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28
28화. 28장 역모를 논하여 고삐를 채우다.
“견룡군 낭장은 들라!”
세자의 호령에 얼어붙은 듯 꿈쩍도 않던 대관전의 문이 ‘덜컥’ 열리면서 여타 견룡군들과 단단히 장비를 갖춘 김방경이 성큼 성큼 대관전 안으로 들어와 함을 내가 있는 계단 밑에 내밀었다. 신료들은 함에는 소금과 잘린 거복의 목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곤 저마다 ‘헉’ 하며 숨을 삼켰다.
“히이익. 저,전하. 소인의 결백을 믿어주시옵소서!”
“너는 어째서 과인에게 증세에 대해 고하지 않았느냐?”
“그,그,그, 그것은, 마, 많은 정무로 피곤하신 전하의 피로를 덜게 하기 위해 작은 일들은…”
정길이 당황한 듯 변명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말도 끝나기도 전에 세자는 폭발했다.
“이 개새끼야. 내가 이통의 난을 진압 후 너희들에게 누누이 강조한 것이 민심이고, 황상께서도 전국의 백성들을 위무하라 명을 내리시며 나에게 내린 직위도 [오도양계안무사]다. 그런데 수취가 심해진 상황을 고하지 않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데 곡해하여 놓고 한다는 변명이 그것이냐! 네놈이 정녕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은 물론이고 황명과 조정도 얕보는 구나! 네놈이 거복과 손을 잡은 게 아니라면 어찌 이리도 아조의 황실과 조정을 능멸한단 말이더냐!! 견룡군들은 뭐하느냐. 당장 저놈을 끌고 가라!”
사실 사재승 정길에게 현 상황은 억울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애초에 사재승이란 관직 자체가 군부는 커녕 어사대에도 이렇다할 권리가 없는 사재시에 속한 관직이다. 그저 다른 대신들과 상국의 눈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말을 따라 한 것이 세자는 자신에게 용문창의 일을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자가 사재승을 두고 말하는 것은 사재승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거짓을 고하거나 알리지 않은 이들 전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기에 직접적으로 질책을 받지 않은 대신들이라고 간담이 서늘한 것은 정길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전하! 전하! 살려주시옵소서! 저는, 소인은… 그저 상국과 전하 사이의 불화가 없도록 하기 위해 고하지 않은 것이옵니다. 전하! 전하—!!”
순식간에 대관전으로 들어온 견룡군 병사들에게 끌려가면서 진실을 토해내며 끝까지 발악하는 정길이었으나 대관전 밖으로 끌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더 이상 발악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러운 침묵이 대관전 내의 신하들의 염통을 더욱 조여드는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였다.
“너희들이 겉으로는 명을 따르는 척 하며 청하상국의 눈치만을 보며 태업하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허나, 청하상국께서 언제 너희들한테 민심을 곡해하여 사건을 터트리라고 하였으며, 도적과 내통하여 용문창을 털라고 지시했단 말이더냐? 너희 전부가 상국을 방패삼아 민심을 어지럽히고 황실과 조정을 능멸하였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너희가 상국께 책임을 넘기려 한다면 좋다. 지금 당장 심도에 서신을 보내 물어서 이 일에 대해 따져보자구나. 그렇게 되면 너희는 나와 상국은 물론 황상의 진노와 벌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저,전하! 소인들의 결백을 믿어주시옵소서!!”
“소인들의 결백을 믿어주시옵소서!!”
상황이 걷잡을수 없게 흘러가며 기어코 세자가 직접적으로 따지기 시작하자 잠자코 있던 신료들도 더이상 침묵 해봐야 답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직도 결백을 운운하며 자백치 않겠다는 것이냐? 좋다. 모두 구금하여 철저히 조사하겠다. 감히 나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업신여기고, 능멸하고 급기야 도적들과 손을 잡고 조정의 대창을 탐한 죄, 민심을 가벼이 본 죄, 기타 도저히 입에 담을수 없는 죄들을 벌인 것을 좌시하고 넘길수 없다. 조금이라도 관련되거나 의심스러운 자들은 모조리 문책하여 황실과 나라를 기망한 자들을 처벌하여 나라의 지엄함과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이다!”
그 외침과 동시에 대관전의 문이 다시 열리며, 대도와 쌍검을 쥔 장정이 들어왔다. 세자의 호위무사 격인 척인사와 유갑수였다. 그들은 대관전의 신료들이 저항이라도 했다간 당장이라도 벨 것 같이 전내의 사람들을 노려보았고, 그에 따라 신하들의 안색도 시퍼렇게 변했다.
