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hura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초류향 실마리를 얻다.(2013.12.19.)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한 초류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편목은 약간 지루한 얼굴을 해 보였다.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었던 탓이다.
그때.
편목이 귀를 쫑긋거렸다.
눈을 감고 있던 초류향의 전신이 갑자기 가볍게 떨려 왔던 것이다.
동시에 기묘한 기운이 초류향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우웅-
“호오? 드디어 깨어나나?”보랏빛을 띤 불길한 기운.
편목이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데 초류향의 떨림이 한층 더 심해졌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
‘뭐지?’깨어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미묘하게 무언가 달랐다.
잠시 후 초류향이 가늘게 눈을 떴다.
그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편목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원하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냐? 네놈,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눈을 뜬 초류향은 편목의 물음에 곧장 답하지 않고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랏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눈빛.
그 눈빛에서 지금까지의 초류향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성숙한 노련미가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물어보마, 인간. 제갈량이라 했던가?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네놈은 대체 어떻게 이 공간에 들어온 거냐?”재차 이어진 편목의 추궁에도 초류향, 아니 제갈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오만하고도 고고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몸뚱이를 신기한 눈으로 훑어볼 뿐이었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서 들어와 봤더니…… 제법 재미있는 장난을 치는구나, 편목.”“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인간. 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편목은 얼굴을 곤혹스럽게 일그러뜨린 채 절굿공이를 만지작거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은 자신이 만든 꿈이었다.
애초에 초류향 그 녀석을 위해.
임시로 만든 공간이니 그놈이 여기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저 늙은 영감탱이는 분명 이곳에 출입을 못 하게 아예 처음부터 강력하게 막아놓지 않았던가?
대체 어떻게 뚫고 들어온 것일까?
제갈량을 바라보는 편목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의혹이 가득했다.
“내가 네 꿈속에 들어와서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놀랐다? 아니, 이건 그 정도가 아니지, 인간. 예전에도 느꼈지만 네 녀석 뭔가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놈은 선인들 중에도 없지. 대체 정체가 뭐냐?”“내가 그걸 네놈에게 알려 줄 의무가 있나?”“소멸되기 싫으면 알려 줘야지. 적어도 이 공간은 내가 만든 곳이니까 저번이랑은 다르거든.”“그거 기대되는군.”해 볼 테면 한번 해 보라는 표정.
편목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꼭 관 뚜껑을 열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는 놈이 있지.”편목은 전의를 불태우며 절굿공이를 꽉 움켜쥐었다.
생각해 보니 이놈에게는 빚이 있지 않았던가?
이번 기회에 그걸 갚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때 초류향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제갈량이 움찔하더니 자신의 몸뚱이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약간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겠구나.”“왜? 이제 좀 겁이 나는 거냐?”“애석하게도 이 녀석이 깨어날 것 같거든.”제갈량이 초류향의 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다음 슬쩍 웃었다.
편목이 김빠진 얼굴을 해 보일 때.
제갈량이 불쑥 입을 열었다.
“가기 전에 너에게 충고 하나 해 줘도 되겠느냐?”편목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털어 내며 말했다.
“건방 떨지 말고 그냥 꺼져. 아직도 이 몸이 우습게 보이느냐? 저번에는 내가 방심해서 네놈에게 당한 거다.”그랬다.
방심해서 그렇게 허무하게 당한 거였다.
두 번은 없다.
제갈량은 긍정의 의미인지 아니면 다른 뜻인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구나, 편목. 나는 처음부터 네놈을 우습게 본 적이 없다.”“닥쳐라, 인간.”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양 말하는 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었다.
눈앞에 있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고나 있는 걸까?
편목이 인상을 팍 쓴 채 불만스럽다는 듯이 귀를 쫑긋거리고 있을 때.
제갈량이 툭 내뱉듯이 말했다.
“네놈은 스스로가 어찌하여 인간 세상으로 쫓겨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냐?”“……?”편목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리고 강한 불신이 담긴 눈빛으로 제갈량을 쏘아봤다.
