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1
1화. 1장 천도
*주의: 이 작품에는 기록이 없거나 작가가 모르는 부분은 오리지날 창작으로 넣은 것도 있으니 혼동하지 마시오.
-序文
“돌격하라!”
“와아아아!!!”
손에 쥔 칼에서 전해져 오는 끈적 끈적한 감촉이 익숙해지고. 적병들과 아군의 아비규환 속 전장의 비명에도 아무런 감흥을 못 느낄 쯤 적들은 퇴각 하기 시작한다. 숨을 가다듬고 있자 뒤에서 치열하게 싸워준 병사들의 환호가 들려온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것이 보였는데도 모두가 고통을 잊고 승리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나를 향해 기대와 안심,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담겨 있는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나는 검은 용포를 펄럭이며 발걸음을 향한다.
“부상자들과 시체를 수습하라.”
“예!”
주변에선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뭐라고 했는가. 전하의 말씀대로 하면 저 몽고적(敵)들을 박살 낼수 있다. 하지 않았나.”
“내 살다 살다. 저 몽고 놈들이 전투에서 져서 혼비백산으로 도주하는 건 처음 보네. 낄낄낄!”
“태자 전하께선 오늘도 몽고 놈들을 수십이나 베셨다지?”
“항우 장사가 따로 없으시더군.”
승리의 고취되어 잡담을 하는 병사.
“으으윽.”
“의식을 차렸는가? 조금만 기다리게 곧 의원이 올것이네.”
“그, 그보다 전쟁. 전투는 어떻게 되었는가?”
“물론 이겼네. 태자 전하께서 지휘하신 전투가 아닌가!”
“오오오!! 역시! 태자 전하. 부처님.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부상 당한 병사들과 그를 부축하는 병사.
“으윽… 큭. 태자… 전하 밑에서 싸우다가 떠난다. 이…정도…면 저승에서도… 당당…히 자.랑…할수 있…겠군.”
“잘가게. 잘싸웠네.”
큰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는 병사. 진영의 막사에 돌아가면 당연하다는 듯 이번 전투에 참여한 장군들이 고개를 숙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승전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전하의 용맹무쌍한 모습을 전 장병들이 확인하였사옵니다. 병사들 중 전하를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사옵니다.”
“실로 옛 고려(고구려)의 광개토 대왕대제(大王大帝)의 재림이라 할수 있사옵니다.”
“전하! 이대로 북상을 하여 아국의 강토에 있는 모든 몽고적들의 다루가치들을 일소하소서!”
“전하! 나라 억조창생[億兆蒼生]의 안녕이 전하의 옥체에 달려있나이다. 하명만 내려주신다면 소장들은 목숨을 바뀌서라도 저 몽고 놈들과 생사투를 벌이겠나이다.”
“포로들중 본국의 사람들과 여진,거란,송인들로 나눠 분류하라. 단, 발해인은 본국민과 같이 대하고 다른 외국인들은 여러 성에 보내 축성과 잡일에 종사케하라.”
“예. 하오면 북상은…”
“부상자들을 솎아내고 피로를 푼 후 내일 해가 뜨는 대로 갈 것이다. 서경이 불안하면 아국의 북방도 무너진다. 오늘 있었던 전투에서 공을 이룬 전 장병들에겐 상을 주는 뜻으로 푸짐한 고기와 술을 주도록 하라!”
“전하. 허나 아직 전쟁 도중인 만큼 술은….”
바른 말이긴 하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인근에 아군을 위협할 몽고 군은 없다. 내일부터는 더 힘을 내야 하니 이틈에 피로를 풀게 하는 것이 좋다.”
“하오면 명대로 하겠나이다. 전하.”
“그대들도 수고가 많도다. 과인은 생각할 것이 많으니 이만 나가보거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영은 시끄러운 소리와 고기 냄새로 가득 해졌다. 고기와 술이 들어가니 흥이 돋고, 오늘 있었던 전투를 자축하는 이들과 앞으로 있을 몽고군과의 전투에 호전성을 내비치는 자들도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다.
“대 고려군 만세!! 태자 전하 만세!!”
“저 몽고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어디라고! 낄낄낄!”
