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62장 테무케의 마지막 도전(2)
옷치긴 왕가가 고려를 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반 옷치긴 왕가의 제왕과 장군들은 그 사실에 못마땅했지만 건들 수는 없었다.
조정에서도 더 이상 따로 막지 않았고, 차카타이의 빈자리로 생기는 여파를 진정시키는데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옷치긴 왕가가 다시금 고려에 야욕을 드러내려고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고려에서도 차카타이의 죽음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듣게 된 왕검은 즉시 측근들을 불러 모으며 회의를 하였고, 회의 도중 통보하듯 말하였다.
“이번 전쟁에선 우리도 치고 나가도록 한다.”
“예?”
“만일 노왕이 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아조의 강토 내에서만 외적들과 맞서 싸울 뿐이나, 노왕이 친정을 하여 아조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노왕을 쓰러뜨리는 것은 물론, 노왕의 땅까지 정토(征討) 할 것이다!”
마치 외정을 나가는 것은 이후 옷치긴 왕가의 행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듯 말했다.
하나 이전에 이번 전쟁에 테무케가 친정을 해올 것이라 말한 것이 다름 아닌 왕검 본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말은 사실상 외정을 한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만큼 태자의 발언은 회의장을 술렁이기엔 충분했다.
“와적흔은 대칸의 숙부입니다. 그런 자의 땅을 친다는 것은 틀림없는 큰 반향을 불러올 것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친다는 것은 카라콜룸의 카툰과 구육 황자의 처들은 우리들을 버리고 전쟁을 관망하겠다는 뜻이다. 저들이 우리를 버리고 양자 타격을 원한다면… 이쪽은 이쪽대로 이 기회에 몽고국의 팔 하나를 완전히 뜯어내 주는 수밖에!”
그 말에 회의장에 있던 측근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김방경, 송문주, 척인사는 물론, 이장용과 정안연 또한 태자가 고르고 골라 곁에 둔 인재들이었다.
그들은 태자가 한 말이 의미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이해하였다.
“몽고의 칸이 돌아온다면 필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하의 말씀대로 먼저 아조를 버린 것은 몽고 조정이오. 노왕만이라면 모를까. 조정에서도 저렇게 군다면 아조도 이대로 넘어가는 것만이 능사만은 아니오.”
김방경, 송문주 순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옷치긴 왕가의 본토를 친다는 것이 단순히 옷치긴 왕가만의 전쟁이 아닌 그다음 몽골 제국과의 본격적인 대전쟁(大戰爭)의 서두를 알리는 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 것이다.
“어차피 노왕을 친다면 아예 대칸이 자리를 비운 지금을 노려 몽고 조정을 치는 것은 어떤지요?”
“글쎄요. 척 장군께선 그리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것이 상책(上策)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 척 장군의 제안에 대한 정 대부(은청광록대부 銀靑光祿大夫)님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척 장군의 주장에 대한 나의 뜻은 당연히 ‘불가(不可)’이오. 이미 전에 말하지 않았소? 계속된 전쟁과 개혁들로 많은 지출이 있는 상태라 이런 상황에서 노왕과의 전쟁을 하면 적지 않은 지출로 조금 고생을 해야 할 것이라 말이오.
그런데 몽고 수도를 친다는 것은 더 큰 지출이 나올 것이오. 설령 몽고 조정의 수도에 있는 모든 재산을 취해 올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추천드리지 않을 것이오. 물론 노왕의 영토를 넘는 일에 대해선 태자 전하께서는 이것을 알면서도 책략 하신 것일 터이니 반대하진 않을 것이지만 말이오.”
정안연 마저 반대를 뜻하자 척인사도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다. 측근들 중 재정을 담당하는 그가 말했고 이장용도 반대의 뜻을 보였다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옳다. 노왕의 영토를 건너가 친다면 분명 몽고의 대칸이 돌아온 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고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노왕‘만’을 친다면 대칸이 ‘올 때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몽고의 도읍을 친다면 대칸은 지금 즉시 돌아온다.”