“네놈 따위가 그 이유를 안다는 말이냐?”어찌 인간이 감히 하늘의 일을 운운한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의심으로 가득한 편목의 얼굴을 보며 제갈량은 묘한 웃음을 입가에 그린 후 말했다.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스스로의 오만방자함을 경계해라. 너는 앞으로 크게 쓰임새가 있는 놈이다. 그러니 이런 시련을 겪는 것이겠지. 하나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늘에 올라갈 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편목의 눈동자에 일순 애매한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언뜻 듣기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럴싸해 보이는 말만 늘어놓은 것 같았다.
헌데 그 말이 지금 편목이 처한 상황과 묘하게도 맞물려서 대단히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
그게 편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놈은 대체 뭐지?’도대체 정체가 뭘까?
편목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
제갈량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시간이 되었다. 곧 이 아이가 깨어나면 네가 보고 싶어 하던 것을 볼 수 있겠구나.”눈을 감고 있는 제갈량을 보면서 편목이 복잡한 얼굴을 해 보였다.
무언가를 확인해 보기도 전에 놈이 자리를 떠 버린 탓이다.
그리고 곧장 초류향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의 떨림은 처음과 달리 매우 안정적이었고, 편안해 보였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뜨는 녀석을 보며 편목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원하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너무 기다리게 했다, 꼬마.”초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볍게 손을 뻗어 손끝에 힘을 모아 보았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충만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막수.”“젠장! 내가 분명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그리고 나 지금 기분이 몹시 별로거든?”절굿공이를 가볍게 휘두르며 편목이 입을 열었다.
“네놈이 분풀이 대상이 되어 줘야겠어.”부웅-
아무런 예고도, 사전 동작도 없었다.
편목의 손에 들려 있던 절굿공이가 바람을 가르며 초류향의 두개골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바닥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초류향은 멀찍한 곳에 떨어져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단순히 힘만 놓고 보면 내 스승님보다도 나아 보이는군.”작은 중얼거림.
동시에 초류향은 안경을 벗어서 품 안에 주섬주섬 넣으며 슬쩍 웃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스승님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지.
인간으로서 다다를 수 있는 무력의 한계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공손천기 스승님께서 도달한 경지일 것이다.
어렴풋이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 있었다.
‘월인도법의 두 번째 경지.’련의 다음 단계인 통(通)의 경지가 어떠한 단계인지 그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하게 된 것이다.
작은 실마리라도 얻은 게 어디인가?
이건 대단한 수확이었다.
초류향이 잠시 폭포수와 같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들을 차곡차곡 한곳에 정리하고 있을 때.
편목이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래전, 하늘에 있는 아주 높으신 나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지.”“…….”“인간들이 무서운 이유는 딱 한 가지.”턱-
절굿공이를 한쪽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며 편목이 말했다.
“가능성. 그 한 가지 때문에 인간들을 경계하고 존중하라고 하시더군.”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가능성.
그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인간을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모두 다 개소리지.”편목의 눈가에 섬뜩한 살기가 일렁거렸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미약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
게다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 탐욕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존재를 두려워하라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편목의 살벌한 눈길을 받으면서도 초류향은 아무런 동요 없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네놈은 내가 그 가능성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거다. 안 그러면 여기서 피떡이 돼서 죽을 테니까.”초류향은 손가락을 가볍게 풀어주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나에게 대체 무슨 거창한 것을 기대하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하나는 미리 말해 주고 싶군.”“뭘? 설마 유언이라도 할 생각이냐?”초류향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너에게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다.”“뭐? 고맙다고? 푸하핫! 드디어 미쳐 버리기라도 한 거냐?”편목이 빈정거리자 초류향은 볼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네가 만든 꿈에 들어온 덕분에 바깥에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 수련해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을 한순간에 알게 되었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대단한 기연이지. 고맙다.”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자 편목이 입술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네놈이 여기서 살아서 나갔을 때나 얻게 되는 거겠지. 헌데 너는 그게 가능하다고 보느냐?”“글쎄…….”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무조건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거기에 어울렸다.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고 보니 편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피부로 전해져 왔다.
무공도 아니었고, 술법도 아니었지만 그 힘의 크기는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일단은…….”힘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초류향은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거렸다.
