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노진녕의 역할(2013.10.21 )
헐렁이는 왼쪽 소매.
소림사가 천하에 자랑하는 화경의 고수.
신승 공야대사.
현재 정도맹주직을 임시로 맡고 있는 그는, 지금 남만야수문의 후계자인 구휘와 마주 앉아 있었다.
“아미타불…….”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공야대사는 낮게 불호를 읊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구휘가 특유의 냉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 달을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그쪽 사정에 맞춰 보름을 더 연기해주었지. 그런데도 또 기다려줘야 하나?”신승 공야대사는 구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쪽도 의견이 모아졌소이다, 시주. 오늘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온 것이외다.”공야대사의 말에 날카롭던 구휘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사나움이 사라진 구휘의 얼굴 위로 어떤 기대감이 떠올랐다.
“다행이군. 그럼 결정을 내린 건가?”“아미타불…….”공야대사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는 사실 이 일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구휘가 말했다.
“그쪽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천마신교가 사천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합이 더 늦어지게 되면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은 그쪽이 되겠지.”구휘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공야대사는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천마신교의 눈치를 봐야 되는 건 분명 사실이외다. 허나 남만야수문 역시 천마신교에게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소?”“……그건 무슨 뜻이지?”“북해빙궁과 손을 잡을 때에 남만은 사천을 중심 거점으로 삼고, 북해빙궁은 감숙성과 섬서성을 가지기로 이미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외까?”구휘는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대체 어떻게? 어디서 들었을까?
놀랍게도 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이 은밀하게 맺었던 협정을 공야대사가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곧 구휘는 피식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우습군. 언제부터 소림 신승이 이런 너구리가 다 된 거지? 쉽게 넘겨짚지 말아라.”이번에는 공야대사가 어색하게 웃었다.
역시 눈앞에 있는 이 젊은 녀석은 만만하지가 않았다.
단순히 무공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두려울 정도로 머리도 좋았던 것이다.
공야대사가 어림짐작으로 그를 떠보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쉽지 않구먼…….’북해빙궁과 남만야수문.
그들이 정도맹과 흑월회.
양쪽에 연합을 제의하고 있는 것은 이미 정도맹 상층부의 고수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정도맹이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들과 손을 잡아야만 했다.
그만큼 현재 천마신교의 힘은 너무도 두렵고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자연스레 이야기의 방향이 남만야수문과 손을 잡는 쪽으로 흐르는데, 그런 그들을 정도맹의 군사를 맡고 있는 상관중달이 막아섰다.
그는 한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들이 왜 그런 제의를 했을까요?
세외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천마신교와 싸우려고 한다?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야대사를 비롯한 정도맹의 고위층 인사들은 상관중달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 당황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았다.
남만야수문, 그리고 북해빙궁.
그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정도맹을 돕고 나설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체 천마신교와 싸우면 무슨 이득이 있길래?
그들의 의문도 상관중달이 쉽게 풀어주었다.
대륙의 지도를 펼쳐 보이며 친절하게 설명해 준 것이다.
―아마 이곳과 이쪽의 지역을 영역으로 삼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중원으로 진출할 땅이 절실히 필요할 테니까요.
그제야 수뇌부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만야수문은 호시탐탐 중원으로의 진출을 모색해왔다.
북해빙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들의 이해관계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호랑이를 쫓아내려고 피에 굶주린 늑대와 여우를 불러들일 수는 없는 노릇…….’공야대사는 오늘 남만야수문의 속셈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래야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상대방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표정 변화도 없이 대응해온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다지 상관없지 않나?”“무엇이 말이외까?”구휘는 공야대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와 손을 잡지 않으면 천마신교는 막을 수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의 힘은 현재 천하제일이 분명하니까.”공야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제일의 세력에 천하제일고수 공손천기가 있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그때 구휘가 이어서 말했다.
“허나 지금 우리가 손을 잡는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 차후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중의 일. 눈앞의 일을 먼저 걱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신승에게 조언을 한 자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일 텐데?”“아미타불…….”그랬다.
늑대와 여우가 제 아무리 사납다고는 하나 호랑이보다는 못하다.
일단 감당이 안 되는 호랑이부터 쫓아내고 늑대와 여우를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그것이 정도맹의 군사 상관중달의 생각이었고, 놀랍게도 구휘는 그 판단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공야대사는 신중한 얼굴을 해보였다.
눈앞에 있는 자는 공야대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노련미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젊었다.
그게 공야대사를 두렵게 만들었다.
대체 어디까지 성장할까?
