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저 여자를 막아!”
“마법사다! 그것도 수준 높은 년이야!”
“공세를 퍼부어라! 우리의 땅에서 함부로 마법을 쓴 죗값을 치르게 해주자!”
천사들이랑 싸우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녀석들에게 지휘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는 거였다.
무슨 토론이라도 하는 것처럼 다 같이 의견을 내고 다 같이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다들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또한 의견에 대한 충돌은 없다.
생각해 보면 힐다의 마나가 은하수처럼 뻗어나갈 때도 다 같이 딱딱 맞아떨어지던 것도 그렇고, 지금도 힐다를 노리는 빠릿한 행동들도 그렇다.
저런 면을 보면 좁은 땅에서 비롯된 비슷한 생활양식들이 만들어 낸 결과인가 약간 궁금해졌다.
‘이런 걸 지적 호기심이라고 하는 건가.’
마법사 다 되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휘두르고 있는 건 지팡이가 아니라 검이다.
날개를 펼쳐 이쪽으로 넘어온 천사들을 그대로 도륙 낸다.
“후우.”
다수와의 전투가 이제는 진절머리 날 정도로 익숙해진 나였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전의를 꺾는 전투 방식이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천사 하나에 칼을 꽂아 넣은 후, 바닥에 후려친다.
“커억!”
바닥에 쓰러진 천사의 날개를 한손으로 부러뜨림과 동시에 마력검을 만들어 놈의 어깻죽지에 박아 넣어 땅에 고정시켰다.
“끄아아아악!”
마력검을 통해 말뚝에 박힌 것처럼 바닥에 널브러진 천사가 괴로움을 토해낸다.
반대편 어깨에도 박아 넣으며 완전히 고정해둔 뒤 위를 올려다본다.
널찍한 하늘.
기사단이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음에도 나를 향해 몰려드는 천사들은 하늘을 뒤덮는다.
일순 그림자에 파묻힌 나와 힐다.
“사, 살려줘!”
밑에서 들려오는 거친 울부짖음. 굳이 기절시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압감을 주기 좋게 적당하게 비명을 질러주고 있다.
“괜찮겠어?”
한쪽 눈을 슬쩍 뜨고는 주변을 확인한 힐다. 갑자기 어두워지니 뭔가 싶었던 모양이다.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밀려들어 오는 천사의 날개를 베어 넘겨 또 한 마리 바닥에 처박아 주며 묻자 힐다는 미안하다는 듯 웃어주었다.
“그래, 묻는 게 실례였네.”
기사란 지키기 위해서 검을 쥐고 싸우는 사람이다. 절대로 힐다에게 닿지 못하게 막아줄 자신 있었다.
‘뒤쪽으로도 오고 있네.’
베히모스를 타는 것보다는 아예 내 사각지대를 맡기는 게 나아서 녀석을 힐다의 뒤로 보낸다.
천사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그들을 짓밟거나 뿔로 꿰뚫는 베히모스의 위용.
확실히 뛰어난 소환수를 지니고 있다는 건 여러 부분에서 이점이 컸다.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패가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었으니까.
부우웅!
나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검에 힘을 쥐고 휘두른다.
밀려드는 천사들을 동시에 베어 넘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광경.
낚싯대를 넣는 족족 물고기가 무는 것처럼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천사들이 깃털과 피를 흩뿌리며 우수수 떨어진다.
그 사이로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나에게 날아드는 다른 천사들.
‘공포 정도는 느끼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장에선 병사들의 사기를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기사단이야 다들 유능하다 보니 내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북돋아주곤 했으나.
다른 병사들은 당연히 다르다.
특히나 지금처럼 대량으로 죽어나가거나 한 사람에게 밀리는 양상이 그려지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사기가 죽어버리지만.
“밀려나지 마!”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
“인간 주제에!”
아주 전형적인 대사들을 내뱉으면서 달려드는 천사들.
그들에겐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인간인 나에게 밀리고 있다는 지금의 현실이 더 싫었던 모양이다.
