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외전 : 영원히 고통받는 막수
“세상을 변하게 만드는 작업은 재미가 있는가?”
“예.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주호유는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척계광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척계광은 평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들뜬 듯이 보였다.
“병법서의 집필이 끝나신 모양입니다.”
“그렇네. 드디어 끝이 났지.”
“굉장히 후련해 보이십니다.”
척계광은 대답 없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품에 챙겨 온 서책들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가지고 있게.”
“예?”
주호유는 척계광이 직접 적은 병법서를 바라보다 의아한 얼굴을 해 보였다.
“문사 출신인 제가 이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저보다 이 병법서에 더 합당한 사람이 많지 않겠습니까?”
척계광은 희미하게 웃었다.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줘도 괜찮겠지. 그건 자네의 판단에 맡기겠네.”
척계광은 약간 느슨한 얼굴로 주호유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동안 신경 써 줘서 고마웠네, 주 학사.”
“…….”
“자네에게 줄 것이 고작 그것밖에 없어서 미안할 따름이지.”
“장군님…….”
척계광은 고작 그것이라 표현했지만 주호유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한때 전쟁의 신으로까지 추앙받던 남자가 무려 십 년에 걸쳐서 집필한 병법의 정수였다. 아무렇게나 대할 수 없는 보물인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 같은 늙은이에게는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기도 하네. 부디 새로운 세상을 만들 때 나 같은 노인들도 한 번쯤은 염두에 두시게나.”
척계광은 몸을 돌려 바깥으로 걸어 나가며 흐릿하게 웃었다.
“부디 건강하시게. 주 학사.”
주호유는 탁자에 놓인 병법서를 손으로 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일단은 바람 따라 무작정 걸어 볼 작정일세. 이젠 나도 좀 쉬고 싶거든.”
척계광은 그 말만 남기고 문턱을 나섰다.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제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그의 뒷모습은 주호유가 본 척계광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주호유는 척계광이 사라진 자리를 우두커니 지켜보다가 문득 병법서들을 바라보았다.
“기효신서(紀爻新書), 연병실기(練兵實記)…….”
병법서는 모두 네 권이었다.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주호유는 갑자기 생긴 이 보물들의 보관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막수는 독수리의 멱살을 잡아서 바닥에 패대기치며 입을 열었다. [정말 저 배에 그놈이 타고 있는 게 확실하겠지?] 독수리가 오들오들 떨며 고개를 끄덕이자 막수는 앞발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오! 넌 일단 다녀와서 보자.] 팟- 막수는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작은 날개를 퍼덕여 저 멀리 바다로 나가고 있는 배를 따라잡았다. 커다란 배였지만 그곳에 도착해서 초운비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팔자 좋게 갑판에 앉아서 웬 시커먼 계집과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막수는 갑판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초운비의 시선이 막수에게 향했다.
“오! 막수막수!”
[……찾았다, 네 이놈 시키.] 초운비는 달렸다. 막수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껴안은 것이다. 그리고 막수의 볼을 부비적거리며 초운비가 해맑게 웃었다.“이번에는 나 찾는 게 왜 이리 오래 걸린 거야? 기다리다가 지칠 뻔했어.”
막수는 이 뻔뻔한 꼬맹이에게 화를 낼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곧 바람 빠진 얼굴로 초운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이 꼬맹이와 싸워 봐야 자신만 우스워질 뿐이다. 막수가 지치고 피곤한 안색으로 갑판에 벌렁 드러눕자 초운비는 계속 막수의 볼과 배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서쪽 땅으로 같이 가자. 저 누나가 데려다 준대.”
막수는 아까부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시커먼 계집을 응시했다. 막수가 점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묘하게 웃어 보였다. [호오?]
“왜?”
“그럼 같이 가는 거지? 응?”
왜 저 여자 해적 두목에게 호기심을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막수가 흥미를 보였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바다라…….] 별로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좋은 추억이라곤 쥐뿔도 없는 곳이니까.
‘하지만…….’
과거와는 달랐다. 지금의 막수는 정말 어마무시하게 강력한 것이다. [잠깐 정도는 바람 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우와! 만세!”
초운비는 막수를 허공에 던졌다가 받아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여자 해적 두목은 복잡한 눈빛을 해 보였다.
‘저 토끼는 뭐지?’
저 귀엽게 생긴 토끼는 자신이 배 전체에 펼쳐 놓았던 결계를 너무도 쉽게 통과해 들어왔다.
‘게다가…….’
아까부터 초운비는 혼자서 토끼에게 말을 걸고 혼자서 대답을 하고 있었다. 토끼는 그저 시종일관 뚱한 표정으로 갑판에 뒹굴거렸을 뿐이었다.
‘뭐지 대체……?’
아무래도 조금 더 저 꼬마와 토끼를 자세히 지켜보아야 할 것 같았다. * * *
“이제 곧 사나운 바다를 건널 겁니다. 선실로 내려가서 기다리세요, 도련님.”
사나운 바다라는 말에 초운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갑판에서 구경해 보고 싶어.”
