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6장 경성 전투(1)
“하오면 북계에 있는 이자성의 군대를 보내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다행히 서북면은 안전하옵니다.”
“불가하다. 방금 경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서북면을 방비하기 위해 배치한 것인데 그것을 빼는 것은 동문을 닫고 서문을 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로다.”
“그렇다면….”
신료들은 갈라전으로 병력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배치된 이자성의 군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군비를 소모하는 것은 계속해서 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각오를 굳힌 상태다.
“대장군 김경손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보인다. 중서문하성에도 상사성에서 전달받았을 터이니, 이 자리에서 묻겠다. 지금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 것인가?”
내 물음에 중서문하성의 전노협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병사를 일으킨다는 것이 어찌 적게 들겠습니까마는… 단기간에, 그것도 부담이 가장 적은 범주에서 논하자면 이곳 심도의 병력만 보낼 경우 3령(1령=1천 명)까지 당장 가능하오며, 육지에서 갈라도로 가는 길목의 지역 병사들까지 동원하여 간다면 최대 1만 5천까지는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장군 김경손에게 심도에 병력 1령과 육지에서 9천 명의 병사들을 동원하여 갈라도로 가게 하라. 그렇다면 외적을 능히 격퇴할 수 있으리라.”
“전하. 허용 가능한 범위라고 해도 어찌하여 1만이나 되는 대군을 보내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너무 많이 보내는 것이 아니옵니까?”
“손자병법에서도 적에게 이기는 가장 쉬운 법은 많은 군을 보내는 것이라 하였다. 비록 1만이 적군보다 많을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정도면 갈라도의 군과 협력을 한다면 능히 격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에서 1만이나 되는 지원군이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첩가에게 돌아서기 시작한 갈라전의 민심도 다시 흔들릴 것이다.
마음 같아선 내가 직접 군을 이끌고 가고 싶은데 왕이 그것만은 허락하질 않으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동하국 북벌하러 갔을 때 2천 명이었는데, 김경손은 1만인가. 쩝. 부럽다.
“하오나 김경손 장군은… 전하. 박 장군(박서)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꺼리고, 의심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게 이해가 간다.
김경손의 가문은 왕실에 의해 하루아침에 하늘 같은 권세가 곤두박질쳤다.
왕실에 악감정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수에게 변경의 분란을 막으라고 자그마치 1만이나 되는 병사를 쥐여주는 것이다.
조정신료들의 입장에선 김경손이 금에서 야율유가의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가 덩달아 배신한 포선만노 마냥 칼자루를 거꾸로 쥐고 제2의 포선만노가 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사실 그 때문에 박서(현재 쓰는 이름은 박문성)를 보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보긴 했다.
덧붙여 지금 고려에서 박서의 평가는 원 역사보다 더 높은데 대집성 때문이라곤 하나 1차 여몽전쟁에서 패배한 전적이 있고 최우의 당여라고 의심도 간간히 받는 이자성이나, 능력과 공적은 있으나 역적 죄인과 일가인 김경손과 달리 따로 책 잡힐 문제도 없는 무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김취려와 조충 같은 전대 장군들 마저 졸한 지금, 박서는 틀림없는 고려 제일의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김경손을 지금 보내려는 것이다.
“박 장군 또한 문제가 없으나 적재적소가 있는 법이니 이 일은 김 장군이 가는 것이 나은 법이로다.”
‘김경손이 이번에 공을 세운다면 평판이 나아질 것이고, 설령 만에 하나로 김경손이 정말 내게 반심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천리장성 밖에서 그 반심이 터지는 게 대응하기가 훨 편하다. 갈라전을 잃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받은 시점에서도 최악 잃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는 이미 했고 말이다.’
김경손을 보내고자 하는 내 뜻을 드러내자 신료들은 잠시 술렁이더니 더 이상 강한 반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내가 박서를 밖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것에서 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하. 연길병마사는 전쟁이 터졌는데도 남갈라전으로 군을 보내지 않고 제 몸만 지키고 있습니다. 어서 명을 내려 그를 내치거나 경을 치고 지원군을 보내라 재촉하여야 할 것입니다.”
“북갈라전에서 움직임이 없는 것이 답답한 것은 과인도 공감하는 바이나 북방에는 노왕이, 서쪽에는 동요국이 있다. 이곳에서 들려오는 말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강제로 지시를 내렸다가 대치가 흐트러진다면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만도 못하니, 지금은 관망하고 5도와 갈라도의 힘만으로 대처하는 법을 우선 강구하라.”
완안자연의 성정을 생각하면 진짜 의심스럽긴 하다.
