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27장 역적(逆賊)
해유령 전투
임진왜란 시기 신각이 이룬 임진왜란 첫 육전에서의 승전이라고 한다. 이 해유령 전투는 개전이후 파죽지세로 이어진 일본군의 척후병 70여명이 오늘날 경기도 양주인 해유령에서 경계를 게을리 하며 진군하다가 신각이 이끄는 조선군에 습격을 당하였다고 한다. 한쪽이 소수인데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당한 일본군은 전멸하였고, 조선군은 피해가 일절 없었다.
어째서 고려시대에 떨어진 내가 조선 시대의 전투를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해유령 전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크윽!”
“케에엑!”
용호군의 병사들이 쏜 편전에 맞고 쓰러지는 도적들이 보인다. 갑자기 시작된 급습에 전혀 정신을 못 차리는 초적들과 기다렸다는 듯이 화살과 돌격을 시작하는 용호군의 대결. 하물며 이쪽은 이미 전쟁까지 겪어본 적 있는 정예 중 정예다. 일개의 도적들이 맞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베테랑인 김방경의 용호군이 돌격의 선두로 나서고 그 뒤로 척인사와 유갑수가 이끄는 북방에서 입대한 신병들이 따라서 혼란 중인 도적들에게 돌격을 하며 난전 속에서 처리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김방경 휘화 별장이 지휘하는 궁술이 뛰어난 병사들이 도적들에게 사격을 가하며 적들의 정신을 더욱 흔들며 보조도 막는다.
수도 적고 급습당한 도적들인 만큼 선두에 나서는 기존의 견룡군들로서는 여타 전투들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어서 더욱 고참의 활약과 위엄을 떨치기 위해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고, 그런 활약을 뒤에서 지켜보며 가담하는 신병들 또한 비교적 안전한 전투를 겪으며 경험을 쌓게 된다.
‘아직 어설픈게 여기 저기 보이지만 베테랑을 투입한뒤 보조를 시키는 역할로는 그럭 저럭 나쁘진 않군.’
그러고 보니 대붕이가 애증을 가지고 있던 조선 배경물 대체역사 작품인 ‘암군은 되지마세.’라는 책에서도 백병전이 뛰어난 외국 출신 병사들을 투입하고 그 후 비교적 백병전이 취약한 조선군을 투입하는 식으로 전개했다지? 거기선 엄청난 개변들로 조선군이 거의 거함거포주의급 탄막과 화력을 갖추었다는데, 곧 있을 몽골과 전쟁을 생각하면 격하게 부럽게 느껴진다.
‘화포 제조기술은 둘째 치고 화약 생산과 공급 문제에서 흉내가 힘들겠지만 말이야.’
염초도 유황도 구하기가 힘든 고려에서 언제 화약 걱정 없는 탄막을 만들 수 있겠는가. 일단 화약의 중요성과 장래성을 알기에 화약 제조 건만은 결코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당장은 큰 도움을 바라긴 힘들다.
“전하. 적의 수괴를 잡았사옵니다.”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적의 수괴가 잡혀 끌려오고 있다. 저 험상궂은 산적이 거복인가? 정말 백성들을 위해 곡식을 턴 홍길동의 활빈당 같은 이들이라면 어지간하면 죄를 감면 해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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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아주 실망했다. 실망을 넘어 완전 환멸 했다. 내 앞으로 끌려온 거복은 내 예상과 달리 오만 변명을 다하며 죄를 용문창에 있는 왕심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거복을 보고 솔직히 왕심도 반신반의 했는데… 왕심은 진짜구나.’
왕심이 진짜 목숨을 바쳐 다른 백성들을 구하려는 홍길동(실존인물 말고)인걸 안 이상 죄를 감면시켜 주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알겠느냐. 너는 수괴는 커녕 진범 조차도 아니다. 그럼에도 수괴를 자칭하여 이곳 백성들의 죄도 무겁게 하고 있다. 그것이 너의 세 번째 대죄다.”
웅성. 웅성.