심도의 조정에 고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뻔하였다. 왕이 천도한 후 개경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이 아무리 좋게 말해도 심도 조정에 있어서도, 최우에게서 있어서도 2군에도 미치지 않는다. 즉, 최우에게 있어 자신에게 악영향이 끼쳐진다면 잘라버려도 문제가 없는 이들이 었던 것이다.
“전하! 부디 관용을 베풀어주시옵소서.”
“전하! 굽혀 살펴주시옵소서!!”
“소인들은 결단코 황실에 역모를 범할 의사가 없사옵니다!”
이제 정말로 세자의 말 한마디에 자신들의 목숨이 달려 있음을 깨달은 신료들은 나이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너도 나도 대관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만 어린 세자의 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
이미 지나갈대로 지나간 상황에서 홀로 서있던 중경유수병마사 김인경도 마른 침을 삼키고는 세자 앞으로 나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그들에게 관용을 청하였다.
“저, 전하. 이들에게 한번만 관용을 베풀어주시옵소서!”
김인경은 중경유수병마사라는 직위로 임무 또한 개경의 방어를 담당하는 만큼 세금과 민심의 문제에선 조금 떨어진 입장이긴 하였으나 그도 용문창의 문제에 대해 크게 말할 처지는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여기서 나서지 않는다면 젊은 세자에 의해 정말 피바람이 불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전하. 저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주시 옵소서.”
“관용? 지금 유수는 나에게 관용을 베풀라 하였는가?”
““소인들의 결백을 믿어주시옵소서! 전하!””
“닥쳐라!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무엇이 결백하다고 그러는 것이냐! 너희들은 가증스럽게 결백을 운운하지 마라!”
적의를 숨김 없이 터트리는 세자의 노성에 신하들은 움찔하며 호소가 멈추었고 잠시 소란이 소강된 순간 김인경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청하였다.
“저들이 결백….하지는 않을 지언정 도적들과 손을 잡아 용문창을 치고 황실에 역모를 품었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 이실지도 모르옵니다. 부디, 관용을…”
“그렇다면 그대가 벌인 것과 저자들이 정녕 나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 저 수괴가 벌인 일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고, 이 사태에 대해 정녕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냐!!”
““전하. 살려주시 옵소서! 부디 관용을 베풀어주시옵소서! 전하!””
“살려주시옵소서! 전하!”
침묵하는 세자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신료들은 목이 터져라 빌고 또 빌었다. 수분 동안 계속 되는 탄원과 애원 속에서도 세자는 화가 가라 앉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는지 기어코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려와서는 김방경의 칼을 빼들었다. 서슬퍼린 출검 소리에 신료들 전원은 약속이라도 한듯 탄원을 멈추었다. 겨우 다시 침묵을 되찾자 세자는 한참 동안이나 성난 숨소리를 고르며 화를 삭히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좋다. 너희들이 내통을 하였다는 죄는 일단 묻지 않겠다. 허나 나의 눈과 귀를 가리고 도적들의 배후로 의심되는 짓을 벌인 너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니 근방의 흉흉한 민심을 돌려라.
첫째. 너희들은 지금 당장 이번에 휘말린 백성들과 잡범, 진범을 구분시켜라. 진범 외에는 누구의 탓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니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과한 벌을 받는 다면 책임자는 물론 그와 관계된 모두를 내가 친히 국문을 하여 수괴와의 관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둘째. 근래 들어 세금이 갑작스럽게 늘어 도성과 벽란도 밖에는 배를 곪는 백성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들을 구휼하기 위해 대창을 열려고 하니 후일 만에 하나라도 조정에서 세를 늘려도 지금 내리는 은사미만은 거둬들이지 않게 하라. 만일 은사미를 내렸는데 거둬들인다면 민심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흉흉해질 것이다. 너희들 중 나의 이 말을 자기 마음대로 편히 해석하는 자가 있다면…. 좋다. 막지는 않겠다. 허나 이후 그 자 또한 재조사의 대상이 될 것임을 명심하라.
