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52)
제52화 천마신교를 걸다.(2013.07.11.)
진법은 그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주변의 지형지물과 기후 등의 환경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핵(核)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천지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가둬놓아 지정한 공간에 자연적으론 있을 순 없는 변화무쌍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병영진법이 있었다. 이것은 사람들이 모여 펼치는 진법인데 그야말로 정해져 있는 형태가 없었다.
그랬기에 어떤 모습으로든 바뀔 수 있었고, 그만큼 예측하기가 어렵다. 거기에서 병영진법의 가공할 위력이 나온다.
‘절정고수가 펼치는 혈하멸천검진은 화경의 고수도 죽일 수 있다.’초혜정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 그들 대부분이 일류고수였다. 거기에 지휘자급으로 절정고수도 몇몇 섞여 있었다.
[죽영(竹影).][예. 정주님.][약하게,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니,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세게 두들겨줘라.][존명.]운휘는 전음으로 명령을 내리고 팔짱을 낀 후 전방을 주시했다. 사실 초류향과 한 내기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의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초류향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물론 무공을 익혔다 한들 애초에 소용없었겠지만…….
‘혈하멸천검진은 완벽하다.’그가 아는 한. 적어도 교주님 정도의 고수가 아니고서야 단독으로 혈하멸천검진을 뚫어낼 수 없었다. 그것은 혈하멸천검진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운휘도 예외가 아니었다.
‘네가 무슨 용기로 이런 내기를 걸었는지 모르겠다만…….’이번 기회에 따끔하게 교훈을 내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무림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꼬마.’저 아이가 설령 교주가 선택한 것처럼 대단한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능이 개화하는 건 모두 미래의 일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힘도 없지 않은가?
운휘가 곧 만신창이가 될 초류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때. 초류향은 호흡을 고르고 덮쳐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사십이, 사십육, 사십사…….’정관법을 사용해 사람들의 능력치를 순식간에 판별한 후 초류향은 다시금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모습에 운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냐?’불길한 느낌. 뭐라 꼭 집어 설명할 순 없었지만 방금 초류향의 행동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운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류향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쐐애애액―!
서슬 퍼런 소리와 함께 도검이 일제히 빈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허나 단 하나도 초류향을 제대로 맞히는 게 없었다.
모두 아슬아슬하게 초류향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운휘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팔짱을 풀고 눈을 부릅떴다.
‘이건 말도 안 된다!’수하들이 설마 일부러 검을 빗맞히는 것일까? 운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초류향을 맞히는 검이 단 하나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초류향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며 검을 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묘한 발걸음으로 느릿하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닐 뿐이다.
어떨 때는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간 후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제자리에 잠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좌우로 몸을 비틀며 다시 앞으로 걷는다.
그럴 때마다 수하들의 공격이 초류향의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대체 뭐냐?’이건 도깨비장난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눈앞에 보이는 이 장면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초류향의 움직임에는 그 어떤 규칙도 없었다.
방향도 모두 제멋대로였다. 거기에 더해 그 움직임은 결코 무공을 배운 이의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꼬마아이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를 일류고수는 물론이고 절정고수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검진이 무너지고 있다?’조금씩, 착실하게 검진은 부서지고 있었다. 초류향의 이상한 움직임을 쫓아가기 위해 진법 전체가 따라가다 보니 전체적인 정밀한 균형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운휘의 얼굴이 일그러져갈 때. 갑자기 초류향이 비틀거리며 허리를 숙였다.
피윳―
허리를 숙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방금 전까지 초류향의 상체가 있던 자리에 날카로운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위험!’그 사나운 기세에 운휘는 말리려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적당히 봐주면서 하려던 수하들이 급한 마음에 독하게 손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진법의 균열을 더욱 심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방금 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운휘는 눈을 반짝였다. 초류향의 옷자락이 잘려나갔다. 이것은 좋은 징조였다. 게다가 방금 그 장면으로 인해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꼬마 녀석은 지금 무리하고 있다.’초류향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흥건한 땀을 보며 운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저 꼬마가 지금 무슨 수작질을 부리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저 꼬마는 상당히 무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와 전신에 흥건한 땀만 보아도 확실했다.
‘여태껏 긁힌 상처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만…….’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이쪽 역시 해결 방법을 알아챘으니까.