바닥에 깔아둔 신음을 흘리는 천사들을 보면서도 망설이지 않는 걸 보면 광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마수들이랑 비슷하네.’
그들은 꽤나 싫어하겠지만, 나이트 아카데미에서 상대하던 사탄의 마수들과 흡사한 면이 있었다.
광기에 휩쓸려서 나를 죽이려 든다는 점이 대표적이겠지.
하지만 분노의 원인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많이 달랐다.
마수들은 단순히 명령에 따라서 행동해 왔던 거라면.
천사들은 오롯이 치욕과 분노를 뒤섞은 채로 달려든다.
‘좀 반대되는 느낌이네.’
되레 감정적인 게 천사라는 점이 우스웠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기도 했다.
우웅!
힐다에게 마나를 공급하고 있는지라 최소한의 마법만 사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마력검은 간단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마법이었다.
늘 손에서만 만들어 냈었으나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뤄본다.
마나를 통해 만들어진 마력검들.
한 자릿수의 마력검들이 그대로 바닥을 기고 있는 천사들에게로 꽂혀 들어간다.
푹푹푹푹!
“끄어어어억!”
“끼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
나쁜 놈이 된 것 같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원래는 궤도를 틀어 하늘을 향해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의외로 다루기 까다로웠기에 그냥 바닥에 꽂아 넣었다.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천사들.
하지만 반대로 감정적인 그들이었기에 동지들을 가지고 바닥에 때려 박는 나를 보며 흥분했고.
“이 새끼가!”
“죽여! 그냥 죽여!”
“악마를 품에 안고 있어 스스로 악마가 되었구나!”
힐다가 아니라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잔인한 행위라는 건 알지만 이곳은 전장이었으며 내가 이런 행동을 함으로서 친구인 힐다가 더 안전해졌다.
그렇다면 몇 번이고 더 해줄 수 있다.
어깨를 향해 날아드는 창,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다섯 천사의 신성, 그 모든 것들을 눈속임으로 쓰며 내 발목을 자르려는 날개 밑의 단검 등.
상당히 여러 방면으로 밀려오는 천사들.
가지고 있는 무기나, 신성이라는 힘에 비해서 실력은 형편없으나 그걸 물량을 통해 커버한다.
이게 그들의 전투였다.
창은 간단하게 검으로 쳐내면서 밀고 들어간다.
아예 어깨까지 베어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쏟아지던 신성을 앞으로 피해낸다.
그와 동시에 왼손으로 마력검을 만들어 동료의 날개 밑에 숨어 있던 암살자의 정수리에 꽂아 넣어준다.
문제를 푸는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여러 방식의 난해한 합동 공격이 쏟아지고, 나는 순서에 맞춰서 그걸 파훼한다.
마몬처럼 내가 면적이 비대한 것도 아니라서 천사들이 합동으로 뭔가 하기에도 인원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점점 여유로워진다.
“으음, 이런 식으로?”
오히려 내 쪽에서 마력검을 다루는 방식을 연습하면서 이곳저곳으로 마력검을 날려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검을 휘두르면 천사가 죽을 정도로 천사들이 득달같이 몰려왔기에.
마력검을 적당히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든 일단 맞출 수 있었다.
“실력 안 죽었는데?!”
그때 하늘에서 들려온 윤의 목소리.
마몬의 근처에서 혼자서 싸우던 그녀가 어느새 내게 와줬다.
키가 작은 그녀는 아예 천사들을 발판으로 삼으며 공중에서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통통 뛰면서 천사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은 애들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윤의 칭찬을 받은 나는 씩 웃어주며 계속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후.”
묵직한 한숨이 뒤에서 내 등을 밀어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힐다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거대한 마나가 위대한 마법으로 치환되는 과정에 있었다.
“끝났어?”
질문에 대답하듯 천천히 눈을 뜬 힐다가 나를 바라본다. 대답은 굳이 필요 없었다.
결과로 보이겠다는 결연한 눈동자.
쿵!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찍자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신계에 퍼져가기 시작한다.