셋째. 도적의 사태가 일어나고 북방도 아직 평안하지 않으니……
(중략)
이상 모든 일들을 너희는 해야 할 것이며, 두번 다시는 나를 속여서도, 속이려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알겠는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 * *
궁을 나온 신하들은 아직 온전히 붙어 있는 자신의 목을 매만지고 난후에야 겨우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세자가 눈과 귀를 가렸다는 죄만은 없었던 것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전 내에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그에 대해 따질수는 없었다. 속인 것은 사실이었고, 지금 중요한 것은 도적과 손을 잡고, 대창을 노리려고 했다는 것에 역모죄를 모면했다는 것이 었으니 말이다.
“후,후우. 주,죽다 살아났소. 그려.”
“요,용문창이 습격당하여 아닌 밤중에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이오.”
“그보다 놀랐소. 설마 그 어리신 태자 전하께 이리도 무서운 면모를 가지고 계셨을 줄이야.”
세자가 이통의 난과 다루가치 처리 문제, 그리고 서경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친정하였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어디까지나 귀로 들은 것이 전부였다. 말그대로 얼굴을 보인 정도라고만 생각하였다. 실제 서경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가끔씩 치기어리거나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였으나 언제나 자신들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겸양하는 표현을 자주 쓰던 어린 세자였다. 그렇기에 방금전 대관전에 보여준 모습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라고 할수 밖에 없었다.
“자,자. 모두 진정하시오. 이번 일은 태자 전하께서도 격정적으로 되어 보여주신 모습이 아니오? 거기에 이번 문제는…”
“그,그렇소. 솔직히 지금까지 우리들이 너무 한 것은 사실이오. 태자 전하 말씀대로 황상께서 내리신 명령은 ‘태자가 전국을 위무하라’는 것인데 황도 밖의 문제를 줄였으니… 일이 벌어진다면 상국께서 우릴 구명해주시겠소? 이후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 다면 나는 그대로 고할 것이오!”
“나, 나도요! 오도양계안무사이신 태자 전하께 백성들의 상태를 숨기는 것은 황명을 거역하는 것이지요. 알려야 합니다!”
별안간 일어난 대창 습격 사건. 세자의 귀환과 분노. 갑자기 일어난 사태들이 어찌 무사히 끝난 것에 신하들 우선 살아남은 것에 만족하며 집으로 떠났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그들끼리 말해보았으나 그들 스스로도 그것은 바램일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중 그 누구도 오늘의 일을 다시 목격하고 싶은 자는 없었다.
* * *
-강화도 조정
용문창 습격 사건은 은밀히 그러나 재빠르게 심도로 보내졌고, 그 보고를 들은 조정은 다시 한번 가슴을 떨어야 했다.
“태자가 또 공적을 올렸구나. 잘했다. 잘하였어. 너무나도 잘하였다. 보아라. 짐의 태자가 또 국란의 문제를 해결하였도다!”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고려왕은 세자를 거듭 칭찬하였다.
고려는 요 몇 년 사이 난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다. 작년부터 일어난 일들만 잡아도 이통의 난, 몽골의 침입, 충주의 난, 여기서 이번에 또 난이 일어났다. 하물며 왕도 부근의 백성들이 도적들을 따르고 있었다는 것이 전국에 퍼지고 알려졌다면 조정의 위신은 크게 실추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그런 문제를 황실에서 그것도 세자가 그 누구보다 재빨리 진압하고 대응하였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짐이 보기엔 세자가 무척이나 대응을 잘하였다고 생각하는데 청하상국은 이를 어찌 생각하는가?”
주변에서 만류나 제지가 없는 것을 확인한 고종은 그대로 권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왕의 물음에 잠자코 있던 권신도 입을 열었다
“신도 폐하와 같은 심정이옵니다. 태자 전하의 눈과 귀를 막고, 백성들을 등한시하여 민심을 이반시킨 사재승 정길을 참한 것은 실로 옳은 일이옵니다. 조정에서 연등회를 개최하기 위해 세를 거두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백성들을 고난하게 하고 조정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었습니까?
모두 국난을 넘기고 앞으로의 태평성대를 기리고 나아가 아조의 모든 백성들 안정을 위해 소신들과 폐하께서 결정을 내리신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한 조정과 황상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무지한 백성들을 업신여기고 소홀히 한 사재승을 벌하고 민심을 다독인 태자 전하의 공이 어찌 작다고 할수 있겠사옵니까. 상을 내려 치하하는 것이 맞다 사려 되옵니다.”
그렇게 말하는 최우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아 잠시 멈칫한 고종이었으나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탄성을 자아내며 화색어린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런가. 청하상국도 그리 생각하는가? 옳다. 옳은 말이로다! 상을 주어야 하고 말고! 여봐라. 요전에 태자가 올린 상소의 내용이 무엇있더냐?”
