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탁탁탁탁.
다급하게 밖으로 뛰어가는 샬롯은 머리가 복잡해서 상황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신성 기사단으로 현장체험을 떠나 지독할 정도로 고생하고 온 샬롯.
덕분에 체험보고서도 다른 생도들 보다 늦게 제출하게 된지라 따로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안에서 들려온 말소리.
샬롯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흘러나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 재학생들 중에는 최초로 메이지 아카데미로 가는 거네요. 이제 이안 학도라고 불러드릴까요?
A반을 담당하는 젠트 교수의 웃음소리에 샬롯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 앞에 서 있는 건 자신의 훈련메이트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스승이라고 볼 수 있는 이안 아이넬이었으니까.
– 어딜 간다고?
– 어딜 간다고요?
때마침 헥토르와 에밀리가 대화에 끼어든다.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샬롯은 대화에 귀를 기울였으나….
– 메이지 아카데미요.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들려오는 이안의 목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 아니, 왜?!
– 메이지로 간다고요? 내, 내일요? 왜요?!
문틈을 찌르고 나온 두 교수의 외침에 샬롯은 들고 있던 보고서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그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한 그녀는 몸을 돌려 도망쳤다.
들으면 안 될 무언가를 들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괜히 옥죄여 오는 기분이었다.
‘이안 학도? 메이지 아카데미로 전학을 간다고?’
복도를 내달리며 밖으로 나온 샬롯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왜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걸까.
혹시라도 알았으면 그를 붙잡을 기회라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카데미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데….
새벽, 저녁마다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는데….
이제야 검을 휘두르는 즐거움과 더불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았는데….
그와 헤어져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음에 샬롯은 놀라고 있었다.
“흐윽.”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샬롯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3년 동안 함께 검을 수련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왜 그러지.”
또 다른 훈련 메이트 베런 둠베스트가 우두커니 샬롯의 앞에 서 있었다.
“괴롭힘이라도 당했나.”
도와주겠다는 듯 넌지시 물어보는 베런에게 샬롯은 훌쩍거리며 방금 자신이 들은 걸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
이야기를 전부 들은 베런이 조용히 팔짱을 꼈다. 아무 말 없이 뭔가를 고민하던 베런은 슬며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전학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건지 모르겠군.”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민 베런. 샬롯도 그의 말을 듣더니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러게? 한번 가서 여쭤볼까?”
“그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교무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이안이 아직 교무실에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선 샬롯과 베런은 바로 젠트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 이안이 메이지 아카데미로 전학 가는 게 사실입니까?”
“음? 소문이 벌써 났나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되묻는 젠트 교수로 인해 두 사람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평소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베런조차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금 물었다.
“정말로…… 가는 겁니까?”
“예, 본인이 그렇게까지 원하는데 보내줘야죠.”
꾸욱.
그 대답에 주먹을 꽉 쥔 베런이 젠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가고, 샬롯이 다급하게 그 뒤를 쫓는다.
베런은 착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도 계속 이안한테 배울 수 있을 줄 알았어.”
묘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감돈다. 아쉬움과 착잡함이 함께 버무려지며 후회를 낳는다.
“우리에겐 그가 필요했으나,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따로 있었을지 모르겠군.”
그런 말을 들으니 샬롯은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들에겐 이안이 필요했으나.
이안에게 자신들은 단순한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한참을 입을 다문 채로 침묵하던 두 사람.
그러던 와중 샬롯이 주먹을 꼭 쥐며 단호히 말했다.
“웃으면서 보내주자.”
“……그거면 되겠나.”
“응, 그게 이안이 원하는 거잖아. 분명 나이트보다 메이지에서 훨씬 배우고 싶은 게 많은 걸 거야.”
이안이 마법서를 자주 읽는다는 건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이안은 단순히 마나의 순환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공부라고 변명했으나….
이제는 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야!”
그때, 뒤에서 들려온 날선 여성의 목소리.
적발을 흩날리며 다가온 마리아 레이로즈가 투덜거리며 물었다.
“이안 어딨냐? 얘는 왜 찾으면 안 보여.”
“…….”
“…….”
두 사람 다 죽상을 한 채로 입을 꾹 다물자 마리아는 짜증 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마리아도 이안의 친구 중 하나이다. 샬롯은 그녀에게도 작별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생각하며 입을 뗐다.
“실은…….”
생각보다 간단한 이야기.
그 모든 걸 들은 마리아는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가려면 가라지. 뭘 그런 거 가지고 풀이 죽고 자빠졌냐.”
“마리아는 아무렇지도 않아?”
“어차피 이렇게 많은 놈들 사이에서 한 놈 빠지는 거야. 뭘 그거 가지고.”
마리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휙휙 저으며 가버렸다.
* * *
“이게 무슨 상황이냐.”
내일 메이지 아카데미로 가져갈 짐을 싸다 보니 벌써 날이 어둑해졌다.
배가 꼬르륵거리며 밥을 달라고 호소했기에 뒤늦게 식당으로 향했으나….
기숙사를 나서자마자 당당하니 검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적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마리아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또 다른 검 한 자루를 나한테 툭 던지더니 턱짓하며 말했다.
“뽑아.”
“무슨 상황이냐고.”
너무 뜬금없는 대련신청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아가 종종 나한테 대련하자고 한 적은 많으나 실제로 받아준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싫다고 하면, 마리아도 맛있는 음식은 쉽게 먹으면 안 된다면서 납득하고 물러났으나….