그러나 그 의심과 별개로 동요국과 옷치긴 왕가의 군대를 생각해서 못 오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혹은 그것을 빌미로 안 오는 것일 수 있지만, 당장 그를 독촉하는 것보다는 일단 놔두고 대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옷치긴은 몰라도 동요국에서 진짜 개입을 할까? 원 역사에서도… 아니, 원 역사에선 이 시기 침략 자체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요국에서 옷치긴 왕가의 밥그릇 싸움에 굳이 건들 것 같지는 않은데….’
* * *
경성.
갈라전을 완전 주파라도 할 듯 남하하던 첩가의 군대였지만, 항전을 택한 아부한 두문이 별안간 성을 비우고 도정산에 틀어박혀 있다는 소식에 진군을 잠시 멈추었다.
아무리 그라도 후방에 수천이나 되는 적을 두고 진군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결국 산에 처박힌 아부한 두문의 군대를 어찌할지에 대해 군의를 열었다.
“도정산 공략과 남하를 계속하는 것. 둘 중 무엇을 우선 해야겠는가?”
“적이 우리를 두려워 산에 틀어박혀 길을 터주었습니다. 저들을 두고 그대로 가는 것이 어떠한지요? 아군은 그 누구보다 빨리 장성에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습니까?”
“하나, 도정산에 있는 병력만 하여도 수천입니다. 거기다 그곳에 있는 것은 갈라전의 부병마사이고요. 만일 저들이 아군의 뒤를 친다면 골치가 아파질 것입니다. 하오니 진군을 하더라도 병력을 나눠 저들을 잡아두어야 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결국 진군을 하는 것에는 반대가 없는 것인가?”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
그렇게 진군을 하는 것으로 의견이 가는 듯했고 첩가도 찬동하려던 찰나 군의에 참여하였으면서 여태까지 말없이 듣고만 있던 젊은 청년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우리가 도정산을 치면 후방에서 겁을 먹고 틀어박힌 자들은 그대로 있을 것이나, 만일 우리가 도정산의 아부한 두문을 놔둔다면 그들은 즉시 아군의 후방을 치거나 아니더라도 아군이 지나온 길에서 제집에 틀어박힌 자들을 설득하여 후방을 탈환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아군에 합류한 우군들(갈라전 여진)의 사기가 흔들릴 것이고 자칫 후방에 점령한 성들을 탈환한 적들이 그대로 이어 내려온다면 아군은 큰 위기에 처할 것이옵니다. 하여 후방의 위협이 될 문제는 미리 처리하기 위해 도정산부터 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앳된 젊은 청년의 말에 주변의 이목은 집중되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군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사리에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역성을 들 수는 없었다.
당장 자신의 의견을 정면에서 반박된 장수도 반대한 이가 누군지 알아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그렇다면 길주로의 진공은 다소 미룬다고 봐야 하는가?”
“예. 그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확답하는 청년의 말에 첩가는 잠시 눈을 감고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도정산에 있는 저들을 치도록 하겠다. 제장들은 어떻게 저들을 취할지 의견을 제시해 보아라.”
첩가의 결정에 게르 안의 장수들은 도정산을 두고 간다는 선택지를 깔끔히 포기하고는 저마다 새로운 작전과 의견을 내놓았다.
여기서도 방금 도정산 공략을 주장한 청년이 다시 입을 열었는데.
“도정산이 높은 산이긴 하나 저들은 결코 처음부터 도정산에 오를 계획이 없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분명 처음에는 주변 지역의 병사들을 끌어모아 우군과 맞서 싸울 생각이었으나 그 수가 적은 것을 확인한 뒤 오른 것이지요. 또한 지난 부령을 지났을 때 귀부한 여진인들의 말에 따른다면 경성에 있던 식량들도 북쪽으로 이동하여 경성에는 식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저들도 식량은 적을 것입니다. 이에 제대로 된 계획도 작전도 없이 모집한 군대들과 산으로 숨은 것이겠지요.”
“그 말은 식량이 전부 떨어질 때까지 포위를 하라는 것인가?”
하루빨리 장성까지 내려가려던 첩가로서는 다소 의외의 주장이었으나 젊은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물론 공세도 취할 것이나 우선 산 아래에 진형을 설치하고, 포위를 한 뒤 혹시라도 올지 모를 갈라로의 지원군들도 대비하고, 아군은 귀부한 부족에게서 병사들과 식량을 지원케 하여 포위를 두텁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된다면 남하작전은….”
“그 문제에 대해선 전하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니 안심하시지요.”
청년은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단언했고, 형식상 최고 통수권자인 자신을 보고, 자기 말을 따르라는 듯이 말하는 청년의 태도에 첩가는 순간 배알이 꼴리는 듯한 울화가 치솟았지만 억누르며 대답해야 했다.
