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35장 떨어지다.
안동은 지난 동경의 난에서 친 조정편을 들어 동경이 경주로 격하되었을 때 되려 대도호부로 승격한 곳이다. 이 때문에 안동의 대도호부라는 명칭 자체가 동경민들과 신라부흥을 지지 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좋게 보일수가 없는 곳이다.
그가 추천한 이유또한 그런 안동인 만큼 동경의 난에 찬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판단과 함께 안동대도호부의 주현군이 상주목 다음으로 많은 약 2천 6백여명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안동 대피를 부정했다.
“그 또한 중책이다. 안동으로 가는 길에 매복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있으며 안동은 상주와 달리 길목에 있는 것은 아니나 실제 일이 벌어진다면 상주목의 군대가 움직이기 쉽지 않은 것을 염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안동으로 가는 것은 동계나 양광도의 지원군이 경상도로 올 때까지 사실상 고립되게 된다. 그렇게 될시 반란군이 안동은 포위만 한채 안동 이남 지역 경략에 힘을 쓴다면 경상도의 피해는 커지고 전쟁도 길어지게 될 것이다.”
적들도 안동과 혹시 모를 상주를 견제하기 위해 군대를 일부 빼놓긴 하겠지만 경상도 남부 지역들 자체가 대부분 주현군의 규모가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경상도 남부는 고려에서도 손꼽히는 재원 지역이다. 동경의 난을 진정으로 빨리 끝내려고 한다면 재원지역인 경상도 남부를 빼앗기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 상주목에 이어 안동마저 거절당하자 잠자코 있던 김방경도 입을 열었다.
“진주목을 거점으로 하실 것이옵니까?”
대구는 신라 시기에서 천도로 거론되었던 지역이긴 하나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이 시기 대구현은 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구가 속한 경산부 자체가 경주와 밀접하고 인근 지역 대부분이 동경 반란군과 관련되었을 것도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김방경이 언급한 진주목은 안동대도호부나 경산부 보다 주현군의 규모가 적긴 하나 거리나 위치적으로도 경상도 남부의 중앙에 위치하여 동경반란군의 대항의 거점으로 삼기에는 알맞은 곳이라 할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라도 이게 단순한 전쟁이라면 거점으로 진주목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니, 금주(金州:오늘날 김해) 방어관으로 갈 것이다.”
금주라고 말한 순간 여기저기서 우려의 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김방경 또한 정색하며 반대했다.
“금주 방어관은 아니되옵니다! 전하. 금주의 병력은 경산부 보다 적음은 물론이고 동경과도 가까워 맞서 싸울 병력이 부족합니다.”
예전에 역수가 고려 중기 시절 김해는 금주방어관으로 그 격이 신라 시기와 고려 초기에 비해 매우 떨어졌다고 말해준 기억이 있다. 거기에 후기와 달리 왜구에 대한 경계도 약했고, 동해안과 달리 여진족들과도 큰 인연이 없어 금주의 주현군은 1천도 안된다고 하였다.
“금주만의 병력으로 싸울 생각은 없다. 진주목과 거제,남해 등 경상 전부에 파발을 띄어 금주에서 군대를 규합하여 과인이 군을 이끌고 싸울 것이다.”
“전하! 그렇다면 굳이 금주로 갈 필요가 없사옵니다!”
김방경의 언성은 점점 높아진다. 그에 따라 내 목소리도 높아진다.
“아니. 내가 금주로 가야한다! 적들이 이미 동경 일대 모든 지역과 연계를 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남부에 있다면 상주와 안동을 점령하기 이전에 남하부터 하려고 할 것이다.”
“전하. 전하께선 어찌하여 그렇게나 옥체를 가벼히 여기시는 것 입니까?!”
김방경은 호통에 가까운 언성은 실로 진지하여 노기까지 섞여 있었다.
“전하. 동경의 세력이 아무리 크다 한들, 결국 조정의 원군만 기다리면 진압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사필귀정 남은 것은 시간 문제뿐이옵니다. 하온데 어찌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강을 건너 시려는 것 입니까? 소장은 황실 친위군. 견룡군의 낭장으로서 전하의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시려는 것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김방경의 말대로 나는 내 몸을 너무 가벼히 여기는 행동을 많이 하였다. 당장 이번 전투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안된다. 이 시대를, 이 역사를 바꾸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김 낭장.”
“예. 말씀해 주시지요!”
“…과인은 그에 대한 답을 예전에 경에게 이미 말하였다.”
“전하?”