오늘은 사뭇 달랐다.
레이로즈의 적안에 서린 투기가 꽤나 흉흉하니 타오르고 있었기에 그녀가 상당히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열 받아서. 가기 전에 한판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으음?”
“내일 메이지 아카데미로 간다며. 그러니까 오늘 한판 붙자고.”
“뭐야, 어떻게 알았어?”
워낙 오래된 제도라서 굳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학장의 요청에 따라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샬롯인가?’
소문이 어디서 흘렀는지 대충 알 것 같긴 하다. 교무실 입구에 샬롯의 보고서가 떨어져 있었으니까.
‘무슨 오해를 하고 있구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쉰다.
그런 모습이 마리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걸까, 그녀는 검 자루를 쥐며 자세를 잡는다.
“기분 더럽단 말이야. 나이트 1학년 최강이라는 놈이 메이지로 도망을 쳐?”
“…….”
“검 뽑아. 내일 다리 부러져서 못 가게 만들어줄 테니까.”
오해를 풀어주는 게 맞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인 마리아는 또 처음이네.’
승패와 상관없이 호탕하게 전투를 즐기던 평소의 모습이 아니다.
진지하게 나를 쓰러트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모습이 썩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런 마리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해보든가.”
나는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콰앙!
쏜살같이 파고든 마리아의 적발이 옅은 잔향만을 남긴다.
어느새 코앞까지 달려든 마리아.
입은 고요히 다물고 있으며, 눈동자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내게 꽂혀 들어오고 있었다.
쾅!
쾅!
쾅!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연격. 그녀의 검에 맞춰서 검을 휘두르고 있자니 기숙사에 드나들던 남생도들의 발길이 멎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안이랑 마리아잖아?”
“둘이 갑자기 왜 저러냐.”
처음엔 왜 입구 앞에서 저러고 있냐고 당황하면서도 투덜거리는 생도들이었으나….
“와, 이게 1학년이라고?”
“같은 학년 맞냐.”
“레이로즈도 대단한데, 이안은 진짜 소문 그대로네. 거품이라던 애들 누구냐.”
점차 우리의 대련을 눈에 담으며 감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달려와 구경꾼 무리에 합류한 샬롯과 베런.
오늘은 내가 나가지 않았으니 둘이 같이 훈련하고 있었구나 생각했는데….
“흐읍.”
“…….”
샬롯은 울먹이며 억지로 눈물을 참고, 베런은 팔짱을 낀 채로 진중하니 대련을 눈에 담는다.
두 사람 다 평소와는 다른 묘한 감동 속에 있는 듯했다.
‘이거…… 괜히 미안한데.’
이랬다가 일주일 뒤에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면 나한테 괜히 불똥이 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오해는 지들이 했으면서.
어쨌든 마리아의 검은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사선으로.
몸을 빙 돌리며 또 좌에서 우로.
다채롭게 이어지는 검격 속에서도 나는 마리아의 움직임을 눈에 계속 담고 있었다.
‘부단장이 쓰던 검술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르군. 레이로즈의 오빠들이 검술을 좀 변형시킨 건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럼에도 마리아의 검은 훌륭하다.
샬롯에겐 미안하지만, 일레인의 현 검술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검술이었다.
‘특히나 실전 경험이 많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마리아를 보면서 종종 생각했던 부분인데, 나이에 비해서 실전경험이 굉장히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레이로즈 가문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몰라도, 나를 제외한다면 아마 1학년 생도 중 실전 경험에서는 마리아가 압도적인 1등일 것이다.
“…….”
공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치열하게 밀어붙이던 마리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리곤 적색 마나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마, 마나까지 쓴다고?”
“야! 누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교수님 불러와!”
달아오른 전신에서 풀풀 풍겨오는 붉은 마나. 놀라운 집중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미 확정이었으나, 마리아는 정말 무조건 우리 기사단으로 데려가야 하는 인재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우선순위 1순위.
그리 생각하며 나 역시 마나를 쏟아 넣는다. 마몬의 기운이 뒤섞여 검은빛의 마나가 흘러나오고….
마리아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대로 튀어 나가 검을 맞부딪쳤다.
우드득!
우리 둘의 목검이 동시에 부러져 나간다.
하지만 마나는 그 형태를 유지하여 여전히 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마리아의 붉은빛의 마나가, 나의 흑색 마나에 점차 잡아먹히기 시작한다.
그것에 밀린 마리아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끝났다!”
“이안이 이겼어!”
“최고다! 멋졌어!”
멋들어진 대련이었다는 생도들의 박수와 환호성을 들으며, 나는 마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승복하지 못한 듯 분해 하는 게 눈에 보였으나.
“메이지 아카데미로 가긴 하는데. 일주일 있다가 돌아와. 체험 입학이거든.”
내 말을 들은 마리아의 두 눈이 점차 크게 뜨여진다.
눈이 커질 만큼 커지자 이번엔 입마저 벌려지는 모습은 꽤나 유쾌했기에….
“그렇게 내가 안 가면 좋겠어?”
장난치듯 웃으며 물었다.
마리아는 내 말을 못 들은 척 천천히 일어나서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그러다 샬롯과 베런을 발견하자 부러진 목검을 잡아 들고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리 와, 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