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초류향과 막수(2013.11.14.)
갈문혁과의 최초의 거래.
이것은 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천마신교 사천 분타에 지원 나와 있던 문사계열의 사람들에게 격렬한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이건 실로 굉장한 계약입니다, 소교주님.”계약 문서를 검토하던 중년의 문사가 약간 흥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가 바로 사천 분타의 임시 총관직을 맡고 있는 정이건(正二乾)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얻어냈습니다. 만약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본교의 사업 확장을 두 달, 아니 세 달 가까이 빨리 완료할 수 있을 듯합니다.”아예 맨땅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사업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몇 배는 쉬웠다.
이건 어린 아이라도 아는 일.
방금 초류향이 갈문혁을 만나 타결한 협상은 그 정도로 천마신교에 유익한 거래였던 것이다.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정이건과 주변의 다른 문사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초류향을 추켜세우고 있을 때.
정작 당사자인 초류향은 오히려 심각한 표정으로 계약 문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다.’아까부터 무언가가 걸렸다.
그게 뭐지?
무언가 지독하게 이질적인 것이 그의 직관(直觀)에 걸려들었는데 도무지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대단히 더러운,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위험한 냄새가 나는 어떤 것.
여태까지 이런 느낌이 들고 끝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뭔가 이상해.”“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정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초류향을 응시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데 아까부터 저렇게 똥 씹은 표정일까?
거래 조건도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천마신교 쪽에 훨씬 유리해졌다.
갈문혁 덕분에 그가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암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소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그와 손이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몇몇 거상들의 명단을 확보했기 때문에 확실한 거래선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우리 소교주님은 아직 어리신데 욕심이 너무 과하시구나.’정이건이 초류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초류향은 정이건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혼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굉장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기분.
‘그러니까 그게 뭐지?’한참을 고민하던 초류향은 손톱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지금은 그저 찜찜한 느낌이 들 뿐이지만, 여기서 이 문제를 해결해두지 않으면 차후에 엄청나게 큰 칼날이 되어 되돌아올 것만 같았다.
‘네 녀석 정체가 대체…… 뭐냐?’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애쓰며 초류향은 끊임없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초류향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도와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하명하십시오, 주군.]“그자의 뒤를 따라가 주세요. 그자에게는 분명 우리에게 밝히지 않은 배후가 있을 겁니다.”[갈문혁, 그자 말입니까?]“예. 부탁드리겠습니다.”[얼마 동안 감시하면 되겠습니까?]초류향은 속으로 무언가를 셈하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사흘. 그 안에 별다른 낌새가 없다면 그냥 돌아오셔도 됩니다.”[존명.]운휘가 막 몸을 움직이려 할 때.
초류향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상대방 쪽에는 의외의 강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제 예상이 맞다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실력자가.”운휘는 신중한 얼굴을 해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교주에게는 앞일을 내다보는 어떤 능력이 있었다.
그런 소교주가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것은 그리 간단한 임무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번 일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초류향은 하던 말을 끊고 잠시 운휘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어떤 단단한 결의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을 믿고 기다려도 되겠습니까?”운휘는 잠시 초류향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맑고 투명했으며, 흔들림 없는 올곧은 눈동자를 보던 운휘는 조용히 바닥에 내려와 초류향 앞에 엎드린 후 입을 열었다.
“……호위무사 운휘. 사흘 후 무사히 소교주님 곁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립니다.”“그 약속을 믿겠습니다.”“존명.”운휘는 초류향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노진녕을 잠시 못 미더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초류향의 호위를 노진녕에게만 맡겨두기엔 살짝 불안한 것이다.
‘뭘 봐?’노진녕 역시 마뜩찮은 눈으로 운휘를 마주 쏘아보며 콧방귀를 뀌어댔다.
‘이번에 가서 어디 하나 부러져서 왔으면 좋겠다.’소교주가 경고하기는 했지만 운휘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노진녕이다.
저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간이 어디 가서 두들겨 맞고 온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운휘는 그런 철없는 눈빛의 노진녕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아무리 어설퍼도 그 역시 화경의 고수였다.
저 녀석이 곁에 있다면 적어도 초류향의 몸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못 미덥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애써 위안하며 운휘는 몸을 움직였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운휘를 바라보며 초류향은 생각했다.
‘이건 위험하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정체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푹신한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초류향은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애초에 이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사천 지역 소금 상권의 삼 할을 움켜쥐고 흔드는 사람이 갈문혁이다.
그런 대단한 자가 고작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아이의 협박에 못 이겨 이렇게 좋은 조건을 내주었다?
‘그럴 리가 없지.’여기까지는 아주 단순한 의심이었다.
