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96)
제296화 팽가호의 성장
초류향은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 마차에 올랐다.
마차 안에는 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었고, 거기에는 이미 막수가 올라타 있었다.
초류향이 잠시 어이없다는 얼굴로 막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막수가 입을 열었다.
[크크크, 네놈이 죽어 터져 나가는 꼴을 놓칠 수야 없지. 오랜만에 좋은 구경이 될 것 같구나.]“…….”항상 느끼는 거지만 막수는 참으로 솔직했다.그 단순함이 부러울 정도였으니까.
초류향은 바구니 옆에 앉아 있는 주호유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고생이 심하시겠군요.”최근에 막수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데리고 있는 주호유였다.
교에 입교하자마자 여러 가지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주호유가 초류향은 너무도 고마웠다.
그 표정과 감정이 전해지자 주호유는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막수 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교주님.”[크하하핫! 주호유를 보고 좀 보고 배워라, 이놈아. 이렇게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야지!]“…….”얄밉게 배를 치며 웃어 재끼는 막수를 모른 척하고 초류향은 눈을 감았다.
마차가 출발하고 나서 막수는 행복한 얼굴로 곧장 바구니 안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초류향에게 있어서 막수의 귀여움 따위는 쌀 한 톨, 아니 먼지 한 톨만큼의 가치도 없었지만 주호유에게는 달랐다.
하북성으로 가는 내내 마차가 흔들려서 바구니가 움직일 때마다 아주 세심한 손길로 그의 잠자리를 챙겨 주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잘 보살펴 줄 필요 없습니다. 저놈은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놈입니다.”주호유는 초류향의 말에 움찔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교주님.”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챙겨 준다고 해도 막수가 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잠시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호유를 바라보던 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겠지.’주호유가 막수를 모시는 것을 조금이라도 괴로워했다면 곧바로 그에게서 막수를 떼어 놓을 생각을 했던 초류향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주호유는 진심으로 막수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초류향과 다르게 주호유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막수와 함께 떠나는 여행 자체가 그에게는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그는 이런 사랑스러운 생물이 세상에 있다는 게 너무도 기뻤다.
‘심지어 말도 하지 않는가?’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막수의 진가를 모르는 걸까?
방금 전의 대화를 생각하면 교주 초류향 역시 막수의 희소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까웠지만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원래 좋은 건 혼자만 알고 있어야 더욱 좋은 거니까.
다른 사람과 이 기쁨을 공유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주호유였다.
그렇게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하북성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이미 그곳에 도착해서 하북팽가를 완벽하게 포위해 놓은 냉하영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팽가호가 검황에게서 무공을 전수받는 중이라구요?”“예. 그와 같이 생활 중입니다.”냉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검황은 생각보다 똑똑했다.
팽가호가 초류향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공략했던 것이다.
“……현재 검황의 몸 상태는 어때 보였나요?”“육안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 아시다시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엔 그가 지닌 무공이 워낙에 높기에…….”“그렇군요. 알았어요.”“당분간은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냉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하가 사라지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굴렸다.
백무량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속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속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냉하영이 무리를 해서라도 하북팽가 전체를 포위해 버린 것은 실제 무력을 동원해서 백무량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하북팽가가 거기에 압박감을 느끼고 알아서 백무량을 토해 내길 원하는 것이다.
‘천하에 어디를 가더라도 백무량이 있을 곳은 없다는 걸 보여 주는 거야.’그게 냉하영의 목표였다.
천하 어디에도 발 디딜 곳이 없게 만드는 것.
물론 그를 죽이는 게 최선이지만 초류향의 생각처럼 당장에 백무량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그를 받아 주는 곳 정도는 얼마든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천하에 보여 줘야만 했다.
‘슬슬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하북팽가는 작은 가문이 아니었다.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이자, 하북 지역 전체에 그 힘이 미치는 큰 가문이다.
그곳에서 매일같이 소비되는 생필품들만 차단해도 내부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사흘이 지났으니 슬슬 신호가 올 때가 되었을 텐데?’그리고 그녀의 생각대로 저녁 무렵에는 하북팽가 측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팽가의 가주 팽무천이 직접 사자로 온 것이다.
팽무천과 마주한 냉하영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 속으로 쓴웃음을 그려야만 했다.
‘이건 포기를 하려고 온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팽무천의 눈빛에는 아직 생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지지 않겠다는 투기도 엿보였다.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것 같은 느낌.
과연 냉하영의 생각처럼 팽무천은 냉하영을 바라보며 묵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흑월회가 본 가를 포위한 것은 우리를 적으로 삼았다는 의미라고 봐도 좋은 거겠지?”“물론이에요.”“본 가가 외부의 힘 앞에 무릎 꿇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설령 부러질지라도 굽히지 않음을 보여 주도록 하지.”“명예로운 죽음을 택하시겠다 이건가요?”“그래.”가문의 명예라는 것은 사람에게 자부심을 주는 법이다.
흑월회와 붙게 되면 가문이 몰살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팽무천은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스스로가 하북팽가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하북팽가를 몰락의 길로 걷게 할 거야.’팽무천의 태도에 냉하영은 냉소를 흘렸다.
어차피 한 번쯤은 천하에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북팽가는 그 상대로 부족함이 없었다.
‘초류향의 부탁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사실 냉하영은 하북팽가에서 먼저 명분을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이번 기회에 팽가호까지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 냉하영이었다.
‘초류향에게 팽가호라는 약점 따위가 있어선 곤란하거든.’팽가호 때문에 정도맹 측에 관대해져선 곤란했다.
천하를 새로 재편해야 하는데 기존에 있던 가문들을 그냥 놔둬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까.