“위험할 텐데요? 바다에 빠져도 건져 주지 않습니다.”
“응.”
여해적 두목은 잠시 초운비를 지켜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할 대로 하세요.”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곧장 선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과 함께 폭풍을 건널 방법을 상의할 모양. [보면 볼수록 제법이군, 저 계집.]
“왜?”
[크크, 인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곧 있으면 바다의 서쪽 경계선이다. 그곳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넘기가 불가능한 사나운 지역이지.] 막수는 초운비의 품에 안겨 저 먼 바다를 응시하며 재미있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한데 그 위치를 제법 정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계집은 실력이 있다는 소리겠지. 재수가 좋으면 아주 재미있는 구경을 하겠군.]“서쪽의 경계선이라는 곳을 넘기가 어려운 거야?”
막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커먼 바닷물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다. 용왕 늙은이가 인간들이 경계선을 넘나드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
“기대되네.”
막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육지와는 다르게 바다는 그 경계선이 뚜렷했다. 인간 따위가 쉽사리 넘어설 수가 없는 영역인 것이다.
‘용왕이 어떻게 나오려나…….’
막수는 기대되는 얼굴로 폭풍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자 사나운 바다가 그들을 사정없이 덮쳐 오기 시작했다.
“우와! 막수막수! 저거 봐! 조금 전의 그것보다 더 큰 파도야!”
[……그걸 알면 그만 좀 고개를 숙여라, 이놈아.] 초운비는 비와 바닷물에 푹 절여진 상태에서도 갑판에 서서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었다. 사나운 바다는 과연 만만치가 않았다. 그들이 타고 있던 커다란 배가 마치 가랑잎처럼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아-! 소리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섬뜩한 파도가 배를 덮쳤지만 초운비는 재미있는 장난감에 올라타기라도 한 듯한 얼굴로 갑판 난간을 부여잡은 채 파도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여해적 두목은 심각한 얼굴로 바다를 응시했다.‘파도가 유달리 심하다.’
벌써 이틀 동안이나 폭풍 속에 갇혀 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폭풍 속에서 버틴 것만 해도 기적이긴 했다. 한데 대개의 경우 이 정도만 버티면 점차 폭풍의 기세가 누그러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건 오히려 더더욱 폭풍의 기세가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거친 비바람을 맞으며 묵묵하게 배를 조종하던 선원들의 무덤덤한 얼굴에 차츰 공포가 떠오르고 있었다.
‘대체 왜?’
여해적 두목이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속으로는 필사적으로 돌파 방법을 생각할 때. 막수는 아까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다 깊은 곳 어딘가를 계속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뭐냐, 네놈은?’
며칠 전부터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배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용왕이 힘을 쓰려고 바닷속에서 꿈틀거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용왕이 아닌 굉장히 독특한 모습의 생명체가 바닷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덩치가 생각보다 큰데?’
막수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쪽 바다에서 저렇게 용왕보다 덩치가 큰 놈이 존재할 수는 없었다.
‘용왕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막수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갑판 난간 위에 올라섰다.
“어디가?”
[잠깐 산책 좀 하고 오마.]“……여기서?”
막수는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그대로 곧장 바닷속으로 돌진했다. 초운비가 놀란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바닷속에 들어간 막수는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덩치 큰 놈을 바라보며 번거로운 얼굴을 해 보였다. [어이, 거기. 장난은 그만하고 꺼지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이 몸이 이제 슬슬 지겨워졌으니까.] 쿠르륵- 바닷속에 있는 시커먼 놈. 그놈은 자신에게 당당하게 걸어오는 하얀 토끼를 보다가 꼬리를 뻗어 막수를 움켜쥐려고 했다. [이 어르신께 감히 개수작을…….] 막수는 코웃음을 치며 덮쳐 오던 꼬리를 쳐 내려 했다. 한데 막수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이곳은 바다. 애초에 막수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퍼억- 주먹으로 꼬리를 쳤는데 막수는 오히려 자신의 몸이 빠른 속도로 뒤로 튕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힘에서 압도적으로 밀린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제야 이곳이 바다라는 사실을 떠올린 막수가 낭패한 얼굴을 해 보일 때. 시커먼 놈이 음험한 얼굴로 계속해서 꼬리를 뻗어 내기 시작했다. 연신 뒤로 밀리던 막수는 결국 얼굴을 찡그리며 바다 바깥으로 튕겨 나왔다. 촤아악-! 그 순간. 바닷속에만 있던 시커먼 놈이 막수를 따라 같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아-! 그것은 커다란 뱀이었다. 그들이 타고 온 배의 백배는 될 법한 거대한 몸뚱이에, 전신에는 딱딱한 비늘이 덮여 있었다. 그 뱀을 바라보던 여해적 두목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레, 레비아탄(Leviathan, 성서에 나오는 전설상의 바다 괴물)! 레비아탄이다!”