“…알겠네. 그럼 이 문제는 그대에게 맡기지.”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급하기에 저는 이만 먼저 물러나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청년은 정말로 먼저 막사를 떠났다.
그가 떠나자 상당수의 몽골 장수들도 우르르 나갔는데, 그 모습에 놀라 여진 제부장들이 첩가를 바라보자 첩가는 너희들도 나가라는 듯 손짓하여 보냈다.
무례하다고 할 수 있는 언동들에도 첩가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이는 다름 아닌 테무케 옷치긴의 장남 레브겐의 아들. 즉, 테무케 옷치긴의 손자 타카차르였기 때문이었다.
‘재수 없는 녀석….’
* * *
“으으음.”
산 아래에서 포위를 하듯 진을 치고 있는 몽골군의 모습을 본 아부하 두문은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려야 했다.
소기 목적대로 적의 진군을 막은 것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포위되어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감히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신음소리를 앓는 것 자체가 아부하 두문이 현 상황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테무케 손자의 예측대로 아부한 두문은 안 그래도 적은 식량에 병사들을 이끌고 급히 산으로 들어간다고 더욱 적은 상황이었다.
만약 주력군이 지나가거나 견제 병력 일부만 있었다면 우회를 하였겠으나 눈앞의 몽골군은 우회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제대로 순찰을 돌며 포위를 하고 있었고, 이 누가 봐도 불리한 형세는 갈라전의 여진족들의 민심을 더욱 흔들어놓아 소기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이제 아부한 두문에게는 정말로 산에서 굶어 죽거나 아니면 포위하고 있는 적을 격퇴하거나 돌파하는 것. 2가지밖에 길이 남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산 아래 몽골군의 진영을 보면 아무리 봐도 견제 수준을 넘어 반드시 자신들을 처리하고 말겠다는 것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에 아부한 두문은 후한 말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속으로 크게 탄식해야 했다.
‘아! 내가 마속이다.’
후한 말 촉나라에서 무리하게 산에 올라갔다가 촉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던 마속과 갈라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자신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차라리 아예 길주로 도주를 했다면 경성까지는 내놓더라도 그 후 갈라주와 고려의 지원을 받아 제대로 싸워 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나 이대로 좌절한 채 있을 수도 없었다. 그 마속도 빠져나가고자 온갖 고생은 다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최소한 자신도 그 못지않은 발악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병사들을 진정시켜라. 다행히 도정산은 높이가 길고 넓어 저들도 쉬이 포위할 수 없다. 우리가 이대로 저들을 붙잡는다면 얼마 안 있어. 북갈라전과 조정에서 지원군이 올 것이니 저들을 쉬이 격퇴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병사들도 순진하게 그것을 믿고 그대로 따라줄지도 그는 자신이 없었다.
고려는 멀고 1만이 넘는 적의 대군은 눈앞에 있으니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
혹시 모를 적의 기습을 대비하고자,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를 확인하고자 진영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마속이다. 마속이야.’
아부한 두문은 그렇게 자신의 무능함을 자학하며 곧 있을 전투에 대비했다.
* * *
일본 다자이후.
“어림도 없는 소리! 진봉선을 수배로 늘려줄 테니 입조를 하라니! 솔직히 말해 여지껏 보낸 진봉선들도 그게 어디 천황 폐하께서 허락하여 보낸 것이더냐!”
왕식의 요구를 듣고 큐슈로 돌아간 요시아키는 자신들이 아닌 다자이후 관리에게 돈을 주며 고려의 요구를 전달하였고, 관리는 그 조건을 다자이후 대관에게 전달하였는데 대관은 절대 불가하다는 듯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큐슈의 다이묘들과 상인들이 도이(刀夷=여진족 해적) 놈들이 다시 침탈해 올 것을 두려워하고, 당(송)의 물품을 원하여 그들끼리 조공을 바치던 공물을 바치고 회사품을 들고 오던 하는 것은 무시하였지만, 조정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신을 보내 입조하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만일 이 참언(讒言 : 참담한 발언)이 조정에 올라가게 된다면 나는 물론 자네도 그 목을 간수 하지 못할 것이야!”
“하지만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단 들어볼 가치는….”
“들을 가치는 무슨… 상인 놈들이 돈독에 올라 나라를 팔려는 것이다. 상인들이 아직 성안에 있다면 당장 성 밖으로 쫓아내라.”
“나리. 나리! 잠시, 잠시만 결정을 보류하시고, 부디 이것부터 봐주십시오. 본국이 고려에 진봉을 하든 말든, 이것은 나리께서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대관은 갑자기 자기 앞에 내놓은 책을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고, 관리는 굳은 얼굴로 입을 대답했다.
“상인들이 고려에 가서 알아낸 것들을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어디 보여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