“뜻을 알고자 한다면 서경에서의 과인이 한 말을 떠올려라. 그것이 과인의 답이다. 전군 금주로 간다!”
어안이 벙벙해 하는 김방경을 뒤로 하고 서둘러 군을 정비하고 군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와 견룡군이 경산부에서 벗어났을 때 쯤 김방경은 사라져 있었다. 그것이 김방경은 스스로 선택한 길인 것이다.
* * *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시절부터 존속해온 명문 배씨의 타리 장군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채 말을 채찍질 했다.
“말후 장군이 전사하였다는 보고는 최공(公)과 노야께는 전해드렸느냐?”
“이미 동경으로도 파발을 보냈나고 하오니. 지금 쯤은…”
“어째서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자신이 동경 인근 경산부 일대를 포섭하고 말후 장군은 고려 태자를 데려와 거병의 허수아비로 낸다. 그 계획이 시작 부터 엉망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쌔하게 들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차후 다른 지시가 내려올지는 모르나 우선 태자를 잡아야 한다! 만약 태자가 상주로 갔다가는 잡을수가 없게 된다.”
퇴각하는 군대를 우연히 만나 보고를 듣자마자 서둘러 태자를 쫒고는 있으나 어찌 될지는 자신할수 없다. 그렇게 추격을 하던 그들 앞에 말을 탄 기사 하나가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장군! 전방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누구냐? 아니 태자가 우선이다. 무시하고 가라.”
말후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주한 세자를 잡는 것이다. 전방에 장판파의 장비 마냥 가로 막고 있는 자가 대관절 누구인지는 모르나 지금 그를 신경쓸 이유는 없었다. 그대로 짓밟고 가는 수 밖에 없으리. 하지만 곧이어 들린 기사의 외침에 그들은 무심코 반응을 보일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고려 태자를 호위하는 용호군의 낭장. 김방경이다! 지금 동경 거병의 충신들을 만나기 위해 남았다!”
“머, 멈춰라!! 전군 멈춰라!”
* * *
-동경
“그게 무슨 소리오? 태자를 데려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말후 장군 또한 죽었다니!”
“고작 3백도 안되는 병력을 잡지못하고 퇴각 했다는 것을 보고라고 하느냐! 필시 잘못된 보고 일 것이다!”
“최공!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니 믿어달라고 해놓고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이오!”
세자를 잡지 못하고 되려 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경의 귀족들은 단번에 혼란의 연속과 계획을 감행한 최산에 대한 질책이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킨 것은 노야였다. 노인은 세자를 놓쳤다는 걸 들은 직후 곧바로 현 상황의 문제를 지적하며 위험을 상기 시켰다.
“최산. 태자를 놓쳤다면 이 거병의 주체가 흔들리게 된다.”
“하오면 노야께선 어찌하란 말입니까? 거병은 이미 일어났고 태자 또한 거병을 알게 되었는데 이대로 순순히 목을 내밀어야 한단 말입니까?”
“최산! 노야께 무례하네!”
최산의 말은 무척이나 거칠고 날카로웠다. 말후는 그의 당여였고, 그가 보기에 노야는 처음부터 거병을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지금도 자신을 질책하려 든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야는 그런 예상과는 정 반대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미 거병을 시작한 이상 그만둘수는 없다. 우리가 태자를 놓친 것은 안타깝긴 하나 다행히 아직 백성들은 그것을 모르며 거병을 내건 기치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다시 신라 부흥을 내걸고 옛 신라의 백성들을 궐기 시켜라!”
“……노야?”
거병을 미루자는 줄 알았던 노야가 되려 적극적으로 나서자 최산이 당황하며 분노조차 잊고 노야를 바라보았다. 일찍이 거병을 일으키자고 할때 마다 번번히 때가 아니라고 미루던 자가 노야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단 말인가? 그런 최산을 향해 노야는 더욱 다그쳤다.
“태자를 놓친 이상 고려 중흥의 기치로 내걸어보았자. 태자가 대립을 하며 납치한 것을 알리는 순간 반감만이 나올 것이다. 그리 되면 후일 신라 부흥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 그러니 퍼져 있는 당여들에게도 서둘러 전하라. 태자의 도주와 오늘 내로 태자를 잡지 못할 경우를 이르긴 하나 신라 부흥의 기치를 내걸어 귀족들과 백성들을 부추기라고!”
노야의 말에 최산은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신뢰하던 장군의 죽음도, 기대하던 세자의 납치도, 큰맘먹고 주도한 계획의 성패도 지금 나온 노야의 말 앞에서 모두 잊혀졌다. 그렇다면 어깨를 들썩이는 최산이 지금 느낀 것은 분노인가? 공포인가? 충격인가?
