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299)
제299화 심의권
강한 것은 옳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그것은 언제나 옳은 것이다.
초류향은 스승님의 말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이상하다.’초류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면에 서 있는 백무량이 전혀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를 마주하면 그가 거대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젠 그런 긴장감도 없었다.
어딘가 붕 떠 있는 기분.
‘무슨 이유일까?’초류향은 잠깐 고민하다가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백무량을 지켜보던 초류향은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초류향의 손이 움직이고, 예고도 없이 백무량의 정면으로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들이닥쳤다.
뻐엉-
잔뜩 압축되어 있는 공기가 백무량을 덮친 것이다.
이것은 꽤나 익숙한 무공이다.
‘패력수라권.’예전 정마대전에서 공손천기에게 저거 한 방을 맞고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백무량에게 같은 무공은 두 번 통하지 않았다.
그는 재빠르게 검 끝을 움직여 패력수라권의 중심부를 찔렀다.
콰아앙-
강력한 내력이 사방으로 부서지며 흩어졌다.
백무량은 패력수라권을 그렇게 흩어 놓고 초류향을 바라보다 눈썹 끝을 씰룩거렸다.
‘움직이지 않는다?’보통 이 정도의 공격을 한 뒤에는 바로 이어서 강력하게 상대를 몰아붙여야 정상이었다.
한데 저놈은 물처럼 고요하게 그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공허한 느낌.
‘그럼 내가 움직여 주지.’막 검을 뻗으려고 몸을 움직이던 백무량이 문득 무언가를 보고 멈칫했다.
‘이놈…….’초류향의 시선은 지금 백무량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그 시선에는 현묘한 빛이 가득했고, 전신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이 흘렀다.
백무량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다.
‘이 와중에 깨달음이 찾아왔다?’위험한 놈이었다.
저 상태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하다니…….
‘각성하게 둘 순 없지.’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체 무엇이 저놈을 각성시켰는지는 그도 모른다.
아니,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은 저놈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 하나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싶었다.
꽈득-
백무량은 검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가 놓았다.
그러자 그의 검이 한 마리 잉어처럼 펄떡이다 그 자리에서 빛을 뿜어내며 사라졌다.
“이기어검술!”지켜보던 무인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고,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쏘아져 간 백무량의 검은 초류향의 심장 바로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한 치 정도만 앞으로 전진하면 초류향의 심장을 후벼 팔 수 있을 것이다.
치이이익-
하지만 백무량의 검은 무언가에 막힌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공기가 타들어 가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을 뿐이다.
‘호신강기?’아니었다.
단순한 호신강기로는 이기어검술을 감히 막지 못했다.
저게 대체 무엇일까?
백무량은 한참 동안 이를 악물고 내력을 집중해서 그것을 뚫어 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갑자기 내력을 풀었다.
검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그 순간.
작은 파동이 초류향을 덮쳤고,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던 초류향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사아아악-
바닥에 깊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얇은 선이 생겨났다.
백무량이 심검을 사용한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심검.
그것을 사용한 직후 백무량은 검을 회수하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
피윳-
검처럼 날카로운 공기가 초류향의 귓불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것이 시작.
가만히 굳어 있는 초류향에게 백무량은 계속해서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피피피핏-!
순식간에 초류향의 고급스러운 옷이 넝마 조각처럼 찢어지고 자잘한 상처가 늘어났다.
검황 백무량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오오!”지켜보고 있던 팽가의 무사들이 입에서 감탄을 터트렸다.
이건 정말로 검황 백무량이 천마신교의 교주를 꺾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막상 공격을 하고 있는 백무량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껍질이 깨지지 않는다.’저놈은 지금 각성 전이었다.
초조했다.
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백무량은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호흡을 고르고 심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초류향이 슬쩍 옆으로 움직였다.
‘심검에는 반응한다 이거냐?’정말 위험한 것은 몸이 알아서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심검으로 놈을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백무량은 호흡을 고르며 앞으로 다가갔다.
초류향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뚜벅뚜벅-
둘 사이의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백무량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놈…….”지척까지 다가가자 초류향의 입가에 갑자기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조금 전처럼 아무 표정이 없는 인형 같은 웃음이 아니라 정말 생동감 넘치는 표정.
동시에 백무량은 심검을 꺼내 휘둘렀다.
거리는 지척이었고, 이 정도 거리라면 절대 피할 수 없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초류향과 백무량의 거리가 급속도로 멀어졌다.
둘 다 튕겨져 나간 것이다.
백무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문을…… 열어 본 것이냐?”검황 백무량과 야황 냉무기.
그들은 삼황급의 수준을 넘어선 초인이다.
그러나 그들은 애초에 벽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 빈틈을 만들어 벽 너머를 훔쳐봤을 뿐.
“이것이 당신이 보는 세계입니까?”초류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세상이 밝았고, 그 가운데 여러 가지 실타래들이 마구잡이로 엉켜 있었다.
그 실들의 끝에 의지를 실어 보내면 그것이 곧 힘이 되어 상대방을 가격했다.
초류향은 스스로의 주먹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검황 덕분에 심의권(心意拳)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심의권.
심검과는 동급의 무공.
방금 전에 백무량이 쏘아 냈던 심검을 튕겨 낸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뚜둑-
백무량이 목 근육을 풀며 투덜거렸다.
