 호법님을? 왜?”“소군주님이 무공을 배우길 원하셔서 찾아뵙고 부탁드리러 가고 있었습니다.”선우초린.
그녀의 얼굴 위에 잠시 의문이 떠올랐다.
“소군주님이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나?”“예.”“……지금 주 호법님은 잠시 외유 중이시다. 만나려면 기다려야 할 거다.”“아! 감사합니다, 이화궁주님.”린이 고마운 마음에 허리를 숙여 보이자 선우초린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공손아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선물이 많네요. 생일이라도 맞으신 것 같아요.”“아, 링링!”공손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우초린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안겼다.
선우초린은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교주님과 혼례를 올린다고 하셨지요? 축하해요, 소군주님.”“고마워, 링링.”하나 축하를 건네는 선우초린의 얼굴은 인생을 다 산 노인처럼 씁쓸해 보였다.
령이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줄 때.
자신의 품에 안겨서 비비적거리는 공손아리를 느끼고 있던 선우초린이 입을 열었다.
“다시 무공을 배우실 생각이세요?”“응.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좋은 생각이네요. 소군주님은 재능이 있으니 금세 강해지실 거예요.”사실 그녀가 직접 가르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목구멍에서만 맴돌다가 결국 뱃속으로 내려가 버렸다.
‘하나씩 정리해야 해.’선우초린은 공손아리에 대한 감정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남자를 싫어하고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굳이 고치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겠지.’생각해 보면 여자라고 다 좋지는 않았다.
그냥 공손아리만 좋았다.
그렇게 선우초린이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을 때.
공손아리가 입을 열었다.
“링링, 정말 고마워.”“……?”“아마 링링이 아니었다면 나 사대 가문 사람들에게 어떻게 되었을지도 몰라. 링링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순간 선우초린의 눈빛이 흐려졌다.
공손아리의 말이 갑자기 가슴에 와서 콱 박혔기 때문이다.
심장이 먹먹해졌다.
그때 공손아리가 다시 작게 입을 열었다.
“나 이제 행복해질게. 교주님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이제 링링도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선우초린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천천히 공손아리를 밀어내고 그녀를 응시했다.
공손아리와 선우초린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우초린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 갔다.
처음에는 의문, 그 다음에는 놀람, 마지막에는 허탈함이 가득해졌다.
“언제…… 아신 거예요?”“조금 됐어.”“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누가 말해 준 거예요?”“아니야, 내가 그냥 알게 됐어.”공손아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꼼지락거리며 입을 열었다.
“링링이 날 보는 시선이 내가 교주님을 바라보는 눈이랑 똑같았어. 그래서…… 어쩐지 알게 됐어.”“…….”선우초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게 조금 전까지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사랑스러운 소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나는…… 그냥 소군주님이 좋아요.”처음에는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선우초린도 많이 놀랐다.
하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좋아하는 감정은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닌가?
그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선우초린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싫어했다.
남녀 모두를 싫어한 것이다.
‘소군주님만 유일하게 특별한 거였어.’여자나 남자.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혹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공손아리가 좋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선우초린은 스스로를 매우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세상이 불규칙적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온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미칠 듯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각성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뜬금없지만 세상에 또 한 명, 화경의 여고수가 등장하게 되었다.
만든이 한 마디 – 와…시발 진짜 작가 날로 처먹네 진짜 조금 뜬금없지만이 아니라 씨발 뜬금없거든?zzzzzzz 이거 골 때리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