[죽영.][예. 정주님.][진법을 공(攻)에서 해(解)로 변형시켜라.][허나 그렇게 되면…….][안다. 진법이 점차 무너지겠지.]잘 통제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공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그 안에서 제각각 자유롭게 움직이는 해는 상대방이 피해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어진다.진법이 서서히 붕괴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둬도 진법은 무너진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되겠지. 그러나 지금 저 꼬마를 잡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알겠습니다.]방금 전 초류향에게 그나마 효과가 있었던 공격은 수하가 다급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분명 그때 초류향은 당황했었다. 거기에 해답이 있다고 운휘는 생각했다.‘꼬마. 제법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저 꼬마는 지금 바닥에 그려져 있던 원에 거의 가까이 도달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분명 그냥 뛰어도 빠져나갈 수 있는 거리인데?’운휘가 의아해하는 얼굴을 할 때 초류향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큰일났다.’땀이 흥건한 초류향의 얼굴에 초조해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진법을 돌파하기 위해서 정관법을 사용한 것까지는 좋았다.
정관법으로 진법을 살펴보니 한 명의 움직임만 보아도 전체적인 진법의 모양이나 윤곽이 훤하게 보였다. 이것은 정답을 알고 문제를 푸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음에 어떤 상황이 올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되었다. 그래서 상대방의 미약한 움직임을 보고 다음 공격을 예측해서 미리미리 피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인보다 상대적으로 느릿한 움직임은 그런 방법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곳부터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정관법으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정면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원 바깥이 지척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초류향은 그쪽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정관법으로는 이쪽 방향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저곳으로는 단번에 갈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빙빙 돌아가야 해.’이 진법 안에서 다시 빙 둘러 돌아가는 것도 이젠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막대한 기운이 초류향의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걸음을 움직이는 것도 커다란 납덩이를 다리에 매달고 걷는 것처럼 힘겨웠다. 입안에서 단내가 뿜어져 나왔다.
단련되지 않은 육신. 체력에서 벌써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힘들었다. 힘이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여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때.
후욱―!
갑자기 전신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초류향의 눈빛은 도리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진법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왜?’이것은 좋지 않은 징조였다.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초류향은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어서 고개를 홱 돌려 원 바깥에 서 있는 운휘를 바라보았다.
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초류향은 안경을 매만지며 얼굴을 찌푸렸다.
‘승부수를 띄웠구나.’본능이 위험을 경고해왔다. 이대로라면 사로잡힌다. 곧 있으면 도망칠 수 없는 완벽한 그물망이 만들어질 것이다.
‘대체 어디가 문제였지?’시간을 너무 지체해서였을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이유였겠지만 초류향은 근본적인 오류를 다른 것에서 찾아냈다.
‘초혜정주를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그가 진법 안에 있었다면 진법이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혜정주는 바깥에서 안을 관찰하고 있었다. 덕분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초류향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서 최고의 결단을 내렸다.
‘저 꼬마는 움직임이 느리고 굼뜨다. 게다가 체력도 약하지.’어떻게 검진 안을 그렇게 요리조리 잘 돌아다닐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무슨 특이한 비법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수하들은 지금부터 개개인이 맡은 자리를 지키며 서서히 포위망을 형성해갈 것이다. 무공을 모르는 초류향은 그들을 절대 통과할 수 없었다.
아까도 확인했지 않은가? 검진 특유의 정제되고 절제된 공격이 아니라 규칙도 형식도 없는 마구잡이 공격에 초류향은 차츰차츰 먹혀들어 갈 것이다.
‘내기는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다, 꼬마.’운휘의 눈가에 승리의 표정이 떠올랐을 때. 초류향은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했다. 포위망이 완벽하게 형성되기 전에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야 했으니까.
‘두 명…….’최단거리로 원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두 명의 고수를 돌파해야 했다. 초류향은 쓰게 웃으며 정관법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우뚝 선 채로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운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놈…….’저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뻔했다. 완벽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때. 확신이 없지만 마지막 가능성이 보일 경우.
‘도박을 하겠군.’과연 어떤 식으로 돌파하려 할까? 운휘는 초류향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든 감각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후우…….”초류향은 몸 안에 있던 탁기를 길게 토해낸 후 다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순간적으로 멈췄다.
“음?”운휘는 초류향의 눈 속에서 물빛의 광채가 번뜩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내력이 있었다? 무공을 익혔단 말인가?’분명 무공을 익힌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운휘가 재빨리 진법을 변경하려 했지만 초류향이 한 발 더 빨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