“하지만 요새들어 저들의 공세가 더 심해지는 듯 허이.”
“오면 뭐하는가. 또 태자 전하와 만나면 꽁지빠져라 도망갈건데. 크크큭”
“그렇구만. 하하하하.”
힘든 전란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강대한 적을 앞두고도 모두가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과 입은 모두 태자를 칭송하며 경외와 신뢰를 내비친다.
“…….”
불보다 밝은 그들의 모습에 눈이 멀 것 같아 시선을 피하다 잔에 담긴 술에 비친 보름달이 눈에 띄어 고개를 들었다. 밤 하늘에는 보름달이 나의 속과 상관 없이 어느 때 보다 맑고 푸른 빛으로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무겁다.”
그 말이 끝났을 쯤엔 잔에 담긴 달은 술과 함께 이미 내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 * *
-1장
-고종 19년. 금 천흥(天興) 원년, 몽골 태종 4년(1232년) 6월.
“이곳 송경(松京)은 태조(太祖) 이래로부터 역대(歷代)로 지켜 온 지 무릇 3백여 년이 되었습니다. 성이 견고하고 군사와 양식이 풍족하니, 진실로 마땅히 힘을 합하여 사직을 사수(死守)해야 할 것인데, 어찌 이곳을 버려 두고 장차 어디에 도읍을 정하겠습니까?”
고려 정권을 장악한 최우가 낸 강화도 천도 주장에 김세충은 다급히 반박하며, 최우를 힐문하였지만 최우는 이에 대해 화를 내기보다는 더욱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세충에게 반문했다.
“호오? 그렇다면 김 장군. 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 몽고의 대군을 막을 것인지 본인과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방책을 말해줄수 있는가?”
“성내 모든 백성들과 장정들이 힘을 합친다면 어찌 막을수 없겠습니까!”
“경은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것 같군. 나는 지금 경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저 간악한 몽고군을 막을수 있는지 방책을 말하라고 하였네. 그저 열심히 싸워서 막아야 한다는 말은 필부의 말장난이나 다를바 없지 않은가?”
“우선 성을 증축하고, 장정들을 징발하여 수비를 강화한 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어사대부(御史大夫) 대집성(大集成)은 단박에 인상을 찌푸리며 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김세충은 지금 아녀자(兒女子)의 말을 본받아 감히 대의(大議)를 저지하려 하니, 청컨대 목을 베어서 중외(中外)에 보이도록 하소서. 그렇지 않다면 이후에도 이런 필부의 만용에 휩싸인 자들이 나와 나라를 망치게 할것입니다.”
“그렇사옵니다.”
대집성의 주장에 응양군 상호군(鷹揚軍上護軍) 김현보(金鉉寶)도 맞장구를 치며 찬동하자, 최우는 김세충를 향해 입가를 비틀며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오. 여봐라. 당장 저 필부 놈을 끌어내 죽여라!”
“상국. 자,잠시만 기다려주시오! 대안을, 방책을 모색하리다. 상국, 청하상국[淸河相國]!”
끌려가는 김세충의 처절한 외침을 뒤로하며 최우는 대전에 있는 모든 대소신료들의 얼굴을 확인하듯 찬찬히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차후에도 저 필부 놈처럼 구체적인 생각도 없이 이곳에 있겠다고 지껄이는 자가 있다면 똑같이 처결할것이오. 알겠소?”
그 서슬퍼린 경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용기 있는 자는 없었다. 막을 수 있는 방책을 내놓는 현인도 없었다.
“아직 황후의 상도 제대로 치루지 못했거늘… 정녕 지금 체결해야 할 정도로 다급한 일이란 말인가.”
“황상 폐하의 비통하신 심정을 어찌 신이라고 모르겠사옵니까. 허나 이 일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이옵니다. 부디 윤허하여주시옵소서!”
최우의 간청을 빙자한 주장에 이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도 잠시. 왕의 입에서는 허락의 뜻이 튀어나왔다.
“교정도감의 결정이 정 그러하다면 짐은 윤허하노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이 나라에는 교정도감의 결정에 대해 거절할 힘을 가진 자는 없었다. 설령 해동 천자라고 불리는 고려의 왕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 * *
“이것이 당체 무슨 소리당가?”