편목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바닥을 들어 옆을 후려쳤다.
쾅-!
“너 지금 나랑 장난치냐?”초류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응.”“뭐?”“네가 말했지? 해가 뜰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단순히 죽지 않고 버티는 거라면 가능성이 보이더군.”“이 미친 자식…….”편목은 정말로 화가 났다.
자신은 애초에 인간 따위에게 뭘 기대한 걸까?
그래도 이놈이라면 다른 놈들이랑 다를 것이라 생각한 걸까?
속으로 떠오른 의문에 자신도 모르게 긍정해 버리자 갑자기 열불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초류향을 향해 쏟아져 갔다.
“진짜로 죽여 주마.”자신이 기대할 만한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여기에서 빨리 죽이는 게 나을 것이다.
편목이 화가 나서 달려들자 초류향은 재빨리 몸을 날리며 허공에서 주먹을 빠르게 내뻗었다.
쾅쾅쾅-!
하나 편목에게 닿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힘을 잔뜩 개방한 편목에게 초류향이 쏟아붓는 수라환경은 어린아이의 주먹질과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초류향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며 계속해서 알고 있는 모든 무공들을 쏟아냈다.
쿠콰콰콱-!
퍼퍼퍼펑-!
초류향의 손에서 뽑혀 나오는 것은 모두 수라환경의 정수였고, 월인도법의 상승 경지였다.
주변에 무림인이 있었다면 누구나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공격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편목에게 닿기엔 역부족이었다.
편목은 초류향이 무공을 펼칠 때마다 인상을 찡그리다가 최후에 들어서는 아예 허탈한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렸다.
“정말 이게 끝이냐? 이게 너의 전부더냐?”“…….”초류향은 전신에서 땀을 흘리며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있었다.
지금껏 요리조리 잘 피하며 공격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목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었다.
그 사실은 초류향도, 편목도 알고 있었다.
“……네놈을 죽이고 배를 갈라서 여의주를 꺼내 가겠다.”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편목이 이를 갈며 손을 뻗자 멀찍한 곳에 떨어져 있던 초류향이 갑작스럽게 딸려가기 시작했다.
초류향은 딸려가지 않기 위해 땅바닥에 다리를 박아 넣으며 힘을 줘 봤지만 무리였다.
그저 끌려가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정도였다.
“끝이다.”편목이 자신에게 끌려오는 초류향을 보며 절굿공이로 막 그 머리통을 내려찍으려는 순간.
초류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팟- 팟- 파아아앗-!
갑자기 사방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바닥이 크게 들썩거렸다.
“이건 결계? 네놈 분명 매개체도 없었을 텐데, 대체 언제?”이 녀석이 펼치는 결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다.
사실 제일 경계하고 신경 썼던 부분도 바로 그 부분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네 녀석 설마…….”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던 편목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할 때.
지금까지 딸려가던 힘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초류향이 오히려 역으로 편목의 품속을 향해 쏘아져 갔다.
공격은 결계 하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편목이 순간 아차 했지만 곧 느긋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인간의 무공으로는 자신을 감히 상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초류향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가며 양손을 가슴 부근에 모아 둥글게 말고 있었다.
양손 사이의 빈 공간에는 새하얗게 타들어 가고 있는 콩알만 한 구체가 머물러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수라환경과 월인도법의 기운은 서로 만나면 강하게 반발했다.
두 개의 기운은 성질이 완전하게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 점을 이용하여 만든 무공.
반발하는 두 개의 기운을 강하게 압축시켜서 원하는 곳에서 터트리는 무공이었다.
초류향은 아직 이름도 정하지 못한 그 기운을 집어던지자마자 진법이 발동되는 것을 느꼈다.
곧 두 사람의 신형이 그 장소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작가의 말
1권 2권을 편집하면서 느낀 것은, 그 동안 제가 복선으로 깔아놓았다가 잊어먹은게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놈의 기억력… 대체 어떻게 해야되죠? ^^;;
만든이 한 마디
이 작가 소설 애기 들어보니까 죄다 용두사미라던데…
이것도 똥 지릴 것 같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