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0)
우리가 탄 여객선이 아일랜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음? 저건 뭐지?”
갑판 위에서 겨울 바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바다 위에서 뭐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바라보니 승합차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낡은 배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배는 그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이었는데. 그 안에서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버려진 배인가 싶었는데, 잠시 후 우리가 탄 여객선이 그 배의 옆을 지나가며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굶어 죽은 시체들이군.”
배 안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쩍 마른 시체들이 가득했다.
그 광경에 여객선의 승객들이 비명을 지를 법도 했지만, 이를 보고도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광경이 익숙하다는 것처럼. 나 또한 이 일에 대해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도망치다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굶어 죽은 건가.”
소문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며 패전국으로 전락한 후, 승전국들의 수탈을 이기지 못한 시민들 중 상당수가 제3국으로 도망치고자 했다.
하지만 패전국 시민들이 승전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외국으로 가는 것은 불법으로 지정된 지 오래.
더 오래, 더 많은 패전국 시민들을 수탈하기 위해 거주와 이동의 자유를 막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패전국 시민들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감시망을 피해 도망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쉬울 리 없었고, 근처에 제3국이 없는 섬나라인 영국은 더 어려웠다.
이들이 도망치려면 바다를 건너는 수밖에 없었는데, 성공할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더 높은 위험한 일이었다.
바다를 건널 수 있을 만큼 큰 배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관리하고, 어쩌다 배를 구한다 한들 기름이 부족했으니까.
그렇기에 영국에서 도망치려면 작은 배에 의지한 채 노를 저어 가며 바다를 건너야 했고, 대부분은 바다 위에서 길을 잃고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는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게 왜 몰래 도망쳤냐며, 누가 칼 들고 도망치라고 협박이라도 했냐며 죽은 영국인들을 비웃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내게는 저들이 지난 세월 동안 세계에 저지른 죄들에 대한 정당한 벌을 받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이해도 되고.”
프랑스와 독일도 상황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지만, 현재 영국은 더 심했다.
그들에게 수백 년 넘게 고통받은 아일랜드가 영국인을 자신들이 당한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부터 영국의 관리자 권한을 받은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땅 전체를 소유한 채.
밀과 소, 돼지를 키워 아일랜드에 수탈당하는 플랜테이션 체제를 만들었다. 예전에 영국이 자신들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영국인들에게 남은 먹을 것이라고는 감자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부족해 아사하는 영국인들이 속출했다.
이 상태에서 말 안 듣는다는 이유로 민간인들을 죽이고, 수용소에 집어넣는 것도 똑같이 따라 해 주었다.
다른 패전국들을 관리하는 다른 패전국들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적어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수탈하는데, 아일랜드는 영국인을 아예 절멸시킬 생각으로 수탈했다.
이러니 영국인도 차라리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도망에 희망을 거는 것이겠지. 영국에 계속 남아 있으면 무조건 고통스럽게 죽을 테니까.
하지만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전과 동일했다.
꼴 좋다. 그러게 아일랜드 좀 덜 괴롭히지 그랬냐?
잠시 후 여객선이 시체들이 가득한 배를 지나치고, 그 배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 머릿속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며칠 후, 나와 아냐는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대한제국 만세! 아일랜드 만세!”
“만세! 만세!”
러시아 제국과 폴란드보다는 적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릴 보기 위해 항구에 모여 있었다.
“아일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겨울 동안 신세 좀 지겠습니다. 이거 실례는 아닌지 모르겠군요.”
“하하. 실례라니요! 두 분께서 찾아주셔서 영광일 따름입니다!”
아일랜드의 대통령은 몇 달이나 있어도 상관없다며 껄껄 웃었다.
우리 부부 정도 되는 사람이 몇 달이나 있으면 정부도 힘들겠지만, 우리 부부의 방문으로 찾아오게 될 관광객을 생각하면 좋기만 한가 보았다.
우리가 오래 있을수록 도대체 얼마나 좋기에 태상황 부부가 오랫동안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나올 테고,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생기겠지.
아일랜드 대통령도 그걸 노리고 우리의 장기 체류를 환영하는 것인가 보았다.
‘하긴 현재 아일랜드의 경제는 영국에서 수탈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절대 건강한 경제 구조라 볼 수 없지. 그래서 아일랜드 정부는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돈을 벌 생각인가 보았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고.
