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98)
제298화 검황과 만나다
초류향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서 하북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북성에 도착한 그가 본 것은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는 하북팽가였다.
초류향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냉하영을 보며 웃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나 보군.”“……약 올리러 온 거야?”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하북팽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검황은?”“안에 있어.”“다녀올게, 그럼.”냉하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녀오다니, 어디를……?”초류향은 대답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음 지으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머리 위에는 이미 붉은색 눈.
심연술이 발동되어 있었다.
“설마 바로 검황을 만나러 가려고?”“응.”냉하영이 황당한 얼굴을 하건 말건.
초류향은 주호유를 한 번 힐긋 쳐다보고 곧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흑월회가 길을 열어 주어, 초류향은 어렵지 않게 하북팽가의 대문 앞에 섰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냉하영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자신이 며칠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하북팽가의 굳게 닫힌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초류향은 잠시 굳게 닫혀 있는 대문을 지켜보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문.
초류향은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쿵-
바닥이 물결치고 문이 산산이 부서졌다.
문 안에 대기하고 있던 놀란 얼굴의 하북팽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황을 만나러 왔다.”“교, 교주?”대문을 지키는 팽가의 고수들이 경악한 얼굴을 할 때.
냉하영 역시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처음부터 저렇게 할 생각이었던 거야?”그 어떤 작전도, 계략도 없었다.
그냥 밀고 들어가 버린 것이다.
‘……호쾌하긴 하네.’고민도 걱정도 없이 그냥 바로 들어가 버리는 당당함.
허를 찔린 하북팽가도 어쩌지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래도 금세 정신을 차리겠지.’냉하영의 예상은 정확했다.
촤촤촹-
하북팽가의 고수들은 정예다.
그들도 곧 긴장하고 칼을 빼 든 것이다.
하지만…….
‘엄청나네…….’그렇게 칼을 빼 든 하북팽가의 고수들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초류향이 앞으로 걸어오니 그걸 막기는 해야 하는데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다들 ‘어어?’ 하고 당황하면서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였나?’냉하영은 지켜보면서 감탄했다.
마교의 교주.
현재 천하의 주인이 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언제 저렇게까지 된 거지?’맨 처음 초류향을 만났을 때.
그는 무공도 모르는 아주 작은 소년이었다.
닭 모가지 하나 비틀지도 못할 그런 소년이 어느새 자라서 저런 거인이 된 것이다.
냉하영은 초류향의 넓은 등을 홀린 듯이 바라보다 그 뒤를 따라갔다.
‘보고 싶다.’초류향이 만드는 세상이 어떠한지.
그가 보고 있는 세상이 어떠한 모습일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주호유도 비슷한 마음으로 바구니를 든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초류향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분노한 얼굴의 팽무천이 서 있었다.
“과연 오만하구나, 교주. 우리 팽가가 그렇게 우스워 보였나? 천하를 제패하니 팽가마저도 무릎을 꿇리고 싶어졌던가?”초류향은 무덤덤한 얼굴로 팽무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팽무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분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 안 깊숙한 곳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초류향은 그런 그들과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안도했다.
다행히도 이곳에 팽가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검황을 만나러 왔다.”목적은 검황 하나였다.
가급적 다른 피해나 충돌은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것이 현재 초류향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가 만나게 해 줄 거라 생각했나?”어이없다는 얼굴.
하나 초류향은 팽무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그가 나와 만나고 싶어 할 테니까.”“개소리!”촹-!
팽무천은 칼을 뽑아 들었다.
절정 고수인 그의 몸에서는 살벌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천마신교가 두렵지 않다. 우리 팽가는 죽음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없는 곳이지. 교주는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초류향의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
그 상태에서 초류향은 심연술을 하늘 높이 올려 보냈다.
그리고 검황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려 했다.
‘검황…….’심연술의 붉은 눈.
그것은 검황을 순식간에 찾아냈다.
검황 역시 후원에 앉아 내력을 고르고 있다가 초류향과 눈이 마주쳤다.
“왔구먼…….”검황은 초류향의 붉은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미소 지었다.
결착을 지어야 할 시간이었다.
미뤄 두어선 곤란하지 않은가?
[오랜만입니다. 검황.]귓가에 들리는 정중한 전음에 검황은 쓰게 웃었다.교주가 예전과는 다르게 정중한 척 공손하게 말을 걸어오니 오히려 더 얄미웠다.
게다가 이놈은 자신을 만나러 오는데 전혀 긴장도 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생겼더냐?’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초류향의 기세는 더욱 안정되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느긋한 여유까지 느껴졌다.
놈이 성장했다는 것이 손에 잡힐 듯 훤하게 그려졌다.
[좋아 보이는군. 최초로 천하를 정복하니 느껴지는 게 있던가? 소감이 듣고 싶군그래.]초류향은 피식 웃었다.그리고 약간 곤란한 어투로 말했다.
[생각보다 바빠진 것 외에는 크게 별거 없습니다. 그리고 귀찮으시겠지만 이곳으로 좀 나와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일이 번거로워지는 건 피하고 싶습니다만.]검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마중까지 나오라고 하다니 시대가 변하긴 한 모양이구만. 뭐…… 나 역시 더 이상의 민폐는 사양하고 싶으니까.]이 이상 하북팽가에 빚을 지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검황이 그렇게 몸을 일으킬 때.