“존명!”
아니. 그것은 희열이다. 최산은 어느 때 보다 기운차게 대답했다. 어느 누구보다 신라부흥을 바랬던 만큼 세자를 끌어들여 고려의 주구를 연기하는 일 조차 내심 꼽던 그로서는 노야의 적극적인 자주적 신라 부흥을 추진하는 명령은 그 무엇보다 바라는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이유. 그 자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동경의 백성들과 힘을 합치려면 그를 설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니 말입니다.”
“좋다. 이유의 문제는 너에게 맡기겠다.”
“존명!”
다소 단추는 잘못맞추었으나 동경 반란군들은 재빨리 재정립을 시작했으며 곧이어 날아온 타리의 보고는 그들을 더욱 달아오르게 하는 동시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 계획을 짜게 만들었다.
* * *
옛 금관국 통칭 금관 가야의 수도였다는 금주(金州).
삼국시대와 남북국시대, 고려 초기에 비하면 그 격이 떨어지고 번성함도 사라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타 현이나 군들보다는 크고 발전되어 있었다. 이는 조선시대와 달리 동래가 아니라 금주가 대일무역의 교역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도 컸다.
금주는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며 신라구들을 진압한 뒤로 전란을 겪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라를 들썩인 거란과의 전쟁 때도, 동시기에 동해안을 들썩이던 여진 해적들 약탈 때도 금주는 무사하였다.
근래 들어 왜구들이 보이긴 하나 그 또한 심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였다. 그 때문에 금주의 가치와 병력은 옛 영광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빈약해졌고, 대일 최대 교역구라는 명성을 가졌음에도 서경이나 동경처럼 옛 엿광을 찾는 것은 소원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고려의 주요 도시나 중앙의 시점에서는 금주가 깡촌으로 전락한다고 보아도 할말이 없었다고 금주 사람들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깡촌에 일국의 세자가 강림한 것이다.
“저저저저전하. 어서 들어오십시오.”
“김 방어관은 이미 동경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전령으로 들었사옵니다. 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이옵니까?”
“유감스럽게도 현실이다.”
“…….”
동경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시대의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무신정변 이후 일어나는 숙청 만큼이나 지긋 지긋하게 일어나는 민란 혹은 신라 부흥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거병.
“우선 들었다면 이야기 하기가 편하겠군. 지금 당장 파발을 띄어 성밖 백성들을 안으로 불러들이도록 하라.”
“하오나 전하. 금주의 병력으로는 동경의 반군을 진압하기엔 부족하옵니다.”
동경의 귀족들은 인근 지역에서 가장 명문인 동시에 세력이 크다. 잇따른 반란으로 약화 되었음에도 ‘천년의 고도’라는 역사적 가치와 동경이라는 위치는 잃은 피해도 시간만 지나면 다시 세력을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회복을 하였음을 의미하는 바이다. 그런 동경의 반란군을 금주의 병력으로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택도 없음을 금주 방어관은 똑똑히 이해하고 있었다.
“금주의 병력만으로 맞서 싸울 생각 없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상 조정은 물론 각 지역의 군에도 파발을 보냈으니 곧 증원 올 것이다.”
“이곳에 말입니까?”
“증원이 오면 적들도 이곳으로 올 것이다.”
조정에서도 군대가 올것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조정의 군대는 기대지 않고 있다. 그것을 기다리고 싸운다면 장기전이 될 것이다. 그 말인 즉슨 사실상 경상도 내의 병력으로만 싸워야 한다는 것인데 경상도에서 1,2위로 주현군이 많은 안동과 상주목의 병력들도 지원을 바라기 힘들고 3번째로 주현군이 많은 경산부는 동경에 붙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즉, 진주목을 비롯한 경산과 동경 이남 일부 지역의 병력들만으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파발을 보내긴 했으나 모인다면 어느 정도가 될까?
‘1만 이상…은 역시 무리겠지. 파발을 받자 마자 급히 모여야 하니 주현군 정도. 그마저도 성을 지키기 위해 일부를 남겨야 하니 급히 모이는 것은 끽해야 수천이 고작일 것이다.’
나라를 뒤엎으려고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다.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일반적으로 보면 진주목을 거점으로 맞서싸우는 것이 바른 대응이며 세자인 내가 직접 나서는 것도 맞지 않다.
“전하. 적들도 이곳으로 온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나 때문에 일어난 이상 이 동경의 난은 내가 빨리 진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