현대에서는 아일랜드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지만 그건 아일랜드가 별로여서가 아니다. 아일랜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기로 유명했으니까.
이는 다른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이었다.
섬나라다 보니 가기가 힘들고, 너무 서쪽에 치우쳐져 있어 동선을 짜기도 애매해 아일랜드는 관광 명소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관광지로 유명했던 유럽 국가들 중 대부분이 패전국이 되어 몰락했고, 관광지들도 폭격으로 파괴되며 경쟁자가 사라진 이상 아일랜드에게도 유명 관광지가 될 기회가 생겼다.
그러니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위해 제대로 투자해 보겠단 생각이었고. 나와 아냐의 몇 달간의 체류하면 광고가 될 테니 이렇게 반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이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광고 좀 해주는 대가로 VVIP 대우를 해 주겠다는데, 이를 거절할 리 없지 않는가?
그 후 나와 아냐는 겨울 동안 아일랜드 이곳저곳을 관광하며 시간을 보냈다.
유명한 모허 절벽(Cliffs of Moher)도 구경하고, 그 유명한 기네스 흑맥주도 마음껏 마시면서.
“이거 앞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겠네.”
실제로도 겨울 동안 지낸 아일랜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름다운 자연 광경과 여유 있는 분위기는 투자만 확실하면 좋은 관광지가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후, 1961년 봄이 되자 우리는 다시 떠날 준비를 했다.
다음 목적지는 미국. 겨울 동안 푹 쉬었으니 다시 일을 할 시간이었다.
“그동안 고마웠소. 아일랜드에서 보낸 겨울은 참으로 아름다웠소.”
“만족하셨다니 제가 더 기쁩니다.”
아일랜드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우린 다시 배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대서양 건너에 있는 미국. 겨울 동안 푹 쉬었으니 다시 일을 할 시간이었다.
* * *
며칠 후 대서양을 건넌 우리는 뉴욕에 도착했다.
확실히 인구가 많은 미국이라서 그런지 폴란드와 아일랜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항구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재선에 성공한 아이젠하워 또한 나와 있었는데, 그 옆에는 사위인 다우드와 우리 딸인 연이 또한 함께 있었다.
둘 사이에 이제 세 살 정도 됐을 법한 소녀의 양손을 꼭 잡고 있는 채로.
“어이구! 우리 손주!”
“벌써 많이 컸구나. 안녕? 내가 네 외할머니란다.”
연이가 다우드와 결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후에 손녀가 태어났는데, 미국에 있다 보니 사진으로만 봐야 했다.
사진 속에 담긴 모습만 봐도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플 정도였는데, 실제로 본 외손녀는 사진으로는 그 귀여움을 다 담기 힘들 정도로 귀여웠다.
“이 할애비가 용돈 줄까? 계열사 하나 가질래?”
“보석 좋아하니? 금반지 하나 선물로 줄까?”
처음으로 보는 외손녀에 나와 아냐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 우리에 연이는 피식 웃더니 우릴 말렸다.
“진짜 줄 건 아니죠? 얘 버릇 나빠져요.”
“흐흐. 너도 다 컸구나. 그런 말도 다 하고.”
제 오빠 손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던 연이가 저런 말을 하다니. 정말로 연이도 이제 어머니가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클라라 리(Lee) 아이젠하워요. 이제 세 살이에요.”
“클라라. 할아버지라고 해보렴.”
클라라를 보며 묻자 클라라는 아이젠하워의 뒤로 숨었다.
내 할아버지는 이 사람이고 난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듯이.
그 모습에 껄껄 웃으며 아이젠하워에게 말했다.
“흐흐. 좋으시겠소. 사돈. 손녀가 친할아버지를 이리 좋아하니.”
“하하. 요즘 클라라 크는 걸 보는 재미로 산답니다.”
아이젠하워도 그런 클라라가 귀여워 죽겠는지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익숙해지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르며 애교도 부를 것입니다.”
“하하하! 그걸 보려면 미국에 오래 있어야겠구려!”
껄껄 웃은 난 아이젠하워가 준비한 차량에 올라탔다.
그 후 우리 부부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카퍼레이드에 참여했고.
“와! 저기 태상황 폐하 부부시다!”
“미국 만세! 대한제국 만세!”