“-하오나!”
그때 최우의 입은 다시 열렸다.
* * *
“하하하. 쌀이네. 쌀이야!”
“이게 꿈이야. 생시야? 연등회니 뭐니 해서 심도로 세금을 거둬갈 때만 해도 다 죽으라는 줄 알았는데 황성에서 곳간을 열어 내려주시다니!”
“자네 못들었는가? 태자 전하께서 몽고와의 전쟁이 종전시킨 것과 나라의 안녕을 기리기 위해 은사미를 내려주신 것이라네!”
“그거 정말 기쁜 소식이구만!”
“태자 전하! 천세! 황제 폐하! 만세!! 대고려국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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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조정에서 운흥창을 열어 구휼 할 것을 허락한다는 성지가 내려 왔사옵니다.”
“그런가. 그거 참으로 다행이로다.”
교지는 이제 내려왔지만 미곡 자체는 이미 푼 상태다. 또한 실제로 퍼준 대창도 운흥창이 아니라 용문창과 운흥창이다. 좀더 정확히는 용문창에서 퍼주고 그 소비한 미곡을 운흥창에서 꺼내 용문창으로 채웠다. 용문창은 군량미가 주용도인 만큼 채워둬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경 인근 지역에는 올랐던 조세도 감했다. 역까지는 무마할수 없었지만 부담이 낮아진 졌고 여기에 조세까지 내려오니 인근 백성들의 민심은 다시 회복하다 못해 더욱 올릴수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 베푸는 미곡들은 거둬들인 것 이상이다. 뺏은 것의 일부만 주거나 그대로면 불만이 사그라 들겠는가? 참고로 이 용문창과 운흥창에서 사용된 미곡의 일부는 개경 귀족들과 신료들의 재산에서 어느 정도 부담 했다.
개경의 귀족들은 참으로 충성스럽고 민심을 중요하게 여기며 인의예지를 이해하고 천지의 뜻을 받드는 자들이라 고통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아니 마치 자기들 일처럼 우는 얼굴로 각출하여 바쳤으니 정말로 기쁘다.
‘…는 개뿔. 숨겼던 것을 용서하고 용문창의 문제와 관련되어 착복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겠지. 어찌되었든 국고를 채운 것에 대해선 잘했으니 일단은 넘어간다.’
“용문창의 문제 또한 전하의 의견을 받겠다 하였사옵니다.”
“그러한가. 그렇다면 당장 일가 전원 북방으로 사변토록 하라.”
원인이 불쌍하고 나도 죄를 감면한다고 많이 궁리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허락없이 쫄래 쫄래 온 것을 용서할 수는 없기에 용문창에 배급을 받으러온 자들의 일가. 총 87가호는 전부가 북방으로 전가사변 하기로 결정했다. 형식상으로는 근래 들어 잦은 침입과 전쟁으로 북방의 인구가 줄어들고 마을들도 피폐해져 이들을 보낸다는 것이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내가 저들을 전가사변 시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사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쫒겨나 강제로 이주 되는 것에 누가 기뻐하겠는가? 그러나 저들은 용문창의 사건으로 좋든 싫든 개경성 내의 귀족들과 신료들은 물론 강화도에 있는 최우 세력 측에서도 눈 밖으로 나갔을 위험이 있다. 저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개경을 떠났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고 내가 눈치를 채면서 저들의 처지가 좋지 않게 되었으니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사건은 해결 되었지만 이 상항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앙심을 품는다면 세자인 나에게 해코지를 하겠는가 아니면 약한 저들에게 해코지를 하겠는가? 최우 문제만 해도 힘들 판에 개경성 사람들도 저들을 적대한다면 이제 개경을 떠날 나로서 그들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저들의 화가 풀릴 때 까지 견디라고 할수 없어 북방으로 보냈다. 그 자리에서 사변에 대해 말하자 불만이 전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방으로 가면 배를 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하자 그나마 순순히 따라주었다.
결과만 본다면 이렇게 개경 인근 일대는 올라갔던 세금은 다시 낮아지고, 백성들은 주린 배를 채우고 왕가와 나라를 칭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걸로 문제는 완벽히 해결된 것일까? 라고 한다면 나는 쓴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언발의 오줌누기 정도라고는 예상 했지만 이렇게 나왔나. 최가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