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0)
처음 초병들이 죽었을 때, 오-헝 제국군은 분노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서 활이나 쏘다니.
죽은 형제들의 시체를 보며 다짐했다.
꼭 복수하겠다고. 자랑스러운 제국의 아들들인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 놈들에게 복수하겠다고.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짓을 저지른 놈을 꼭 찾아내, 복수해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초병이 당했습니다.”
“···또?”
또다시 소란에 잠에서 깬 콘라트는 부관의 보고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둘째 날에는 또 수십 명이 화살에 맞아 죽었고.
셋째 날에는 수십 명이 가슴에 대검이 박힌 채로 죽었다.
넷째 날에는 목이 부러진 채 죽었다.
그리고 다섯째 날인 오늘 또한. 수십 명의 초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피가 빨리는 기분이군.”
시체들을 확인한 콘라트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초병들이 습격당한 지도 벌써 닷새가 흘렀다.
처음에는 분노로 전의가 불타오르던 병사들도 점점 더 잔혹해지는 적의 행동에 겁을 먹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부관은 시체 위에 하얀 천이 덮이는 걸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우리가 이 도시를 떠나게 만들 생각이겠지.”
“예?”
“시가전이 진행되면 공격 측이 불리해. 연합군도 그걸 알고. 그래서 공격하기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나게 만들 생각인 거야. 도시에 계속 있는다면 죽는다는 공포 때문에.”
콘라트는 적들이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 알았다. 자신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너희들이 도시에 숨는다 한들, 우리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너희들을 죽일 수 있다는 공포를.
초병을 죽이는 방법이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테고.
이게 반복되면 아군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질 테고, 탈영하는 자들도 나올 테지.
그럼 지휘부는 차라리 후퇴를 고려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큰 전투 없이 적들은 도시를 차지하게 될 거다.
그리고 이런 콘라트의 예측은 사실로 밝혀졌다.
“탈영병들이 나왔다고?”
“예··· 수십 명의 병사들이 사라졌고, 몇 명을 붙잡았습니다.”
“젠장!”
아침이 되자 탈영병들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계속된 초병들의 죽음에 겁을 먹은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던 중 탈영한 것이었다.
“조직적인 탈영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안 좋군.”
그렇다면 계획된 탈영이 아닌, 공포를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탈영했다는 소리니까. 그것도 수십 명이 동시에.
병사들 사이에 도는 공포감이 어마어마하단 말이었다. 그리고 한 번 탈영에 성공한 병사들이 나온 이상 더 많은 병사들이 탈영을 꿈꿀 테고.
막아야 했다. 안 그래도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있는데 탈영까지 더 생기면 제국군은 와해된다.
“탈영하다 잡힌 놈들을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군법에 따라 처형하도록.”
“···예.”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전쟁 중에는 이런 잔인한 처벌이 있어야 군율이 유지된다.
탕! 타탕!
사로잡힌 병사들은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탈영병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었다.
이후에도 초병들이 계속 죽어 나가며 차라리 도망치는 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긴 탓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병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한 지 열흘째 되던 날.
드디어 목격자가 등장했다.
“목격자가 나왔다고!”
“예! 초병들이 죽을 때 근처에 있던 병사 하나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적들이 어디서, 어떻게 병사들을 공격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뭐라도 알아야 대처라도 할 텐데. 목격자는커녕 다들 죽기만 하니 뭘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병사들의 두려움 또한 커졌다.
초병들을 공격한 게 괴물이 분명하다며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목격자라니!
아주 작은 정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콘라트는 다급히 그 병사를 불렀다.
“바, 바바 야가(Baba-Yaga)···.”
“······.”
하지만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채 바바 야가 만을 중얼거리는 병사를 본 순간. 콘라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공포를 느꼈다.
적은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버리는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죽은 초병은 대부분 병사들이었기에 참모총장인 콘라트는 느끼지 못한 공포가. 이제 그와 장교들에게도 퍼진 것이다.
“젠장···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든 반전시켜야 할 텐데.”
그렇기에 콘라트는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그런 승리가.
* * *
“···엄청나군요.”
보고를 들은 브루실로프는 긴장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일주일 동안 수백 명이 넘는 적군들을 암살하다니···.”
“저희 대한제국 특전사들이기에 가능한 거죠.”
웃으며 홍범도의 말을 통역해주었다.
조선 시대 때만 해도 호랑이‘를’ 잡는 특수부대인 착호갑사에서, 호랑이‘도’ 잡는 특수부대로 바뀌며 만들어진 특전사는 잠입과 암살의 달인이었다.
길리슈트와 활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위장복과 무기로 무장한 그들은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적군의 시체만 남을 뿐이었다.
“벌써 수백 명이 죽었는데도 오-헝 제국군은 대응조차 못 한다고 합니다.”
“어둠 속에서 활을 쏘니 어디서 쏘는지도 모르고 죽으니까요.”
총이 발전하며 활은 과거의 무기가 되었지만. 은밀성만큼은 여전히 활이 뛰어나다.
한 발 쏘면 큰 소리가 나는 총과 달리 활은 거의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은밀성이 필요한 작전에서 특전사들은 활을 들고 나갔다.
특히 애기살이라고도 알려진 편전을 잘 쏘는 특전사들은 일반 활보다도 더 먼 거리에서 적들을 저격했다.
그러니 오-헝 제국군은 뭘 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자 특전사들은 더욱 과감해졌고. 오-헝 제국군에게 경고하듯이 여러 방법으로 초병들을 죽였다.
이로 인해 오-헝 제국군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사기가 떨어졌고.
“으음··· 부족한데.”
하지만 홍범도는 브루실로프와 달리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맞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게 부족하단 말씀이십니까?”