눈앞에 있는 이 자가 제 2의 공손천기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늑대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호랑이 새끼를 끌어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군…….’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눈앞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며 사천으로 그 위험한 발톱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당신들과 손을 잡겠소.”위험을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공야대사가 침중한 얼굴로 나직하게 말하자 구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군.”구휘는 그제야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로써 북해빙궁이 해야 될 일은 끝난 건가?’본래대로라면 정도맹과의 협정은 북해빙궁에서 처리하기로 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맡은 북해빙궁의 후계자, 적혈명이 뜬금없이 비무 중에 중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 탓에 남만야수문은 북해빙궁의 몫까지 일을 떠맡게 되었다.
구휘는 사실 자신이 처리해야 될 업무가 늘어난 것은 별로 불쾌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궁금할 따름이었다.
‘적혈명이랑 대결을 한 녀석……. 시엽이라 했던가?’북해빙궁의 후계자.
적혈명은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다.
그건 그놈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나와 동급…….’인정하긴 싫지만 그 녀석은 자신과 엇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력에 걸맞게 자존심도 상당히 강해보였다. 그런 고고한 놈이 자신의 자존심을 굽혀가면서까지 남만야수문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보면, 분명히 현재 말도 못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다는 뜻일 터.
자연히 호기심이 일었다.
‘대체 누구지?’흑월회에 흑월야황 냉무기 말고도 적혈명을 그 지경까지 몰아넣을 만한 자가 있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재밌게 되었군.’어찌되었건 일이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흑월회 역시 쓸 만한 무인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주인이 될 생각을 하고 있는 구휘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그다지 나쁘게 보이질 않았다.
* * *
초류향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숙소에 들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왔다.
약간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밖으로 나와 의복을 챙겨 입던 초류향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운휘의 은신술은 이미 발군의 경지라 정관법이 없다면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은밀했다.
하지만 노진녕은 아니었다.
그의 기척은 굳이 정관법이 아니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라고 광고라도 하는 듯, 숨소리마저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쩔 수 없겠지.’은신술이라는 것은 숙달된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연마를 해야 제대로 펼칠 수가 있다.
고수가 되면 편법으로 그런 노력을 덮을 만큼의 노련미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노진녕은 화경의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해당사항이 없었다.
애초에 그런 것과 담을 쌓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무공의 경지는 높지만 노진녕에게 은신술은 너무도 힘든 술법이었다.
그는 성격상 숨죽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잠깐 나오세요.”노진녕은 초류향의 부름에 잠시 뜨끔한 얼굴을 해보였다.
애써 자신을 부른 게 아닐 거라 시치미를 떼며 가만히 있었지만 초류향의 시선은 너무도 솔직했다.
“탓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나와 보세요.”노진녕은 결국 벽 뒤에서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노진녕.
그가 생각해도 자신의 은신술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딱히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알아챌 정도니까.
은신술의 핵심을 가르쳐주던 운휘가 했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는 네가 가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허나 백 번 천 번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노진녕에게 운휘의 설명은 뜬구름 잡기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로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노진녕은 초류향의 곁으로 가면서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근데 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지, 이놈은?’운휘의 기척은 노진녕조차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은밀했던 것이다.
노진녕은 속으로 적잖이 감탄했다.
은신을 잘 하지는 못해도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무공의 숙련도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같은 수준의 고수도 그 기척을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운휘의 은신술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노진녕은 다른 것은 몰라도 운휘의 그 부분만큼은 순수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단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초류향이었다.
‘운휘의 이런 괴물 같은 은신술을 간파해낸다고? 우리 어린 주인님께서?’믿지 못할 사실이었지만 운휘 그 무뚝뚝한 놈이 본인의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사실이라는 소리다.
초류향은 노진녕의 생각을 모른 채 잠시 운휘가 있는 곳을 힐끔 본 다음 입을 열었다.
“숨어 계시기 불편하지 않으십니까?”“조금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헤헤. 이제는 그림자도 숨길 수 있게 되었어요.”노진녕이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자 초류향도 마주 웃어주며 말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군요.”“예. 에헤헤.”초류향의 칭찬에 노진녕이 바보 같을 정도로 솔직하게 기쁜 기색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초류향 역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이 사람은 밉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머릿속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게 신기해서 그럴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초류향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상태로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냥 드러내놓고 호위를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허억?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예. 드러내놓고 저를 보필해줄 사람도 필요하니까요.”“알겠습니다. 저야 좋죠.”노진녕은 금세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은신술을 배우느라 운휘에게 들볶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귀찮은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것만 해도 흐뭇한데 여기에 초류향은 한술 더 떠서 말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두 분이서 옆방에 따로 묵으셔도 됩니다. 호위는 두 분이 서로 돌아가면서 하시는 걸로 하지요.”[그건 불가합니다!]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 누군가가 나타났다.