“이노옴! 나를 앞에 두고 어디에다가 한눈을 파는 것이냐!”팽무천은 분노한 얼굴로 칼을 빼어 든 채 초류향에게 달려들었다.
모두가 그 용기에 감탄하고 있는 와중에도 초류향만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쿠콰콰콰-!
섬뜩한 청강빛의 도기가 초류향의 정수리부터 찍어 내려왔다.
세로로 쪼개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텅-!
“컥!”팽무천은 힘없이 튕겨 나갔다.
무서운 기세로 공격했던 그가 가만히만 있던 초류향에게 피해를 본 것이다.
팽무천이 입에서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내는 것을 지켜보던 초류향은 시선을 그들 뒤쪽으로 돌렸다.
“오셨습니까.”“그래.”“거, 검황 어르신?”팽무천이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깜짝 놀란 얼굴을 할 때.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검황이 입을 열었다.
“애썼네. 그만하면 됐어.”“하, 하지만…….”“어차피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지도 않을 일이었지. 자네도 알잖은가? 이만하면 충분히 자네는 역할을 한 것일세. 그만 놓아 주시게.”팽무천이 입술을 꾹 다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상태로 검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은 본 가의 손님이십니다. 위험할 걸 뻔히 알면서도 보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본 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검황은 빙그레 웃었다.
그러다 손을 가볍게 움직여 그의 혈도를 짚어 재워 버렸다.
이놈처럼 몸에 피가 들끓는 놈은 재워 두는 게 가장 속 편했으니까.
“맡아 주겠나?”“아…… 예.”“자네들은 물러서시게. 이제부터는 나와 교주의 일이니까.”뒤에 있는 하북팽가의 사람에게 팽무천을 떠넘긴 검황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초류향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쓰게 웃었다.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군요.”“간발의 차이였지. 왜? 정면으로 마주해 보니까 이제 좀 겁이 나는가 보지?”“아닙니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 중입니다.”약해진 상대를 죽이는 건 역시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검황은 초류향의 자신감 가득한 말에 하나밖에 없는 팔을 들어 보이며 히죽 웃었다.
“나는 오늘 자네를 죽일 생각일세.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바보들이 생각보다 많으니까.”“나를 죽일 수 있다면 어쩌면 가능도 하겠지요.”초류향은 검황과 대화를 하며 그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사이에 두고 둥글게 공간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선 것이다.
‘지금 여기, 이 장소에서 천하제일인이 가려진다.’삼황의 마지막 생존자 검황 백무량.
그리고 천하를 제패한 천마신교의 주인.
현재 수라마군이라 불리는 초류향.
‘당연히 이기겠지?’냉하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초류향이 나직하게 말했던 백무량의 몸 상태가 ‘좋다’는 말이 살짝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래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야.’오늘 이 자리에서 과거는 완전히 죽을 것이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냉하영은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초류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많군그래.”검황의 말에 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류향은 아까부터 검황의 전신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의 몸 상태를 조금 더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부상을 털어낸 모양이군.’미세한 균열이 있긴 했다.
하나 그것은 승부에 크게 영향을 줄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때.
[호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놈이군. 재미있겠는데?]막수가 초류향에게만 들리는 음성으로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그때 때마침 검황 백무량과 바구니에서 두 발로 일어서 있던 막수가 눈이 마주쳤다.
허공에서 막수와 눈이 마주친 검황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 저건…….”자그마한 날개를 달고 있는 새하얀 토끼.
얼핏 보기에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귀여운 토끼였다.
하나 백무량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토끼 주변의 공간이 마치 다른 세상처럼 일그러져 있는 것이.
저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이 아닌가?
백무량이 넋을 놓고 지켜볼 때.
초류향이 불쑥 입을 열었다.
“저 괴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어떻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건가?”얼마나 지니고 있는 힘이 대단하면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일까?
백무량이 마른침을 삼킬 때.
그의 귓가에만 들리게 막수가 작게 속삭였다.
[크크, 겁먹지 마라, 인간. 나 같은 위대한 존재는 인간들의 싸움 따위에 간섭할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 너는 그냥 이놈과 피 터지게 싸우면 되는 것이다.]백무량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막수의 모습이 태산처럼 거대하게 보였다.엄청난 존재감에 그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설 때.
초류향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보는 눈이 많습니다.”백무량은 초류향의 나직한 음성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 괴물이 어떠한 존재인지 인식을 못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보 같은…….’잠시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던 백무량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토끼의 모습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토끼는 느긋하게 옆으로 누워서 백무량과 초류향을 바라보며 즐거운 얼굴을 해 보였다.
흥미진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막수와는 달리, 초류향은 아까부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백무량이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한 듯하자 초류향이 말했다.
“먼저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백무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저 새하얀 토끼의 정체가 신경이 쓰였지만 눈앞에 있는 초류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백무량이 자세를 잡자 초류향은 손끝을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최후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