“처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공손천기 그 괴물 같은 놈이 네 머리에 요상한 장난을 쳐 놨었군.”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자신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어떤 종류의 깨달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무량이라는 강대한 적을 맞이하자 머릿속에 덩어리져서 미처 녹아들지 못했던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풀어져 나온 것이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보도록 하지요.”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초류향이 그렇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을 때.
백무량은 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야황과 싸우며 얻은 것이 있지.”야황 냉무기.
그가 백무량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초류향이 궁금한 얼굴을 할 때.
백무량이 움직였다.
바닥에 있는 검을 회수한 그가 번개처럼 검을 내려친 것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이 실린 공격.
쾅-
초류향이 주먹으로 그것을 쳐 올리자 백무량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몸을 뒤집으며 다시 검을 찔러 왔다.
무시무시한 검강이 번뜩이고 초류향이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백무량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이 느껴졌다.
초류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공을 쓰면서 심검을 사용했다?’가슴에 찬바람이 지나갔다.
엄청난 정신 집중을 요하는 것이 바로 심검.
그런데 그것을 무공과 함께 펼쳤다?
초류향이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서려 했다.
이건 일단 피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콰아앙-!
폭음이 터지고 초류향이 서 있던 자리에 검강이 내리꽂혔다.
초류향은 잠시 난감한 얼굴로 백무량을 응시했다.
상대가 지금처럼 무공과 심검을 동시에 발현할 수 있을 정도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심검을 사용할지 모르니 이제는 심의권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왜 그러나, 교주? 조금 전의 자신감은 어디로 간 건가?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네.”“…….”초류향은 입을 다물었다.
그 말 그대로였다.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대응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무공과 함께 심의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역시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초류향은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패력수라권의 강렬한 기운이 백무량을 덮쳐 왔다.
백무량은 패력수라권을 검으로 막아 가며 입속에 가득한 핏물을 조용히 집어삼켰다.
‘기회는 이제 기껏해야 한 번 정도.’초류향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백무량은 방금 상당히 무리를 한 셈이었다.
심검과 최상위급의 무공을 같이 펼치는 것은 제아무리 백무량이라 하더라도 무리였다.
그래도 억지로 꾸역꾸역 펼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초류향이 무공과 함께 심의권을 동시에 펼치는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류향은 실제로 무공과 동시에 심의권을 사용했다.
‘바로 지금!’백무량은 초류향에게 달려들었다.
하나 그 모습을 보면서도 초류향은 어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거칠게 역류하는 내력 때문에 전신이 화석처럼 굳어 버렸던 것이다.
‘당했다.’무공과 함께 심의권을 발동하려 하자 기가 마음대로 연결되지 않으며 호흡이 끊어졌다.
동시에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과 함께 머리가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
‘큰일이다.’초류향이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그 순간.
쾅-
백무량은 다가오던 패력수라권을 단숨에 뭉개 버리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초류향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구나.’지척까지 다가오는 백무량을 바라보며 초류향은 이를 악물었다.
무공과 심검은 애초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다.
백무량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편법을 이용한 것일 터.
하지만 과정이 어떠했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사아악-
백무량의 칼이 휘둘러지고 강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초류향이 그것을 어찌어찌 손으로 튕겨 내는 찰나 백무량의 전신에서 위험한 파동이 일렁거렸다.
‘죽어라, 교주.’끝이었다.
이것은 이제 막아 낼 수 없었다.
백무량의 입과 코에서 검붉은 피가 왈칵 뿜어져 나왔다.
최후의 일격인 것이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막수가 귀를 쫑긋 세우며 바구니에서 벌떡 일어섰다.
‘애송이, 뒈지는 거냐?’저건 막을 수 없다.
정신 상태가 풀려 버린 지금 상태의 꼬맹이에겐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때 초류향이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마치 기도라도 하는 듯한 자세.
‘오호? 저건?’자신에게 사용했던 그것이 아닌가?
막수가 흥미진진한 얼굴을 해 보일 때.
초류향의 양손 사이에서 사과만 한 크기의 빛덩어리가 떠올랐다.
‘뇌력환.’위기의 순간.
초류향은 심의권에 의존할 생각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에게는 심의권 말고도 수라환경과 월인도법의 정수가 섞인 최강의 무공이 있었으니까.
야황 냉무기를 통해 완성된 뇌력환을 초류향은 천천히 앞으로 밀어 보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백무량의 득의양양한 얼굴에 서서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저게 대체 뭐지?’엄청나게 압축된 힘이 전해져 왔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면서 지켜보았다.
대개의 경우 심검과 부딪치는 순간 모든 기운은 산산이 부서져 나가기 마련이니까.
한데…….
콰지지직-!
저 빛덩어리가 괴상한 소리와 함께 심검을 씹어 삼켜 버리지 않는가?
그러고도 모자라 그 기운은 흩어지지 않고 백무량을 덮쳐 갔다.
‘심검의 힘이 부족했다.’아무래도 무공과 함께 발현하다 보니 심검의 기운이 약해진 모양이다.
백무량은 어금니를 꽉 깨문 후 앞으로 팔을 뻗었다.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기운을 움켜쥐어 터트리려고 한 것이다.
백무량의 빛나는 손과 뇌력환이 부딪치는 그 순간.
둘 사이에서 엄청난 양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