“하오면 노왕을 치는 것은 전쟁의 장기화를 막고, 노왕의 세력을 위에 둘 경우 두고두고 아조에 해가 될 것이니 이번 기회에 삭초제근(削草除根)하고, 이로 인해 몽고 조정이 아조에 개입을 하지 않는 동안 전력으로 방비를 하기 위함이옵니까?”
“그렇다. 옥새에 대한 헛소문이 나돌고 있는 이상 노왕은 반드시 아조를 칠 것이고, 찰합태가 죽은 지금 몽고 조정은 아조가 얼마나 피해를 입든지 상관치 아니한다. 그렇다면 노왕은 대칸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조와 전쟁을 할 것이다. 아조는 갑오년 이전의 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노왕과는 싸워야 한다. 문제는 노왕과 오래 싸운다면, 대전을 준비하지 못한다. 그러니 서둘러 노왕을 쓰러뜨리고, 대칸이 오기 전까지 전력으로 대전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그 말씀은….”
동공을 흔들며 되묻는 이장용에게 왕검은 씨익 웃으며 확답해 주었다.
“이 기회에 노왕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아조의 북방에 있는 위협의 싹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뜻이다!”
그것은 고려의 총력전을 시행하겠다는 말이었다.
* * *
코코츄와 코르코순은 테무케의 밍간(천인대장)의 일원으로 이번에 일어날 고려와의 전쟁에서 테무케와 동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때문에 테무케의 호출을 받아 여러 번 회의를 나누는 것이 근래의 일상이었는데 오늘도 불려 왔다가 끝나고 물러난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의미깊은 눈길을 주고받았다.
“테무케 님께선 고려의 태자를 많이 경계하시는데, 지금 상황에선 고려가 할 수 있는 것은 뻔한 것 아닌가? 우리 울루스가 카라콜룸의 견제를 받게 하거나 대칸께 이 사실을 전하여 중재해 달라고 간청하고 그 답이 올 때까지 사수하는 것. 그것만이 고려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일 테니 말이야.”
코코츄의 말에 코르코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태까지 고려가 한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 말고는 없지. 지난 전쟁에서는 우리가 전쟁을 서두르다가 패하긴 했으나 이번엔 다를 것이고, 고려도 그것을 직감하고 더욱 전면전을 피할 테니 자네의 말이 맞네.”
그러나 코르코순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코코츄는 그것을 간파하곤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코르코슨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대제국. 예케 몽골 울루스에서도 옷치긴 울루스에 비견되는 세력을 가진 울루스는 몇 없다.
고려가 예상보다 강하고 여러 번 격퇴를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보다 강하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주군인 테무케 님도 그렇게 판단하고 자신도 그렇게 판단하고는 있다. 이전과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니 이번이야말로 고려는 끝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흑태자가 어찌 나올지가 마음에 걸리는군.”
“그 고려의 세자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방금 말한 대로 지금 고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들뿐이네. 설마 고려가 우리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고려가 우리들보다 강하다곤 생각하지는 않네. 그러나 지난 전쟁에서 우리는 패했네. 강함 이전에 예측 못 하는 행동을 주의해야 한단 말이네.”
“이봐. 코르코슨! 이번 전쟁은 여태껏 저들이 겪은 전쟁과는 달라. 자네와 나는 물론 테무케 님과 지부겐 님을 비롯하여 전력으로 고려를 칠 준비하고 있다는 걸 모르나? 저들이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한들, 천하를 누빈 우리 군을 이기겠는가?”
다소 언성이 높아진 코코츄에게 코르코슨은 담담하면서도 어두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난 전쟁 당시 누가 우리의 패배를 예상했었나? 어느 누가 흑태자가 지부겐 님을 직접 칠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한들…!!”