지나친 행운을 접했을 때 누구나 해 볼 법한 의심.
그러다 생각했다.
갈문혁은 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천마신교와 손을 잡으려 한 것일까?
‘그저 소금 전매권을 얻기 위해서?’언뜻 듣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너무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갈문혁의 의도를 재보던 초류향은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확신했다.
갈문혁의 뒤에는 분명 누군가가 있다고.
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어떤 미지의 존재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허나 지금 초류향은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제길…….’만약 초류향의 예상이 맞다면…… 운휘는 대단히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초류향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쉬고 오겠습니다.”“……이 계약 문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정이건이 조심스럽게 묻자 초류향은 말했다.
“사흘 후에 결정해야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보류로 두는 게 낫겠죠.”“예, 알겠습니다.”초류향은 뒷머리를 긁적이는 정이건을 뒤로하고 지친 얼굴로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에는 천마신교에 있던 초혜정과 거의 비슷한 분위기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초혜정에 있던 작은 인공호수까지 그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공손천기의 작은 배려인 것이다.
그 잘 꾸며진 후원의 정자에 걸터앉은 초류향은 눈을 감았다.
노진녕은 그런 소교주 곁에서 주변을 노골적으로 두리번거리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때.
후원의 정자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던 초류향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후다닥 물러나 정자의 제일 끄트머리에 딱 붙어 서서 어딘가를 쏘아보았다.
노진녕은 그 모습에 의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소교주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초류향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파리하게 질린 안색으로 그를 한 번 응시했을 따름이었다.
그 얼굴을 본 노진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지금 겁먹은 거야?’노진녕의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소교주는 지금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대체 왜?
자신에게도 그렇게 배짱 좋게 덤벼들던 소교주가 아닌가?
그런데 저런 얼굴이라니?
노진녕은 성큼성큼 걸어서 초류향이 바라보고 있는 수풀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자 수풀 속에서 작고 귀여운 토끼 한 마리가 깡총거리며 뛰어나왔다.
“응?”뭐야?
설마 이런 토끼 때문에 겁먹은 건가?
‘푸훗! 우리 어린 주인님께서 의외로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구나.’노진녕이 겁먹은 모습의 초류향을 내심 귀엽다고 생각하며 토끼를 안으려 할 때.
초류향이 소리쳤다.
“잠깐!”그 목소리에 섞인 다급한 기색을 읽은 노진녕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초류향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원하는 게 뭐지?”“예?”초류향은 손짓으로 노진녕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말하며 토끼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토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순진한 눈으로 초류향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크흐흐. 그렇게 겁먹지 마라, 꼬맹아. 해치지 않는다.]초류향은 머릿속으로 직접 파고 드는 음성에 움찔거리며 토끼를 쏘아보았다.토끼는 모르는 척 계속 시치미를 떼며 ‘보통 토끼’인 양 행동했다.
자신의 귀여운 앞발로 코를 비비적거린 후 토끼가 계속 입을 열었다.
[꼬마, 나와 거래를 하자.]“무슨 거래?”[나도 여기서 네놈과 싸우는 건 영 부담스럽거든. 아직 힘도 완전하지 않고…… 이 주변에 워낙 험한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초류향은 눈을 가늘게 떴다.토끼의 속셈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클클, 그렇게 의심스럽게 보지 마라. 내 목적은 간단하니까. 난 네 몸 속에 있는 묵룡의 여의주가 꼭 필요하다.]여의주?초류향은 자신의 단전에 있는 둥근 구슬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그것이 여의주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사실이었나 보다.
‘여의주라니…….’초류향이 새삼스럽다는 눈길로 스스로의 단전을 힐긋 내려다볼 때.
토끼가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힘을 써서라도 억지로 회수해 가려고 했다만…… 다른 방법을 찾아냈지.]토끼가 본래의 완벽했던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의주의 도움이 필요했다.그래서 회수하려고 저놈의 꿈속에 들어간 건데 그 괴상망측한 영감한테 아주 호되게 당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때 영감과 ‘약속’을 해버렸지.’토끼는 앞발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처럼 초월한 존재들 사이의 약속은 천금보다 무겁다.
인간들이 쉽게 하는 약속과는 그 무게부터가 다른 것이다.
영감이 내건 요구는 간단했다.
이 안경잡이 꼬마 옆에 바짝 붙어 그의 성장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차후에 이 아이가 죽고 난 뒤라면 여의주를 회수해 가도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에 대한 보답이었다.
언뜻 보기엔 토끼가 무작정 손해일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천수를 누린다 해도 인간의 수명은 짧다.
게다가 이 꼬맹이는 중간에 다른 일로 얼마든지 죽을 수도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저 여의주 근처에만 있어도 힘이 한층 더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토끼의 입장에서도 이것은 그다지 손해나지 않는 장사였다.