그런데 예상보다도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중요한 동맹에서 온 손님이라고 해도 과할 정도로 반겨준다고 해야 할까?
왜 다들 저렇게 크게 반겨 주나 했는데, 아이젠하워가 이유를 알려 주었다.
“폐하께서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신 것이 어린 시절 미국의 민주주의에 감명을 받은 탓이라는 소문이 퍼졌거든요.”
“뭐요?”
“그렇다 보니 폐하께서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대하다는 증거 비슷한 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다들 좋아하는 것이고요.”
허 참. 어쩌다가 그런 소문이 퍼진 거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던 황제가 갑자기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를 도입했으니까.
제3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인상 깊게 본 덕분이라는 설명이 그럴듯하게 보이겠다 싶었다.
이런 소문에 내가 불편하다고 여긴 것일까, 아이젠하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불편하시다면 그게 아니라는 발표를 하겠습니다.”
“됐소. 그렇게 되면 사돈도 지지율 쪽에서 이득 좀 볼 것 아니요? 마음대로 하도록 하시오.”
“······허허. 아들 장가 하나는 정말 잘 보냈군요.”
내가 쿨하게 넘어가자 아이젠하워는 고맙다며 껄껄 웃었다.
저녁이 됐을 무렵 백악관에 도착한 우리는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이 끝난 후에는 아이젠하워와 독대를 했고.
“석유와 석탄 업계는 여전히 핵융합 발전에 대해 모르고 있더군요. 우주 개발 계획으로 그들의 눈을 가린다는 계획 덕분입니다.”
아이젠하워가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쭉 모를 것 같더군요.”
“다행이구려. 알았다면 어떻게든 막으려 할 놈들이 바로 그들이니 말이오.”
대한제국과 미국, 러시아 제국이 함께 하는 핵융합 발전은 여전히 개발 중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또 투입되는 예산이 어마어마했지만, 세 나라 모두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연구 중이었다.
이는 전쟁이 끝난 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출생률 때문이었다.
이에 각국의 정부들은 이런 인구 증가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이 석유와 석탄 업계임을 직감했다.
더 많은 인구는 더 많은 식량과 상품의 생산을 뜻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것들보다도 석유와 석탄이 필수였다. 그 둘이 있어야 발전기가 돌아가고, 엔진이 돌아가니까.
그러면 두 업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거대해질 것이고, 정부마저도 위협하게 될 것임을 예상했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다름 아닌 내가 시작한 핵융합 발전이었고. 그렇기에 세 나라 모두 지금 당장의 성과가 없음에도 핵융합 발전에 계속 투자하고 있었다.
“또한 그렇게 되면 석유가 많은 중동도 너무 커지게 되니까요. 지금이야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중동도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요. 종교에 심취한 녀석들치고 정상은 없거든.”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중동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종교와 석유 때문이었다.
종교에 미쳐 신의 뜻이라며 자살폭탄 테러도 서슴지 않는 자들이 바로 중동이다.
그런 놈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들 게 분명했다.
중동과 친하게 지내는 이유도 석유가 크지만 그런 놈들이기 때문도 있었다.
적어도 친하게 지내면 마음에 안 든다고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키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중동이 석유를 무기 삼아 다른 나라들을 휘두르려 할 때다.
그럼 석유가 부족한 나라들은 중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대한제국 또한 마찬가지다. 석유가 나긴 하지만 지금의 인구 증가 속도를 생각하면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날이 오게 될 텐데, 그때가 되면 대한제국도 중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니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동과 친하게 지내야 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이 성공한다면, 그때는 중동도, 기업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지겠죠.”
“빨리 그날이 오면 좋겠구려.”
위스키가 담긴 술잔을 살살 돌리던 아이젠하워는 돌연 피식하고 웃었다.
“참나. 전쟁이 끝난 후 더 이상 미국의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새로운 적들이 자꾸 튀어나오는군요. 중동뿐만 아니라 기업들까지 경계해야 하다니. 어깨가 참 무겁습니다.”
“원래 그런 것 아니겠소. 적은 언제나 생기는 법이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본을 가진 기업이 힘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세력들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게 정부의 일이고.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을 소유한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말이오.”
“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아이젠하워는 윌로우에서 일하는 기업인들이 배신감을 느끼겠다며 껄껄 웃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