마나의 양이 워낙 방대했다 보니 신계 끝까지 퍼져갈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밀고 가는 파동.
파동이 지나가는 순간 천사들은 날개를 펄럭이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한다.
“어어억!”
천사를 타고 다니던 윤도 떨어지던 걸 내가 낚아채서 데려왔다.
“무슨 마법을 쓴 거야?”
“중력.”
간단하면서도 깔끔하게 툭 내뱉은 힐다.
“내 근처로 와. 멀어지면 다른 놈들이랑 똑같이 영향 받는다.”
“……저기 하울로스랑 엠버 좀 봐라.”
가장 거대한 방패인 레잔이 한나 쪽을 맡은지라 최전선에서 싸우던 하울로스랑 엠버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숙인다.
아무래도 힐다가 사용한 마법의 범위까지 밖으로 나가있었던 모양이다.
“걔네 끌고 이쪽으로 와! 단원들 전부 힐다랑 멀어지지 말고 밀집해서 대형을 다시 갖춘다!”
엘빈과 켈빈이 바로 하울로스와 엠버에게 손을 뻗어 두 사람을 끌고온다.
뻗은 손에 마법에 영향이 있었는지 저릿해 보이는 모습.
“안으로 들어온다!”
“저것들도 바보는 아닌가 봅니다!”
힐다의 근처에 있으면 마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천사들이 다급하게 우리 쪽으로 향했으나.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거였다.
“이제야 날개가 꺾였네.”
“앞으로 계속 갈 테니까 알아서 거리 맞춰.”
범위에 색을 입히며 가시성을 높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아예 범위 끄트머리에서 진군하며 천사들을 밀어냈다.
아무리 날개가 튼튼해도 힐다의 마법 안에서는 몇 번 펄럭이지도 못한다.
결국에는 두 발로 직접 우리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러면 정면에서 기사단원들과 싸워야 한다.
“신성을 쏘아대는 놈들이 있으니까 레잔이 다시 앞장선다! 어차피 별로 아프지도 않아! 그냥 버텨!”
“좀 더 반짝이는 마나 덩어리입니다!”
레잔이 호탕하게 웃어대며 내 명령에 따라 한나를 호위하는 역할에서 다시 전선의 벽을 맡는다.
우리의 진군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으나 멈춤이 없었고.
그게 천사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참을 수 없는 치욕과 같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가면 무난하게 낙승이라 생각했으나.
우리 쪽의 대마법사가 멋들어진 활약을 해줬던 것처럼 상대도 그만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가 서 있었다.
쿠웅!
우리보다 한참을 앞에서 싸우던 마몬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지진처럼 땅을 울려온다.
천사들이 말하는 둥지 근처에 도착하자, 높게 치솟은 하얀 건물 앞에서 마몬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세리안과 마찬가지로 순백색 머리카락이 길게 뻗어 발뒤꿈치에 닿는다.
정결함을 상징하듯 하얀 천옷을 입고 있는 그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한다.
보는 순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저놈이 대천사인가 하는 녀석인가 본데?”
내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날개를 펼치는 녀석.
다른 천사들과는 다르게 두 쌍으로 이루어진 날개는 힐다의 마법 속에서도 거칠게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킨다.
어딘가 망가진 것 같은 흰색 눈동자가 우리를 직시한다.
하늘 높이 떠오른 녀석의 손에 들린 건 고결한 백색 창.
쎄에에에엑!
입을 꾹 다문 채로 두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그대로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녀석.
엄청난 속도와 더불어 굳세게 잡은 창을 막겠다고 레잔이 몇 발자국 더 앞으로 나선다.
“다 물러나!”
몇 번이고 강적들의 공세를 받아온 레잔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는 자신이 틀어막음에도 충격을 예상하고 다른 기사들을 뒤로 물렸고.
예상대로.
정면에서 방패로 받아낸 레잔의 몸이 붕 떠오르며 결국에는 역소환되고 말았다.
“…….”
놈의 시선이 다시 우리에게 향한다.
자연스럽게 힐다의 마법 범위에서 벗어난 녀석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창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