‘근데 그 영감, 정체가 대체 뭐야?’토끼가 보았을 때 그 영감은 진즉에 인간을 초월한 존재였다.
게다가 기존에 존재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탈을 벗어던진 녀석이었기에, 매우 호전적인 성격의 토끼라도 그 영감과 싸우는 건 굉장히 껄끄럽게 느껴졌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런 찝찝한 놈과 다시 겨루기보다는 이렇게 거래를 하는 편이 토끼의 입장에서는 훨씬 수월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초류향은 토끼를 신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운휘도 없는 지금, 이 괴물 같은 토끼와 다툼이 벌어진다면 아무래도 위험했다.
노진녕 혼자만으로는 도저히 저 괴물 같은 토끼가 감당이 안 될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전부 불러 모으자니 일이 너무 커지게 된다.
이래저래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무슨 꿍꿍이지?”[네가 죽으면 그것을 회수해 가겠다는 것이지. 어떠냐?]“……그게 다인가?”너무 쉬웠다.
초류향이 얼굴을 찡그리자 토끼가 말했다.
[단, 앞으로 계속 네 주변에서 그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조건이다. 멀리 도망치면 아무래도 곤란하거든.]토끼의 말에 초류향은 생각했다.저렇게 통제되지 않는 괴물이 줄곧 옆에서 그를 지켜본다는 것은 분명히 부담스럽고 거북한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리며 초류향은 슬쩍 미소 지었다.
“너는 분명 이것을 ‘거래’라고 했지?”토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초류향의 입가에 지어져 있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것은 마치 공손천기가 초류향을 향해 장난을 칠 때 보이는 그런 미소와 같은 사악한 느낌의 웃음이었다.
“나는 네 요구를 받아들이겠다. 대신 나도 조건이 있다.”[뭐지?]“너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평범한 토끼인 것처럼 연기해라. 적어도 내가 보는 곳에서는.”토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다냐? 그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 받아들이마.]초류향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좋다. 이로써 거래는 성립되었다. 그리고 너희 같은 존재들에게 이런 약속이나 거래라는 것은 목숨과 비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겠지?”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있었지만 토끼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 같은 초월한 존재들에게 약속이라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토끼는 그 웃음이 이상하게 꺼림칙했다.
‘조건은 굉장히 쉽다. 잘못된 것은 없었어, 분명히.’찝찝한 기분에 토끼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토끼와 초류향, 그리고 노진녕이 일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 탓이다.
“어? 소교주님, 여기 계셨네요?”초류향은 갑자기 등장한 사람을 보며 입가에 그렸던 미소를 천천히 지웠다.
‘공손아리…….’초류향은 공손아리만 보면 계속 마음이 이상해지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물었다.
“이곳에는 어쩐 일입니까?”“아, 잠시 산책을 나왔어요. 여기는 초혜정이랑 비슷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게 너무 좋아요.”공손아리가 특유의 티 없는 웃음을 입가에 그렸다.
그 웃음에 초류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 공손아리는 초류향 발 앞에 얌전히 앉아 있는 토끼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 토끼네요? 소교주님이 기르시는 거예요?”“아……. 예. 뭐, 그런 거죠.”[미친놈. 네가 날 길러?]토끼가 초류향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릴 때.
공손아리가 말했다.
“만져 봐도 되요?”“……예?”공손아리는 초류향의 애매한 대답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토끼를 향해 다가가 그 볼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헤에, 털이 되게 부드러워요. 근데 이름이 뭐예요? 이 귀여운 아이는?”토끼가 이 어처구니없는 대접에 입을 쩌억 벌릴 때.
초류향은 급하게 정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토끼의 표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악하게 한 번 웃어보였다.
“막수……. 막수입니다. 그 녀석 이름은.”[……!]토끼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초류향의 말을 듣는 순간 과거에 손오공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른 탓이다.
-운이 좋아서 너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만한 녀석을 만난다면, 조금 일찍 봉인이 풀릴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가지라고, 귀염둥이.토끼가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멍하니 초류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공손아리가 그런 토끼를 들어 볼에 부비적거리며 말했다.
“막수라……. 굉장히 친근한 이름이네요.”[…….]토끼.
아니, 이제 막수라 불릴 그 녀석은 체념한 얼굴로 축 늘어져 공손아리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막수라는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계속 되뇌고 있을 따름이었다.
작가의 말
가끔 초류향을 보면 너무 똑똑한 녀석이라 글을 쓰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경우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 녀석의 지나친 똑똑함 때문에 제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네요 ㅠㅠ 그래도 최대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