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이걸 봐라. 마나를 회전시키면서 마법진에 넣으면 되레 흘리는 마나가 사라진다!”
침을 튀겨가며 자신의 소환마법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가는 테르토나.
얼굴이 촉촉해져서 손수건으로 닦을 필요가 있었지만 일단은 펜을 놓지 않고 경청한다.
실제로 그가 말하는 방식들은 독특하면서도 창의력 있었기에 내가 받아들인 이후에도 유연하게 사용 가능할 듯했다.
“이런 걸 모르니까. 소환마법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다른 마법사들이 무시하고 괄시를 하는 거야! 원래 아는 것만 보이는 놈들이지.”
또 시작됐다.
“무지한 것들! 마법사란 탐구하는 직업이건만 아직 보지도 않은 영역을 쓸모없다 말하는 건 어디서 배운 예의인지.”
책에서 쓰여 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평소에 쓰던 말투가 자연스럽게 책에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책을 읽을 때와 다른 점은 그가 저렇게 쓸모없는 한탄을 쏟아내는 동안 배운 걸 정리할 시간이 있다는 것.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아까까지 그가 말했던 부분들을 나한테 어떻게 정립시킬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하나의 소환수를 불러내기 위해선 하나의 마법진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꽤나 불편한 구조다.’
이는 테르토나 역시 여러 번 고민해 왔다고 듣긴 했다.
이미 계약한 소환수를 다시 소환하는 데 마나가 많이 소모되면 결국에 나중에는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가 제한된다.
나는 슬쩍 옆에 둔 지팡이에 눈을 둔다.
테르토나가 말하기로는 단원들이 챙겨 왔던 지팡이들 중에는 가장 쓸모 있다고 말하긴 했다.
지팡이 위에 달린 보석에 마나를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전격 마법으로 수식이 변환된다.
효율적이면서도 사실상 마나만 넣어주면 자동으로 출력이 되는 건데.
‘이런 방식으로는 쓸 수 없을까?’
소환마법도 저런 식으로 응용해서 다룰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야, 다 팔아 왔다.”
그때, 양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온 호우만.
지금 우리는 호우만의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일단 호우만이 영약 복용에 대한 효과를 알고 싶어 하기도 했고, 테르토나의 집이 너무 좁기도 좁았다.
한 손에 들고 있는 건 빵집 봉투.
오는 길에 간단히 요깃거리로 하라고 사 온 듯했고, 반대 손에 들고 있는 건 묵직한 돈주머니.
마탑에서 가져온 지팡이들을 전부 팔아넘긴 값이었다.
“수수료만 조금 뗐고. 빵 사는 데 몇 푼 썼다.”
“예,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돈주머니를 받는다. 안을 보니 생각 이상으로 금액이 된다.
“꽤 많네요?”
“마법 지팡이는 만드는 게 어려우니까. 간단한 물건이라도 최저 금액 자체가 높은 편이야.”
그렇구나 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옆에 있던 테르토나가 슬쩍 끼어든다.
“……그 친구라는 분들도 참 대단하구나. 마탑을 습격하면서 전리품도 챙기시고.”
돌입하기 전 일단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오라고 내가 명령해 뒀던 탓이긴 하지만.
참고로 기사단원들에 대해서는 마탑 학회 측에서 깔끔하게 처리해 주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인들이라고 말하니 굳이 더 파고들 생각도 하지 않고 마탑에서 부른 용병이라고 얼버무렸다.
사실 그거 말고도 힐다의 마탑 때문에 워낙 바쁘니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겠지만.
나는 바로 도넛 모양 빵을 받아서 입에 넣는다. 확실히 메이제렌이 마법기술이 발달되어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여러 방면으로 편했다.
돈만 있으면 여기서 지내도 나쁘지 않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얼마나 있을 생각이니?”
마찬가지로 빵을 먹으며 물어오는 테르토나. 호우만도 그게 궁금하다며 나를 슬쩍 바라본다.
얼른 가달라는 게 아니라, 은근히 계속 있어주기를 원하는 듯한 두 사람의 시선.
“여름 방학 동안은 그냥 여기 계속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학회 측에서 방도 따로 제공해 주니까.”
내 말에 두 사람은 빙긋 웃어 보인다.
“좋아! 이번 여름방학 동안 너는 내 다음가는 소환마법사가 될 거다!”
“내가 보니까 넌 좀 위험한 영약도 잘 받는 것 같은데. 다른 것도 시험해 볼래?”
꽤나 사적인 욕심들을 그득그득 부리는 걸 보며 역시 두 사람도 마법사구나 생각하던 순간.
“……!”
눈이 번뜩 뜨인다.
갑작스러운 내 반응에 두 사람은 왜 그러냐며 당황했으나.
“별거 아닙니다. 그냥 잠깐 생각난 게 있어서요.”
대강 얼버무린 후, 나는 호우만이 가져온 빵을 가리켰다.
“빵 좀 남겨주시겠어요?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 * *
호우만의 가게 옥상.
잠시 바람을 쐰다는 명목으로 올라온 이곳은 전망이 썩 좋지 않았다.
골목 사이에 있는 장소이니 당연하기도 했고, 메이제렌에는 워낙 높은 건물이 많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저 멀리로 마탑 정도는 몇 개 보이긴 하는데 사실 마탑은 메이제렌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상징 같은 거였다.
나는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밑에 있는 테르토나와 호우만에게 들킬 수도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마법진을 바닥에 그린다.
역소환 후 재소환을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했는데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서서히 마나가 사람의 형상을 취해간다.
확실히 마법지팡이를 사용하니 마나의 효율이 높아졌다는 체감이 된다.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 의족의 궁수, 한나.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바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인다.
“단장,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그래, 고생 정말 많았어.”
