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35장 남북전쟁(4)
남송의 ‘단평입락(端平入落)’이 고려로 인해 본래 역사와 다르게 전개되면서 회수 이북을 탈환 못 하고 돌아간 것은 그대로였으나 원 역사와 달라진 것들이 있었는데, 우선 몽골은 요동과 고려에서 일어난 사태에 주목하느라 남송의 대군이 회수에 건넜을 때 원 역사보다 대응이 훨씬 늦어져 회수를 넘어 바로 공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몽골은 병력의 피해는 적었지만 칭기즈칸 이래로 처음으로 제 부족 사람(하북 백성)들을 그것도 타국에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한 몽골의 응보 또한 달라졌는데 본래 단평의 입락 내에서 대응을 하면서 추격하였다가 막히고 1235년에서야 대대적으로 침입하는 1차 송몽 전쟁도 1년 빨리 일으킨 것이다.
원 역사에서는 이때 몽골은 송몽전쟁을 시작하며 3군은 송을 치고 일부는 땅꾸에게 군을 이끌게 하여 고려에 투입하여 쳤는데 이것이 원 역사 3차 여몽 전쟁이었다.
그러나 흑태자의 갈라전 수복과 구유크와의 상보 관계가 체결되면서 일어난 나비 효과로 인해 옷치긴 왕가와 동요국이 고려를 치며 ‘단평의 입락’보다 3차 여몽 전쟁이 일어나고 끝이 난 것이다.
하물며 남송의 침공을 몽골에 예견하고 귀띔한 것도 고려였기에 몽골은 고려에 군을 돌릴 필요가 없어져 띵꾸의 병력마저 남송에 투입되었다.
남송 경우는 내부적인 차이는 몽골보다 더 심했는데 왕검의 권유와 다른 장수들의 의견에 따라 이종은 뒤늦게라도 철수를 선택해서 원 역사 단평의 입락은 빨리 끝이 났다.
이 덕분에 남송은 몽골과 긴 전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전쟁을 끝내 금나라 이후 다시 세폐를 내는 굴욕도 피할 수는 있었다.
이 덕분에 이종은 굴욕과 정신적 충격은 덜하였는데, 여기서 왕검이 중책(中策)이라고 내놓은 ‘회군할 때 하북의 백성들을 데려올 것’을 택한 것도 원 역사와 달라지게 한데 큰 요인이 되었다.
왜냐하면 남송의 북벌군이 회군을 하면서 하북 주민들을 데려온 것으로 인해, ‘천조의 천군들은 이번 북벌로 하북에서 고통 받던 옛 백성들을 구출하였다’는 것으로 선전되어 ‘단평입락’의 의의가 아주 무용해진 것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원 역사에서 입락 이후 모조리 실각한 정청지를 비롯한 적극론자들이 주장이 아주 무용하게 되지 않은 것이 되며 그들은 위세와 입지가 다소 줄어들지언정 어찌 정계에 발을 붙일수 있게 해준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이런 생존은 그들의 적극론을 은근히 찬성하던 송 황제 또한 자기 체면과 위신 때문이라도 눈 싹 감고 그들을 내칠 수 없었다는 이유도 있긴 했다.
그리고 의의가 있다 한들 득보다 실이 많았던 만큼 주전론을 은근히 찬성한 송 황제 또한 다소의 체면을 상실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단평의 입락’ 후 조정의 권력 변화에서 가장 득을 본 것은 송 황제였다.
주전론에 손을 들어주며 다소 깎이기는 했으나 북적들에게 붙잡혀 있는 불쌍한 동포들(하북 백성)들을 구한 공은 조정 내 신료들은 몰라도 백성들 사이에서는 백성들을 위한 애민 군주로서 인망을 떨쳤고, 깎인 위신마저 단절된 해동의 번국 고려를 다시금 제후로 들였다는 공적으로 복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청지를 비롯한 적극론자들의 입지와 힘이 약화 되긴 하였으나 신중론자들도 장악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황제의 비중이 커지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황제의 권위와 힘이 오르게 되자 송 황제는 더욱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것들이 재빠른 고려에 국신사를 파견하는 것과 왕검의 부탁인 송-고려-일본 통교 문제를 인가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진 않았으니 정청지와 정극진 등 위세를 상실한 주전론자들이나 그들을 끝내지 못한 사숭지를 위시한 신하들이 어느 누가 확고한 우세를 잡지 못하며 정쟁의 싹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나마 치세였다면 송 황제가 입맛대로 천천히 조절하고 해결하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흑태자가 괜히 하북 백성들을 데려오는 것을 중책이라 한 것은 아닌 법.
중책이 상책이 안 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니 바로 몽골의 분노가 원 역사 이상이 되었다는 점이 있었다.