냉하영은 몸을 일으키고 나가는 팽무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백무량을 보호하기 위해 식솔들을 다 포기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게 맞는 거겠지요?”“말을 이상하게 만들지 마라, 흑월회의 군사. 나는 식솔들을 포기한 게 아니라 그들의 명예를 지켜 줄 뿐이다.”“과연 모든 식솔들이 전부 가주님처럼 그렇게 생각할까요?”의미심장한 말투.
하나 팽무천은 고개를 돌리고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한 채 냉하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 점점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이 떠오르더니 이윽고 그가 냉하영을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론이다. 본 가에 겁쟁이는 한 명도 없으니까. 우리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흑월회와는 다르지.”“가문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시군요.”“물론이지. 나는 하북팽가의 가주다.”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는 팽무천을 보며 냉하영은 이번 사태의 해결 방법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알겠어요. 그럼 그것을 조만간 확인하러 가겠습니다.”“좋을 대로.”팽무천이 바깥으로 나가자 냉하영은 곧장 사람들을 불렀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그냥은 못 지나간다.
저들의 아픈 곳을 찔러야 그녀가 사는 것이다.
냉하영의 비밀스러운 지시를 받은 수하들이 곧장 하북팽가의 담장을 은밀히 넘어가기 시작했다.
“과연 당신의 믿음이 얼마나 보답받을지 지켜보겠어요.”본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이런 계략은 냉하영.
그녀의 전문 분야였다.
상관중달이 없는 이상 이쪽 세계에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없었다.
* * *
강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고수와 같은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무공이 상승한다는 말이.
지금 팽가호를 보면 그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후우…….’팽가호는 지금 눈을 감고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어마어마한 내력들을 필사적으로 다스리고 있었다.
초류향이 그에게 보여 주었던 엄청난 수준의 무공들.
거기에 백무량이 더해 준 최상승의 깨달음들이 그의 영혼을 빠르게 살찌우고 있었던 것이다.
‘영감님 말씀이 옳아.’검황 백무량.
그가 하는 말은 분하지만 모든 면에서 옳았다.
이건 속성으로 무공을 전수해 준 초류향의 말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초류향이 팽가호에게 전해 주었던 것은 그야말로 단편적인 깨달음의 파편들일 뿐.
그것만으로는 결코 높은 경지에 올라서지 못한다.
우드득-
최근 덩치가 좋았던 팽가호는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근육들이 빠른 속도로 부피가 줄어들고 있었다.
면적이 크고 큰 힘을 뽑아내기에 좋게 발달했던 근육들이 최근에는 빠르고, 날카롭게 연마되어 갔다.
탄력 있고 예리하게 단련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상승의 경지에 들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몸이 알아서 제거하고 있는 현상이었다.
‘제법이다.’눈을 감고 있는 팽가호를 보며 백무량은 자신의 안목을 수정해야만 했다.
이 무식하게 생긴 놈은 의외로 무공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느렸지만 몸에 한번 새겨 버리면 그것을 무섭도록 빠르게 흡수해 버리는 부류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쉽게 되었다.’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
그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만간 흑월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일 게 뻔했고, 흑월회가 아니더라도 초류향이 찾아올 것은 명백했다.
‘장담할 수 없겠지…….’초류향이 백무량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처럼 백무량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력이 있고 없음은 그들 같은 고수들에게 두 번째 문제였으니까.
‘정말 아쉽다.’사실 백무량은 팽가호를 보며 씁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니 문득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게 너무도 허망하다 여긴 것이다.
‘나에게는 제자가 없다.’백무량에게는 그의 무공을 전부 이어받은 제자가 없었다.
그에게는 제자를 기를 시간이 없었으니까.
과거에는 스스로의 무공을 다스리느라 바빴고, 힘을 얻고 나서부터는 정도맹을 비롯하여 무당파의 세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한심하군.’그의 엄청난 무공을 잇고,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려 줄 제자가 없다는 것은 지금 와서 굉장히 큰 허망함을 안겨 주었다.
그나마 사제였던 유설빈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마치 제자를 둔 듯한 기분을 느끼긴 했지만, 그런 유설빈에게도 지금 팽가호에게 하는 것처럼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진 못했다.
‘클클, 이런 것도 다 변명이지.’그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전부 비겁한 변명에 불과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후대를 만들었어야 했다.
팽가호를 보면서 지금 백무량이 느끼는 감정은 그런 것들이었다.
‘이놈에게 정말 내 무공을 전수해 줘도 되는 걸까?’검황 백무량의 무공.
그것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진정 엄청난 것임이 분명했다.
백무량은 그것을 팽가호에게 전수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운이 좋은 놈이군.’팽가호의 입장에서는 이건 엄청난 기연을 만난 셈이었다.
‘날로 먹는 놈이 생길 줄이야.’백무량은 속으로 툴툴거리면서도 팽가호에게 하나씩하나씩 자신의 밑천을 풀어주고 있었다.
사실 천마신교의 교주 초류향.
그놈이 전해 준 단편적인 속성 무공만 제대로 연마하더라도 팽가호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
진짜 높은, 그러니까 삼황급이라 불리는 초상승의 경지에는 들지 못할 게 분명했다.
‘네놈은 반드시 고수가 되어야 한다.’백무량은 내력을 조절하는 팽가호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초류향의 무공을 조금이나마 주워서 익혔고, 자신의 정수를 받을 놈이다.
이런 놈이 고수가 되지 않는다면 죽어서도 체면이 서지 않을 게 아닌가?
팽가호는 그렇게 조금씩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반강제적으로 화경의 경지에 다가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