주변의 웅성임은 더욱 심해졌다. 그야 그럴 것이다. 자신들이 믿었던 의적 홍길동이 알고 보니 변사또 였으니 충격이 어찌 없으랴.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고 내가 친 거짓말들도 진실이어야 저들에게도 100보 나은 처벌를 받을 것이리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다시 소란을 부리느냐! 정녕 치도곤을 당해봐야 닥칠 셈이더냐!”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지면서 김방경은 다시 호통을 치자 백성들도 다시 조용해졌다. 왕심도 말하기가 어려우리라 예상과 너무 달라진 상황과 자신의 처지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가에 따라 백성들의 죄의 무게가 달라질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네가 목숨을 바쳐한 고언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일터, 그렇다면 너희들은 거복이라는 악도에게 이용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역적들과 너희들을 동일시하고 같은 벌을 내리는 것 또한 가혹한 일이다.”
“그, 그렇습니다! 전하.”
당황한 채 맞장구 치는 왕심. 아직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모습에서 죽을 각오는 다졌을지 몰라도 이런 상황은 익숙치 않은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다시 술렁이는 백성들. 정말 나의 말 한마디에 일일희비 하는 지경이다.
“이곳에 배급을 받으러 온 자들은 이곳 용문창의 미곡들을 일부 가져가 인근 세가 올라 허덕이는 이들에게 베풀도록 하라. 이는 과인이 구휼미를 앞서 내도록 하는 것이니 그들은 구휼미를 앞서 받은 것이 되는 것이다. 허나 여기 있는 이들은 조정의 병사를 죽인 자들에게, 그 미곡이 허락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받은 것이니 너희들에겐 죄가 정녕 없다고는 할수 없으며 죄를 묻지 않을수도 없으니 벌도 내리겠다. 여기 있는 그대들은….”
대창의 미곡을 함부로 들고 간 죄와 이후 상황을 생각하면 가벼운 처벌이라 생각한다. 이어서 왕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직도 상황이 어떻게 흐르는지 체감이 안되는지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힘없는 이들을 위해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그 자세는 훌륭하나, 너는 조정의 병사들을 죽이고 무단으로 조정의 대창을 약탈하였으니 그 죄는 다른 백성들과는 다르다 할수 있다. 이에 변명할 것이 있느냐?”
“……없사옵니다. 현명하신 태자 전하의 결단에 감복할 뿐이옵니다.”
왕심은 이미 삶에 여한이 없는지 포기한 듯 하다. 백성들을 살려주고 큰벌을 받지 않는 것에 이미 만족한 것이 겠지. 이제 목을 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허나, 거절한다. 왕심은 해야 할 것이 있다.
* * *
-개경 본궁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이오? 혹여 지금 상황에 대해 아는 자가 있소?”
“태자 전하께서 환도하시어 소집령을 내리셨다고 들었네.”
“태자 전하께서 환도하시다니? 태자 전하께서는 오늘 남방으로 순회한다 하시어 떠나시지지 않으셨던가?”
“무슨 일로 다시 환도하셨는지는 나도 모르겠소이다.”
그들은 어째서 오늘 출발했던 세자가 돌아와 대다수가 퇴청한 늦은 시간에 대관전으로 자신들을 부르는지 몰랐다. 일부만이 오늘 낮에 선의문 밖에 피어오른 연기를 짐작하고 있었으나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였다. 그저 명이 내렸으니 등청을 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호기심과 의하함을 가지고 있으나 두려움이나 심각함은 가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작금의 세자는 이제 14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가볍고도 생각과 어설픈 기분은 대관문을 지나면서 대관전으로 향하는 길 양 옆으로 무기를 든채 흉흉하게 사열하고 있는 견룡군들을 보게 되면서 단번에 깨졌다.
“!!!”
단단히 무장을 한 채 양옆에 사열한 병사들을 본 순간 나이가 많고 적음이 상관없이 수군거리고 있던 신료들의 입들은 단체로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 마냥 조용해졌고, 발걸음도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변하며 사열한 견룡군들 사이를 걸어갔다.
정변(政變) 대관전에 사열된 견룡군들의 모습에서 그 단어를 떠올린 것은 결코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늙은 신료들 중에는 정변이 일어났을 때를 직접 경험한 자들도 있고 젊은 신료들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정변은 언제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
그리고 적막한 대관전 안에는 옥좌 앞에 언제나처럼 의자에 앉아 있는 어린 세자가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둘씩 신료들이 대관전 안으로 들어가고 마지막 한명의 신료가 대관전 안으로 들어온 순간 대관전의 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닫히며 외부의 빛을 차단 시켰다. 다행이 대관전 내부에는 불이 피어져 있어 암실 처지는 면하였으나 넓은 대관전을 전부 비추지는 못하였다. 부족한 불빛은 안그래도 어두운 전내의 모습은 더욱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전내에 있는 신료들을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문이 닫히고도 한참 동안 세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신료들도 침묵했다. 누군가가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똑똑히 들리게 되고 숨소리조차 시끄럽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조정을 배신한 이가 누구냐?”