“긍께. 산이나 섬으로 가라는 것 같이혀.”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산이나 섬으로 가야 하는겨?”
“듣자허니께. 북방에서 몽고군이 들이 닥치니 울 보고도 피신하라는 것 같혀.”
“염~병할. 몽고군이 여기까지 어찌온디여. 글고 무슨 대피여 군대를 보내 막으면 안되는강?”
“그렇게 말이여. 근데 안가면 벌한다니 일단 가야 하지 않겠혀.”
최우는 사자(使者)를 여러 도(道)에 나눠 보내어 백성을 산성(山城)과 해도(海島)에 옮기게 하였다. 그나마 몽고군을 직접 보거나 가까이서 들은 북방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잘 받아들였지만 아직 몽고군을 보지 못한 남부의 백성들은 이런 강제 대피 지시에 대해 팽배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렇게 고려 전국이 떠들썩한 와중에 최우는 2령(二領: 1령당 1천명.)의 군사를 강화도에 보내어 궁궐을 짓게 하고는 정년 7월. 고려의 왕에게 천도를 주장하였다.
“폐하. 몽고적(敵)들은 결코 강화도에 오지 못할 것입니다.”
“상국. 정녕 떠나야 하는 것인가? 다시 생각해도 짐은 이곳을 뜬다는 것이 내키지가 않는구나.”
“황상 폐하의 참담한 심정을 어찌 신이라고 모르겠나이까. 허나, 만에 하나라도 몽고적들이 황도를 침탈하여 황상 폐하께 누라도 끼치는 일이라도 일어났다가는 본국의 억조창생의 대업이 흔들릴 것이옵니다. 그러니 순간의 굴욕을 감내하시고 후일을 도모하시오소서!”
“후일을 도모하시오소서! 폐하!”
옥좌에 일어나 떠나려던 왕이 두 번 이나 연거푸 고개를 돌려 옥좌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보이자 최우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재촉하였다. 최우를 잘 아는 자들은 그 모습이 그가 매우 불만어린 상태라는 것을 잘알기에 재빨리 찬동하여 왕을 재촉하였다.
““후일을 도모하시옵소서! 폐하!!””
실권도 아군도 없는 상황에서 왕은 더이상 고집을 부릴수가 없었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며 개경을 떠나야만 했는데 아직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 양제가 말년에 수도로 가지 못하고 남쪽으로 몽진하면서도 몽진이 아닌 순시라고 표방했듯 겉으로만은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그 행렬은 결코 작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그런 몽진 행렬 속에서 어가 바로 곁에서 호위를 빙자하여 동행하는 최우가 탄 가마 속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강화도로 간단면 제놈이 어쩌겠느냐. 끌끌끌.”
어가 안으로 까지 들려오는 최우의 비웃음 소리에 ‘그것은 몽고군에 향하는 말인가. 아니면 다른 이에게 하는 말인가.’ 이 물음이 왕의 목청까지 올라왔다가 입술을 깨물며 억눌려야만 했다.
“폐하! 저희를 버리시는 것이 옵니까?”
“폐하. 정녕 황성을 떠나시는 것이옵니까!”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
어가 밖에서 백성들의 호소가 들렸지만 고종은 눈을 질끈 감으며 침묵했다.
‘아무 것도 못하는 이 무능한 황제를 용서해다오.’
“쯧. 용호군은 뭐하고 있는가. 저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고”
“예. 상국 어른.”
그러면 그럴수록 호소와 비탄의 울음 소리는 더욱 커져갔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고 사라졌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만족한 최우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에잉. 폐하의 심정도 모르고 앵알 앵알 대기는…”
백성들의 비탄을 뚫고 수도를 버리고 가는 왕과 권신들의 몽진을 하는 날이 것만 자연은 사람의 운명과 기분은 알바가 아니라는 듯 너무나도 밝고 화창하였다. 그러나 이 아우성 속에서 몽진 행렬에 있던 왕족 하나가 도중에 탈선하여 개경으로 돌아간 것을 이때 최우와 왕은 알지 못하였다.
#작가의 말
*고증상 문제가 되는 것은 부드럽게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