몸을 숨기고 있던 운휘였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굳은 얼굴로 초류향을 바라보았다.
“그 명령은 거두어주십시오, 주군.”“힘들지 않으십니까?”운휘는 옆에서 눈치보고 있는 노진녕을 눈빛만으로 죽일 듯이 사납게 쏘아보고는 곧장 고개를 바닥에 닿도록 숙이며 말했다.
“저 멍청한 녀석은 모르겠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원래 이쪽으로 단련되어 있고, 그렇게 교육받아왔습니다.”애초에 암살자로 키워진 운휘였다.
어둠에 익숙하고 그쪽이 훨씬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불편합니다.”“…….”운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초류향이 의자에 편하게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동안의 보살핌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간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하지만…….”“유사시를 대비하자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초류향의 진지한 말투에 운휘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일단 초류향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는 생각에 그는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제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도 최상의 힘이 나올 수 없겠지요. 이제부터 가야될 곳은 그런 몸 상태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이런 이유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제 말을 따라주셔야겠습니다. 저만 이렇게 편하게 쉰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드니까요.”사실 이게 핵심이었다.
초류향은 아직 덜 마른 머리를 가볍게 털어내며 탁자에 놓여 있던 안경을 매만졌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과분한 대접과 과보호는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때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운휘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 동안 초류향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저런 부분을 불편해한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것만으로는 호위를 줄이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소교주인 초류향의 안전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이 이상 초류향의 말을 무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그가 평생을 모시기로 한 주군이 아닌가?
잠시 고민하던 운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그러면 익숙해지실 때까지만, 주군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고맙습니다. 이해해주셔서.”초류향은 밝게 웃었다.
노진녕은 애초부터 그가 이런 의견을 내면 냉큼 받아들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운휘는 아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고지식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약간의 억지를 부려본 것인데 받아줘서 고마웠다.
진심으로 그를 주군으로 생각하는 게 보였기 때문에 기뻤던 것이다.
“잠시 산책을 하고 싶습니다.”초류향이 젖은 머리를 가볍게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노진녕이 재빠르게 나갈 채비를 했다.
운휘 역시 은신술을 펼치며 초류향을 따라나설 준비를 마치자, 초류향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며 작게 말했다.
“좋군요.”뭐라고 해야 될까.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잡은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
순간적으로 그런 것을 느꼈다.
‘뭐지?’앞으로도 이 장면을 계속해서 볼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초류향은 희미하게 웃으며 후원으로 나섰다.
그리고 후원 가운데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의 눈에는 보였다.
저 멀리 달빛 아래에 숨죽이고 있는 아미산(峨嵋山)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곧 도착한다.’천마신교의 선발대.
그들이 향하는 곳은 사천에 있는 구룡(九龍)이라는 지역이었다.
그곳은 아미파의 영역이었지만 청성파와도 가까웠고, 사천당가와도 그 거리가 멀지 않은 사천 지역의 중심지였다.
그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도맹 문파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예전과 다르다.’초류향은 가만히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과거에는 붓 외에는 잡아보지 못했던 여린 손이었다.
허나 이제는 달라졌다.
무공을 배웠고, 자신만의 진법을 완성했다.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강해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던 초류향은 잠시 혀로 입술을 적셨다.
조만간 다툼이 일어나면 직접 사람을 상하게 만드는 순간이 올지도 몰랐다.
아니,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한 그런 순간은 반드시 올 것이다.
‘피하지 않아.’이곳에서 피하고 물러선다면 ‘그놈’을 만날 수가 없다.
조기천 스승님의 원수.
뿌드득―
‘무당파…… 그리고 사자검군 유설빈.’초류향은 낮게 이를 갈았다.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르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있던 초류향의 눈에 무언가 특이한 게 들어왔다.
“응?”초류향은 순간 안경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재차 확인을 했다.
잠시 후 아미산을 바라보던 초류향은 괴상한 얼굴을 해보였다.
‘뭐지?’방금 무언가 아주 특이한 것이 보였다.
보지 말아야 될 것을 순간적으로 본 듯한 느낌.
착각일까?
초류향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내일이면 도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운휘의 대답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초류향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확인해봐야 하는 건가…….”초류향이 작게 중얼거릴 때.
[벌써 저런 게 보이는 건가……. 정말 괴물 같은 놈이군.]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초류향은 눈을 크게 떴다.그동안 조용했던 제갈량, 그의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저번 주 금요일 오전, 수라왕 81화가 실수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확인 즉시 내리긴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읽으신 독자님들이 많으신 것 같아 이렇게 한 편 더 올리게 되었습니다. 올라간 거 또 읽으려면 싫증나실 것 같아서요 ^^; 아무튼 전 비축분 한 편 더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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