줄 수 있는 음식이 지금은 빵이랑 같이 사 온 우유 정도밖에 없었기에 이를 한나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톰이나 도로시였으면 내가 말하기도 전에 좋다고 받아 먹었을 텐데.
“여기는……?”
오히려 그것보다도 내가 지금 있는 장소가 더 궁금한지 한나는 두리번거리며 메이제렌의 풍경을 둘러본다.
당연히 내가 아카데미에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한나에게 설명해 줬는데 그녀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단장, 지금 당장 아카데미로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왜?”
보고 자체는 급한 게 아니라서 일단 좀 쉬게 하고 싶었는데 한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우선 레비아탄교에 대해서는 조사를 끝냈습니다. 테르아라는 도시에서 활동 중입니다. 지도만 주시면 놈들의 예배당, 주요 건물 등을 표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역시 한나’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몬과는 다르더라도 결국 상대는 대악마를 섬기는 광신도들.
당시의 악몽을 다시금 대륙에 재림시킬 수도 있는 존재들이니 뿌리를 아예 뽑고 싶었다.
‘이번에 전력도 늘었으니 방학 기간을 잘만 이용하면…….’
한나의 말을 들어봤을 때, 크게 멀 것 같지도 않으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동안 놈들이 나타나는 걸 기다리거나, 웅크린 채로 힘만 기르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출사표를 던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했다.
만약 마몬 때처럼 대악마가 실존한다면 당연히 지금 전력도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고작 그를 섬기며, 힘을 받아내는 광신도들이니까.
하지만 일단.
“그런데 아카데미는 왜?”
대악마의 광신도들을 처리하는 것보다도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한다는 한나의 말이 신경 쓰였다.
한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역소환되기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심상치 않은 흐름이었다.
미행 도중 광신도들이 우르르 어딘가로 몰려가는 걸 뒤따라간 한나.
그곳은 놀랍게도 브랜드 저택이었다.
그러니까 다이니 브랜드가 조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저택이었고 그곳을 습격했다는 것.
“일단 아카데미로 돌아가 단장님을 찾으라고 일러뒀습니다.”
한나의 도움으로 다이니와 조모는 도망칠 수 있었지만 거기서 한나는 마나가 부족하여 결국 역소환을 당했다고 한다.
“때문에 제가 소환수인 걸 들켰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역소환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고개를 푹 숙이는 한나.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잘해주었다.
“우선 빵이랑 우유부터 먹어. 여기 맛이 좋아.”
그런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게 고작 빵이라는 게 아쉬웠으나 어쨌든.
결국 내 탓에 억지로 빵을 먹으면서도 의외로 맛이 좋아 놀랐는지 먹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 한나.
전부 다 먹은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다른 단원들한테도 전부 말했어?”
내가 확인 차원에서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보통 같은 공간에 있지만, 역소환된 이후에는 단장이 소환해 주시기 전까지는 의식을 잃은 채로 있습니다.”
“그럼 애들한테도 설명을 해야 한다는 소리네. 역소환 해줄 테니까 가서 설명 좀 해줘.”
“알겠습니다.”
한나가 다시 마나의 잔재가 되어 사라지고, 나는 곧바로 1층으로 내려왔다.
“머리 다 식혔으면 와서 앉아라. 아직 가르쳐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쓰읍, 이제 복용 후 관리는 다 끝났는데…. 괜찮은 거 하나 더 있어. 먹어보지 않을래?”
아직도 아까랑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원래라면 테르토나에게 소환마법도 더 배우고, 영약도 하나 정도는 더 먹어볼 생각이 있었으나.
“아카데미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내 한마디에 두 사람은 바로 실망한 표정을 내비춘다.
미안하지만 생각보다 이르게, 메이제렌을 떠나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 * *
똑.
똑.
수액 떨어지는 작은 소리마저도 귀를 울려올 정도로 병실 안은 고요했다.
눈을 감고 병상에 누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는 다이니.
거칠면서도 주름진 손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만든다.
“할머니.”
지금 이곳은 로베르담 시내에 있는 병원.
거리가 좀 있긴 했지만, 아카데미로 가라는 여궁수의 말에 따라 이곳까지 하염없이 달려왔다.
경비대에게 조사는 맡겨뒀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허망한 조사 결과만 받았을 뿐.
저택 내부의 돈이 될 물건들은 그들이 전부 가져갔기에 일단 강도사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평범한 강도가 아니라, 뭔가 다른 존재들이었으니까.
지하수로에서 만났던 샤카렌처럼.
광적인 신념을 담고 있는 괴물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이니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두려움이 곰팡이처럼 눅진하게 퍼져 가는 기분이었다.
꾸득.
자연스럽게 쥐어진 주먹.
반대 손에 들고 있던 청구서가 세차게 구겨진다.
입원을 했고, 치료를 받았으니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인 다이니에게 입원비를 처리할 수 있는 돈은 없었고, 가문에 있던 돈은 전부 놈들이 가져갔다.
순식간이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상황.
그나마 저택이라도 팔면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이런 상황이 되었나 싶어 눈물이 흐른다.
고개를 숙이자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이빨 모양 로자리오.
부모님의 선물이라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두 사람을 마지막까지 추억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때문인 걸까?’
그 괴한들이 찾아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면.
이 빌어먹을 로자리오 하나 때문이라면.
다이니는 바로 로자리오를 벗으려 했으나, 그때 잡고 있는 조모의 손이 움찔거렸다.
부모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를 끊지 말라는 듯이.
“흐윽!”
결국 방울진 눈물이 다이니의 눈가에 맺혀 간다.
정말 한순간에 비극 속에 떨어진 자신의 처지가 어처구니가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으나….
막상 할 수 있는 건 눈물을 쏟아내며 한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