“지금 이상으로 방심하지 말자는 거네! 실제 그들이 보인 것들과 테무케 님께서도 이번 전쟁에 대한 회의에서 줄곧 고려 태자와 고려군에 대해 크게 경계하라고 하지 않던가?”
코코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제아무리 강한 자라도 하나의 화살에 의해 허망하게 죽는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오만한 자는 반드시 언젠가 그 오만함에 발목이 잡혀 패한다.
지난 고려와 전쟁을 한 상대는 모두 이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면 인정해야 했다.
“…그 정도란 말인가. 자네는 적어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작전과 책략을 이용할지 모르니 주의를 해야 한다고 하고 싶은 것이군.”
“그렇네. 차카타르 님의 말은 둘째 치더라도 그 지부겐 님이 직접 위험하다고 말한 자이네. 범장(凡將)은 아닐 것이 아닌가.”
“알겠네. 나도 고려와 그 흑태자를 생각할 때 방심하지 않고 주의하도록 하겠네.”
그때 그런 둘의 어깨를 두들기며 걸걸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군. 자네들의 말대로라면 테무케 님이 ‘총력’을 다하시려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그저 지난 전쟁의 복수만이 아니라 고려의 예측을 넘어 확실히 끝을 내기 위해서란 말이지?”
둘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 물었다.
“주스쿠 장군!”
주스쿠는 자지라트부 출신의 장군이며, 옷치긴 울루스 초기부터 있었던 다섯 명의 밍간 중 한 명으로 짙은 갈색의 변발과 밤색 눈,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안겨다 주는 뺨의 검흔(상처)이 인상적인 맹장이었다.
“오랜만에 전쟁을 할 수 있는가 했더니 테무케 님의 말씀에 압도적인 전력 차로 허무하게 끝날 것인가 아쉬웠는데…. 지금 들으니 고려는 해볼 만한 상대란 말이지.”
그는 방금 전의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전의를 드러냈다. 다른 밍간들에 비해 연공과 호승심이 높은 주스쿠 장군의 행동에 둘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되물었다.
“장군. 총력이라 하셨소?”
“문자 그대로 총력이네. 이번 고려와의 전쟁에선 우리 ‘밍간’들도 전부 동원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온 것이지. 아무래도 코르코슨 자네의 말대로 테무케 님께선 어지간히 남방의 속국을 경계하는 것 같아. 방금 전 말은 진짜라면 말이지. 진짜가 맞겠지?”
코르코슨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렇소. 고려는 많이 강해졌소. 특히 갑자기 두각을 드러낸 고려 태자에 대해선 지부겐 님께서 직접 패배를 인정하셨으니 그 능력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소.”
“호오. 지부겐 님께서 말이지? 고려 태자라 듣기는 했지만 소문만 무성한 장수가 아니라 정말 명장이란 말이지? 어디 전장에서 그 태자와 만나는 행운이 내게 오면 좋겠군. 껄껄껄!”
주스쿠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고는 게르에 있는 주군. 테무케 옷치긴에게 보고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 그를 뒤로하고 코코츄는 곁에 있던 코르코슨을 불렀다.
“…코르코슨.”
“왜. 그러는가?”
“자네가 그렇게 경계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나도 방금 동의하긴 직후이긴 하나…. 저것을 보니 역시 우리가 질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군.”
“음… 이해하네.”
동료의 그 말에 코르코슨은 이번에는 부정하지 못했다. 눈앞 저 멀리 진영 밖에서 여러 방향에서 다가오는 흙먼지들을 보면 그가 보기에도 이 전쟁의 승자는 자신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진 코코츄의 말에도 코르코슨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네 말대로 크게 경계하긴 해야 하나. 만에 하나라도 지금 고려가 우리를 이긴다면 그들은 예케 몽골 울루스의 좌익(左翼)을 꺾은 것이 되는데, 그토록 강한 나라가 어찌 지금같이 대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가만히 있겠는가.”