여해적 두목이 비명처럼 소리칠 때. 초운비는 갑자기 등장한 괴물 뱀을 보며 입이 찢어져라 감탄했다. 그러다 막수를 향해 말했다.
“저게 동해에 산다는 그 용왕이야?”
막수는 놈의 공격을 막은 앞발이 시큰거리는지 연신 발을 주물럭거리며 투덜댔다. [저렇게 흉측하게 놈이 설마 용왕이겠느냐? 저놈은 한낱 서쪽 바다의 괴수일 뿐이다.] 초운비의 말에 대답해 주던 막수는 곧 얼굴을 찡그렸다. 문득 생각해 보니 저놈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너 따위가 경계선을 넘은 거냐? 용왕이 그냥 보아 넘기질 않았을 텐데?] 레비아탄. 괴물 뱀은 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용왕은 죽었다. 그래서 내가 동쪽 바다를 먹기 위해서 온 거지. 너희들은 운이 나쁘게 나와 마주친 것이다.] 막수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용왕이 죽었다고? 그 꼬장꼬장하던 영감탱이가?] [그래. 나는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레비아탄은 입을 벌리며 벌겋게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난 정말 운이 좋군. 동해의 바다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육지의 야차왕까지 잡아먹게 될 줄이야. 바다에서는 십분의 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주제에 알아서 먹히러 오다니…….] 막수는 불쾌한 얼굴을 하며 놈을 쏘아보았다. [나를 네놈같이 하찮은 놈이 잡아먹을 수 있겠느냐? 배가 터져 나갈 거다.] [크하하핫! 앙탈이 제법 귀엽구나. 그럼 맛있게 먹어 주마!] 레비아탄은 입을 벌린 상태 그대로 막수에게 달려들었다. 막수는 몸을 날려서 그 공격을 쉽게 피했다가 아차 했다. 타고 왔던 배가 레비아탄의 몸체에 스쳐 두 동강이 났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막수가 쏜살같이 움직여 초운비의 손을 낚아챘을 때. 바로 머리 위에서 섬뜩한 음성이 들렸다. [크크크, 잘 먹겠습니다!] 콰아아아-! 막수는 자신과 초운비를 덮쳐 오는 레비아탄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건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막수가 히죽 웃으며 레비아탄을 바라보았다. [멍청이. 네놈은 그래서 안 되는 거다.] 레비아탄은 막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척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너는…….] 현무 무천. 그가 등장한 것이다. [내 땅에서 사라져라, 천한 것.] [크아아악!] 무천은 기운을 내뿜어 단번에 레비아탄을 서쪽 바다로 날려 보내며 고개를 내려 막수를 응시했다. [저런 하찮은 것에 농락당하다니…… 생각보다 꼴이 우습구먼, 아우님.] [흥. 육지였으면 주먹 한 방에 가루가 될 놈이었지.] 무천은 작게 웃었다.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주제에 기백만큼은 여전했던 것이다. 막수는 그런 무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결국 용왕이 된 모양이군, 우리 형님께서는.]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네, 아우님.] [그럼 번거롭겠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를 육지로 돌려보내 줘.]
“아니! 아니야! 우리를 서쪽으로 보내 줘!”
무천은 커다란 판자때기 위에 올라서 있는 초운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흐릿하게 웃었다. [저 꼬마에게서 아우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꽤나 각별한 사이인가 보구먼.] [저 아이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우리를 육지로…….] 무천은 고개를 저으며 막수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웃음을 그리며 막수에게 말했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시게, 아우님.] [……뭐? 어? 어어?] 콰우우우- 거대한 물결이 무천 주변에서 일어나더니 곧 막수와 초운비가 타고 있던 판자때기를 덮쳐 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초운비는 근처에 정신을 잃고 떠 있던 여해적 두목을 판자때기에 서둘러 옮기며 즐거운 듯 말했다.
“가자, 서쪽으로!”
막수가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무천을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우라질!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허허, 과거 육지에서의 보답이라네, 아우님. 즐거운 유희가 되길 빌겠네.] [유희? 이게 유희라고?] 막수는 순식간에 멀어지는 무천을 보며 큰소리로 쉬지 않고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한참을 밀려가 잔잔한 바다가 나타나자 초운비는 막수의 손에 거대한 나무토막을 하나 쥐여 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서쪽 땅까지 노를 저어 줘, 막수.”
[후우…… 네가 해라, 이놈아.]“나도 그러고 싶은데…….”
초운비는 반쯤 풀린 눈으로 막수를 바라보다가 옆으로 쓰러지며 헤실헤실 웃었다.
“나 힘들어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아. 헤헤.”
그 말을 끝으로 초운비는 정말 뻗어 버렸다. 막수는 자신의 손에 들린 노를 바라보다가 허탈한 얼굴로 하늘을 응시했다. 끼익끼익- 한참이 지난 후 뭉툭한 두 손으로 노를 잡고 저어 가며 막수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은 어느새 서쪽의 경계선을 넘어 버렸던 것이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겠다.’
막수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지만 그들의 여행은 예상보다 더더욱 험난하고 길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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