“적들이 겁을 먹긴 했지만. 도시를 버릴 정도로 겁을 먹진 않았습니다.”
이건 작전에 투입됐던 특전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확인한 사항이었다.
‘겁을 먹긴 했는데. 도시를 버릴 것 같진 않았습니다.’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김좌진이 말했었지.
‘좀 애매하다고 할까요? 조금만 더 겁을 먹으면 도망칠 것 같은데. 저희로는 그 조금을 채우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더 잔인하게 적들을 죽여도 소용없을 거라고.
그러면 대한제국의 악명만 커질 뿐. 도시를 버리지는 않을 거라 말했다.
“그 조금을 채워 넣는 게 문제입니다. 제일 좋은 건 야전에서 싸워 저희가 크게 이기는 것이지만-”
“도시 속에 숨어 나오질 않으니 그건 불가능하죠.”
브루실로프튼 이해가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글쎄요. 적들의 전의를 꺾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두 장군이 머리를 굴리며 최선의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통신장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왔다.
“독일군 전차 부대가 확인되었습니다! 렘베르크로 향하는 중입니다!”
“!!!”
그 말에 지휘소 전체가 경악했다.
전차라니. 이미 아군이 가진 전차의 위력을 보았기 때문에 적군 전차가 주는 두려움은 대단했다.
“숫자는!”
“항공정찰에 따르면 대략 백 대 정도라고 했습니다!”
“이런!”
거기다 아군 전차보다 더 많은 숫자에 브루실로프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아군 전차는 모두 합쳐 40대 정도. 그에 비해 독일군 전차 부대는 100대 가까이 된다고 했으니 2배가 넘었다.
숫자 면에서 아군이 밀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악한 건 러시아 제국군만이었다.
지휘소 안에 있던 대한제국군은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왔네요. 그 조금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그게 무슨···.”
“아마 도시에 있는 오-헝 제국군 또한 이 소식을 받았을 겁니다. 그럼 어떻겠습니까? 전장의 지배자인 전차가 있으니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들뜨지 않겠습니까?”
“설마?”
내가 할 말을 눈치 챈 브루실로프의 눈이 커지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독일의 전차부대를 궤멸시켜 적군의 사기를 이전보다 더 떨어트릴 겁니다.”
희망이야말로 가장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라 했던가?
희망이 헛된 것이었음이 증명됐을 때. 사람은 가장 큰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며
아마 지금쯤 오-헝 제국군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거다.
100대에 이르는 독일의 전차들로 전황을 바꿀 수 있다 여기겠지.
그런데 그 전차들이 모두 다 격파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보다 더 깊은 절망감에 빠져들게 될 거다.
절망감은 더 큰 공포와 두려움을 가져올 테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 전차는 아군의 두 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브루실로프는 걱정스러운 반응이었다.
아군의 전차 수가 부족한데, 정말 이길 수 있겠냐는 뜻이겠지.
그러나 홍범도와 나는 그런 브루실로프가 귀엽게(?) 보일 뿐이었다.
그는 전차라고 다 똑같은 줄 알고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이길 테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결국 브루실로프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동의했다.
그리고 다음 날. 독일의 전차 부대가 렘베르크에 도착했다.
* * *
독일의 A7V 전차가 개발된 후. A7V 전차는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 투입되고 세 번째 전투까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네 번째 전투에서 영국의 Mk IV전차 10대를 부수고 20대를 나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후 전쟁이 원 역사보다 길어지며 처음에 생산된 20대에 불과했던 A7V 전차는, 이내 100대까지 늘어났다.
그 후 카이저의 명에 따라 이 100대가 모두 한곳에 모여, 제1전차대대가 만들어졌지.
하도 고장이 잘 나다 보니 돈좌된 전차가 나오면 바로 그 자리를 다른 전차가 대신하도록 한 곳에 집어넣은 것이지만. 그걸 모른 채 100대의 전차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전차를 본 오-헝 제국군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참모총장인 콘라트까지 직접 나와 맞이해줄 정도였으니.
“잘 왔네! 독일의 전차들이 함께 하니 이제 안심이군!”
콘라트는 전차들을 이끌고 온 젊은 대대장과 악수하며 껄껄 웃었다.
됐다. 드디어 전황을 반전시킬 수 있게 됐다.
적들보다 더 많은 전차들을 가지고 있으니 역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탁하네! 부디 저 간악한 루스키놈들과 원숭이 놈들을 무찔러주게!”
“···맡겨만 주십시오.”
하지만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젊은 대대장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오-헝 제국군이 마련해 준 숙소에 도착한 후. 젊은 대대장은 중대장들을 불렀다.
“전차들의 상태는?”
“안 좋습니다.”
그러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무리해서 이곳까지 오느라 부품들이 많이 상했습니다.”
“이미 전차 곳곳에서 기능 고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정비를 맡겨야 합니다.”
“이 상태라면 전투 두세 번이면 모든 전차가 퍼질 겁니다.”
부정적인 소식들에 대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멍청한 오-헝 제국이 너무나 쉽게 밀리는 바람에 급하게 이동해야 했다.
그러면서 전차들이 받는 부담도 커졌고, 도착할 때쯤에는 모든 전차가 무리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군.”
전투도 두세 번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밖에 못 할 거다.
그러니 그 한 번의 전투 안에 전황을 바꾸어야 한다.
한 번의 전투만으로 모든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저 적들이 함부로 공세를 취하지 못하도록 큰 타격을 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러려면 적들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심어줘야 했고.
전차대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은 적의 전차대대를 격파하는 것이었다.
“적들도 전차를 가지고 있다던데···.”
젊은 대대장이 한숨을 쉬며 도시 밖, 적군의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부디 우리 전차가 더 강하면 좋겠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