그 결과, 남송의 예상을 훌쩍 넘는 대대적인 몽골 침공에 송 조정은 발칵 뒤집히며 앉아 있어도 자리가 편안하지 않은(坐不安席)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급히 보낸 맹공이 양양성 사수하였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겨우 다소의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양양성의 사수로 냉정을 되찾은 것은 이 시기 왕검과 맹공 등의 양양성 중요론과 방비론 설파로 인해 양양성이 남송 방어의 최고 요충지라는 것은 남송 조정 인사들은 물론, 도성 내의 백성들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소 냉정을 되찾은 사숭지는 서둘러 양양성의 보급을 주창하였다.
“폐하! 지금 큰 도적이 우리나라를 침입하여 잇따라 각지 요지를 점령 장악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한 곳은 양양성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고려 세자 왕검은 물론 충순군절도사 맹공 또한 지난날 양양성을 빼앗긴다면 본조는 아주 힘겹게 될것이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러나 장계에 의하면 지금 양양성은 채 대비가 되기 전에 적의 침공을 받았고, 원군이 도착하기 전 우군의 실수로 성내 식량이 불타 미곡이 부족하다고 하오니 서둘러 군량과 병장기를 보급하는 것이 우선이라 사료 되옵니다. 양양성의 방어가 튼튼해진다면 맹 장군이 걱정 없이 진격하여 모든 적을 토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옳다! 충순군절도사(忠順軍節度使) 맹공이야 말로 우리 대송의 명장이라 할 수 있으리라! 병부와 호부에선 지금 당장 양양성으로 원군과 군량을 보내도록 하라! 또한 충순군절도사 맹공에게 사천선무사(四川宣撫使)의 직위도 내리니 계속하여 적들을 몰아내라 명한다!”
송황제는 맹공을 필두로 몽골의 침공을 격퇴하자고 결심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생각했지만, 얼마 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를 떠올려야 했다.
* * *
“어, 어째서….”
쿠추는 놀라 말을 잊지 못했다.
양양성 군의 기습으로 군량과 병장기를 잃고 원군이 합류하면 다시 공략하기 위해 포위를 풀고 퇴각을 한 쿠추 였으나 합류한 것은 단순한 원군이 아니었다.
“보고는 들었다. 송군의 기습에 후퇴하였다지.”
“죄송합니다. 대칸.”
토무다이 장군이 끽해야 1~2만 정도의 군을 이끌고 올 것이라는 쿠추의 예상과 다르게 군은 무려 10만에 달하였고, 끌고 온 총사(摠司=총 사령관)에 이르러선 자신의 친부이자 천하에 무서울 것 없다는 예케 몽골 울루스의 대칸 오고타이였던 것이다.
대칸의 친정에, 양양성의 패전으로 화나 있던 쿠추도 쥐죽은 듯 숙여야 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은 패전을 한 것이니 질책을 면치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장수라면 경을 쳤을 대칸도 총애하는 아들 쿠추만큼은 경을 치는 것이 아닌 위로로 대해 주었다.
“전쟁을 하다보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는 법이다. 이후 활약하여 이번 치욕을 갚도록 하라.”
“대칸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구유크가 보았다면 아들 차별에 기막혀했을 광경이었다.
* * *
오고타이칸의 친정 소식을 전해 들은 송 조정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
특히, 송 황제는 아예 혼이 나갈 것 같은 심정이었다.
“전일에 나라의 형세가 위급함을 염려하여, 짐은 재차 경들을 번거롭게 하면서 망령되이 의견을 물어 대비책을 강구하게 하였다. 그러나 공세가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이니 가히 고려가 그리도 누차 경고한 이유을 알겠노라. 다행히 충순군절도사 맹공의 분투로 양양성을 지키긴 하였으나 북적의 노추가 친히 내려오고 있다 하니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로다. 오호통재라, 오호통재라, 이와 같은 위기를 하루빨리 타파해야 할진데 경들은 어찌 짐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가. 어서 시행할 조목들을 아울러 속히 논의, 조처토록 하라!”
송 황제의 투정 같기도 한 불호령에 단평의 입락 이후 예전만큼 세력을 뽐내지 못해 이제 제일의 권신이라고 하기에도 미묘한 위치였던 정청지였지만, 그렇기에 정청지는 맹공이 몽골 황자의 군대를 격퇴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난날 맹공이 고려 세자의 책략을 검토하기 위해 상경하였을 때 사적으로 만나 대비책을 함께 구상하고 논의하였던 것을 주장하였다.
“폐하! 지금 북적의 대군이 우리나라를 침입하여 잇따라 각지 요지를 점령 장악하고 있으니 오늘날은 적들을 막을 장수를 모으고, 그런 인재들로 하여금 병사들을 조련하고, 조련되는 병사들을 먹일 양식을 모으는 세 가지 일을 급선무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장수의 선발은 전투를 잘하는 무장을 불러모아 신분의 고하나 문벌의 귀천을 막론하고 기용할 만한 인물이면 즉시 군사를 나누어 예속시키고 그로 하여금 전선에 두어 지휘하게 해야 합니다.