비로소 세자의 침묵이 깨지고 대관전에는 파란이 당도했다.
* * *
“저, 전하. 그것이 무슨 무슨 참람한 말씀이시옵…?”
“용문창이 습격 받았다.”
두서 없이 튀어나온 무미건조한 세자의 말 한마디에 대관전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기를 본 일부와 뭔가 위험함을 직감한 이들은 표정을 굳힌다.
“경들이 황도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용문창이 습격을 받았다. 회빈문(남대문)에서 연기를 본 과인은 이상함을 느껴 군을 끌고 초적들의 수괴를 소탕하였다. 한낱 초적들 따위에게 국가의 대창이 습격받고 그 수괴가 도주를 할 때 까지 황도에 있던 경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였단 말이냐!”
“저, 전하.”
대창을 습격받는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넘어갈수 없는 문제였던 만큼 그들은 아무런 변명도 할수 없었다.
“중경유수병마사. 김인경은 고인의 말이 들리는가?”
“ㅇ,예!”
“그대는 황상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이 황도를 지킬 의무를 가지고 있다. 맞는가?”
“그…렇사옵니다.”
“그것은 성안의 문제만 해결한다는 것이고 성밖의 문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냐? 용문창이 사라지면 황도 병력들에게 주는 미곡은 어디서 보급하는 것이냐? 그대는 이에 대해 다른 대창들이 있으니 큰 문제 없다고 여겼느냐?”
“아니옵니다! 전하. 결코 그렇지 않사옵니다. 소장은 소식을 듣고는 어사대의 보고를 받자 마자 군을 보냈사옵니다.”
“그래. 그렇게 보낸 병력이 남대문에서 출발했던 과인의 군대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용문창에 당도 하고 나서야 왔느냐? 그대는 황도 밖 코앞인 용문창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더냐!!”
“저, 전하. 죽여주시옵소서!!”
세자의 노기 가득한 호통에 김인경은 쩔쩔 매며 고개를 숙이며 용소를 빌었다. 그러나 세자의 노기는 그런 말 한마디로 멈추기에는 너무나 컸다.
“이건 군과 어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묻겠다. 그대들 중에 조정을 배신하고 초적들과 손을 잡은 자 누구냐?”
“전하. 거짓을 고하고 ‘조정을 배신한 이’라니요. 듣기 참람하옵니다.”
조정을 배신했다는 발언 만큼은 그들도 묻지 않을수가 없었다. 용문창 문제만 해도 큰 문제였으나 조정을 배신하였다는 말을 용납했다가는 이견 없이 역모자가 내부에 있다는 말이었다. 역모죄는 그 어떤 죄보다 무겁고 불명예이며 용서 받을수 없는 대죄다. 일찍이 정변의 명분으로 학살을 벌였을 때도 그 명분이 이 역모죄가 아니었던가?
“용문창을 습격한 초적들의 수괴. 거복은 용의주도 하게도 용문창을 습격한 후 패를 두 개로 나누었다. 그 중 하나는 탈취한 미곡을 들고 도주하던 수괴 본인이 이끌던 무리였고, 하나는 자신들이 이용당한 것도 모르고 용문창에서 백성들에게 곡식을 배부하던 잡범(雜犯)들이었다.”
“백성들? 하오면 백성들이 조정의 명도 없이 도적들의 말만 듣고 용문창으로 갔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미곡을 나눠준다는 말만 믿고 그들은 용문창에 왔다고 하였다.”
“그런…. 감히 나라의 재산을 탐하다니…”
“전하. 이는 아무리 무지하다고 해도 용서할수 없는 일이옵니다. 속히 도적들에게 양식을 받은 자들을 전부 압송하고 일벌백계를 하시옵소서!”
누군가 배급을 받으러 온 백성들의 죄를 묻기 시작하자 신료들은 너도 나도 고개를 들어 백성들을 잡아 벌을 줘야 한다는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곧바로 대관전을 울리는 호통 아래에서 단숨에 무산된다.