군사들은 전국에서 징집을 하되 그 훈련은 앞서 모집한 장수들에게 맡겨 훈련 시키고 그중 씩씩하고 용감한 자들 또다시 추려 사기를 드높일 정예병력으로 추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쟁을 하기 위해선 배가 불러야 하는 법이니 조직된 정예병들은 물론이오, 징집된 병사들에게도 먹을 것을 넉넉하게 주어 평소부터 배부르게 해야 할 것입니다.
양식을 모으는 것은 우선 전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방어하는 요충지로 보내되 이후 전장에서 좀 더 멀어진 곳에서 근방까지 보급하여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또 상인들과 지주들에게 양식을 주면 상을 내리는 규정을 명백히 제시해서 곡식이 있는 자로 하여금 기꺼이 납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일을 밤낮으로 도모하고 계획하여 방략(方略)을 극진히 한다면 회복하는 근본이 서게 될 것입니다.”
이른 바 군재가 뛰어난 장수진들을 선발하고, 정예병을 비롯한 병력을 모집하고, 군량을 지급하자는 주장이었다.
정청지의 이 말에는 당색 구분 없이 신료들도 끄덕였고, 송 황제 또한 그럴싸하다 싶어 이에 따랐다.
“옳다. 당장 시행토록 하라!”
* * *
몽골 진영.
남송 조정이 대칸의 친정과 몽골군의 대군에 비상사태로 발등에 불붙은 듯이 움직이고 있을 때 몽골은 유유자적, 여유를 가지고 있었냐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이동식 게르에서 전장의 보고를 듣던 오고타이는 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리하군. 각지에서 승전의 소식이 들어오는가 하였더니, 어째서 갑자기 뚝 끊긴 거지? 설마 패하고 있는 건가?”
“저 만자들이 어찌 예케 몽골 울루스의 강병들을 이길 수 있겠사옵니까. 하나 금과 달리 송의 지형은 아군의 기병이 활약하기엔 힘든 곳이 많아 그런 것이옵니다.”
개전 초기만 하더라도 하늘이 몽골의 번성을 약속이라도 한 듯 거듭 승전을 거두던 몽골군이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하늘의 때를 받는다 하더라도 지리(地理)의 유리함만 못 하다」(천시불여지리 天時不如地利)라는 맹자의 격언(格言)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그 옛날 금이 남송을 상대로 군사적 우위를 가지고 번번이 남정을 하였음에도 남송이 굳건하게 버티고 천자를 칭하고 하북 수복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이 무엇 덕분이겠는가?
그것은 모두, 사천을 비롯한 남송의 지리적 방어가 군세가 우위인 금의 공세를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금군이 겪은 고난과 지긋함을 지금 몽골군이 겪고 있는 것이다.
“폐하. 우군의 주 병력은 추위에는 강하나 습하고 더운 곳은 익숙지가 않사옵니다. 지금이야 겨울이니 큰 문제가 없지만, 날이 풀린다면 분명 풍토병과 더위로….”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단숨에 끝내고자 내가 여기 온 거 아니냐!”
야율초재의 말에 오고타이는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말을 끊었고, 대칸의 성질에 게르 내에 있는 장수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쿠추와 합류 후 양양성을 점령하려 들 것이라 믿었던 남송의 예측과 달리 오고타이 칸은 토무다이로 하여금 군사 9천 명을 지휘해 양양성을 견제케 하고는 본군은 곧장 남하하여 임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방원정이 있기 전까지 만자의 주인 놈을 데려와 내 앞에 꿇게 해야 할 것이다. 사천은 지형이 험하니 쉽지 않다 하니, 산동을 통해서 송주(宋主)를 잡도록 한다.”
오고타이칸은 과거 거란과 금이 하였듯, 수도로 곧장 진격하여 송을 굴복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송의 황도에는 분명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의 대군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수성전을 고집한다면 결코 쉬운 전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이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러든다면 그러라고 해라. 성 밖 마을과 백성들은 모든 것을 불태우고 끌고 갈 것이다. 만일 당당히 나온다면 싸워 처리하면 될 뿐이다. 다른 말이 있는가?”
오고타이칸의 서슬 퍼런 말에 쿠추에게 동행시켰다가 실수를 저질렀던 호사호는 곧바로 부복하며 외쳤다.
“만일 송이 당당히 군을 이끌고 맞서 싸우려 한다 하면 우리 예케 몽골 울루스도 싸우길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가 되면 부디 소장을 최전선에 내보내어 주시옵소서! 그렇다면 설령 전사하더라도 지난날의 죄를 씻기 위해 싸웠다는 것에 구천을 떠돌지 않을 것이옵니다.”
“흥! 말은 잘하는구나. 좋다. 회전이 일어난다면 호사호. 네게 요임을 맡길 터이니 기대하고 있거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