“닥쳐라!”
어린 아이의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호통이 대관전에 울려퍼진다. 어느 때보다 노성이 섞여 있는 세자의 호통에 신료들은 깜짝 놀라며 다시 움츠러 들었다.
“무지한 백성들도 나라의 재산을 훔치는 것이 중죄임은 잘안다. 그런데 그대들은 그들이 어째서 나라의 명도 아닌 소리에 용문창으로 직접 오며 죄를 범한 것에 대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단 말이냐!”
“전하. 그것은 그렇다 하여도 나라의 재산을…”
“수괴 거복은 용문창을 떠나 경기로 도주하고 있었다고 과인은 분명 말하였다! 그 수괴가 도주하기 위해 잡범들을 미끼로 둔 것이 명백하지 않느냐! 심지어 백성들과 용문창의 도적들은 과중한 세금에 배를 곪고 있어 중죄임을 알고도 소집하였다고 고하였다. 지난 날 그대들은 분명 과인에게 말하였을 것이다. 황성 밖 백성들이 난을 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며, 무사태평 하다고 말이다.”
그리 말하며 세자는 신료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듯 천천히 둘러보며 노려보았다. 시선을 받은 신료들은 떨며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하고 침묵한다. 수군 거리던 대관전 안이 다시 적막한 침묵의 공간으로 변모할 때 쯤 그들도 세자가 어떤 끔찍한 추측을 하고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하, 하핫. 그래. 그런가.”
그들이 깨닫는 동시에 침묵 속에 잠겨 있던 세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탄성이 섞인 자조의 매마른 웃음소리가 대관전에 오싹하게 울려퍼졌다.
“사재승(司宰丞) 정길은 나오라!”
“예, 옛!!”
“그대는 과인에게 황도 밖 백성들이 몽고와의 승전 이래로 무사태평하고 황실을 칭송하고 있다고 혀를 닳도록 말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본 저들은 하나 같이 살이 홀쭉하고 배를 곪고 있었느냐? 그대가 보기엔 저 모습이 무사태평한 모습이 이더냐?”
“저, 전하. 그, 그것은…”
“황성과 벽란도 외 모두 세금이 올랐는데 황도 밖 백성들도 무사 무탈하여 전혀 문제가 없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과인은 황도 밖 세금 문제를 도적들과 백성들의 입에서 듣고나서야 겨우 알았도다.”
세자의 말이 계속되는 동안 정길은 신체는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었다. 아니 떨고 있는 것은 정길만이 아니였다.
“큭…하,하하하.”
이제는 광기까지 느껴지는 자소와 같은 실소가 대관전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일찍이 진대(秦代:진나라 시대)에 간신 조고는 나라가 휘청이며 반란이 극심하고 혼망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자 진의 이세황제(二世皇帝 진나라의 호해를 말함.)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들어 두고 두고 비웃음과 욕을 들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더냐. 너희들은 지금 과인을 이세황제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냐?”
“저,전하! 그, 무슨… 아니옵니다. 소인들은…”
조고는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최초의 통일 왕조를 만든 진시황의 환관으로 태자 부소를 다음 황제로 삼으라는 황제의 유언을 받아놓고 권력을 가지기 위해 일부러 부소 태자와 공신들을 죽이고 아둔한 호해를 황제로 세웠다. 그리고 갖은 가렴주구를 다 벌이고, 반란이 일어나는데도 문책을 받기 싫어 반란이 없거나 진압이 되었다고 거짓을 고하며 눈과 구를 가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세황제를 죽이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조고는 중국에서 간신중 간신, 역적 중 역적이라는 대명사 중 하나로 불리고 있었다. 특히 진나라를 멸망하게 만들었으며 이세황제 호해는 후대에 두고 두고 손꼽히는 무능한 암군으로 만든 조고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세자가 얼마나 화를 내고 있고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 한지를 단적에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네놈이냐? ‘나(余)’에게 거짓을 고하고 도적과 손을 잡고 용문창을 약탈하는 것에 일조한 내부의 배신자가?”
“저,저,전하 아니옵니다. 소인은 결백하옵니다!”
다시 지목을 받은 정길의 얼굴은 단번에 창백해졌다. 지목을 받지 않은 다른 신료들이라고 그 처지는 다르지는 않았다. 그들도 세자가 지금 의심할수 있는 것은 정길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